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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의 대가-375화 (375/529)

<-- 375 회: 15권 - 9장. 전초전 -->

“모르겠군. 그대 말대로 아주 큰 것을 잃어버린 것 같은데. 그게 뭔지 모르겠어.”

두 사람의 대화를 지켜보면서 할슈타인 후작은 마음이 심란해졌다.

만약 카록 리간드를 죽일 수 있는 기회가 온다면, 과연 자신을 저자를 죽일 수 있을까?

카르스 황제가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았던 모습을 카록 리간드는 이끌어내고 있었다. 저자에게만은 황제가 마음의 문을 약간씩 열고 있었다.

“죽이시지요.”

카록이 처음 황제를 알현했던 날, 할슈타인 후작은 그의 위험성을 느끼고는 그렇게 권유했다. 그러나 카르스 황제는 거절했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난 그가 좋다.”

누구도 카르스 황제로부터 그런 표현을 받지 못했다.

“폐하……. 그자에게 너무 관대하십니다.”

“마음에 들었으니까.”

어쩌면 카록 리간드만이 카르스 황제의 잃어버린 감정을 되찾게 해줄 지도 몰랐다.

유혈의 길을 걸어 대륙을 정복하더라도 되찾지 못할 것을, 저자가 가져다줄지도 몰랐다.

때문에 할슈타인 후작은 되도록 계속 지켜보기로 했다. 은신해 있는 다른 이들에게도 대기하라고 수신호를 보냈다.

초조한 시간 속에서 두 사람의 대화만이 계속 이어졌다.

***

혼트 제국은 레던 왕국을 언제든 침략할 수 있도록 채비를 마친 상태였다.

혼트 제국군은 롬펠 대공, 카이슨 후작, 할슈타인 후작, 륭겐 후작, 쥬르덴 후작 등 5인이 이끄는 다섯 군단으로 재편된 상태였다.

그중 카르스 황제와 함께 있는 할슈타인 후작의 군단을 제외한 4개 군단은 국경 인근에 배치된 상태였다.

바덴 강 유역 루트의 공략을 할당받은 롬펠 대공과 카이슨 후작의 군단은 린델 백작령에 주둔했다. 바덴 강 유역 공략에 있어 바덴 강의 육제후 중 일가(一家)인 린델 백작가의 영지처럼 좋은 근거지는 없었던 것이다.

쥬르덴 후작과 륭겐 후작의 군단은 북부대로 방면의 국경 근처에 주둔했다. 그들은 뮤트 공작이 버티고 있는 북부대로 루트를 공략할 책임을 맡고 있었다.

진군을 시작하면 이틀 안에 레던 왕국령을 밟을 수 있는 배치. 사실상 당장 전쟁이 시작된다 해도 이상하지 않은 일촉즉발의 상황이었다.

그러한 상황에서, 레던 왕국의 재상 카록 리간드 후작이 맥델 백작 일행과 함께 혼트 제국에 입국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그 소식에 반응한 것은 쥬르덴 후작이었다.

‘드디어 왔나. 폐하께서 말씀하신 때가 되었다.’

유목민족의 반란 때 맹활약을 떨쳐 자신의 실력을 입증한 쥬르덴 후작. 덕분에 레던 왕국 침공 전쟁의 선봉에 서는 영광을 안았다.

그는 사전에 카르스 황제로부터 지시받은 사항이 있었다.

「카록 리간드 후작이 본국에 들어와 초원지대에 이르거든 진격을 개시하라.」

쥬르덴 후작은 정찰대를 풀어서 카록과 맥델 백작 일행의 위치를 매일 체크하도록 했다.

마침내 카록이 초원지대에 이르자, 쥬르덴 후작은 움직이기로 결심했다.

‘전쟁의 시작이다.’

대전쟁의 서막을 여는 역할을 쥬르덴 후작이 맡은 셈이었다.

쥬르덴 후작의 군단이 진격을 개시했다.

총병력은 7만여 명.

7만 병력은 눈 깜짝할 사이에 국경을 넘었다. 그들의 진격 루트는 템플 오브 나이트, 뮤트 공작가로 향하고 있었다.

물론 준비된 것은 혼트 제국측만이 아니었다. 그보다 훨씬 오래 전부터 전쟁을 준비해온 이들이 있었다.

쥬르덴 후작의 군단이 국경을 넘은 순간, 뮤트 공작가의 철저한 정찰망은 이를 감지했다.

긴급보고체계로 뮤트 공작에게 이 사실이 전해지기까지는 4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스승님, 놈들이 국경을 넘었습니다.”

뮤트 공작가의 수석기사이자 대제자인 캠벨 자작이 보고했다.

“쥬르덴 후작이 이끄는 군세로 병력 규모는 7만여 명 수준입니다.”

“쥬르덴 후작인가.”

뮤트 공작은 가만히 생각에 잠겼다.

쥬르덴 후작.

이전까지는 그리 명성이 높은 인물이 아니었다. 하지만 유목민족 반란세력과의 내전에서 두각을 드러내었다.

탈라크 부족을 중심으로 한 반란군을 유인하는 작전을 수행할 때, 미끼 역할을 맡아 일부러 패전을 연거푸 치렀다.

피해수준을 적절히 조절해가며 적에게 유인이란 걸 들키지 않는 병력운용을 해낸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쥬르덴 후작의 용병술이 보통이 아니라는 뜻이었다.

그러나…….

‘딱히 두렵지도 않다!’

대륙에서 가장 존경 받는 무인 중의 하나.

레던 왕국의 수호신.

천하의 뮤트 공작이 쥬르덴 후작을 두려워할 턱이 없었다.

생각 끝에 뮤트 공작이 입을 열었다.

“그까짓 7만에 템플 오브 나이트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

“물론입니다, 스승님.”

캠벨 자작도 지당하다는 듯이 동의했다. 혼트 제국군 전군을 막을 각오로 대비해온 뮤트 공작가였다.

“그렇다고는 하나, 전쟁의 개막을 알리는 첫 전투를 굳이 수동적인 자세로 맞을 필요는 없지.”

“예? 그렇다면…….”

“손님이 오는데 마중을 나가야지.”

“병력차가 너무 커서 위험할 텐데요, 스승님.”

뮤트 공작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정면대결로 결판 짓겠다는 뜻이 아니다. 인사삼아 가볍게 상대해주며 실력을 보는 거지.”

이에 캠벨 자작은 안심했다. 그 정도라면 위험을 초래할 일은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출격 준비를 하겠습니다.”

“내일 날이 밝으면 갈 것이다.”

“옛!”

‘물론 내 앞에서 허점이라도 보인다면 가만 두지 않을 테지만.’

뮤트 공작의 눈빛이 매섭게 빛났다.

만약 적이 륭겐 후작이었다면 출격하지 않고 농성(籠城)으로 적군을 맞이했을 것이다. 흑십자 기사단의 수장에다 사나운 성정을 지닌 륭겐 후작을 상대로 제대로 맞붙어 피를 볼 필요는 없으니까.

하지만 상대가 쥬르덴 후작이라면 한 번 야전(野戰)에서 만나볼 만하다고 뮤트 공작은 생각했다.

그 또한 보통 인물이 아니라고는 들었으나, 직접 눈으로 확인해보지 않으면 모르는 것이었다.

직접 만나봐서 명성에 비해 대단찮은 인물일 시에는, 운 좋게도 호구를 만났다 생각하고 무참히 짓밟아줄 참이었다. 일부러 헌납해주는 승리를 사양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그리하여 다음날, 날이 밝을 무렵에 뮤트 공작가의 전 병력 2만이 템플 오브 나이트를 나섰다.

“가자!”

뮤트 공작은 백여 명의 제자들과 함께 선두에 서서 말을 달렸다.

3배가 넘는 적군과 싸우러 가는 길이었지만, 누구 하나 두려워하는 기색이 없었다. 언제나 이날을 위해 훈련했기 때문이었다.

뮤트 공작이 출격했다는 첩보는 쥬르덴 후작의 귀에도 들어갔다.

‘반응이 빠르군.’

국경을 넘어 레던 왕국령에 진입한 지 하루 만에 뮤트 공작은 전 병력을 이끌고 뛰쳐나왔다.

조금의 망설임도 없는 결단.

엄청난 수적 우위를 가진 상대임에도 전혀 두려워하지 않고 있었다.

그렇다고 자신의 무위를 믿고 오만한 것도 아닌 듯했다.

‘그냥 환영인사다 이건가. 그뿐만이 아니라, 만에 하나 틈이라도 보였다가는 곧바로 찔러오겠군.’

쥬르덴 후작은 뮤트 공작의 심중을 정확히 파악했다.

철통같은 요새인 템플 오브 나이트에서 전 병력을 끌고 뛰쳐나온 뮤트 공작은 분명 탐나는 먹잇감이었다. 야전에서 뮤트 공작을 꺾을 수만 있다면 이번 전쟁이 훨씬 쉬워진다. 그보다 더 큰 전공은 없으리라.

하지만 쥬르덴 후작은 무리하지 않기로 했다.

밖으로 나온 뮤트 공작을 잡겠다고 과한 용병을 펼쳤다가는 도리어 역습을 당한다. 뮤트 공작이 가장 원하는 전개다.

‘빈틈을 주지 않는 게 최선이다.’

레던 왕국이 자랑하는 오러 마스터인 뮤트 공작과 그를 따르는 백여 명의 제자들. 혼트 제국 최강의 돌격력을 자랑하는 흑십자 기사단 못잖은 무력집단이다. 조금의 틈새도 송곳처럼 비집고 들어온다.

쥬르덴 후작은 뮤트 공작을 맞이할 전술을 구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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