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37 회: 경영의 대가 17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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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만 기병을 이끌고 샛길을 통과한 니젤은 총병력의 절반에 해당되는 10개 천인대를 사방에 분산시켜서 광범위한 지역을 감시케 했다.
“적군이 나타나거든 싸우지 말고 즉각 내게 보고해라.”
그렇게 천인대 10개를 뿔뿔이 흩어지게 해놓고 자신은 남은 1만 기병과 함께 대기했다.
‘이 지역 어딘가에서 뮤트 공작가의 군대가 나타날 것이다.’
부상을 당한 뮤트 공작은 전력 외로 치더라도, 백여 명에 달하는 제자들이 있으니 정면으로 싸워서는 이길 수 없다.
하지만 니젤이 이끌고 있는 혼트 제국군 기병은 보통 기병이 아니었다.
유목민족 전사들!
말 위에서 화살을 쏘고 말 타고 달리면서 돌팔매질을 하는 날랜 기마전사다.
근접전을 하지 않아도 치고 빠지는 식으로 괴롭혀줄 수 있었다. 실제로 그것은 유목민족 전사들이 주로 쓰는 악랄한 전술이었다.
유목민족 전사들에게 걸리면 아무리 많은 병력도 계속되는 괴롭힘 끝에 전멸당하고 만다.
그 뿐만이 아니라, 니젤은 따로 생각해둔 책략이 있었다.
‘레던 왕성에서 당한 지난 패전을 이 기회에 설욕하고 내 실력을 증명하겠다.’
이미 부친인 쥬르덴 후작을 따라 숱한 전장을 누비며 어린 나이에 활약한 니젤. 그는 부자지간을 떠나 충분히 쥬르덴 후작의 신뢰를 얻을 만한 자격이 있었다.
하지만 아직까지 큰 무대에서 활약하지는 못했다. 니젤은 혼트 제국, 나아가 전 대륙에 명성을 떨쳐 황제의 중용(重用)을 받고 싶었다.
레던 왕성 전투가 그 절호의 찬스였지만 안타깝게도 카록 리간드의 난입으로 패전하는 바람에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하지만 바로 지금!
니젤은 다시 기회를 얻었다.
퇴각하는 뮤트 공작군을 크게 물리치는 전과를 거둔다면, 혼트 제국이나 레던 왕국에서 니젤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이 없게 되리라.
쥬르덴 후작의 아들이 아닌, 니젤 쥬르덴으로서 모두에게 똑똑히 자신의 실력을 각인시켜 주리라 그는 마음먹었다.
‘어서 와라. 모조리 사냥해주겠다.’
니젤은 자신만만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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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라우렐 남작은 뮤트 공작의 세 번째 서열의 제자였다.
3제자라는 서열에 걸맞게 오러 엑스퍼트 중급의 무위를 갖추고 있었지만, 근 10년간 실력이 더 늘지 않고 정체를 맞고 있어서 많은 고민을 해왔다.
특히나 자신보다 훨씬 늦게 뮤트 공작의 제자가 된 릭 쿤트, 지금은 페르난도 백작이 된 릭이 오러 마스터의 경지에 이른 것을 보고는 큰 자괴감을 겪기도 했다.
훨씬 어린 나이에 무의 극의를 이루는 천재를 보며, 자신은 재능이 없는 게 아닐까 싶었다.
그런 고민을 안고 있는 그에게 스승 뮤트 공작은 이렇게 말했다.
“너는 무예로 대성할 재목은 아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지금 이상의 성취는 얻지 못할 거라고 못 박는 스승이었다.
“하지만 만일 위중한 군사임무가 있다면 나는 그것을 네게 맡길 것이다.”
그것은 조 라우렐 남작의 아이덴티티를 확립시켜주는 한마디였다.
그 말을 듣고 라우렐 남작은 무인이 아닌 군인으로서 대성하리라 마음먹었다.
때문에 뮤트 공작가의 가신기사가 되어서 열정적으로 군사 활동에 참여했다. 원칙에 충실하고 강직하며 맡은 임무는 반드시 수행하는 그의 성격은 훌륭한 군인으로서의 자질이 빼어났다. 때문에 뮤트 공작과 대제자 캠벨 자작의 신임을 받았고, 지금은 뮤트 공작가에 없어서는 안 될 인물로 자리매김하였다.
라우렐 남작은 캠벨 자작의 명령을 받아 기병 100명을 이끌고 정찰에 나섰다.
먼저 비밀통로를 통해 빠져나와 적의 위치를 파악하고 최적의 퇴각루트를 확보하는 것이 라우렐 남작의 임무였다.
혼트 제국군의 2만 기병이 잠복해 있다는 사실을 사전에 들었기 때문에 퇴각에 만전을 기해야 했던 것이다.
‘혼트 제국군의 기병은 유목민족들로 구성되어 있다. 아주 시야가 넓은 유목민족들의 눈을 피해 달아나기란 불가능하다.’
초원지대에서 약탈을 업으로 삼아 살아온 유목민족 전사들은 하나같이 눈이 좋았다. 약탈을 할 타깃을 찾아내기 위해 말을 타고 초원을 누비며 먹잇감을 탐색하는 이들이 바로 유목민족 전사들이었다.
정찰에 특화된 유목민족 전사들이 적 기병대에 다수 포함되어 있을 터였다.
‘적 지휘관도 유목민족의 특기를 잘 알고 있을 터. 정면으로 싸우지 않고 치고 빠지는 전술을 써올 테지. 그 점을 대비해서라도 적의 위치 파악이 중요하다.’
예상치 못한 기습만큼 두려운 것이 없었다.
유목민족 전사의 무서움은 어느 방향에서 습격해올지 모른다는 점이었다. 그만큼 기동력이 빠르다는 뜻이었다.
언제 어디서 공격해올지 알기 위해서는 적의 위치를 사전에 파악해둘 필요가 있었다.
그 점을 알기 때문에 라우렐 남작은 열심히 정찰을 했다.
다행히 어느새 새벽이 지나고 날이 밝아오고 있었다. 동이 터 오르면서 어두웠던 시야도 밝아져 정찰에 용이했다.
황야를 누비며 라우렐 남작은 100명의 기병과 함께 활발히 정찰을 했다.
한 시간쯤 정찰했을 때였다.
“남작님, 적입니다!”
“나도 보고 있다.”
라우렐 남작은 전방 멀리에 있는 적 기병대를 발견했다. 규모로 보아 천인대였다. 눈이 좋은 유목민족들이니 적들도 이쪽을 발견했으리라.
“후, 후퇴해야 하는 게 아닙니까?”
“기다려봐라. 적은 이쪽을 공격할 의사가 없어 보인다.”
라우렐 남작의 판단대로였다.
혼트 제국군의 천인대는 라우렐 남작 일행을 발견했음에도 별반 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아마 적을 발견해도 싸우지 말고 보고만 하라는 지령을 받은 모양이군.’
어쨌거나 적은 천인대. 이쪽은 불과 100명. 쓸데없이 적을 도발할 필요는 없었다.
“가자. 다른 곳에도 적이 있을 것이다.”
“옛!”
그렇게 반나절 간 꼬박 달리며 라우렐 남작은 정찰을 했다. 수시로 혼트 제국군 천인대와 마주쳤는데, 그때마다 가까이 접근하지 않고 조심스럽게 피해 다녔다.
그리고 정찰 끝에 적 2만 기병의 본대를 발견하는데 성공했다.
‘규모는 대략 1만. 그래, 10개 천인대를 분산시켜 이 일대를 철통같이 감시하고 있구나.’
마치 어군을 한꺼번에 잡아 올리기 위해 그물을 넓게 펼쳐놓은 듯한 병력배치였다.
최악의 상황이 라우렐 남작의 머릿속에 그려졌다.
앞에선 2만 기병이 치고 빠지기를 반복하며 발을 묶고, 뒤에서 템플 오브 나이트를 점령한 10만 대군이 추격해와 뮤트 공작가 군대를 섬멸시킨다.
‘피를 보지 않고 후퇴하기란 불가능하겠구나.’
리간드 후작의 도움을 받지 않으면 전멸을 각오해야 했을지도 몰랐다.
라우렐 남작은 아군의 큰 피해를 예상하며 긴장된 나머지 식은땀을 흘렸다.
캠벨 자작이 뮤트 공작가의 2만 병력과 함께 비밀통로를 빠져나왔을 즈음, 정찰을 마치고 돌아온 3제자 라우렐 남작이 정찰결과를 보고했다.
“적 본대 1만은 1시 방향으로 약 16킬로미터 지점에 있고, 천인대 10개가 각기 분산배치 된 모양새입니다. 적장은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재상 각하의 말씀대로 쥬르덴 후작의 아들일 가능성이 높다. 나이는 어리지만 보통내기가 아니라고 들었다. 아니, 어린만큼 더 과감하다고 봐야겠지.”
“한창 공을 세워 이름을 떨칠 궁리를 할 나이니까요. 아무튼 적은 그물을 펼쳐놓고 우리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충돌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대사형.”
“으음, 어렵구나.”
캠벨 자작은 나직이 신음했다.
뮤트 공작가의 2만 군대 중 기병 전력은 3천에 불과했다. 그에 비해 적은 2만 병력 전원이 기병이다. 그것도 유목민족 전사들이 다수 포함된.
전투에 있어 기동력이 얼마나 승패를 크게 좌우하는지는 지난 전쟁사를 훑어봐도 알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