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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의 대가-335화 (335/529)

<-- 335 회: 14권 - 3장. 기동행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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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던 왕실이 전쟁을 대비하여 기동행정체계를 채택해 착실히 준비를 하고 있을 무렵, 혼트 황실도 본격적으로 침공 준비에 나섰다.

카르스 황제는 침공 전략을 수립하면서 전략을 실행하기에 걸맞게 제국군을 재편했다.

재편의 핵심은 실력 있는 인재를 침공 전략의 중추에 배치하는 일이었다.

그럴 듯한 지휘관 행세를 할 수 있는 사람은 많다. 하지만 피 튀기는 전쟁에서 정말로 적과 승부하고 승리를 쟁취해낼 줄 아는 진짜 지휘관은 드물었다. 평시에는 아무리 우수한 인물이라도 막상 실전에서는 꽁꽁 감춰왔던 우둔함과 나약함을 드러내고 마는 장교들이 전쟁에서 나타난다.

다행히 카르스 황제는 이미 두 번이나 전쟁을 치렀다.

바덴 강 통행세 협상 때 불시에 10만 대군을 일으켜 카슈텔 성을 점령했고, 유목민족 반란군을 상대로 크게 내전을 치르기도 했다.

두 차례의 전쟁에서 카르스 황제는 날카로운 눈썰미로 누가 진정한 인재인지 가려내 염두에 두었다.

먼저 할슈타인 후작.

카르스 황제의 그림자이자 오러 마스터. 그 무위로 반역수괴 탈라크 대왕의 목을 벤 공로로 후작에 올랐다. 당연히 전시에도 카르스 황제와 함께 움직이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것이다.

카이슨 후작.

탈라크 대왕을 위시한 유목민족 반란세력을 진압하고자 카르스 황제가 친정에 나설 때 부사령관으로 수행한 인물이다. 10만 대군을 능히 통솔할 수 있다고 장담하였고, 실제로 내전에서 카르스 황제의 전략에 따라 군대를 빈틈없이 운용해 실력을 입증했다.

쥬르덴 후작.

제국군 6군단장. 마찬가지로 유목민족 내전 때 활약해 후작으로 승작한 인물이다. 카르스 황제의 전략대로 6군단의 총병력의 절반을 희생시키며 미끼가 되었고, 심지어 두 번째 후퇴 때는 카르스 황제의 대역이 되어서 반란군의 추격을 저지했다.

그 투철한 충성심과 투쟁정신, 명령수행력을 인정받아 위의 2인과 함께 ‘황제의 남자들’이라 불리게 되었다.

그리고 륭겐 후작.

말이 필요 없는 혼트 제국의 오러 마스터. 대륙 최강의 무력집단이라 자부하는 흑십자 기사단의 단장으로, 36인 전원이 오러 엑스퍼트로 구성된 이 엄청난 집단을 길러낸 것만으로도 충분히 훌륭한 공적이라 할 수 있었다.

카르스 황제는 이 네 사람을 황궁에 집결시켰다. 할슈타인 후작은 늘 곁에 있기 때문에 다른 3인만 호출했다.

“전쟁입니까, 폐하?”

륭겐 후작이 대뜸 물었다. 카르스 황제는 고개를 끄덕였다.

“지나치게 포괄적인 질문이긴 하나, 그렇다.”

신중하여 말을 아끼는 카이슨 후작, 원채 과묵한 할슈타인 후작과 쥬르딘 후작은 가만히 서 있을 뿐이었다.

떠들썩한 륭겐 후작이 계속 질문했다.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전쟁의 주인공들이로군요.”

“그렇다.”

“흐흐, 폐하의 선택을 받아 영광입니다.”

카르스 황제는 여전히 변치 않는 무표정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여보였다.

“그런데 한 사람이 아직 안 오는군.”

“예? 아직 한 사람이 더 있었습니까, 폐하?”

“그렇다.”

흥미가 생긴 륭겐 후작은 그게 누굴까 골똘히 생각하기 시작했다.

한편, 카이슨 후작 역시 이 사람 저 사람을 떠올려보았다. 제국군의 인사 중 그 누가 이 대열에 껴서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까?

군부 소속에는 없었다.

그런데 문득 카이슨 후작의 뇌리로 한 인물이 스쳐지나갔다.

‘설마.’

이내 고개를 휘휘 젓는 카이슨 후작이었다.

그러던 그때였다.

황궁의 시종이 대전 안에 들어와 일렀다.

“폐하, 롬펠 대공 전하께서 도착하셨습니다.”

카르스 황제는 대답대신 간단히 고개를 끄덕여보였다. 이윽고 2미터는 족히 넘을 듯한 거한이 성큼성큼 안으로 들어왔다.

머리칼도 수염도 허옇게 샌 노인이었지만 거대한 몸을 구성하는 강철 같은 근육은 도저히 늙은이의 것이 아니었다.

게다가 등에 걸린 배틀 액스는 궁내에 반입하기에는 너무 거대하고 흉흉했다. 카르스 황제가 궁내 무장을 허가하지 않았더라면 절대로 가지고 들어올 수 없는 흉측한 병기였다.

험악한 인상을 가진 거구의 노인은 카르스 황제를 향해 부리부리한 눈빛을 번뜩이며 웃었다.

“이 톰 롬펠, 황제 폐하를 뵙습니다―!”

뇌성벽력 같은 목소리가 대전을 쩌렁쩌렁하게 흔들었다. 누구라도 충분히 겁먹게 할 듯한 기세였으나, 카르스 황제는 조금의 미동도 없이 인형 같은 무표정을 유지했다.

“오랜만이군.”

“대관식 때 이후로 처음 뵙는 셈이니 그러하군요. 지난 반란 때도 저를 부르시지 않아서 이 늙은이가 죽을 줄 알고 계신 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크하하!”

“별 것 아닌 싸움에 그대를 부를 필요는 없지.”

카르스 황제는 지난 유목민족 반란세력과의 큰 싸움을 별 것 아닌 일로 치부하였다.

조금도 오만한 기색 없이, 실제로 카르스 황제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뿐이었다.

강성했던 탈라크 족을 위시한 유목민족 반란군들이었지만, 카르스 황제로서는 그저 예정된 전략대로 낙승을 거둔 어렵지 않은 전쟁이었다.

이에 호탕하게 웃던 롬펠 대공은 문득 카르스 황제의 얼굴을 슥 살피더니 혀를 쯧쯧 찼다.

“잘못하면 이 늙은이가 더 오래 살겠군요. 건강은 잘 챙기시는 겝니까?”

“그럭저럭.”

대전에서 롬펠 대공의 무례를 책망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심지어 카르스 황제에 대한 충성심이 끔찍할 정도인 할슈타인 후작마저도 말이다. 롬펠 대공은 그럴 만한 자격이 있는 인물이었다.

롬펠 대공은 황제의 면전에서도 마치 자기 집에 온 마냥 거침없이 주위를 휘휘 둘러보았다. 대전에 모인 네 명의 후작을 슥 본 롬펠 대공은 씨익 웃었다.

“하나 같이 쟁쟁한 얼굴들이로군요. 그런데 거기에 이 늙은이까지 불러주셨으니, 무슨 바람이 부신 겝니까?”

카르스 황제는 덤덤히 대답했다.

“아직 정정한지 확인해볼 겸.”

“크하하하!”

롬펠 대공은 쩌렁쩌렁한 웃음을 터뜨렸다.

웃음은 그칠 줄을 몰랐다.

그러다가 뚝 웃음을 그친 롬펠 대공이 륭겐 후작을 바라보았다.

“어이, 륭겐 꼬마.”

“너무하시는 소릴. 제 나이도 이제 대공 전하의 절반쯤 됩니다만.”

륭겐 후작이 입술을 삐죽 내밀며 툴툴거렸다.

“이 화석 같은 늙은이가 아직 안 죽고 살아 있는지 네가 확인 좀 해보려무나.”

한 판 붙어보자는 명백한 도발.

그런데 싸움을 좋아하는 륭겐 후작은 보기 드물게 식은땀을 흘리며 저자세를 보였다.

“사양하고 싶습니다만.”

“이상하군. 예전에도 가르쳐준 적이 있는 것 같은데.”

롬펠 대공은 오른손으로 등에 걸린 배틀 액스 손잡이를 쥐었다. 긴장한 륭겐 후작도 칠흑색 투 핸드 소드를 뽑을 준비를 했다.

“싸움은 한 쪽이 하기 싫다고 해서 끝나는 게 아니란 걸 말이야!”

롬펠 대공이 배틀 액스를 일직선으로 휘둘렀다.

기겁한 륭겐 후작도 투 핸드 소드로 맞받아쳤다.

콰아앙!

두 중병기가 충돌해 쩌렁쩌렁한 굉음이 울려 퍼졌다. 

“큭!”

륭겐 후작은 힘에 밀려 두어 걸음이나 물러나버렸다.

롬펠 대공은 히죽 웃었다.

그는 배틀 액스를 한 손으로 쥐고 있었다. 그런데도 압도적인 힘으로 륭겐 후작을 밀어버린 것이다. 

“벌써부터 빌빌대지 마. 아직 시작도 안 했잖느냐, 륭겐 꼬마야.”

거대한 배틀 액스에 오러가 피어올랐다.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던 오러가 이내 배틀 액스의 날 모양으로 고체화되었다. 

오러 액스였다.

“아, 젠장……. 이래서 싫다고 했는데.” 

륭겐 후작은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 

혼트 제국의 오러 마스터 3인 중 한 사람. 

게다가 대륙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노대공을 상대로는 설령 강자라 자부하는 륭겐 후작조차도 기가 질릴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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