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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의 대가-336화 (336/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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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장. 괴물 대공

롬펠 대공과 륭겐 후작이 다시 충돌했다. 이번에는 오러 블레이드와 오러 액스의 충돌이었다.

콰아아아앙―!

지진이 난 것처럼 대전이 진동했다.

그러나 카이슨 후작과 쥬르딘 후작, 그리고 오연히 옥좌에 앉아 싸움을 지켜보는 카르스 황제에게도 아무런 영향은 없었다. 할슈타인 후작이 충돌 타이밍에 맞춰 오러를 퍼뜨려 모두를 보호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륭겐 후작은 무사하지 못했다.

“크윽!”

충돌과 동시에 륭겐 후작은 아예 뒤로 날아가 기둥에 부딪쳤다.

양손으로 투 핸드 소드를 휘둘러 맞섰건만, 한 손으로 배틀 액스를 휘두른 롬펠 대공에게 밀려 온몸이 통째로 날아가 버린 것이다.

부딪친 기둥에 기대고 있던 륭겐 후작은 몸을 추스르고 걸어 나왔다.

“너무 세게 하지 마시지요, 대공 전하. 이러시면 저도 슬슬 불이 붙습니다만.”

투지가 일렁이는 맹수 같은 눈빛을 띠며 륭겐 후작이 으르렁거렸다.

“멍청한 놈, 싸움은 원래 활활 타오르는 거다!”

롬펠 대공은 배틀 액스를 들어올렸다. 오러 액스가 아까보다 더 큰 기세로 형상화되었다.

륭겐 후작도 작정을 한 듯, 오러 블레이드에 오러를 있는 대로 주입하기 시작했다.

일대 격전이라도 벌일 기세였다.

먼저 덤벼든 쪽은 륭겐 후작이었다.

“이제 패배는 지겹다고!”

저돌적으로 덤벼든 륭겐이 훌쩍 도약하여 일직선으로 투 핸드 소드를 내리쳤다.

콰아앙!

롬펠 대공이 배틀 액스를 휘둘러 올려 맞받아치자, 륭겐 후작의 몸이 그 반동으로 공중으로 솟았다. 실로 엄청난 파워였다. 그 경악스러운 광경에 카르스 황제를 제외한 모두의 얼굴에 놀라움이 어렸다.

공중제비를 돌고서 착지한 륭겐 후작은 기죽지 않고 다시 달려들어 이번에는 바닥을 쓸 듯 다리를 노렸다.

롬펠 대공은 훌쩍 뛰어서 피한 뒤 륭겐 후작의 머리를 향해 배틀 액스를 내리쳤다.

강력한 파워가 담긴 일격이 머리를 쪼개려 하자 륭겐 후작은 식은땀을 흘렸다.

파워에서 한참 밀린다는 것을 잘 아는 륭겐 후작은 방어를 취하여 동시에 몸을 낮추고 두 다리를 굽혔다.

공격을 받아내는 동시에 뒤로 몸을 날렸다.

힘으로 맞서려다가는 가드 째로 밀려 머리까지 쪼개질 터였다. 그걸 알기에 일부러 반동에 몸을 실고 뒤로 몸을 날린 것이다.

몇 바퀴를 데굴데굴 구른 륭겐 후작은 하마터면 옥좌에 앉은 카르스 황제와 충돌할 뻔했다.

하지만 그는 가까스로 투 핸드 소드로 바닥을 찍어서 간신히 몸을 지탱했다. 그런 추태까지는 스스로가 용납 못하는 륭겐 후작이었다.

몸을 추스르는 륭겐 후작.

그 바로 뒤에 옥좌에 앉아 있는 카르스 황제.

그리고 할슈타인 후작.

이들을 본 롬펠 대공은 씨익 웃었다.

“좋은 생각이 났다.”

“……?”

륭겐 후작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리고 순간 롬펠 대공이 륭겐 후작에게 돌진해왔다. 자신의 거력에 달려드는 기세까지 배틀 액스에 실었다.

“미친!”

륭겐 후작의 안색이 굳었다. 자신은 몰라도 등 뒤에는 카르스 황제가 있다!

“자, 잠깐……!”

“그런 거 모른다!”

“아니, 폐하가 뒤에……!”

롬펠 대공은 상관없이 돌진해왔다.

륭겐 후작은 등 뒤에 카르스 황제가 있어서 피하지도 못하고 이를 악물고 방어태세를 해야 했다. 절대로 한 발짝도 밀려서는 안 되었다.

그런데 바로 그때였다.

파앗!

뒤편에서 누군가가 하늘 높에 날아올랐다.

할슈타인 후작이었다.

할슈타인 후작은 카르스 황제와 륭겐 후작 두 사람을 단숨에 뛰어넘어 롬펠 대공에게 일격을 가하였다. 카르스 황제를 보호하기 위해 끼어든 것이다.

콰아아앙!

“크하하! 이걸 기다렸다!”

롬펠 대공은 기다렸다는 듯이 할슈타인 후작을 상대로 공격을 퍼붓기 시작했다.

카르스 황제의 신변 보호를 위해 잠시 끼어든 할슈타인 후작은 더 이상 두 사람의 대결에 개입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롬펠 대공이 막무가내로 계속 공격해오니 발 뺄 틈도 없이 막거나 피해야 했다. 롬펠 대공의 의도에 말려들고 만 것이다.

무지막지한 공격을 퍼붓는 롬펠 대공. 빠른 몸놀림으로 급히 회피하는 할슈타인 후작.

그런 둘을 보며 륭겐 후작의 안색이 일그러졌다.

“둘이서 덤비라고?”

롬펠 대공의 막무가내의 행동에 어처구니가 없어진 륭겐 후작이었다.

그런데 등 뒤에서 나직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계속 하라.”

놀라 뒤돌아본 륭겐 후작에게 카르스 황제는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하는 수 없지.’

결국 륭겐 후작도 롬펠 대공에게 달려들었다.

2대 1.

세 사람은 뒤엉켜 치열하게 싸웠다. 엄청난 완력과 가공할 오러량을 가진 롬펠 대공의 무위는 다른 두 사람을 능히 당해낼 정도였다.

이를 빤히 보던 카르스 황제가 이내 입을 열었다.

“그만.”

세 사람의 동작이 거짓말처럼 우뚝 멈췄다.

롬펠 대공은 한 손으로 배틀 액스를 내리찍고, 륭겐 후작은 그것을 막으려는 자세를, 그리고 할슈타인 후작은 측면에서 공격을 가하려는 태세였다.

폭풍처럼 몰아치던 오러의 파장이 사라지고 정적이 찾아왔다.

싸움에 압도되어 있던 카이슨 후작과 쥬르딘 후작이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몰아쉬었다. 너무나 충격적인 광경을 보아서 아직도 심장이 쿵쾅거리는 두 사람이었다.

롬펠 대공은 카르스 황제를 보며 씨익 웃어 보였다.

카르스 황제는 륭겐 후작에게 물었다.

“어땠나, 륭겐 후작.”

이에 륭겐 후작은 흘깃 롬펠 대공을 쳐다봤다. 눈이 마주치자 롬펠 대공은 히죽 웃으며 약을 올렸다. 륭겐 후작은 입을 삐죽 내밀며 투덜거리듯이 답했다.

“마지막으로 대공 전하와 겨루어본 것은 10년 전의 생신파티 때였습니다. 그러고는 오늘 다시 겨루게 되었는데, 100살이나 110살이나 나이가 세 자리수가 되면 그게 그거인 모양입니다.”

그랬다.

2미터의 육중한 근육질 거체를 가진 이 늙은 대공의 나이는 올해로 110세.

대륙을 통틀어도 이보다 더 오래 산 무인은 찾아볼 수 없었다.

“크하하, 륭겐 꼬마 놈! 그 10년 전에 내게 무참히 패배한 이후로 삐쳐서 내 생신에 얼굴 내비친 적이 없었지!”

“무참히는 빼십쇼.”

“듣기로 몇 년 전에 레던의 정령사한테도 패배했다던데, 네 녀석은 동네북인 게냐? 크하하! 다음부턴 내 제자라고 말하고 다니지 마라.”

“동네북……?!”

륭겐 후작의 안색이 시뻘겋게 달아오르고 이마에 핏대가 솟았다. 그러나 싸워도 안 될 게 뻔해서 참을 수밖에 없었다.

륭겐 후작은 젊은 시절에 롬펠 대공의 눈에 들어 무술을 배웠다.

물론 검술은 륭겐 후작이 가문 고유의 검술을 독자적으로 개량시킨 것이었다. 다만 젊은 시절, 롬펠 대공의 밑에 머물면서 오러 컨트롤과 실전 대련 등을 10년간 사사 받았다.

정식은 아니라도 충분히 사제지간이라 부를 만했고, 개인적으로도 허물없이 지내는 관계였다.

“어떻습니까, 폐하! 이 톰 롬펠이 노쇠해 보이십니까?”

롬펠 대공이 당당하게 물었다.

카르스 황제는 눈 하나 까딱 안 하는 무표정으로 대꾸했다.

“확실히, 그대는 나보다 더 오래 살겠더군.”

“크하하하!”

롬펠 대공은 배를 잡고 웃었다.

괴이한 황제와 대공을 보며 다른 사람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내 롬펠 대공은 흥분을 가라앉히고는 좀 전과는 달리 침착하고 나직한 어조로 말했다.

“위대하신 황제 폐하. 이 늙은이가 처음 군문에 발을 들인 지도 90년이 넘어서 이제는 그때의 기억도 가물가물합니다. 하나뿐인 제자란 녀석은 10년 전 이후로 찾아오지도 않고, 덕분에 하루하루 도끼 자루가 썩고 있었나이다. 그러나 이 톰 롬펠, 아직도 이 나라를 위해 싸울 수가 있으니 부디 대업을 이루실 때 저를 요긴하게 써주소서.”

카르스 황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대는 혼트 제국군의 상징과도 같은 인물. 무사히 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정신적인 지주로서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런데 아직 싸울 수 있다 하니 더없이 기쁘구나.”

별로 기쁜 기색은 없어 보였으나, 카르스 황제의 말은 롬펠 대공을 만족시키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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