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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의 대가-403화 (403/529)

<-- 403 회: 경영의 대가 16권 -->

“그쪽이 이곳의 지휘관입니까? 듣긴 했지만 정말 어려 보이시군요.” 

키가 작고 체격이 다부진 중년 사내가 존에게 말을 건넸다. 어려 보인다는 말에 존은 눈살을 찌푸렸고, 미첼이 나서서 소개해주었다. 

“이 사람은 브라만 용병단의 단장 브라만 씨야.” 

“반갑습니다. 이곳의 대장인 스페이 백작가의 장남 존입니다.” 

“브라만입니다. 용병경력은 30년이 다 되어가고 용병단을 이끈 지는 20년이 조금 안 됐습니다.” 

브라만은 간단하게 자신의 경력을 과시하였다. 전쟁에 대한 자신의 경험이 존이 살아온 세월보다 길다는 것을 강조하는 모양이었다. 

“경력이 상당한 베테랑이시군요.” 

존은 기선제압을 하려 드는 브라만의 태도를 알아차렸지만, 딱히 불쾌한 내색을 띠지 않고 가볍게 넘겼다. 지금은 아군끼리 주도권 놓고 신경전이나 벌일 때가 아니었다. 

“여유가 많지 않으니 본론부터 들어가지요. 용병들의 전력이 어느 정도인지 간단히 설명 부탁드립니다.” 

“좋습니다. 브라만 용병단의 숫자는 총 123명으로 그중 2인은 4서클의 마법사입니다. 그리고 다른 용병들도 합류하여서 대략 2백여 명이 됩니다.” 

“오러가 느껴지는데 오러 유저이십니까?” 

“예, 상급 수준입니다.” 

“휘하 단원들 중에서도 오러 유저가 또 있습니까?” 

“세 사람 정도가 오러를 다룹니다. 능숙한 수준은 아닙니다만…….” 

“그 점은 조금 아쉽네요. 아무튼 아군에 큰 보탬이 될 것 같아서 기쁩니다.” 

이번에는 브라만이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생각해보니 눈앞의 금발 소년은 오러 엑스퍼트의 천재였다. 그런 천재의 눈에는 자신들이 보잘 것 없이 보일 수도 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렇다고 기죽을 브라만이 아니었다. 존보다 훨씬 거물급인 기사들도 수없이 만나 작전을 수행해본 그였다. 

“일단은 저희도 전황이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 이해하고 싶은데, 지금까지의 전투 상황을 들려주실 수 있으십니까?” 

“물론이지요.” 

존은 지금까지의 경위를 여과 없이 들려주었다. 과장하거나 축소하는 일 없이 상세하게 모든 것을 설명해주었다. 이야기를 들을수록 브라만의 얼굴에 놀라움이 떠올랐다. 

‘대단한 지휘관이잖아? 오면서 듣긴 했지만 그래봤자 어린애라고 생각해서 걱정했는데, 어떻게 이런 어린 나이에…….’ 

이야기를 듣고 보니, 보통의 지휘관이 보일 수 없는 공방전이었다. 니젤 쥬르덴이라는 적장도 그렇고 존 스페이라는 소년 또한 놀라운 판단력과 침착성을 가졌다. 오랜 경험을 가진 브라만으로서도 이처럼 좋은 지휘관을 만나본 사례는 손에 꼽을 정도였다. 

사실 브라만이 존에게 일부러 우쭐한 태도로 기선제압을 하려던 것도 의도된 것이었다. 

용병들은 대체로 귀족에 대한 인상이 좋지 않은데, 이유는 전쟁을 많이 겪은 역전의 노장이 아닌 이상 하나같이 지휘관으로서 엉터리들이기 때문이다. 그런 주제에 군대를 지휘하는 권한은 절대 남에게 맡기고 싶어 하지 않아 사고를 치고는 했다. 그 때문에 희생된 용병들의 숫자가 한둘이 아니다. 

때문에 브라만은 존 스페이라는 애송이 지휘관이 아군을 잡는 어리석은 명령을 내릴 시 단호히 거부하기 위하여 강하게 나왔던 것이다. 

그런데 그런 걱정이 사라져버렸다. 

‘이런 지휘관이라면 믿고 우리 용병단의 목숨을 맡길 수 있겠구나.’ 

혼트 제국군의 매서운 공세 속에서도 이 정도 피해로 버텨낸 솜씨만 봐도 존 스페이는 함부로 아군 전력을 손실시킬 지휘관이 아니었다. 

존이 말했다. 

“그리고 우선은 당신들의 복장을 리간드 후작가 사병의 군복으로 갈아입어야겠습니다.” 

“어째서입니까?” 

“원군이 왔다는 사실을 적에게 들켜서는 안 되기 때문입니다. 전투 내내 한 번도 보이지 않았던 용병들이 갑자기 나타나면 니젤 쥬르덴은 저택에 원군이 충원되었다는 사실을 알 테고, 어딘가에 저택으로 들어가는 비밀통로가 있다는 것 또한 알게 될 테지요.” 

“아!” 

브라만은 경탄했다. 듣고 보니 존의 말이 옳았다. 

“그리고 마법사 두 명이 있다고 하셨지요?” 

“예.” 

브라만은 용병단의 마법사 2인을 불렀다. 강행군 탓에 상당히 지쳐 있는 마법사는 어기적거리며 다가왔다. 

“동일한 이유로, 저택에 마법사가 있다는 것을 들켜서는 안 됩니다. 공격마법이나 방어마법처럼 눈에 띠는 마법 외에 또 어떤 마법을 쓸 수 있습니까?” 

마법사들은 잠시 생각해보고는 답했다. 

“눈에 안 띠는 마법이라면 활력증강마법을 할 수 있습니다.” 

“간단한 상처치료마법을 할 수 있소.” 

“그럼 당분간은 그 마법으로 지원을 해주십시오. 다만, 마나를 모두 소진해서는 안 되고, 절반 이상의 여력을 남겨두어야 합니다.” 

“그건 어째서요?” 

한 마법사의 질문에 존이 답했다. 

“아무리 숨긴다 해도 결국 적군은 원군의 존재를 눈치 챌 겁니다. 적장 니젤 쥬르덴은 상당히 영리하니까요. 우리는 그때를 대비해서 여력을 남겨놓았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마법으로 공성탑을 파괴해야 합니다.” 

“공성탑을 파괴해서 적의 기세를 꺾겠다는 뜻입니까?” 

브라만의 물음에 존은 고개를 끄덕였다. 

“예. 되도록 한쪽면의 바퀴를 파괴해서 쓰러지게 만들어야 합니다. 공성탑이 쓰러져서 혼트 제국군 병사들을 깔아뭉개면 혼란까지 유도할 수 있으니까요.” 

“그런 세세한 부분까지 고려하시다니 대단하시군요.” 

브라만은 존의 세심한 작전에 혀를 내둘렀다. 존은 머리를 긁적이며 겸양했다. 

“별말씀을요. 아직 부족합니다.” 

“사실 오기 전에는 대장님의 어린 나이 때문에 걱정이 많았는데, 이제야 마음이 놓입니다. 우리 브라만 용병단은 대장님의 지휘에 기꺼이 따르겠습니다.” 

브라만은 진심을 담아 말했다. 일단 함께 싸우기로 한 이상, 명령에 충실히 따라서 지휘체계에 불화를 주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그는 알고 있었던 것이다. 

“감사합니다. 함께 잘 싸워보죠.” 

존은 손을 내밀어 브라만과 악수를 했다. 

브라만 용병단의 합류로 전투 준비는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원군이 오자 침울했던 저택의 분위기가 다시 활발해지기 시작했다. 

존은 경비대장 버나드로부터 리간드 후작가 사병의 군복을 요구했다. 

버나드는 기꺼이 창고에 있던 재고 97벌과 사병들이 각자 가지고 있던 여벌의 군복 79벌을 용병들에게 지급해주었다. 그래도 부족한 부분은 전투로 죽거나 다친 사병의 군복으로 충당했다. 

그렇게 사병들처럼 변장을 완료한 용병들을 슥 훑어보던 존은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브라만에게 말했다. 

“이제야 생각났는데, 저택을 지키는 사병의 비율이 너무 많으면 그것도 의심을 받겠군요. 용병들 중에 아직 10대이거나 어려 보이는 자를 차출해서 왕립학교 학생들처럼 변장시켜야겠어요.” 

“그, 그도 그렇군요.” 

동의하면서도 브라만은 존의 세심함에 혀를 내둘렀다. 그렇게 디테일한 부분까지 고려할 줄은 몰랐다. 

아무튼 사병이나 학생으로 변장한 용병들은 저택 성벽 곳곳에 배치가 완료되었다. 존은 전군에게 휴식을 명한 뒤, 혼트 제국군이 행동하기만을 기다렸다. 

‘병력도 충원됐고, 좀 더 버티다 보면 미첼이 사놓은 식량과 화살도 도착할 거야. 이만하면 승산이 있어.’ 

물론 혼트 제국군의 대군을 격퇴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존의 목적은 격퇴가 아니라 최대한 오랜 시간 버티는 것이었다. 어떤 경우가 됐든 쥬르덴 후작의 군단은 싸움이 장기전이 될수록 불리해진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 

마침내 니젤은 전군에게 총공격 명령을 내렸다. 양측의 모든 전력이 맞부딪친 결전이 시작되었다. 

혼트 제국군은 궁병의 궁시 엄호 하에 돌격병들이 성벽을 기어올랐고, 공성탑에서도 계속 화살을 쏘며 저택 수비군을 괴롭혔다. 

저택 수비군 또한 존의 지휘 하에 화살을 아끼지 않고 계속 일제사격을 가했다. 어차피 나중에 미첼이 구입해놓은 식량과 화살이 도착하니 아낄 필요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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