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경영의 대가-361화 (36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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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장. 후작부인 줄리아

왕립학교의 무투회는 성대하게 시작되었다. 선별된 무과 실력자들이 실력을 겨루고 도박을 즐기니 문과든 무과든 전공과 상관없이 다들 신나게 즐기는 분위기가 되었다. 특히나 이번 축제 기간에는 장사치들로 하여금 교내에서 영업할 수 있도록 허가했는데, 술과 음식을 판매하여서 축제를 더욱 달아오르게 했다. 물론 그 탓에 질서를 유지해야 하는 규율부가 통제에 더욱 진땀을 빼야 했다.

하지만 정작 축제와 상관없이 동분서주하는 두 사람이 있었다.

학생회장 미첼, 그리고 부회장 존이었다.

두 사람은 축제 운영을 다른 학생회 멤버들에게 맡겨놓고는 말을 타고 레던 왕성 외곽지역을 달렸다.

묵묵히 말을 타고 달리던 미첼이 입을 열었다.

“별로 축제에 흥미는 없었기 때문에 그 시간에 연구 과제를 끝마치자는 네 생각에는 동의했지만, 왜 레던 왕성을 둘러봐야 하는지는 궁금하군.”

그러자 존이 대답했다.

“레던 왕성의 방어시설을 점검하고 싶어서.”

“언제 레던 왕성의 수비 책임자가 되셨어? 난 네가 학생회 부회장인 줄 알았는데.”

“이게 다 우리 과제 때문이야.”

“레던 왕성의 성벽을 직접 점검해야 할 정도로 우리 과제가 디테일하지는 않았을 텐데? 게다가 우리 과제는 이미 마무리단계이고.”

그들의 과제는 이미 완성 단계였다.

학생회 멤버 6인이 팀을 이룬 이번 연구 과제는 실질적으로 미첼과 존 두 사람이 전담했다. 축제 준비 때문에 다른 4인은 정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왕립학교에서 톱클래스에 해당하는 두 사람의 출중한 능력은 일당백과 같아서 다른 팀보다 훨씬 빠르고 완성도 있게 과제를 진행했다.

그리고 이젠 마무리만 하는 단계인데, 뜬금없이 존이 레던 왕성 시찰을 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함께 해야 하는 과제였기 때문에 미첼 또한 따라나설 수밖에 없었다.

존이 말했다.

“잘 생각해봐. 다른 팀들이 과제를 어떻게 했을 거라고 생각해?”

미첼은 어깨를 으쓱했다.

“잘은 모르겠지만 아무리 저능해도 ‘이 나라의 영주들이 최대한 빨리 힘을 합쳐서 대응해야 합니다.’ 정도는 썼겠지. 우리는 레던 왕성을 일찍 포기한다는 전략적 방향에서 다른 팀과 차별화된 셈이고.”

“맞아. 하지만 결과적으로 ‘영주들을 빨리 결속시켜서 혼트 제국군에 맞설 군대를 형성하고 오리엔 왕국의 원군이 합류하면 전면전을 벌인다.’ 라는 이야기를 할 거야. 그 정도 탁상공론은 결국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잖아.”

“우리가 전문가도 아니고 기껏 학생일 뿐이니까.”

“그러니까 우리는 그보다 한 발 더 나아가서, 직접 시찰하고 세밀하게 연구해서 디테일한 결과를 내자는 거야. 탁상공론이 아니라 보다 구체적으로, 프로페셔널하게 말이야.”

“그래서 구체화하고 싶은 부분이 레던 왕성이냐?”

“그래.”

“레던 왕성은 전쟁 초반에 포기하기 때문에 그리 중요한 포인트가 아닌데?”

“중요한 포인트가 될 거야.”

존은 단호하게 이어 말했다.

“혼트 제국군이 우리 예상보다 더 빠르게 이곳에 다다른다면 말이야.”

“혼트 제국군이 레던 왕성을 공격하려면 뮤트 공작가를 넘어서야만 해. 뮤트 공작 전하가 그렇게 쉽게 무너질 거라 생각되지 않는데.”

“뮤트 공작가의 역량에 대해서는 동의해. 하지만 혼트 제국도 우리가 레던 왕성을 초반에 포기할 생각이란 걸 알아차렸을 거야.”

“내가 알아낼 정도이니 혼트 황실 역시 알아냈을 거라는 뜻이군. 일리 있는 의견이야.”

“그런 상황에서 내가 혼트 제국의 사령관이라면, 예상보다 더 빠르게 레던 왕성을 기습할 방법을 찾을 거야. 레던 왕성의 주민과 물자, 군대, 왕실 고위 관리들이 빠져나가기 전에 말이지.”

“분명 네 말대로의 상황이 된다면 큰일이 나겠지. 레던 왕성의 물자를 미처 더 수송하기 전에 빼앗길 수도 있고, 왕실의 요인이 사로잡힐 수도 있으니까. 국왕 폐하께서 빠져나가기 전에 공격당하게 되면 그야말로 최악일 테고. 하지만 그러려면 뮤트 공작가의 방어선을 넘어서야 해.”

“뮤트 공작 전하를 템플 오브 나이트에 묶어두고, 일부 병력을 레던 왕성으로 진격시킨다면 어떨까?”

“레던 왕성은 왕성수비대와 왕실군 1군단, 로열나이츠 등 결코 적지 않은 수비전력을 보유하고 있어. 이런 레던 왕성을 공격하려면 적어도 1만 이상의 대군이어야 하는데, 그만한 군대가 이곳까지 진군하려면 원활한 보급이 이루어져야 하지. 그런데 그 보급로가 바로 뮤트 공작령을 지난다. 뮤트 공작 전하께서 무사하신 한 보급로의 안전을 장담 못한다는 뜻이지.”

미첼의 논리 정연한 반박에 존은 뭐라고 대꾸해야 좋을지 갈피를 못 잡았다.

존은 한숨을 쉬었다.

“그래, 네 말이 옳긴 해. 하지만…….”

“아직 납득이 안 되나 보군?”

“그래. 너무 논리 정연해.”

“논리 정연해서 미안하군.”

미첼이 농담을 했다.

존이 말했다.

“다들 너처럼 생각하고 있을 거란 말이야. 그게 당연하니까! 그렇기 때문에 내가 혼트 제국군 총사령관이라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통상적인 예상보다 빠르게 레던 왕성을 공격할 거야.”

존은 자신 없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정확히 무슨 방법을 쓸 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내 예감이 그래.”

미첼은 고민했다.

존의 주장에는 근거가 없었지만, 그렇다고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지휘관이라면 승리를 위해 상대의 예상을 뛰어넘는 행동을 하려 들 것이다.

게다가 존은 천재였다.

그의 천재성은 함께 학생회를 운영하는 미첼이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그 천재의 직감이 이론적으로 형용할 수 없는 무언가를 직감했다면, 그것을 무시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과제물에 ‘그냥 예감이 그랬다’라고 적을 수는 없는 노릇이고.”

그 말에 존은 스스로 생각해도 민망한지 얼굴을 붉혔다.

미첼이 계속 말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네 생각을 마냥 무시할 수만도 없군. 네가 나보다 더 군사방면의 전문가인 건 확실하니까. 그러니 이렇게 하자.”

“어떻게?”

“일단 과제는 우리가 지금까지 연구했던 그대로 마무리하고, 레던 왕성을 기습당한 상황에서의 대응전술은 부록으로 첨부시키는 거다.”

“그래, 그게 좋겠다.”

존은 자신의 의견이 묵살되지 않은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이었다.

그리하여 두 사람은 레던 왕성의 성채 구조를 간단히 스케치까지 해가며 전술을 연구하게 되었다. 그 모습이 어찌나 진지하던지, 첩자로 의심한 병사들이 출동해서 신분을 확인할 정도였다.

날이 저물기 시작할 무렵이었다.

“저거다!”

존이 소리를 질렀다.

“뭐가?”

미첼은 어리둥절했다.

존은 흥분해서 전방에 보이는 커다란 건축물을 가리켰다.

100미터 남짓한 작은 동산 위에 세워진 그림 같은 저택. 외벽이 수백 명의 천사들이 조각된 환상의 건축물이 존이 가리킨 곳에 우뚝 서 있었다.

바로 리간드 후작가 저택이었다.

“리간드 후작가로군. 관광지가 다 됐을 정도로 유명한 건축물이지. 근데 저게 왜?”

미첼의 물음에 존이 말했다.

“저 저택 구조 좀 봐봐! 산 위에 세워져서 사방을 한 눈에 내려다볼 수 있고, 둘러싸고 있는 성벽도 굉장히 높고 튼튼해 보여!”

“그럴 만도 하지. 재상 각하께서 가족의 안위가 걱정된다면서 하루아침에 저택을 요새처럼 만들었으니까. 직접 보니 정말로 철옹성이 따로 없군.”

“저게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거라고?”

“몰랐어? 재상 각하께서 일으킨 유명한 정령술의 기적 중 하나인데.”

존은 기가 질렸다.

저택을 완벽하게 싸고도는 저 높은 성벽은 리간드 후작이 얼마나 가족 걱정을 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저런 게 하루아침에 생겨났다니?

“저만한 건축물이 어떻게 단숨에 솟아날 수가 있지? 정말 재상 각하의 힘은 상식을 초월하는구나. 그분께서 있는 한 두려울 게 없겠어.”

“그런데 저 리간드 후작가가 어쨌다는 거야?”

미첼이 물었다.

존은 리간드 후작가 저택과 레던 왕성을 가리키며 설명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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