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경영의 대가-433화 (433/529)

<-- 433 회: 경영의 대가 17권 -->

“카록 리간드! 그 목을 바쳐라!”

“더 이상 마음대로 날뛰게 놔두지 않겠다!”

정말 징그러운 놈들이다.

마법사들의 도움을 받아, 성벽 위까지 말 타고 올라온 시커먼 놈들을 보며 나는 혀를 내둘렀다.

바로 흑십자기사단.

당연하지만, 개개인이 오러 엑스퍼트로 이루어진 저 기사단을 나 혼자 상대하는 것은 무리였다. 그 괴물 롬펠 대공도 불가능할 것이다.

하물며 성벽 위에까지 올라와서 싸우자고 말 타고 덤비는데, 오냐 덤벼라 하고 싸워준다는 건 말도 안 된다. 나는 실프의 바람에 몸을 싣고 날아올랐다.

“이놈! 어딜 도망가느냐!”

“남자답게 싸우자!”

내가 하늘로 도망치자 흑십자기사단 단원들이 노성을 터뜨리며 아우성쳤다.

물론 나도 인정한다. 정령사가 남자다운 직업은 아니지.

나는 워터 스피어 50발을 흑십자기사단에게 퍼부어서 화답했다. 그들은 오러가 실린 무기를 마구 휘둘러 워터 스피어에 맞섰다. 아아, 남자답다.

콰콰콰콰콰―!

“크윽!”

“이, 이놈이!”

공격을 유독 집중당한 선두의 세 사람이 큰 부상을 입고 낙마했다.

난 흑십자기사단만 신경 쓸 수가 없었다. 쥬르덴 후작이 다시금 병사들을 독려해서 공격을 시작한 것이다.

혼란에 빠져 있었던 혼트 제국군이 질서를 되찾고 차분하게 진군을 개시했다. 병사들이 성벽을 기어오르고, 투석기가 바위를 마구 발사했다.

아직 뮤트 공작가는 완전히 후퇴하지 못했다. 마지막까지 남아서 지휘하는 캠벨 자작이 병사들을 인도하고 있었다. 또한 좁은 비밀통로에서는 빠른 이동이 불가능해서 적의 추격을 금방 당할 터였다.

아직 더 버텨야 했다.

어디보자……. 어떤 식으로 공격을 해볼까? 신중해야 한다. 마구잡이로 공격을 퍼부으면 정령친화력 소모가 걷잡을 수 없어진다. 상대는 10만이다!

머리를 굴리던 나는 문득 내 쪽을 향해 날아오는 바위를 바라보았다. 투석기가 날린 바위였다.

“이거다!”

나는 노움에게 내 생각을 전달했다.

노움은 어스 핸드 하나를 만들어 날아오는 바위를 슬쩍 건드렸다.

궤도가 틀어진 바위는 사다리를 타고 열심히 성벽을 오르던 혼트 제국군을 강타했다.

꽈아앙!

“끄아악!”

“아악!”

“아, 안 돼!”

바위가 절묘하게 사다리를 다섯 개나 부숴버렸다. 사다리를 오르던 병사들이 줄줄이 추락했다.

나는 계속해서 어스 핸드를 여러 개 움직여서 투석기가 날리는 바위를 이용해 적들을 공격했다.

아군이 쏜 바위에 아군이 당하는 사태가 잇따르자 보다 못한 쥬르덴 후작이 명령한다.

“투석을 중단하라!”

쳇, 재미가 쏠쏠했는데 아쉽군. 하지만 바위 말고도 방법은 여러 가지다.

나는 이번에는 혼트 제국군 궁병이 날리는 화살들을 이용했다. 실프로 바람을 일으켜서 화살세례가 성벽 위에 있는 흑십자기사단에게 쏟아지도록 만든 것이다.

바람의 영향을 잘 받는 화살이므로 방향을 살짝 바꿔놓는 데는 정령친화력이 많이 소모되지 않았다.

“궁시를 중단한다!”

결국 쥬르덴 후작은 궁시도 중단시켰다. 나를 공격할 수단은 마법사뿐이었는데, 나는 마법사들을 철저히 견제하고 있었다. 정령속박마법 같은 기술에 당해버리면 골치가 아파지니까.

쥬르덴 후작은 다시 명령을 내린다.

“흑십자기사단과 마법사는 카록 리간드를 상대하고 나머지는 템플 오브 나이트를 점거하라! 후퇴하는 적을 쫓아라! 비밀통로로 탈출하고 있을 것이다!”

이런 제길.

과연 쥬르덴 후작이라고 해야 할까?

물론 상황이 이쯤 되면 충분히 눈치 챌 수 있는 사실이었지만, 쥬르덴 후작은 대응이 아주 빨랐다.

혼트 제국군 병사들은 꾸역꾸역 성벽을 기어올랐다. 성벽을 가득 매운 엄청난 숫자였다.

나는 샐러맨더에게 명령을 보냈다.

“샐러맨더, 채찍!”

-알았다!

샐러맨더가 힘을 발휘하니, 이윽고 내 손을 중심으로 불꽃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것은 세 갈래로 난 엄청나게 긴 불의 채찍! 동쪽으로 휘두르면 동쪽 성벽에 닿고, 서쪽으로 휘두르면 서쪽 성벽에 닿을 정도로 기다란 채찍이었다.

동서남북을 멋대로 종횡하며 성벽을 오르는 병사들을 무더기로 후려쳤다.

세 갈래의 채찍이 허공을 가를 때마다 불꽃이 넘실거린다.

쫘아악―

“끄아아악!”

“커헉!”

채찍이 후려갈길 때마다 병사들이 십여 명씩 화상을 입으며 추락했다.

정령친화력을 아끼기 위해 불꽃의 온도는 낮췄기 때문에 불타 죽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전투 속행이 불가능한 화상을 입히기에는 충분했다. 그만한 부상만 입혀도 성벽에서 추락시킬 수 있기 때문이었다. 샐러맨더가 거대한 불새가 되어 뒹굴고 설치는 것보다 훨씬 고효율의 전법이었다. 무엇보다도 정령속박마법에 당할 염려도 없었다.

한 번 휘두를 때마다 불 채찍은 제멋대로 움직였다. 세 갈래로 난 채찍이 동, 서, 남쪽을 동시에 후려치는가 하면, 나를 견제하기 위해 뛰어다니는 흑십자기사단원을 기습공격하기도 했다.

“히히힝!”

“큭!”

말이 불 채찍에 얻어맞아 구슬픈 비명을 지르며 날뛰자, 한 흑십자기사단원이 말에서 굴러 떨어지고 말았다.

내가 채찍을 휘두르는 동작만 보고 대비를 한 까닭에 내 동작과 상관없이 멋대로 움직이는 채찍에 당한 것이다. 사실상 채찍을 휘두르는 건 내가 아니라 샐러맨더인데 말이다.

하늘을 날아다니며 계속해서 불 채찍을 휘둘러 병사들을 성벽 아래로 떨어뜨린 나는 이번에는 운디네에게도 명령했다.

“운디네! 물 채찍!”

-응!

불 채찍과 마찬가지로 세 갈래로 난 물의 채찍이 반대편 손에 쥐어졌다.

그렇게 양손에 쥐어진 불과 물의 채찍은 무서운 위력을 발휘하였다. 총 여섯 갈래의 채찍이 사방으로 날아들며 혼트 제국군을 공격했다.

마치 먼지떨이개로 청소를 하듯이 성벽에 먼지처럼 붙어 있는 병사들을 털어버리는 것이었다.

“이놈! 이리 와서 나와 싸우자!”

흑십자기사단원 한 명이 나를 올려다보며 고래고래 고함을 질렀다.

그래?

그렇다면 한 번 내 공격을 받아보시든지.

나는 두 채찍을 동시에 휘둘렀다. 여섯 갈래의 채찍이 고함을 지르는 기사단원에게 정면으로 날아들었다.

기사단원은 들고 있던 할버드에 오러를 잔뜩 불어넣었다. 그리고 할버드를 휘두르는 순간, 채찍들이 갑자기 방향을 틀었다.

쫘아아악!

시계방향으로 선회하더니 단숨에 뒤에서 말꽁무니를 후려쳤다. 기사단원은 타고 있던 말과 함께 통째로 날아올라 성벽 아래로 추락했다.

“히히히힝!”

“으악! 안 돼!”

나랑 싸우자면서? 원하는 대로 해줬으니 죽어도 여한은 없을 거야.

그러나 아쉽게도 말과 함께 추락한 기사단원은 목숨을 부지했다. 몇몇 마법사가 펼쳐준 비행마법 덕에 천천히 지상에 내려앉은 것이다.

“비겁한 놈!”

“그러고도 대정령사냐!”

동료가 한 방에 나가떨어지자 흑십자기사단이 일제히 화를 내며 성토했다.

나 참, 누구더러 대정령사래. 그리고 대정령사면 흑십자기사단 전원과 정면대결을 해야 할 의무라도 있는 거냐고.

대정령사 같은 거 안 해도 되니까 나한테도 너희들처럼 10만 대군이 있었으면 좋겠다.

채찍질이 계속되면서 혼트 제국군의 피해도 속출했다. 그와 함께 내가 노렸던 또 다른 효과가 서서히 나타났다.

바로 불 채찍과 물 채찍이 충돌할 때마다 뿌옇게 이는 수증기!

시간이 흐르자 수증기가 잔뜩 일어나 안개처럼 템플 오브 나이트를 뿌옇게 감싸버렸다. 한 치 앞도 보기 힘든 안개를 만들어서 1층 식당 쪽에 있는 비밀통로로 퇴각 중인 뮤트 공작군을 숨긴 것이다. 

내가 남들이 말하는 것처럼 위대한 대정령사는 아니지만, 일상생활을 정령술과 함께 하다 보니 나름대로 요령이 많이 생겼다. 정령술을 어떻게 써먹을지 궁리해보는 것이 습관화되어서 이런 방법도 떠올릴 수 있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