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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의 대가-405화 (405/529)

<-- 405 회: 경영의 대가 16권 -->

니젤은 질풍처럼 기병대 500명을 이끌고 왕립학교에 도착했다. 왕립학교는 교문이 닫혀 있었고 주변은 조용했다. 

시장바닥처럼 상인들이 인근에 진을 치고 장사를 해왔던 흔적은 역력한데, 남은 사람은 한 명도 없이 허전한 풍경은 을씨년스럽기 짝이 없었다. 모두 전쟁을 피해 달아난 것이었다. 

“혹시 모르니 남아 있는 사람이 있나 찾아보아라.” 

“옛!” 

기병들이 사방을 돌아다니며 상인들이 장사를 하기 위해 임시로 지은 건물들을 살폈다. 혹시라도 피난가지 않고 숨어 지내는 사람이 있을 지도 몰랐다. 그리고 그 민간인을 잡아 심문하면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을 터였다. 

그러나 잠시 후 기병들은 돌아와 보고했다. 

“없습니다.” 

“쳇.” 

니젤은 혀를 찼다. 

전투가 벌어지기 전에 이미 학생회장 미첼이 모든 상인을 퇴거시켰다는 것을 그가 알 리가 없었다. 학교 인근 상권을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을 학생회가 얻었기에 미첼은 이를 행사하여 모두를 추방시키듯이 피난 보낸 것이다. 남아 있다가 혼트 제국군에게 붙잡힌 상인이 앞잡이 노릇을 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는데, 미첼의 그 판단은 훌륭히 들어맞았다. 

“19천인대 소속의 기병 100인은 계속 인근을 수색해서 보이는 사람이 있거든 이유 불문하고 사로잡아 데려와라.” 

“옛!” 

호명된 19천인대 소속의 기병 100인이 뿔뿔이 흩어져 수색을 계속하였다. 

“나머지는 나를 따라라. 학교 안으로 진입하겠다.” 

“옛!” 

니젤은 박차를 가하여 닫힌 교문을 향해 달렸다. 롱 소드를 뽑아 오러를 내뿜으며 힘껏 내리쳤다. 

콰아앙―! 

교문이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거칠게 열려졌다. 

‘별도의 잠금장치는 없군. 그냥 닫아놓기만 했어. 그럼 충분히 많은 사람이 드나들 수 있었다는 뜻이다.’ 

니젤은 비밀통로가 학교 내부에 있고, 원군이 그곳을 통해 저택으로 진입했다고 추측했다. 

니젤은 다시 지시를 내렸다. 

“20천인대 소속의 기병들은 건물 안을 샅샅이 뒤져서 숨겨져 있는 비밀통로의 입구나 숨어 있는 사람을 찾아내라. 보이는 사람은 무조건 사로잡아 끌고 와라.” 

“옛!” 

다시 기병대 100인이 떠났다. 

니젤은 남은 300명과 함께 교내를 한 바퀴 쭉 둘러보았다. 상당히 넓어서 말을 타고 둘러보는 데도 시간이 꽤 걸렸다. 

특별히 눈에 띄는 게 없자 니젤은 남은 병사들에게 말했다. 

“너희도 모두 흩어져서 교내를 샅샅이 수색해라.” 

“옛!” 

병사들과 함께 니젤 자신도 교내를 유심히 살피고 다니기 시작했다. 

*** 

노를 저어 비밀통로를 가로지르니 어느새 조각배가 왕립학교의 호수 앞에 이르렀다. 비밀통로의 출구에 이르자 존은 노를 반대로 저어서 조각배를 멈춰 세웠다. 

“자, 받아.” 

존은 노를 미첼에게 건네주었다. 

“헤엄쳐서 가게?” 

“그래야지. 지금쯤 놈들이 학교에 쫙 깔려 있을 테니까.” 

“들키지 않고 헤엄쳐서 나올 수 있겠어?” 

“호수에 관심을 갖지는 않고 있을 거야. 물속에서 숨을 참고 있다가 기회를 봐서 슬쩍 빠져나가야지.” 

미첼로서는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는 이야기였지만, 오러 엑스퍼트인 존이니 그러려니 싶었다. 

“그럼 다녀올게.” 

“그래.” 

존은 조용히 물속으로 들어갔다. 수면 아래로 깊숙이 파고들어 자취를 감추었다. 물소리 하나 안 내고 잠수하는 그 모습에 미첼은 내심 감탄했다. 

“건투는 빈다.” 

미첼은 노를 저어 저택 쪽으로 뱃머리를 돌렸다. 

그렇게 미첼이 떠나간 후, 존은 기회를 엿보다가 슬그머니 수면 밖으로 얼굴을 내밀고 주위를 살폈다. 

말발굽소리가 요란하게 들리기는 했지만, 호수는 활엽수들로 둘러싸인 지형을 띠고 있었기 때문에 은밀히 행동하는데 용이했다. 

안심하고 뭍으로 나온 존은 커다란 활엽수 뒤에 숨었다. 그런데 그때 말발굽소리가 점점 가깝게 들려오기 시작했다. 혼트 제국군 기병 한 명이 호수 쪽으로 다가오는 것이었다. 

‘이크. 조심해야지.’ 

몸을 잘 숨긴 존은 숨죽이고 있다가 문득 번개처럼 한 생각이 스쳤다. 저 적병을 죽이고 갑옷과 말을 탈취하면 쉽게 빠져나갈 수 있을 것 같았다. 덤으로 말도 얻어서 더 빨리 이동할 수도 있다. 

존은 맹수처럼 소리 없이 눈빛을 빛냈다. 

기병은 호수 앞에서 말을 멈춰 세우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 틈에 존은 조금씩 거리를 줄여나갔다. 

아무도 없다고 판단한 기병이 다시 말머리를 돌리려 할 때였다. 존은 비호처럼 달려 나가 기병의 목에 롱 소드를 꽂아 넣었다. 

푸욱― 

“……?!” 

목을 꿰뚫린 기병은 비명마저 목안에 들어온 칼날에 막힌 채 절명하고 말았다. 

“휴우, 익숙해져야지.” 

전투 경험으로 인해 많이 익숙해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사람은 죽인 찜찜한 기분이 달갑지 않는 존이었다. 

존은 죽은 기병에게서 갑옷과 투구, 부츠 등을 벗겼다. 그리고 시신을 호수로 끌고 들어갔다. 시체와 함께 물속으로 잠수한 존은 호수 바닥에 있는 커다란 바위를 발견했다. 

오러의 힘을 발휘하여 시체를 끌고 호수 바닥까지 헤엄치는데 성공한 존은 바위를 살짝 들어올렸다. 바위에 시체의 팔을 끼워놓았다. 시체가 물에 뜨지 않게 하기 위함이었다. 

‘쉽게 발견되지는 않겠지.’ 

호수 인근에서 시체가 발견되면 비밀통로의 존재를 들킬 우려가 있기 때문에 벌인 조치였다. 

호수에서 나온 존은 기병의 갑옷으로 무장하고 말에 올라탔다. 

“이랴!” 

히히힝! 

존은 말을 몰고 교문을 향해 달렸다. 혼트 제국군 기병들이 교내를 수없이 돌아다니고 있었기 때문에 존은 그다지 눈에 띠지 않았다. 

‘좋아. 성공이다.’ 

무사히 교문으로 빠져나온 존은 즉시 동쪽으로 뻗어 있는 북부대로를 따라 달렸다. 

*** 

니젤이 이상을 알아차린 것은 그로부터 한 시간이 지났을 무렵이었다. 

21천인대 1백인대 소속의 십인장이 자기 휘하의 십인대 인원을 점검하다가 결원이 하나 발생했음을 알아차린 것이다. 교내를 찾아봐도 빠진 병사를 찾아낼 수가 없자 즉각 직속상관인 백인장에게 보고했고, 이 보고는 니젤에게 이어졌다. 

“한 명이 실종되었다고? 찾아보았나?” 

“예. 담당구역을 아무리 찾아봐도 없었습니다.” 

군기가 철통같은 혼트 제국군의 병사가 보고도 없이 자기 담당구역을 이탈했을 리는 없었다. 그렇다면 역시 적에게 당했다고 의심해봐야 했다. 

‘비밀통로를 통해 빠져나온 적이 병사를 죽이고 갑옷과 군마를 훔쳐 달아났다고 봐야겠지? 시신을 유기하기는 쉬워도 군마까지 눈에 띄지 않게 숨기기는 힘드니까.’ 

아마 존 스페이는 자신이 기병대와 함께 왕립학교로 향한 것을 성벽 위에서 보았을 것이다. 

그리고 비밀통로를 통해 한 명이 빠져나와 병사 하나를 죽이고 군마를 훔쳐 타고 학교를 벗어났다. 

어째서일까? 

깊이 생각해보던 니젤의 뇌리로 한 생각이 번개처럼 스쳤다. 

‘그렇군! 저택으로 오고 있는 지원군이 더 있는 거야! 그 지원군의 존재를 나에게 들키면 안 되기 때문에 이런 일을 벌인 것이다.’ 

니젤은 존의 의중을 거의 알아차렸다. 그는 즉시 병사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학교 건물 내부를 수색하던 인원을 전부 집합시켜라. 21천인대 소속의 기병들은 실종된 병사의 담당구역을 집중수색하고, 나머지는 나를 따라라. 군마를 훔쳐 달아난 적을 추적할 것이다.” 

“옛!” 

기병들이 니젤의 명령을 받고 분주하게 움직였다. 니젤은 득의양양한 미소를 지었다.

‘꼬리를 잡게 된다면 승리는 나의 것이다!’ 

홀로 비밀통로로 빠져나와 기병을 죽이고 군마를 탈취해 돌파했다면, 그건 보통 인물이 아니다. 저택 수비군 내에서도 출중한 실력과 높은 지위를 가진 주요 인물일 터.

‘아니, 어쩌면 존 스페이 본인이 스스로 나섰을 가능성도 있겠군.’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니젤은 병사 하나를 시켜서 따로 지시를 내렸다. 현재 저택을 지키고 있는 수비군 중에 존 스페이가 보이는지 확인해보라는 지시였다. 안 보인다면 군마를 탈취해 달아난 적이 바로 존 스페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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