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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의 대가-451화 (451/529)

<-- 451 회: 경영의 대가 18권 -->

“하지만 우리라면 가능하지.”

그랬다.

이곳에 모인 인물은 하나같이 실전 싸움에 능한 사람들뿐이었다.

바스크와 릭 부자는 말할 필요도 없었고, 영주대리 베일은 산적 두목 출신이었다. 딘, 리처드 벅, 하딘, 패트릭은 용병 출신이며, 바우텔 자작은 오랜 경력의 군인이다. 건축가인 파오니 남작을 제외하면 다들 전쟁의 프로페셔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틀린 말이 아니야.’

바스크의 주장에 베일은 심각하게 고민해야 했다.

기본적으로 바덴 강 유역에 개입해 적의 이목을 끌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지만, 반대로 바스크의 의견 또한 타당성이 있었다.

그의 우려대로 바덴 강 유역의 싸움에서 균형이 깨져버리면 전쟁은 심각한 판도로 흘러가버린다.

‘바덴 강 유역을 빼앗기면 큰일이 발생한다. 후디니 자작령에서 적을 맞아 싸우려던 왕실의 전략도 틀어져버려.’

네 가문의 연합이 무너지면 카르스 황제는 곧장 말머리를 남쪽으로 돌려 바덴 강 유역을 장악하리라.

단기결전으로 전쟁을 끝내려던 전략도 장기전으로 바뀔 것이다. 바덴 강 유역의 지배권을 틀어쥐고 풍족한 물자를 손에 넣었는데 급할 게 있겠는가?

“어떻게 생각하나?”

바스크가 대답을 채근했다.

베일은 고민 끝에 입을 열었다.

“쿤트 백작 각하의 의견이 타당하십니다. 그렇다면 미리 세워놓았던 전략 중 하나를 예정보다 일찍 실행하는 수밖에 없겠군요.”

“어떤 전략 말인가?”

바스크가 물었다.

베일은 회의장의 인물 중 한 사람을 가리켰다.

“전격전입니다.”

지목된 사람은 바로 패트릭 콘돌이었다.

***

콘돌 기병대.

패트릭이 귀순한 유목민족 전사들을 모아서 결성한 이 기병대는 이제 병력이 4천을 헤아리고 있었다.

반란을 일으켰다가 멸망당한 유목민족 부족의 유민은 아직도 여전히 혼트 제국군을 피해 레던 왕국으로 도피하고 있었다. 그들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사람이 바로 카록이었다.

유목민족 유민 중 전사들은 어김없이 콘돌 기병대에 합류를 하였고, 15세가 되어 전사 자격을 얻은 유목민족 소년들 또한 휘하로 입대한 결과 병력이 그만큼 늘어난 것이었다.

패트릭은 기존의 1, 2, 3연대 외에도 4연대를 새로이 창설해 신병들을 배속시켰고, 연대장은 따로 두지 않고 직접 지휘하기로 하였다.

패트릭이 콘돌 기병대의 훈련에 있어 가장 중시 여긴 점은 바로 기동력.

누구보다도 빠르게, 오래 달릴 수 있도록 혹독한 훈련을 시행했다. 악명 높은 유목민족 전사였던 대원들도 지쳐 혀를 내두를 정도의 훈련. 그러나 대장인 패트릭 자신도 함께 훈련을 하였기에 모두들 불만 없이 따랐다.

그리하여 나흘 밤낮을 달릴 정도의 엄청난 기동력을 가진 기병대로 거듭났다.

그런 콘돌 기병대였기에 전격전(電擊戰)에 더할 나위 없이 적합했다.

불시에 적을 들이쳐 순식간에 싸움을 끝내버리는 전격전의 특성상 기동력이 무엇보다도 중요했던 것이다.

“콘돌 경, 적의 보급물자가 어디에서 어디로 운송되는지 직접 확인하셨지요?”

“예.”

“보급로를 보호하는 태세는 어느 정도였습니까?”

“항시 2천 이상의 병력이 보급부대와 대동하고 있었고, 그 일대에 적 순찰대가 다니고 있었습니다. 적의 철저한 순찰 탓에 정찰하는데 많이 애먹었습니다.”

“그렇다면 적 보급부대를 공격하고 물자를 불태운 뒤 아무 피해 없이 후퇴할 수 있겠습니까?”

베일의 물음에 패트릭은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의 의미는 바로 자신감이었다.

“가능합니다.”

“장담할 수 있겠습니까? 이번 전략의 핵심은 콘돌 기병대가 아무 손실 없이 적에게 타격을 가하는 것입니다.”

“적 순찰대가 우리를 발견한 시점에서 그들이 본대로 귀환하여 상부에 보고하는 속도보다 우리가 보급부대를 쳐서 격멸시키는 속도가 더 빠릅니다. 적이 부랴부랴 지원군을 보냈을 때 우리는 이미 임무를 마치고 철수하고 있을 겁니다.”

회의장에 모인 이들이 패트릭의 자신감에 감탄을 했다.

베일이 다시 물었다.

“그렇게 한 번 당하고 나면 적의 경계가 한층 강화될 겁니다. 그 후에도 또다시 적 보급부대를 쳐서 타격을 가할 수 있겠습니까?”

“가능합니다.”

“몇 차례나 더 해낼 수 있겠습니까?”

“적이 3만 이상의 병력을 풀어 그 일대를 빈틈없이 방어하기 전에는 몇 번이고 성공시킬 수 있습니다.”

“좋습니다. 그럼 안타레스 백작가와 린델 백작가로부터 혼트 제국군에게로 이어지는 적의 보급로를 공격하십시오. 재차 당부하지만 콘돌 기병대의 전력손실이 있어서는 안 되니 무리하지 말고 위험하다 싶으면 후퇴하십시오.”

“알겠습니다.”

패트릭은 호언장담하는 성격이 아니었기 때문에 대답에 신뢰가 있었다.

그리하여 리간드 영지 측은 바덴 강 유역의 네 가문 연합을 돕기 위해 콘돌 기병대의 출진을 결정했다.

한동안 실전을 할 기회가 없어 답답해했던 콘돌 기병대는 크게 기뻐했다. 그동안의 훈련이 혹독했던 만큼, 그 훈련의 성과를 적에게 선보일 찬스를 손꼽아 기다렸던 대원들이었다.

“바덴 강 유역에는 혼트 제국군이 어림잡아도 15만 이상이 있다고 한다.”

출진 직전, 패트릭은 기병대를 총집결한 뒤 연설을 했다.

“15만. 참 많은 숫자다. 그렇지 않나?”

“그렇습니다!”

대원들이 우렁차게 대답했다.

“그래서? 두렵나?”

“아닙니다―!”

아까보다 더 쩌렁쩌렁한 목소리였다.

패트릭은 미소를 지었다.

“그렇다. 무서워할 필요가 전혀 없다. 확실히 우리 4천 대 적 15만은 무리한 싸움일 수도 있지. 하지만 무릇 군사력이란 병력과 기동력을 곱한 값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적보다 5배 빨리 움직이면 20만에 해당하는 위력을 낼 수 있고, 10배 빠르게 움직이면 30만에 달하는 힘을 낼 수 있다. 그리고 우리는 능히 그럴 수 있다.”

“맞습니다!”

“두렵지 않습니다!”

패트릭은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외쳤다.

“우리는 대륙 최속(最速)의 기병대다! 그 누구도 우리를 잡을 수 없다!”

“와아아아―!”

“크아아!”

“이긴다!”

“바람의 가호가 있으라―!”

대원들이 저마다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호응했다. 그것은 싸움에 임하기 전에 용기를 북돋는 유목민족 전사들의 전통적인 의식이었다.

패트릭도 그들을 따라 고함을 질렀다. 그가 유목민족 전사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었던 비결은 바로 그들의 전통과 습성을 존중하고 배운 점이었다.

“가자!”

패트릭이 앞장서서 달렸다. 그의 승마술은 이제 영락없이 유목민족 전사의 그것이었다.

그 뒤를 대원들이 바짝 뒤쫓았다.

그렇게 콘돌 기병대는 출진했다.

***

콘돌 기병대는 천천히 달렸다. 아직 싸움은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기운 뺄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슬슬 바덴 강 유역에 근접하자 태도가 달라졌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대원들 사이에는 긴장감이 흘렀다. 이제 곧 쉴 틈 없는 전투가 초스피드로 펼쳐질 터였다.

마침내 안타레스 백작령에 진입했을 때, 패트릭이 입을 열었다.

“1연대장.”

“예, 대장님.”

1연대의 연대장 발락이 앞으로 나섰다.

발락은 유목민족 반란을 주도했던 탈라크 부족의 서열 3위 전사 출신으로, 용맹하고 책임감도 강했다. 반역을 일으키려는 탈라크 부족장의 뜻에 반대했다가 추방당했을 정도로 강직한 성격의 소유자였다.

“대원들을 풀어 적 순찰대가 있는지 살펴라. 최대한 적 순찰대에 발각되지 않고 깊숙이 진군해 들어가야 한다.”

“알겠습니다.”

이윽고 발락은 1연대의 대원들 중 말을 가장 잘 타는 인원으로 100명을 선별했다. 그리고 10명씩 짝지어 수색을 보냈다. 총 10개 수색조가 출발하며 사방으로 흩어졌다.

이미 수차례 정탐하러 와본 지역이기에 다들 익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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