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6 회: 13권 - 3장. 콘돌 기병대의 출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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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님, 브라운우드입니다.”
함께 달리던 1연대장 발락이 말했다. 패트릭은 고개를 끄덕였다. 패트릭은 정지를 뜻하는 손짓을 보냈다.
평원을 질주하던 콘돌 기병대는 숲으로 들어서는 초입에서 진군을 멈췄다.
“대장님, 숲에서는 아군의 용병(用兵)이 힘들어집니다. 다른 방도를 찾아야 할 듯합니다.”
2연대장 달탄이 의견을 제시했다.
패트릭은 이미 생각한 바가 있었다.
“검술에 능한 자 50명과 활에 능한 자 50명을 뽑아라. 말에서 내려 나와 함께 숲에 침투할 것이다.”
“대장님께서 직접 말씀이십니까?”
“그렇다. 숲에 불을 지르고 오크 부족을 기습한 뒤 후퇴하겠다. 놈들이 우리를 뒤쫓아 숲 밖으로 모습을 드러내면 단숨에 격멸토록 해라.”
“예, 저희 세 연대는 각 방면에서 매복해 있겠습니다.”
3연대장 게덴이 말했다. 패트릭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윽고 세 연대에서 가장 검술에 능한 대원들과 활쏘기에 능한 대원들이 50명씩 뽑혔다.
그들을 쭉 둘러보던 패트릭은 문득 눈에 띠는 대원을 발견했다.
이제 갓 성인식을 치른 듯 보이는 열다섯 살 남짓한 유목민족 소년이었다. 그것도 바람의 일족의 관습일 뿐, 레던 왕국의 관습으로 따지자면 아직 성인도 안 된 나이였다.
“자네는 뭐냐?”
패트릭이 묻자 소년은 힘차게 대답했다.
“발터라고 합니다! 나이는 아직 열다섯 살에 불과하지만 검술과 용기는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자신이 있습니다!”
그 말에 패트릭은 호기심이 들어서 오러로 감각을 극대화하여 살펴보았다. 소년의 오러 홀에 미약하지만 오러가 제대로 자리 잡혀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오러 유저인가? 이제 막 오러 유저가 된 모양이군.”
“예, 그렇습니다!”
그때, 1연대장인 발락이 다가왔다.
“저기…… 대장님.”
“무슨 일이냐?”
“제 아들 녀석입니다.”
발락은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패트릭은 놀란 얼굴이 되었다.
“벌써 이렇게 장성한 아들이 있었던가? 전혀 알지 못했군. 미안하다.”
“별말씀을. 제 아들이라서가 아니라 확실히 검술에는 재능이 남다른 아이라 기대하고 있는 녀석입니다. 그 외에 활이나 슬링은 영 엉터리인 게 흠이긴 합니다만.”
패트릭은 그제야 납득이 갔다.
확실히 한때 가장 큰 유목민족 부족의 서열 3위 전사였던 발락의 아들이라면 재능이 있을 법했다.
“좋다. 발터라고 했느냐?”
“예, 대장님.”
“오늘의 활약을 기대해보마.”
“감사합니다! 반드시 기대에 부응해보이겠습니다.”
패트릭은 발터의 어깨를 툭툭 쳤다.
‘봐서 재능이 남다르다면 내가 직접 검술을 가르쳐주는 것도 생각해봐야겠다. 제자를 두기에는 아직 내 연륜이 부족하긴 하지만.’
생각해보면, 오리엔 왕실이 자랑하는 오러 마스터 브리튼 공작은 짧은 시간이었지만, 호의로써 자신에게 중요한 가르침을 내려주었다.
자신 역시 다른 이에게 가르침을 베푸는 것도 괜찮은 일이라서 패트릭은 생각했다.
그날, 브라운우드의 오크 부족 토벌은 성공적이었다.
패트릭은 선별된 100인과 함께 숲속으로 침투, 오크 부락을 기습했다. 오러 엑스퍼트 상급으로 급격히 발달한 무위를 마음껏 뽐내며 패트릭은 오크들을 살육한 뒤, 불을 지르고 후퇴했다.
영역침범은 물론이고 부락까지 불태워지자 오크들은 잔뜩 화가 났다. 오크들은 눈에 불을 켜고 패트릭 일행을 뒤쫓았다. 그리고 숲에서 나온 순간, 삼면에서 콘돌 기병대가 공격했다.
콘돌 기병대의 저력은 기동력 이외에도 활솜씨에 있었다. 3천 병력이 일제히 말 위에서 활을 쏘았고, 비처럼 쏟아지는 화살은 오크들을 눈 깜짝할 사이에 전멸시켰다.
패트릭은 다시 선별된 100인을 이끌고 숲에 들어가 오크 부족의 잔당 및 암컷과 새끼들을 섬멸함으로서 토벌을 마무리 지었다.
“오늘은 이곳에서 쉬고 내일부터 이동한다. 다들 실망을 많이 했을 텐데, 다음번에는 좀 제대로 된 싸움을 시켜주마. 오늘의 승리, 수고 많았다!”
“와아아!”
유목민족들은 환호하며 승리를 축하했다.
따로 주둔지를 설치할 필요는 없었다. 다들 화톳불을 피워놓고 땅바닥에서 침낭에 들어가 잠들었다. 패트릭도 예외는 아니었는데, 오랫동안 그들과 동고동락하다보니 유목민족의 관습에 익숙해져 있었다.
다음날, 날이 밝자 그들은 곧바로 출발했다.
성인식을 막 마치고 입대한 혈기왕성한 소년들이 많았기 때문에 콘돌 기병대는 사기가 매우 높았다. 브라운우드의 오크 토벌은 제대로 칼질도 못해봤던 탓에 어서 적을 베고 진정한 전사가 되고 싶어 했다.
콘돌 기병대는 빠르게 자이언트 앤트가 서식한다는 황무지에 이르렀다.
개미는 자기 덩치의 몇 배나 되는 것도 들어 올릴 정도로 힘이 강하고 이동속도도 빠르다. 그런 개미의 확장판이 바로 자이언트 앤트였으니, 그 위험성은 말할 필요도 없었다.
다행히 자이언트 앤트의 번식력은 개미처럼 강하지 않아서 개채 수는 적었다.
그럼에도 자이언트 앤트 퀸이 거느린 자이언트 앤트는 족히 수백 마리는 되기 때문에 이들의 서식지는 위험의 땅이었다.
패트릭이 지시를 내렸다.
“1연대는 미끼가 되어서 놈들을 유인하고, 2연대와 3연대가 좌우에서 협공을 한다. 가까이 접근하면 위험하니 되도록 원거리 공격 위주로 싸운다.”
“옛!”
세 연대장이 대답했다.
2연대와 3연대는 각각 좌측과 우측에서 대기했고, 1연대는 자이언트 앤트 무리를 끌어들이기 위해 움직였다. 패트릭도 1연대와 함께 움직이기로 했다.
이윽고 작전이 개시되었다.
패트릭은 1연대와 함께 빠르게 말을 달렸다. 천여 명이나 되는 기병이 일제히 달리니 말발굽소리가 지축을 뒤흔드는 듯했다.
자이언트 앤트들은 자신들의 영역에 적이 대거 나타나자 속속히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사방에서 50여 마리는 족히 되어 보이는 숫자가 몰려들었다.
“쏴라!”
1연대는 말을 잠시 멈춰 세우고 활을 쏘았다. 화살들이 자이언트 앤트들의 껍질을 뚫었다. 하지만 자이언트 앤트들은 생명력이 끈질겨서 화살 한 두 대로는 죽지 않았다. 게다가 숫자가 워낙 많아서 금세 거리가 좁혀졌다.
“후퇴하라!”
패트릭은 재빨리 후퇴 명령을 내렸다. 그러면서 자신은 가장 후위에서 가까이 접근한 자이언트 앤트들을 오러로 베었다. 다리든 머리든 패트릭의 오러 서린 바스타드 소드는 뭐든 썩둑썩둑 썰었다.
그렇게 후퇴를 하며 자이언트 앤트들을 유인하자, 작전대로 2연대와 3연대가 좌우에서 나타났다. 양방향에서 화살이 쏟아지자 픽픽 쓰러지는 자이언트 앤트들이 속출했다.
그제야 자이언트 앤트들은 2,3연대로 타깃을 바꿨지만, 이번에는 1연대도 말머리를 돌려서 반격에 나섰다.
숫자가 대폭 줄어들자 패트릭은 마지막으로 돌격 명령을 내렸다.
패트릭은 가장 앞장서서 돌진해 자이언트 앤트들의 한복판에서 좌충우돌 날뛰었다. 대장의 무위에 용기를 얻은 대원들도 신이 나서 싸웠다.
싸움은 콘돌 기병대의 대승으로 돌아갔고, 사상자는 수십 명 정도만이 부상을 당한 것으로 그쳤다. 콘돌 기병대는 이어서 자이언트 앤트의 굴을 찾아내 불태운 뒤에야 토벌을 끝냈다.
자이언트 앤트들의 위험성을 생각하면 거짓말처럼 완벽한 승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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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돌 기병대는 무서운 기세로 몬스터들을 토벌해나갔다.
말을 타고 빠르게 이동하면서 몬스터를 토벌했고, 싸움이 끝나면 쉬지 않고 다음 장소로 계속 이동했다.
엄청난 강행군에도 콘돌 기병대의 대원들은 꿈쩍도 안 했다. 그만큼 호전적인 유목민족 전사들은 싸움에 굶주렸던 것이다.
그렇게 토벌을 시작한 지 1개월 하고 열흘이 지났다.
북부대로 확장공사 현장으로 돌아온 패트릭은 공사 책임자 브랜들 남작에게 웃으며 말했다.
“생각보다 일찍 돌아왔군요. 공사 루트의 모든 몬스터를 섬멸시켰습니다. 이제 안심하셔도 좋습니다.”
“그, 그게 정말이오? 한 달 하고 열흘밖에 안 지났는데?”
“예. 생각했던 것보다 쉽더군요.”
자신만만하게 웃는 패트릭을 브랜들 남작은 멍하니 바라보아야 했다.
그날 이후로 콘돌 기병대의 명성이 레던 왕국에 퍼져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