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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의 대가-411화 (411/529)

<-- 411 회: 경영의 대가 16권 -->

그런데 바로 그때였다.

-크헤헤! 땔감이 많아서 좋다!

전신이 이글이글 타오르는 거대한 불새가 상공에 나타나 천박하게 웃었다.

충격적인 이변.

양측 모두 놀라 싸움이 잠시 중단되고 다들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온 세상을 다 불태울 것만 같은 거대한 불새는 레던 왕성 사람들로서는 퍽 익숙한 존재였다.

“오셨다……!”

버나드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후작님께서 오셨다! 카록 리간드 후작님께서 오셨다고! 이제 우리는 살았어!”

그것을 시작으로 여기저기서 뜨거운 환호가 폭발했다.

“으아아! 이제 살았어!”

“재상 각하 만세!”

“대정령사 카록 리간드!”

“이젠 네놈들 차례다! 혼트 제국 자식들!”

“만세―!!”

저택 수비군은 서로 얼싸안고 눈물까지 흘리며 기뻐했다. 절망의 끝에서 구사일생으로 구원을 받은 것이었다.

이윽고 불새가 지상으로 낙하했다. 혼트 제국군 병력이 밀집된 한복판으로 불새가 혜성처럼 날아들었다.

“피, 피해!”

“으악! 죽는다!”

“괴물이야!”

혼트 제국군 병사들이 비명을 지르며 뿔뿔이 흩어져 달아나려 했지만, 워낙 숫자가 많아서 서로 떠밀리고 혼란만 가중될 뿐이었다.

콰르르릉―!

마침내 일어난 대폭발! 거대한 폭렬 속에 삽시간에 수백여 명이 잿더미가 되었다.

-신난다! 크헤헤헤!

불새는 다소 맛이 간 듯한 광소를 터뜨리며 육중한 몸뚱이를 이리저리 뒹굴어댔다. 거대한 날개를 가진 주제에 땅에서 뒹굴어대니 꼴사납기 이를 데 없었지만, 주위에 있는 혼트 제국군 병사들 입장에서는 재앙 그 자체였다.

화르르륵― 콰릉! 콰콰쾅!

“끄아악!”

“살려줘!”

“악마야! 괴물 불새야!”

땅을 뒹굴 때마다 뜨거운 화염으로 이루어진 불새의 몸뚱이에 병사들이 타죽었다. 혼트 제국군의 진열이 엉망진창이 되었다.

죽어나가는 혼트 제국군의 숫자만큼이나 저택 수비군의 함성은 커져만 갔다. 모두가 한 마음이 되어서 카록 리간드 후작의 이름을 연호하였다.

혼트 제국군도 일방적으로 당하고만 있지는 않았다.

“저건 불의 상급 정령 샐러맨더다.”

“속박해버려!”

혼트 제국군 진영의 마법사들이 깽판을 피우는 샐러맨더를 향해 일제히 정령속박마법을 펼쳤다. 기다란 마나의 로프가 이리저리 거대한 불새의 모습을 하고 있는 샐러맨더를 휘감았다.

-크에엑! 놔라! 놔! 크악! 놓으라고 땔감들아!

어찌나 버둥거리는지 속박을 하고 있는 마법사들이 진땀을 흘릴 정도였다. 꽁꽁 묶인 채 요란법석을 떨며 버둥대니 한층 더 꼴사나웠다.

하지만 혼트 제국군의 재앙은 그걸로 끝난 게 아니었다. 아니, 이제부터가 시작이라고 할 수 있었다.

하늘에서 흙으로 이루어진 창 수십여 발이 일제히 쏟아졌다.

“헉!”

“마, 막아!”

“누가 실드를……!”

마법사들은 크게 당황했다.

흙의 창들은 하나같이 마법사들을 노렸기 때문이다. 다들 샐러맨더를 속박하는데 매달리고 있어서 방어마법을 펼칠 틈이 없었다.

콰콰콰콰콰콰쾅―!!

지축을 뒤흔드는 천재지변 같은 공세. 마법사들은 목숨을 부지하지 못했다. 처음부터 마법사들의 이목을 끌어 빈틈을 만들기 위해 샐러맨더가 쇼를 한 거라는 사실을 그들은 죽는 순간까지도 알지 못했다.

정령속박마법을 펼치고 있던 마법사들이 몰살당하자 그때부터는 샐러맨더의 축제였다.

-원래 새는 땅에서도 헤엄을 칠 수 있다!

괴상한 소리를 지껄이며 샐러맨더는 말 그대로 땅을 기어 다니며 헤엄을 쳤다. 활활 불타는 두 날개를 휘저을 때마다 비명이 찢어질 듯이 울려 퍼졌다.

샐러맨더가 헤엄을 치겠답시고 대지를 한번 가로지른 듯에 혼트 제국군은 양분되어서 사분오열했다.

그리고 때맞춰서 레던 왕성의 성문이 열렸다.

“혼트 제국군을 쳐부숴라! 목표는 쥬르덴 후작의 목이다!”

때를 지켜보고 있던 레던 왕실의 군대가 마침내 나선 것이다. 앞장서서 우렁찬 목소리로 호령하는 남자는 바로 국왕 에릭 레던이었다.

질주하는 에릭 국왕의 뒤로 로열나이츠가 뒤따랐다. 왕실 병사들도 뒤를 따라 전진하며 혼란에 빠진 혼트 제국군을 격멸하기 시작했다.

-크악! 왜 기어 나오고 난리냐! 난 더 놀고 싶다!

아군에게까지도 소리를 지르며 발광하는 샐러맨더. 아군 병사들이 섞여 있으면 마음껏 불 지르며 뛰어놀 수가 없기 때문에 화를 내는 것이었다.

그렇게 추태를 부리다가 샐러맨더는 소환해제를 당했는지 전장에서 사라져버렸다.

“퇴각하라!”

쥬르덴 후작은 혼란에 빠져 통제 불능이 된 병사들을 수습하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다행히 공포에 빠진 병사들은 ‘퇴각’이라는 말을 잘 알아들었다. 어서 이 지옥에서 도망치고 싶었기 때문이다.

살아남았다는 기쁨에 환호하는 리간드 후작가 저택.

지금껏 당한 것을 갚아주겠다는 듯 전장을 질주하는 에릭 국왕의 왕실군.

수많은 병력을 잃은 채 절반이 약간 넘는 숫자를 이끌고 퇴각하는 쥬르덴 후작.

사실 샐러맨더에게 당한 숫자는 얼마 되지 않았다. 그보다는 샐러맨더로 인한 혼란 때문에 입은 피해가 더 컸다. 그러다가 사분오열된 채로 에릭 국왕의 군대에게 총공격을 받아서 피해가 가중된 것이었다.

초기에 마법사들이 흙의 창 공세에 몰살당하는 바람에 샐러맨더의 깽판을 막지 못했으니, 결국은 카록으로 인해 패퇴한 셈이었다.

***

나는 실프의 힘으로 하늘에 부양한 채 전장을 살피고 있었다.

“휴우, 이제야 안심이군.”

퇴각하는 쥬르덴 후작의 군단을 내려다보며 나는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정령친화력이 거의 바닥을 보이고 있어서 머리에 띵했다. 가뜩이나 피곤해 죽겠는데 이놈의 샐러맨더 녀석은 더 놀고 싶다고 땡깡을 피우지를 않나, 하여튼 여러모로 인생이 참 피곤하다.

사실은 아슬아슬한 싸움이었다.

뭐, 결과만 보면 내가 뿅 하고 나타나 일방적으로 학살해서 혼트 제국군이 도망친 상황이지만 말이지.

나는 혼트 제국의 수도인 황도 티베리우스에서 한바탕 싸운 탓에 정령친화력을 많이 소모했다. 그런 상태에서 쉬지도 못하고 여기까지 날아왔다. 당연히 이곳에 도착했을 즈음에는 남아 있는 정령친화력이 그리 많지 않은 상태.

그런 상태에서 쥬르덴 후작의 7만 군단과 싸웠다면 자칫하면 패할 수도 있었다. 처음에는 기습공격으로 혼란을 일으켜 우세할 테지만, 곧이어 마법사들이 정령속박마법을 펼치고 제대로 대응하기 시작하면 역전될 터였다.

그래서 나는 샐러맨더를 미끼로 던져주고 마법사들을 우선적으로 노렸다. 다행히 내 난입을 예상 못한 혼트 제국군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퇴각하고 말았다. 좋은 타이밍에 전 병력을 이끌고 나온 에릭 국왕도 훌륭했다.

아무튼 돌아왔으니 가장 먼저 에릭 국왕을 알현해야 하는 게 정상이지만, 일단은 그리운 내 집부터 가보자.

나는 저택을 향해 천천히 강하했다.

저택을 지키고 있는 수백여 명의 병력은 나를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솔직히 나는 저택이 진즉에 혼트 제국군에게 점령당해 쑥대밭이 되었을 줄 알았다.

그런데 이렇게 멀쩡하다니? 대체 누가 우리 집을 혼트 제국군으로부터 지킨 거지?

나는 저택을 지킨 수백여 사람들을 정령과 공유된 감각으로 살폈다.

용병들이 절반가량 되었고, 가문의 사병들도 보였다. 10대 중반의 애들도 상당히 많아서 나를 당혹스럽게 했다. 하나같이 몸속에 약간의 오러를 품고 있는 걸로 보아, 평범한 소년들이 아니었다.

……그렇군.

소년들의 정체는 왕립학교에 다니는 무과 학생들이 분명했다. 그런데 각자의 영지로 달아났어야 하는 왕립학교의 학생들이 이곳에 모여 내 저택을 지켜주었다니 영문을 알 수 없었다.

일단은 책임자에게 어찌 된 영문인지를 들어봐야겠군.

잠시 살피던 나는 경비대장 버나드를 발견했다. 버나드는 눈물을 흘리며 감격에 떨고 있었다. 저 양반은 왜 저러고 있어?

나는 곧장 버나드에게 날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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