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경영의 대가-382화 (382/529)

<-- 382 회: 15권 - 12장. 싸우는 사람들 -->

명령을 받은 기사들은 카르스 황제를 에워쌌다. 샐러맨더가 계속해서 불덩어리를 쏘아댈 때마다 기사들이 오러를 끌어올려 받아쳤다.

그 틈에 여유로워진 할슈타인 후작이 다시금 나를 노렸다. 오러 마스터의 초인적인 신체능력으로 단숨에 도약, 내가 날고 있는 높이까지 눈 깜짝할 사이에 접근했다. 

할슈타인 후작의 무서운 살기가 나에게 쏟아진다.

난 물의 창 수십 발을 할슈타인 후작에게 일제히 쏘아 보냈다.

콰콰콰콰쾅―

할슈타인 후작은 능수능란하게 오러 블레이드를 휘둘러서 물의 창을 남김없이 쳐냈지만, 충돌의 여파로 뒤로 밀려나야 했다.

하지만 그때였다.

휘리릭!

“걸렸다!”

한 마법사가 환호했다.

마나의 로프 한 가닥이 나를 묶는 데 성공한 것이었다. 정령속박마법을 격추하는데 썼던 운디네의 힘을 할슈타인 후작에게 집중시키는 바람에 빈틈이 생긴 결과였다.

마나의 로프는 정확히는 내가 아닌, 내 몸 안에 깃든 운디네를 속박한 것이었다.

“도와줘!”

운디네를 속박하는데 성공한 마법사가 급히 외쳤다. 다른 마법사들이 일제히 붙어서 정령속박마법을 펼쳤다.

여러 가닥의 마나의 로프가 운디네의 힘을 완전히 속박하는데 성공했다.

순간, 운디네와 나는 분리되었다.

운디네가 꽁꽁 묶여 있는 사이, 운디네의 힘으로 날고 있던 나는 지상으로 추락했다.

잠시 당황했지만 나는 곧장 평상심을 회복했다.

“어스 핸드!”

-알았어!

노움의 활기찬 목소리가 들리더니, 어스 핸드가 만들어져 추락하는 나를 받아내는데 성공했다.

“좋아, 내려왔다!”

“달라붙어!”

“땅속으로 들어갈 틈을 주지 마라!”

기다렸다는 듯이 개미떼처럼 모여드는 기사들.

이번엔 내 차례다.

쨍그랑! 쨍그랑!

창문을 깨고 모래덩어리 여섯 개가 날아들어 내 곁에 떨어졌다.

달려들던 기사들이 그 광경에 흠칫했다.

모래덩어리는 사람의 형태가 되었다. 내가 개발한 전투스킬 중 하나인 모래골렘이었다.

모래골렘 6기가 제멋대로 팔다리를 칼날처럼 변화시키며 공격하자 기사들은 이에 압도되어서 내게 접근하지 못했다. 오러로 부숴봤자 순식간에 다시 원상복귀 되었다. 모래골렘은 무인의 천적이나 다름없었다.

이제 조금 한숨 돌렸나 싶은 찰나,

“놈!”

할슈타인 후작이 고함을 지르며 달려오고 있었다. 나는 모래골렘 1기를 할슈타인 후작에게 붙이고, 어스 핸드를 타고 날아올랐다.

“저 정령도 속박해!”

5인의 마법사가 붙어서 운디네를 꽁꽁 묶어 놓고 있는 상태. 다른 마법사들이 노움을 보며 소리쳤다. 그걸 가만히 지켜볼 내가 아니었다. 이 상태에서 노움까지 속박당하면 너무 불리해진다.

“노움, 땅속에 숨어!”

-응!

노움은 땅속으로 쏙 기어들어갔다. 어휴, 귀여운 것.

타깃을 잃고 당황한 마법사들은 이번에는 샐러맨더를 노렸다. 샐러맨더는 기사들이 에워싸 호위하는 카르스 황제를 계속 공격하고 있기 때문에 그들 입장에서는 큰 위협거리였다.

“샐러맨더, 전부 태워버려!”

나는 정령친화력을 샐러맨더에게 듬뿍 쏟아 부으며 소리쳤다.

-크헤헤! 좋다! 통구이 좋다!

정령친화력을 듬뿍 받은 샐러맨더가 점점 몸집을 키우기 시작했다.

양팔이 날개가 되더니, 이윽고 거대한 불새가 되었다.

-크헤헤헤!

거대해진 날개를 마구 휘저으며 사방팔방 불 지르는 샐러맨더! 군데군데 화상을 입는 기사들이 속출했다.

“크윽! 폐하를 보호해라!”

“폐하를 모시고 나가!”

기사들은 화상을 입는 와중에도 카르스 황제를 에워싸고는 슬금슬금 출구 쪽으로 움직였다.

어딜 나가려고?

카르스 황제가 없어지면 난 완전히 궁지에 몰린다.

“노움!”

-알았어.

땅속에서 노움의 목소리가 들린다.

이윽고 모래덩어리 6개가 추가로 창문을 깨고 안으로 들어왔다. 순식간에 모래골렘 6기가 완성됐다. 모래골렘들은 쐐기대형으로 카르스 황제를 향해 돌진했다.

“감히!”

노호성을 터뜨린 것은 바로 할슈타인 후작.

모래골렘들에게 일직선으로 달려들더니, 온힘을 다한 오러 블레이드를 수직으로 내리쳤다.

꽈아아아아앙―!

거대한 구덩이가 패일 정도의 일격! 모래골렘 6기가 흔적도 없이 흩어져버렸다.

모래골렘들이 다시 원상복귀 될 때마다 할슈타인 후작은 계속해서 후려쳐서 부쉈다.

“폐하를 모시고 따라라!”

“옛!”

할슈타인 후작은 앞장서서 퇴로를 뚫었고, 기사들과 카르스 황제가 뒤를 바짝 따랐다.

그렇다면!

나는 노움과 샐러맨더에게 동시에 명령을 보냈다.

협공이다!

홀 안에 만들어져 있던 모래골렘 12기가 일제히 카르스 황제에게 덤볐다.

동시에 하늘에서 불새로 변한 샐러맨더가 카르스 황제를 향해 낙하했다.

이러면 할슈타인 후작이라도 어쩔 수 없겠지!

……라고 생각하던 찰나였다.

“폐, 폐하를 지켜라!”

“폐하께서 위험하시다!”

마법사들이 샐러맨더를 향해 일제히 정령속박마법을 펼쳤다.

8가닥이나 되는 마나의 로프가 샐러맨더를 휘감았다.

-크에엑! 놔라! 놔!

샐러맨더가 버둥거렸다.

그리고 모래골렘 12기는 할슈타인 후작의 강맹한 일격과 기사들의 연계공격에 막혀버렸다.

운디네는 여전히 5인의 마법사에게 묶여 있는 상태.

“아차.”

깜빡했다.

이 방법이 있었지?

나는 운디네를 소환해제한 뒤, 다시 소환하는 방법을 썼다. 정령속박마법이 정령의 소환해제까지 막지는 못한다는 맹점을 이용한 수법이었다.

그러나 마법사들 또한 이 점을 알고 대비했던 모양이었다.

5인의 마법사는 각각 다섯 방향을 바라보며 정령속박마법을 펼쳤다.

다시 소환된 운디네가 다섯 방향 중 한 곳에 나타나자, 속절없이 마나의 로프에 묶여버렸다. 그러자 다른 4인도 가세하여서 운디네를 붙잡아두었다.

팀워크가 척척 맞는 걸 보니 사전에 많이 훈련한 모양이었다.

그랬다 이거지? 그렇다면 나도 미리 준비한 걸 선보여야지.

지금밖에 없다.

비장의 카드를 꺼내들 절호의 타이밍이었다.

“실프!”

“뭣?”

내 외침에 할슈타인 후작이 민감하게 반응했다.

-하아…….

한숨을 쉬며 등장한 실프.

인마, 지금 한숨 쉴 때냐?! 꼴 보기 싫으니까 그렇게 자신감 없는 표정 짓지 말란 말이야!

“실프, 바람의 창!”

나는 오른손 검지로 마법사들을 가리켰다.

“실프?”

“바람의 정령까지?”

“저건 사전정보에 없었는데?!”

모든 이들이 실프를 보고 경악했다. 날 쏙 빼닮은 외모를 보고 더 황당할 거다.

의기소침한 겉모습과 달리 실프는 내 명령에 즉각 반응했다. 바람이 뭉쳐서 만들어진 창이 마법사들을 향해 날아갔다.

바로 귀염둥이 운디네를 묶고 있던 못된 변태 마법사 5인이었다.

정령속박마법을 유지하고 있는 그들은 완전히 무방비상태였다. 기사들도 카르스 황제를 지키는데 몰두하고 있는 상황.

“아, 안 돼!”

“누가 좀……!”

마법사들의 공포에 질린 외침은 단말마가 되었다.

콰직! 콰악! 콱!

마법사 4인이 즉사했다.

남은 한 명은 순발력이 기민했다. 정령속박마법을 해제하고 실드마법으로 방어한 것이다.

아무튼 절묘한 타이밍에 불러낸 실프는 신의 한 수가 되었다.

운디네가 자유로워진 것이다.

나는 정령친화력을 운디네에게 집중시켰다.

운디네는 물의 창을 무려 100발이나 만들어냈다.

100자루의 물의 창은 그 창끝을 일제히 카르스 황제를 겨누고 있었다.

“놈, 내가 살아있는 한 어림없다!”

할슈타인 후작이 카르스 황제의 앞을 가로막으며 고함을 질렀다. 그는 비장한 각오로 전신의 오러를 오러 블레이드에 집중시켰다.

오러 블레이드가 보다 거대해졌다.

나는 히죽 웃었다.

“그래? 그럼 당신이 죽으면 되겠네?”

나는 손가락을 튕겼다.

물의 창 100발이 일제히 난사됐다.

“크하아압!”

별궁 전체를 뒤흔드는 할슈타인 후작의 기합.

그리고…….

15권 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