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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의 대가-391화 (391/529)

<-- 391 회: 경영의 대가 16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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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트 제국군이 레던 왕성에 출현한 것은 리간드 후작가 일가족이 왕궁으로 피난을 간 지 이틀이 지났을 때였다.

쥬르덴 후작은 500명의 기병대를 선발대로 보내 레던 왕성의 상황을 정찰케 했다. 선발대의 지휘를 맡은 인물은 바로 쥬르덴 후작의 아들인 니젤 쥬르덴이었다.

선발대를 이끌고 질풍처럼 달린 니젤은 단시일에 레던 왕성 인근 지역에 이르렀고, 레던 왕국 측의 정찰대와 맞닥뜨렸다.

“혼트 제국군이다!”

“후, 후퇴!”

50여 명에 불과한 레던 왕국의 정찰대는 즉시 말머리를 돌려 퇴각했다.

물론 니젤은 그냥 돌려보내줄 생각이 없었다.

“쫓아라!”

“옛!”

선발대가 레던 왕국 정찰대를 뒤쫓았다. 가장 빠르게 달리는 사람은 흑발을 휘날리며 능숙하게 말을 모는 니젤이었다.

놀라운 속도로 달아나는 정찰대의 뒤를 따라잡은 니젤은 롱 소드를 휘둘렀다. 오러를 발출할 필요도 없었다.

퍼억!

“끄악!”

등을 깊이 베인 정찰병이 비명을 지르며 낙마했다.

니젤은 계속해서 뒤쫓으면서 하나둘 사살했다.

레던 왕국 정찰대의 책임자로 보이는 장교가 비명을 지르듯 외쳤다.

“산개하라! 누구든 폐하께 돌아가 보고해라!”

정찰대가 뿔뿔이 흩어져서 달아났다.

‘쯧, 전부 죽이긴 틀렸군.’

되도록 레던 왕성까지 들키지 않고 접근하고 싶었던 니젤로서는 아쉬움을 느꼈다.

그 대신 니젤은 아까 현명한 판단을 내린 장교를 노리고 뒤쫓았다.

니젤은 유목민족 출신이라 해도 믿을 정도로 승마술이 좋았고, 그가 탄 흑마도 혈통 좋은 준마였다.

니젤이 바짝 쫓자 달아나기 글렸음을 느낀 장교는 말머리를 돌리고 창을 꼬나 쥐었다.

“쉽게 죽진 않는……!”

콰지직―!

니젤은 오러를 일으켜 롱 소드를 둘러싸고는 장교의 창과 목을 한꺼번에 베어버렸다.

이윽고 추격을 중단했고, 선발대 인원은 다시 니젤에게 모여들었다.

“레던 왕국의 백인장을 처치하셨습니다. 공을 세우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니젤 대장님.”

“이 정도 가지고 공까지야.”

백인장 정도 되는 적 장교를 사살한 건 작은 공적이 아니고, 하물며 정찰대라면 다른 병종(兵種)보다 혹독한 훈련을 받는 정예이기 때문에 공이 더 컸다.

하지만 혼트 제국의 거물 중의 거물인 군단장 쥬르덴 후작의 아들인 니젤은 이런 사소한 공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이 정도 규모의 정찰대를 돌린 걸 보니 국왕은 레던 왕성에서 후퇴하지 않았나보군.”

아직 레던 왕성에 도착하지 않았는데도 백인대 규모의 정찰대가 돌아다니는 걸 보니, 레던 왕성에서 싸울 생각임이 틀림없다고 니젤은 판단했다.

니젤은 씨익 웃었다.

“그래야 재미있지. 가자! 더 빠른 속도로 간다.”

“옛!”

선발대는 다시 레던 왕성을 향해 달렸다. 그렇게 몇 시간을 달린 끝에 레던 왕성이 시야에 들어왔다.

가장 눈에 띠는 것은 레던 왕성 백성들의 피난행렬이었다.

‘백성들은 피신시키고 자신은 적과 싸우겠다는 것인가? 제법 멋진 남자로군.’

니젤은 속으로 에릭 국왕을 칭찬했다.

만약 에릭 국왕이 주력 병력과 함께 레던 왕성에서 철수했다면, 쥬르덴 후작 군단은 미처 피난가지 못한 백성들을 약탈하고 텅 빈 왕궁에 들어가 그들이 가져가지 못한 보급품을 획득했을 것이다. 일은 쉽지만 재미는 없었으리라.

그런데 일국의 수도에서 국왕과 대결을 하게 되었으니 젊은 니젤로서는 그편이 훨씬 피가 끓고 흥분되는 일이었다.

레던 왕성은 충분히 농성(籠城) 태세를 갖춘 모습이었다. 성벽마다 궁병들이 배치되어서 삼엄하게 지키고 있었다. 그리고…….

‘응?’

니젤은 의아함을 느꼈다.

레던 왕성 남문 방면에 우뚝 서 있는 저택이 눈에 들어왔다. 작은 동산 위에 있는 아름다운 저택은 높은 성벽과 깊은 해자로 둘러싸여 있어서 척 보기에도 공략하기 까다로워보였다.

‘저게 리간드 후작가의 저택이겠군.’

레던 왕실이 자랑하는 대정령사 카록 리간드가 지었다는 전설적인 저택을 직접 보니 감탄이 나왔다. 저런 걸 단 한 사람의 힘으로 하루아침에 만들었다고 하니 놀랍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그 저택 또한 병사들이 배치되어서 싸울 준비를 하고 있는 게 아닌가.

무엇보다도 눈에 띠는 것은 아직 10대 중반쯤으로 보이는 한 애송이였다.

나이어린 금발 소년은 제법 잘 생겼고 훌륭한 보검을 지니고 있어서 척 봐도 높은 신분으로 보였다.

그런데 소년은 이것저것 지시를 내리며 병사들을 지휘하고 있었다. 아무리 봐도 저 저택의 가장 높은 지휘관은 그 소년이었다.

‘저렇게 어린 나이에?’

니젤도 올해 스무 살로 상당히 젊은 나이에 활약하는 것이었다. 아버지 쥬르덴 후작의 후광도 있었으나 실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불가능했기에 니젤은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이 강했다.

그런데 자신보다도 훨씬 어린 녀석이 많은 병력을 어색함 없이 지휘하는 모습을 보니 묘하게 승부욕이 자극되었다.

이윽고 소년도 니젤을 발견했다.

두 사람은 눈이 마주쳤다.

‘오러 엑스퍼트?’

니젤은 깜짝 놀랐다.

이 먼 거리에 자신과 똑바로 눈을 마주하고 있었다. 오러로 안력(眼力)을 강화시키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저 나이에?’

한 단어가 뇌리를 스쳤다.

천재.

자신 역시 어릴 적부터 천재 소리를 들었던 터라 니젤은 더더욱 소년의 정체가 궁금해졌다.

“안 되겠군.”

“예?”

뜬금없는 니젤의 말에 옆에 있던 병사들의 의아해했다. 니젤이 지시했다.

“여기서 기다려라. 잠시 다녀오겠다.”

“대, 대장님 혼자서 말씀이십니까?”

니젤은 대꾸하지 않고 박차를 가했다. 흑마가 리간드 후작가 저택을 향해 질주했다.

‘이 세상에는 7만 대군에게 혼자서 유유히 다가와 한 명을 베고 돌아가는 인간도 있는데 이 정도쯤이야.’

혼트 제국군의 군복을 입은 니젤이 혼자서 달려오자, 저택 쪽도 약간의 소란이 보였다. 너보다도 니젤을 가리키며 뭐라고 소리쳤다. 적이 나타났다고 호들갑을 떠는 모양이었다. 그러고 보니 저택을 지키는 병력 가운데 절반 이상은 소년과 비슷한 10대 중후반이었다.

‘정규군은 절대 아닌 것 같은데 뭐 하는 놈들이지?’

니젤은 궁금증이 더해졌다.

저택의 지척까지 접근하자 저택의 병력들이 일제히 활을 겨누었다. 화살세례를 퍼부으면 꼼짝없이 돌아가야 할 테지만 다행히 사격 명령은 없었다.

금발의 소년이 니젤에게 물었다.

“혼트 제국군이냐?”

크게 소리치지 않았음에도 오러가 실려 또렷하게 들리는 음성. 역시나 오러 엑스퍼트였다.

“그렇다.”

니젤도 똑같은 수법으로 대답했다.

소년도 별반 놀라지 않았다. 고수는 고수를 알아본다고, 눈이 마주쳤을 때 서로의 실력을 대충 짐작했기 때문이다.

소년이 다시 말했다.

“나는 스페이 백작가의 존이다.”

“호오, 스페이라면 그 랜달 스페이 백작의?”

“장남이다.”

‘그렇군.’

그제야 니젤은 납득했다. 랜달 스페이 백작이라면 로열나이츠 부단장으로서 상당한 무인이라고 혼트 제국에까지 알려져 있었다. 그 아들이니 부친으로부터 확실한 재능과 교육을 받았으리라.

“반갑군. 나는 니젤 쥬르덴이다.”

“군단장 쥬르덴 후작의?”

“장남이다.”

레던 왕성에 쳐들어오는 그 쥬르덴 후작의 장남이라는 말에 저택에서 동요가 일었다. 소년, 존도 놀라워했다.

니젤은 씨익 웃으며 덧붙였다.

“곧 싸우게 되겠군. 부친의 실력을 얼마나 이어받았는지 조만간 확인하러 오겠다.”

“얼마든지 와라.”

존의 얼굴에는 두려움도 긴장도 없었다. 싸움을 두려워하지 않는, 타고난 무인의 기질이었다. 니젤은 그런 존이 더욱 마음에 들었다.

“그럼 조만간 다시 보지.”

니젤은 말머리를 돌렸다. 이윽고 레던 왕성 인근에 출현한 혼트 제국군 선발대도 사라졌다.

격렬한 전투가 곧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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