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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의 대가-409화 (409/529)

<-- 409 회: 경영의 대가 16권 -->

흙 포대를 가득 실은 조각배 다섯 척이 비밀통로를 가로질렀다. 비밀통로의 중간쯤에 이르렀을 때, 존이 말했다. 

“좋아. 여기에 둑을 쌓자.” 

흙 포대를 하나씩 차곡차곡 쌓았다. 조각배들은 계속해서 와인저장고와 중간지점을 왕복하며 흙 포대를 날랐다. 오러를 다룰 줄 아는 학생들을 동원한 덕분에 모두들 힘겨워하지 않고 흙 포대를 잘 날랐다. 

열심히 작업한 끝에 밑바닥에서 수면 위로 50cm높이까지 튼튼하게 쌓인 둑이 완성되었다. 

“좋아. 이제 우리는 여기서 적을 맞이할 거야. 모두들 활과 화살을 준비하고 적이 오면 응사한다. 혹시나 적들도 활을 쏠지 모르니까 방패도 준비해.” 

그렇게 응전태세를 완료한 존은 숨죽이고 대기했다. 로이드와 믹, 그리고 차출된 학생 열 명의 얼굴에 비장함이 감돌았다. 

두려워하는 이는 없었다. 

혹독한 전투의 경험으로 소년들은 모두 전사가 되어 있었다. 그리고 존 스페이라는 걸출한 리더에 대해 깊은 신뢰를 가졌다. 결코 패배하지 않으리라는 믿음이었다. 

이윽고 비밀통로의 저편에서 일단의 무리가 나타났다. 급조된 조각배를 타고서 서서히 노를 저어 오는 11명의 사내들. 선두에 선 당당한 기백의 젊은 청년은 존이 지겹게도 잘 아는 인물이었다. 

“니젤 쥬르덴.” 

“여기서 또 보는군, 존 스페이.” 

“사격 준비!” 

존의 외침에 학생들이 일제히 화살을 활시위에 걸어 당겼다. 

중간에 세워진 둑. 

그리고 둑에서 멀찍이 떨어진 위치에서 화살을 쏠 준비를 하는 학생들. 

이를 살펴본 니젤은 하하 웃으며 박수를 쳤다. 

“과연! 배를 타고 오지 못하게 해놓았군. 이런 장소에서도 유리한 지형을 만들어 내다니, 멋지다! 그래야 존 스페이지!” 

“칭찬 고맙군.” 

“네 분전에 경의를 표하며 한 가지 제안을 하마. 항복하면 더 이상의 희생자가 없을 거라고 약속하겠다. 물론 왕립학교 학생들은 포로가 되어주어야겠지만, 그 외의 인원은 전원 해방시켜주지.” 

“그 제안은 내가 죽거든 다시 해보아라.” 

“고집하고는. 승부가 이렇게까지 기울어진 상황에서 그렇게 저항해봐야 무엇이 남지? 어차피 너희는 졌어. 시간문제지.” 

“너희에게 식량이 없음을 안다. 레던 왕성 공략이 불가능해지니까 인질이라도 건지려고 우리에게 칼날을 돌린 거잖아. 진건 너희야. 시간문제지.” 

“알고 있었군?” 

“누구 작품인지도 알아.” 

에반 테일러를 떠올리며 존은 미소를 지었다. 

니젤 또한 피식 웃었다. 

“역시 참 지긋지긋한 꼬맹이야.” 

“누가 할 소릴.” 

“자, 그럼 여기를 어떻게 공략해볼까.” 

둑을 넘어서 공격하려면 배에서 내려서 물속을 헤엄칠 수밖에 없었다. 당연히 조각배 위에서 화살을 쏘며 응전하는 학생들 측이 월등히 유리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니젤은 여유를 잃지 않고 있었다. 

존 역시 방심하지 않았다. 상대는 니젤 쥬르덴. 싸우는 내내 상대의 맹점을 날카롭게 파고드는 적수가 아니던가. 이번에도 무슨 수를 써서 공격해올지 알 수 없었다. 

잠시 후, 니젤은 기사들에게 귓속말로 나직이 지시를 내렸다. 기사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그럼 시작하지.” 

니젤의 말이 떨어지자 기사들이 노를 젓고 둑을 향해 배를 움직였다. 

이를 보고 존이 즉시 소리쳤다. 

“쏴!” 

학생들이 일제히 화살을 쐈다. 선두에 서 있던 니젤은 현란하게 롱 소드를 휘둘러 화살을 쳐냈다. 오러를 발출하지 않고도 해낸 탁월한 검술 솜씨였다. 

“계속 쏴!” 

존은 개의치 않고 지시했다. 어차피 화살로 적을 죽일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궁시는 적의 행동에 제약을 가하는 수단일 뿐이었다. 

배가 둑에 다다르자 기사들은 둑을 넘어 물속으로 일제히 뛰어들었다. 

이를 보고 존은 흠칫했다. 

‘설마, 정말로 헤엄쳐서 공격할 셈인가?’ 

날아드는 화살을 피해 물속으로 잠수한 기사들은 천천히 물속에서 움직이며 존 일행을 향해 다가왔다. 오직 니젤만이 둑 위에 서서 그걸 지켜볼 따름이었다. 대체 무슨 꿍꿍이인지 알 수 없어서 존은 혼란스러웠다. 

그런데 바로 그때였다. 

기사들이 물속에서 일렬로 섰다. 

“이제 됐군.” 

니젤은 존을 응시하며 씨익 웃었다. 

‘뭐가 됐다는 거지?’ 

존은 여전히 니젤의 의도를 몰랐다. 

그리고 그 순간, 니젤이 둑 위에서 몸을 날렸다. 

놀랍게도 니젤은 물속에 있는 기사들의 어깨를 발판삼아 딛고 달려서 존에게로 곧장 덤벼들었다. 기사들이 물속에서 일렬로 선 것은 니젤의 발판이 되어주기 위해서였다! 

‘저런 방법이!’ 

깜짝 놀란 존은 롱 소드를 뽑아 니젤에게 대응했다. 

카앙! 

오러와 오러의 충돌음이 비밀통로에 길게 울려 퍼졌다. 근력과 오러량에서 밀린 존이 뒷걸음질을 쳤다. 니젤은 존의 조각배에 올라타는데 성공했다. 

니젤은 자신만만하게 웃었다. 

“자, 이러면 너희의 유리한 점은 사라졌지?” 

‘무서운 놈!’ 

존은 치를 떨었다. 일대일 대결은 존이 불리했다. 다섯 살의 나이차만큼이나 쌓인 경험치가 달랐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뿐이었다. 

‘차라리 물속에서 싸우는 게 낫겠어.’ 

좋은 방법을 떠올린 존은 씨익 웃어보이며 니젤에게 말했다. 

“과연 그럴까?” 

“……?” 

니젤의 얼굴에 의문이 잠시 스쳤다. 그러나 곧 그 말뜻을 알게 되었다. 존은 오러가 깃든 롱 소드로 타고 있던 조각배를 후려갈긴 것이다. 

콰지지직―! 

산산조각이 난 조각배. 타고 있던 존과 니젤이 물에 빠졌다. 당황한 니젤과 달리 존은 물속에서도 눈을 날카롭게 빛냈다. 

‘헤엄에는 내가 더 익숙할 거다.’ 

불과 몇 시간 전에도 헤엄쳐서 비밀통로를 가로질렀던 존이었기에 망설임 없이 수중전을 택할 수 있었다. 니젤은 수영에 익숙하지 않을 거라고 판단한 것이다. 

그 판단은 옳았다. 

“지독한 놈!” 

니젤은 간신히 균형을 잡고 수면위로 얼굴을 꺼내며 치를 떨었다. 수영을 할 줄 모르는 건 아니지만 오랫동안 말 위에서 생활한 탓에 익숙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입고 있는 갑옷도 물속에서는 방해가 되었다. 

존은 물속 깊이 잠수한 채 니젤을 향해 날렵하게 움직였다. 니젤과 달리 수중전을 염두에 두고 있던 존은 가벼운 차림이었다. 

그렇게 물속에서의 난투가 시작되었다. 

‘제길, 일단 갑옷부터 벗어야겠는데!’ 

니젤이 생각했던 싸움은 해전 같은 개념이었지, 수중전이 될 줄 알았으면 무장을 무겁게 하고 오지는 않았을 터였다. 아무리 뛰어난 니젤이라도 이런 점까지 일일이 염두에 두지는 못했던 것이다. 

물속에서 민첩하게 다가오는 존을 보고 니젤은 황급히 뒤로 물러나려 했다. 그러나 물살을 가로지르는 존의 속도가 더 빨랐다. 

“대장님!” 

때마침 기사 한 명이 존을 가로막았다. 

존은 방해가 되는 기사를 먼저 제거하기로 하고 롱 소드를 치켜세웠다. 

그런데 기사가 들고 있던 바스타드 소드에서 오러가 피어오르자 존은 깜짝 놀라 멈췄다. 오러 엑스퍼트 수준의 기사라면 손쉽게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던 것이다. 

그러나 기사 또한 물속에서의 행동에 익숙하지 않은 것은 마찬가지. 

존이 몸을 비틀고 벽을 박차며 측면에서 덤비자 기사는 허둥거렸다. 

콰직! 

아깝게도 존의 롱 소드는 기사의 갑옷만을 박살냈다. 존이 기사를 몰아세우는 사이, 니젤은 황급히 입고 있던 갑옷을 풀어 벗어던졌다. 부츠와 투구까지 모두 벗고 나자 기사를 도와 존을 공격했다. 

협공을 당하는 형국이 되었지만 존은 당황하지 않고 공중제비를 돌며 방향을 전환해 뒤로 물러났다. 월등한 수영 실력을 이용해 치고 빠지며 상대할 생각이었다. 

존이 물러서자 뒤쪽에 있던 로이드가 외쳤다. 

“이때다! 쏴!” 

조각배에 타고 있는 학생들이 일제히 화살을 날렸다. 니젤과 기사들은 날아오는 화살을 막아내느라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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