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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의 대가-397화 (397/529)

<-- 397 회: 경영의 대가 16권 -->

싸움은 밤새도록 계속되었다. 혼트 제국군의 정예 돌격병들의 공격을 밤새 시달린 리간드 후작가 저택의 학생들과 사병들은 기진맥진해 있었다.

그럼에도 용케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저택의 튼튼한 방어시설과 학생들 전원이 오러 유저 급의 무인이라는 점, 그리고 존의 탁월한 지휘력 덕분이었다.

혼트 제국군은 똑같은 곳을 계속 공격하는 법이 없었다. 삼면(三面)을 공격하다가 갑자기 한 곳에 전 병력을 집중시키는 등 변화무쌍한 패턴으로 괴롭혀왔다.

사전에 훈련을 거의 받지 않은 학생들의 약점을 정확하게 찌르고 들어온 것이었다.

성이란 굉장히 전략·전술적으로 설계된 전문 시설이다. 성의 구조에 대해 잘 알지 못하면 지키는 데에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수년 전, 카르스 황제가 유목민족 반란군을 발라트 성에 유인한 뒤 공성전으로서 일거에 몰살시킬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 같은 성의 특성 덕분이었다.

당시 유목민족 반란군은 병력이 충분했음에도 불구하고 발라트 성의 구조에 대해 전혀 몰랐기 때문에 맥없이 패배했다.

현재, 리간드 후작가 저택을 지키는 학생들이 겪는 문제도 유목민족 반란군의 사례와 비슷했다. 저택 성벽의 구조를 제대로 모르니 병력이동이 원활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했다.

때문에 처음 배치된 곳에서 자기 자리를 지키며 싸울 줄은 알아도, 혼트 제국군이 패턴을 바꿔서 공격 포인트를 전환할 때마다 그에 대응하기 위해 병력배치를 바꾸는데 많은 어려움이 생겼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바로 사병들.

경비대장 버나드 및 리간드 후작가 소속의 사병 100명은 당연히 학생들과 달리 저택의 구조를 아주 잘 알았다.

존은 사병 100명을 성벽 전 구역에 배치하고서 학생들의 길잡이 역할을 해주도록 했다. 그제야 간신히 문제를 타파할 수 있었다.

게다가 학생들은 몇몇을 제외하고는 모두 무과생들이었다. 군사학을 배웠고 성의 구조에 대해서도 당연히 배운 바 있었다. 첫 실전이라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이긴 했으나, 시간이 흐를수록 실전 속에서 그간 학교에서 배웠던 이론들이 깨어나기 시작했다.

전략·전술에 대한 이해력이 좋은 구성원으로 이루어진 군대는 아주 강한 법이었다. 존의 휘하에서 학생들은 점차 자기 역량을 120% 발휘하기 시작했다.

따지고 보면 기사가문에서 태어나 줄곧 기사로서 교육 받은 학생들이 혼트 제국군 병사보다 약할 리가 없었다. 제 아무리 혹독한 훈련을 받았다 하더라도 말이다.

그 같은 활약에 힘입어 리간드 후작가 저택은 간신히 하루를 버티는 데 성공했다.

어느덧 날이 밝기 시작했다.

아침이 오자 밤새 공격하던 혼트 제국군이 일제히 물러났다.

“와아아!”

“녀석들이 물러났다!”

“이겼다!”

저택에서 기쁨의 함성이 터져 나왔다.

“대장님, 적들이 물러납니다.”

경비대장 버나드도 한숨을 돌렸다는 듯 안도한 얼굴로 존을 보았다.

그러나 존의 얼굴은 굳어 있었다.

“대장님? 기쁘지 않으십니까?”

“아직 싸움이 안 끝났다면 어떻겠습니까?”

“예? 하지만 놈들이 지금 물러나고 있잖습니까.”

“잊으셨나요? 저들은 어제 저녁에 교대된 병력입니다.”

그제야 버나드의 안색도 굳었다.

“그, 그렇다면…….”

“밤새 휴식을 취한 병력이 다시 올 겁니다. 일부러 병력을 두 무리로 쪼개서 교대로 공격한 이유는 우리를 24시간 쉴 틈 없이 괴롭히는 것 외엔 없습니다.”

존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쉴 틈도 없이 또 다시 싸움이 시작되면 지금 기뻐하는 만큼 실망하겠죠. 지금부터 아군의 피로가 가중될 겁니다.”

“끄응, 이거 큰일이군요. 이렇게 계속 싸우면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요?”

“글쎄요.”

밤새 싸웠지만 혼트 제국군의 사상자는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전체 병력에 비해 성벽 아래에 쌓인 시체의 숫자는 턱없이 적었다. 이렇게 계속 피해가 누적되면 무시할 수 없는 수치가 될 테지만, 그 전에 존 일행이 먼저 지쳐 나가떨어질 터였다.

혼트 제국군의 지휘관은 지능적으로 저택을 괴롭혀왔다. 최대한 적은 피해로 상대의 피로를 가중시키려 들었다.

직접공격보다는 전술적인 움직임을 더 많이 시도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동쪽을 공격했다가 서쪽으로 병력을 이동시키는 등의 교란행동으로 말이다. 덕분에 존도 혼트 제국군의 움직임에 맞춰서 병력을 재배치시켜야 했고, 그건 존에게나 학생들에게나 굉장히 힘들었다.

더욱이 적의 공격에 대하여 저택이 취할 수 있는 방어는 똑같았다. 화살을 쏘고 성벽에 올라온 적은 검으로 베는 것. 계속 공격을 시도한 혼트 제국군은 이 같은 단순한 대응에 익숙해졌다. 때문에 점점 혼트 제국군의 사상자가 적어지고 있었다.

존은 속이 탔다.

아직 혼트 제국군은 꺼내지 않은 카드가 많았다. 투석기, 마법, 땅굴 등등. 다행히 저택이 동산 위에 있어서 공성탑은 걱정할 필요 없지만, 투석기가 돌을 날려대거나 성벽에 피해를 줄 수 있는 강력한 마법이 날아들면 방법이 없었다. 그냥 가만히 엄폐물에 숨는 수밖에…….

‘다행인 점은 성벽은 굉장히 튼튼해서 웬만한 마법으로는 꿈쩍도 안 한다는 것이지. 재상 각하께서 성벽을 만드실 때 이 점을 염두에 두고 일부러 단단하게 만드셨겠지. 역시 재상 각하의 선견지명은 대단하구나.’

사실 흙으로도 오러로 때려도 부서지지 않는 벽을 만들 수 있는 카록이었다. 가족의 안전을 지키는 담장(성벽)이니만큼 공들여 단단하게 만든 것뿐인데, 존은 그가 이러한 상황을 내다보고서 미리 조치를 취한 것이라 여겼다.

아무튼 현재 상황이 어려운 것만은 틀림없었다.

‘그래도 희망은 있다.’

존의 희망은 바로 미첼이었다.

군수품과 용병을 구하기 위해 거금을 갖고 떠난 미첼이 돌아온다면, 비밀통로를 통해 지원을 보내주는데 성공한다면, 힘을 얻어서 용기백배할 터였다.

게다가 싸움이 길어지면 쥬르덴 후작 군단의 입장에서도 이로울 게 없다고 판단했다.

‘뮤트 공작가를 무시하고 레던 왕성으로 달려온 이상 어딘가 식량을 조달할 수단이 있다고 봐야겠지. 하지만 어떤 방법으로 보급을 하는지는 몰라도 넉넉한 식량을 얻을 수 있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정상적인 보급루트가 아닌 이상 조달물량에는 한계가 있다고 존은 판단했다. 그러니 시간이 흐를수록 혼트 제국군의 전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들에게 한계가 올 때까지 버티는 것! 그것이 승리의 관건이었다.

이윽고 존이 말한 대로 혼트 제국군이 또다시 나타났다. 4천여 명에 달하는 병력이 다시 저택으로 오고 있자 여기저기서 한탄이 흘러나왔다.

“저, 저 새끼들 또 왔어!”

“어제 낮 내내 삽질하던 그놈들 맞지?”

“우리에게 쉴 틈을 조금도 주지 않겠다는 뜻이야.”

“미치겠네.”

학생들은 울상이 되었다.

학생들과 달리 오러 유저가 아닌 저택 사병들은 더욱 피로를 느끼고 있었다.

정신적인 피로는 비관적인 사고(思考)를 불러왔다.

“이렇게 계속 싸우면 결국 지는 거 아냐?”

“잠깐씩 교대로 잠을 자고는 있다지만 피로는 계속 누적될 거라고.”

“죽는 사람도 점점 늘 테고…… 이러다 진다고!”

존이 우려하는 상황이었다.

존은 즉시 로이드와 믹을 불러서 아군에게 독려의 말을 전달했다.

“미첼이 곧 용병을 고용해서 우리에게 보내줄 거야. 용병들이 오면 병력도 많아지고 교대로 싸우며 편히 쉴 수 있는 여유도 생겨. 게다가 적들은 곧 식량이 부족해질 거야. 그때까지만 버티면 우리가 이길 수 있어. 그러니까 조금만 더 힘내자.”

“알았어.”

“오케이.”

로이드와 믹은 그 말을 학생들에게 전달하기 시작했다.

존이 직접 오러를 담은 목소리로 아군을 격려할 수도 있었지만, 원군이 온다는 것은 절대 비밀이었다. 저택으로 드나들 수 있는 비밀통로가 있다는 사실을 적에게 들키면 안 되기 때문이다.

다행히 존의 격려가 먹혀들었다.

“그래, 조금만 더 버티자!”

“저 새끼들 식량 떨어져서 쫄쫄 굶는 꼴을 보고 말 테다!”

“아자, 아자! 힘내자!”

학생들이 큰소리로 서로를 격려했다. 전투에는 사기가 중요하다는 걸 알기 때문에 하는 행동이었다. 이처럼 금방 존의 의도가 모두에게 전달되는 것은 무과생들로 이루어진 저택 수비군의 큰 장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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