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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의 대가-432화 (432/529)

<-- 432 회: 경영의 대가 17권 -->

샐러맨더는 자기가 직접 가는 대신 작은 불똥을 수십 개씩 만들어내어 혼트 제국군 진영으로 쏘아 보냈다.

작은 불씨도 다시 보자는 말이 있지.

정령친화력을 최대한 적게 써서 큰 효과를 내려면 불장난만큼 좋은 것도 없었다.

게다가, 지금 저 진지에는 륭겐 후작이 골골대며 몸져 누워있지 아마?

진지에 불이 붙으면 혼트 제국군은 기겁해서 화재부터 진압하려 할 것이다. 흑십자기사단의 수장이자 영웅적인 무인인 사람이 화재로 죽게 놔둘 리가 없으니까.

불똥들이 날아가 혼트 제국군 진영의 막사에 붙었다.

샐러맨더가 부린 불꽃은 평범한 불이 아니었다. 삽시간에 막사를 태우며 불길을 키우기 시작했다.

커다란 화재가 일어나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부, 불이야!”

“불을 꺼라!”

“맙소사! 사령관님의 막사에 불이 붙지 않게 해!”

“물! 어서 물 가져와!”

물을 달라고?

그럼 줘야지. 물.

“운디네.”

-응!

운디네가 모습을 드러냈다.

“쟤네들이 물을 가져오라네. 그럼 물을 줘야지?”

-응.

내 생각을 읽은 운디네는 즉각 행동에 나섰다.

물의 정령을 전투에 쓸 때, 한 가지 명심해야 할 점이 있다. 건조한 지역보다, 물이 인근에 있는 지역에서 싸우는 편이 훨씬 유리하다.

허공중에 널리 퍼져 있는 수분을 뭉쳐서 물을 만들어내는 것보다, 이미 있는 물로 공격을 하는 편이 훨씬 정령친화력의 소모가 적기 때문이다.

그래서 강가나 개울가가 있는 곳은 운디네를 사용하기에 딱 적합하다.

……아니면 땅속에 지하수가 다량 매장된 곳이라든지.

퍼어엉!

혼트 제국군의 한복판에서 땅이 무너지며 물이 솟구쳤다. 운디네가 땅속 깊숙이에 매장된 지하수를 끌어올린 것이다.

물은 살아 있는 수룡처럼 꿈틀거리며 병사들을 휩쓸었다.

“으아아!”

“호, 홍수다!”

“아악!”

물은 혼트 제국군 병사들을 가로지르며 질주했다. 강물에 휩쓸리는 낙엽처럼 병사들은 정신없이 물에 휩쓸렸다.

격류가 휩쓸고 지나간 자리는 질척질척한 진흙탕이 되었다. 이것 역시 내가 노린 것이었다. 진흙탕으로 만들어서 적군의 움직임을 굼뜨게 만드는 것!

“이건 꿈이야…… 다 악몽이라고!”

어느 어린 병사가 절규했다.

그래, 마음껏 두려워해라. 공포에 질려서 어쩔 줄을 몰라 해라. 너희가 아직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재앙만을 체험하게 해줄 테니까.

자, 쥬르덴 후작.

이제 어쩔 테냐?

상대가 상급 정령사라고 이대로 일방적으로 당하고만 있을 양반이 아니잖아?

***

“이곳에서도 나타났구나, 카록 리간드 후작.”

눈앞에는 마법으로도 선뵐 수 없는 기절초풍할 장관이 펼쳐지고 있었다. 공성탑을 나란히 옆으로 쓰러져 있고, 진지는 불타고 있고, 격류가 치솟아 병사들을 쓸어 담고 있었다.

하지만 쥬르덴 후작은 침착했다.

아군 병사들이 겁에 질려 아우성치고 있었지만, 실질적인 피해는 보이는 것처럼 크지 않았다.

문제는 아군 병사의 사기가 뚝 떨어진데다가 혼란에 빠져 있는 상황이지, 사상자가 몇 명이냐가 아니었다. 전쟁은 숫자놀음이 아니다.

“마법사들은 무엇을 하고 있느냐?”

“실프의 공격을 받고 있어서 방어에 치중하고 있습니다!”

“마법사 전력을 철저하게 견제하고 있군.”

카록 리간드 같은 대정령사가 주의를 기울이며 경계하고 있다면, 마법사 전력으로 타격을 입히기란 힘들다.

하지만 레던 왕성 전투 때라면 모를까, 지금 쥬르덴 후작에게는 쓸 수 있는 유용한 전력이 또 하나 있었다. 아마도 대륙에서 가장 흉포하고 강력한 무력집단이.

“흑십자기사단 앞으로!”

흑십자기사단.

륭겐 후작이 키워낸 최강의 기사단이 나섰다.

쥬르덴 후작의 명령이 떨어졌다.

“가서 카록 리간드의 목을 쳐라!”

“옛!”

흑십자기사단은 일제히 돌격을 개시했다.

쥬르덴 후작은 마법사들에게도 명령을 내렸다.

“흑십자기사단을 지원해라! 모든 장애물을 뛰어넘어 놈이 있는 성벽 위로 올라설 수 있도록 마력을 아끼지 말고 지원해라!”

흑십자기사단의 돌격은 전장의 분위기를 바꿔놓았다.

검정색 일색의 기사단이 전장을 가로지르며 질주했다. 홍수로 진흙탕이 된 땅을 힘차게 박차며 달리는 군마들. 이윽고 그 앞을 쓰러진 공성탑들이 가로막았다.

그 순간, 마법사들이 일제히 마법을 펼쳤다.

흑십자기사단은 일제히 말과 함께 점프했다. 마법사들이 집중적으로 펼친 비행마법이 그들을 높이 띄워 올렸다.

흑십자기사단은 공성탑을 뛰어넘는데 성공했다!

“와아아아!”

그 놀라운 광경에 병사들 사이에서 함성이 터져 나왔다.

흑십자기사단에게 위협을 느꼈던 것일까.

흙의 창들이 흑십자기사단에게 쏟아졌다. 흑십자기사단 또한 오러를 피워 올린 무기로 맞섰다.

콰콰콰쾅― 퍼퍼펑!

몇 명이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낙마했다. 하지만 흑십자기사단의 돌진은 멈추지 않았다.

이번에는 공성탑보다 훨씬 더 큰 장애물을 만났다. 바로 템플 오브 나이트의 성벽이었다.

“한 번 더!”

“플라이!”

“플라이!”

마법사들이 다시 흑십자기사단에게 비행마법을 집중시켰다. 실프의 바람의 창이 그들의 목숨을 위협했지만, 방어를 맡은 마법사들이 실드를 중첩으로 펼쳐서 막았다.

흑십자기사단이 말을 탄 채로 점프했다. 성벽도 뛰어넘겠다는 듯이 호기롭게 말이다.

파아앗!

흑십자기사단 전원이 비행마법에 의해 띄워졌다. 하늘을 나는 검은 갑옷의 기사단! 그것은 신화 속의 한 장면처럼 웅장했다.

그 순간, 이번에는 불꽃이 그들을 습격했다.

활활 타오르는 불꽃과 격렬히 불어오는 폭풍이 합쳐지더니, 불꽃으로 이루어진 회오리가 만들어졌다. 불꽃의 회오리가 흑십자기사단을 덮쳤다. 흑십자기사단은 오러를 있는 대로 퍼부으며 맞섰다.

콰르르르릉―!

“히히힝!”

군마들이 비명을 질렀다. 기사단원 6인이 불꽃의 회오리에 막혀 추락하고 말았다.

하지만 흑십자기사단이 일제히 힘을 합쳐 쏘아낸 오러공격은 불꽃의 회오리를 와해시키는데 성공했다.

흑십자기사단은 성벽 위로 올라서는데 성공했다.

“됐다!”

“진짜로 성벽에 올라갔어!”

“역시 흑십자기사단!”

병사들이 함성을 지르며 좋아했다.

상상을 초월하는 정령술 공격에 무너졌던 사기가 다시금 살아나고 있었다.

이때다 싶은 쥬르덴 후작은 직접 성큼성큼 걸어 진흙탕으로 나섰다. 카록 리간드가 흑십자기사단에게 집중하고 있는 지금이 혼란을 수습할 기회였다.

“전군! 진격하라!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정해져 있다! 더 이상 우왕좌왕하지 말고 나를 따라라!”

“사, 사령관 각하!”

호위 기사들과 병사들도 다급히 쥬르덴 후작을 뒤따른다.

“진흙탕이 있으면 진흙탕을 밟고 지나가면 된다! 무엇이 문제냐?”

쥬르덴 후작이 고함을 질렀다.

그런 사령관의 모습에 우왕좌왕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있던 혼트 제국군이 마침내 정신을 차렸다.

사령관이 직접 진흙탕에 발을 들였다. 마땅히 자신들도 전진해야 했다.

병사들이 일제히 전진했다.

“가로막는 장애물이 있으면 치워버리면 된다! 무엇이 문제란 말이냐?!”

병사들이 너도나도 붙어서 쓰러져 있는 공성탑을 치우기 시작했다. 로프에 매달로 끌어당기며 치웠다. 어마어마한 숫자 앞에서는 그 무엇도 걸림돌이 되지 못했다.

쥬르덴 후작은 템플 오브 나이트의 성벽을 가리켰다.

“성벽이 있거든 올라라! 점령해라! 너희는 그러기 위해 이곳에 왔다!”

“와아아아―!”

혼트 제국군이 악에 받친 함성을 질러댔다.

돌격병들이 달려들어 성벽에 붙었다. 성벽 틈새에 나이프를 박아 넣어 발판 삼으며 기어올랐다.

성벽에 사다리를 걸치고 로프를 던졌다.

혼트 제국군의 무서움이 다시금 살아나고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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