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경영의 대가-301화 (301/529)

<-- 301 회: 13권 - 1장. 아버지가 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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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들 지스의 탄생에 대해서는 갖가지 소문이 많았다. 뭐, 그거야 당연한 일이겠지.

내 아들이거든!

차기 재상이 될 나의 자식이자, 리간드 가문의 후계자로 유력한 장남의 탄생이었다.

게다가 지스가 태어난 날, 아기를 받아준 산파가 이런 말을 한 바 있었다.

“백작 나리, 제가 산파 노릇만 40년째인데 지스 도련님 같은 우량아는 처음 봅니다요.”

그냥 듣기 좋으라고 한 빈말이 아님은 틀림없었다.

내가 봐도 그렇더라.

갓 태어났을 때의 조카딸 엘레네와 비교하면 약 1.5배쯤이나 더 체격이 컸다. 안아보니 묵직한 무게가 심상치 않았다.

그 산파는 당연하게도 어디 가서 이 이야기를 침 튀겨가며 떠들었을 테지. 그리고 그것이 상급 정령사로서 갖가지 활약과 기행 등으로 유명한 내 소문과 결합되어서 기괴한 이야기가 떠돌게 된 것이다.

“리간드 백작가의 장남은 태어났을 때 덩치가 이미 세 살배기 아이와 같았다더라.”

“태어나자마자 정령들이 나타나 축복해주었다더라.”

출산 때 운디네로 시스를 도운 일이 이런 식으로 과장된 모양이었다.

“태어나자마자 말까지 했다면서?”

태어나자마자 어떻게 말을 해?

그밖에도 배를 잡고 웃을 만한 기상천외한 소문이 많이 퍼졌다.

보통, 명문 귀족가의 자식이 태어날 때 이렇게 호들갑스러운 소문이 나지는 않는다. 물론 선전 목적으로 가문 측에서 일부러 과장된 소문을 퍼뜨리는 경우는 있지만.

그런데 내 아들의 출생에 이런 이상한 소문이 생겨난 이유는, 아무래도 내가 그동안 정령술을 이용해서 신기한 짓거리를 많이 하고 다닌 영향으로 보인다.

잠든 채 날아서 왕궁에 출근한 일도 빈번했고, 하루아침에 동산을 만들고 그 위에 저택을 세웠다. 북부대로 보수공사를 할 때도 정령술로 맹활약을 떨쳤더랬지.

내가 이런 놈이니, 내 아들 지스도 신기한 녀석이지 않겠느냐는 것이었다. 원래 평민들은 허황된 이야기도 쉽게 믿는 경향이 있거든.

하지만 아쉽게도 사람들의 기대와 달리 지스를 정령술의 재능을 타고나지 않았다. 정령들에게 물어보니 정령친화력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고 했다. 없던 정령친화력이 후천적으로 생기는 일은 없으므로, 지스는 정령사가 되지 못할 것이다.

다만 소문만큼은 아니지만 보기 드문 우량아임은 사실이었다. 가히 압도적인 이 몸집으로 보아, 무예에는 재능이 있지 않을까 싶었다. 정통 기사가문인 쿤트의 혈통이니까.

임신 당시 시스의 식욕이 워낙 좋았고, 내가 매일 운디네의 치유의 힘을 불어넣어준 덕분에 지스가 이런 우량아로 태어난 게 아닐까 추측되었다.

아무튼 무슨 위대한 영웅의 출생비화 같은 이야기들이 동네방네 소문난 덕분에 리간드 가문의 위상은 더욱 높아졌다.

갓 태어난 아기인데도 위대한 인물이 될 싹수가 보인다고 사람들이 수군거리는 상황. 이런 선전 효과는 장차 지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걱정도 들었다.

내 아들 지스에게 너무 많은 기대가 집중되는 게 아닐까?

사람들은 무슨 범상치 않은 인물이 탄생했다고 벌써부터 입방아를 찧고 있고, 무엇보다도 내 아들이었다.

나를 봐라.

상급 정령사에 레던의 현자라는 과분한 별명까지 생겨버렸다. 약소 가문의 서자로 태어났지만 상인으로서 성공하였고 왕실에도 수많은 공적을 세워 차기 재상에 올랐다. 앞으로도 재상으로서 국정을 주도할 것이 틀림없었다.

물론 난 내가 그리 대단한 녀석이란 생각이 눈곱만큼도 들지 않지만, 일단 타인이 보기에는 난 이렇게 거창한 인간이었다.

그런 나의 아들로서 산다는 것이 과연 쉬운 일일까?

지스의 재능이 그런 모두의 기대를 만족시킬 정도라 아니라면, 중압감에 스스로 무너질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늘 기대 어린 시선을 받고 자라면서, 실수를 두려워하는 인간이 될 지도 모른다.

아버지에게 인정 못 받아서 성격이 삐뚤어진 제이슨 란즈헬만 봐도 알 수 있는 일 아닌가.

나는 이러한 구구절절한 이야기를 모두 담아서 가족들에게 서신을 보냈다.

그러자 세 통의 답장이 돌아왔다. 각각 아버지, 릭 형님, 아서 형님의 답장이었다.

「별 걱정을 다 하는구나. 내 아들아, 답은 언제나 하나란다.

아들에, 우량아에, 정령술의 재능은 타고나지 않았다고?

내게 보내면 된다.

내가 오러 마스터로 키워주마. 그럼 다 해결되는 문제 아니냐.」

“…….”

할 말이 없어졌다.

아버지는 릭 형님을 오러 마스터로 만드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뒤로 자신감이 하늘을 찌르는 모양이었다.

그러고 보면 아버지는 엘레네도 제자로 삼으려 했었지. 정령친화력을 타고난 게 밝혀져서 검술 대신 정령술을 가르치자고 합의가 되어 포기했지만 말이다.

아버지의 제자로 보내면 어떻게 될까?

……아버지 같은 폭력성 충만한 인간이 될지도 모른다. 내 아들이 전쟁광이라니, 싫어!

이 제안은 거절.

「일단 축하하고, 이리 보내. 약속대로 특별히 이 형님의 수제자로 삼아줄 테니. 내 직감인데, 지스는 나만한 천재일 것 같다.」

……이런 인간을 형님으로 두고 있다니.

지가 무슨 직감이 있기에 내 아들더러 검술의 천재래? 내 아들 본 적이나 있어?

그리고 릭 형님은 아버지의 폭력성에 나의 괴짜성이 합쳐진 듯한 인간이었다. 더더욱 지스의 스승으로 삼아서는 안 되는 인간이란 말이지.

이것도 거절.

「먼저 축하한다는 이야기를 먼저 해야겠구나.

네가 성인이 되어 가문을 떠난 지가 엊그제 같은데, 가문을 일구고 아들을 얻은 걸 보니 형으로서 가슴이 찡하구나.」

이야, 그래. 바로 이거지!

이게 제대로 된 가족의 안부 편지다. 역시 아서 형님이 우리 가문 남자들 중 가장 제대로 됐어.

「많은 고민을 안고 있는 모양이구나. 물론 그렇겠지. 나도 내 딸 엘레네를 생각하면 여러 가지 생각에 잠기게 된단다. 언젠가 먼 훗날에는 웬 놈이 나타나 엘레네를 데려갈 거라고 생각하면 정신이 아찔해진다. 역시 데릴사위를 들일까 하고 레이라와 상의하기도 한단다. 극성이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이제 너라면 내 심정을 이해하겠지?」

알고말고요.

귀한 내 아들이 태어나니까 아버지로서의 사랑과 함께 깊은 애착이 무럭무럭 생긴다. 내 자식을 절대로 품에서 놓고 싶지 않은 마음은 어느 부모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근데 그건 그렇고, 나도 나중에 딸 낳으면 시집 안 보내고 데릴사위 데려와야겠다.

귀한 내 자식을 남한테 왜 줘?

「주위의 많은 기대가 자식을 망치지 않을까 하는 네 걱정은 타당하다. 나 또한 장남으로 태어났기에 그러한 고민을 많이 했으니까.

하지만 말이다.

이 세상에 그런 과정을 거치지 않고 어른이 된 사람이 있겠느냐?

나도, 너도, 많은 고민을 안고 스스로의 부족함에 좌절을 겪지 않았더냐. 남보다 더 잘하지 못할까봐 걱정하고, 부모님께서 실망할까봐 고뇌하면서, 그렇게 어른이 되지 않았느냐.

중요한 것은 자신의 부족함을 깨우치면서도, 또한 자신의 장점을 발견하고 적성에 맞는 길을 걸어갈 수 있도록 부모로서 격려해주는 게 아닐까 싶구나.

네 아들이 그런 문제에 부딪칠 것을 걱정하지 마라.

네 자식의 장애물을 치워주는 부모가 되지 말고, 장애물을 넘고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부모가 되어라.

너라면 잘 해내리라 믿는다.」

아…….

아서 형님이 들려준 조언은 내 심금을 울렸다.

아서 형님의 말 그대로였다. 누구나 살면서 그런 문제들을 겪는다. 그리고 살면서 계속 그 문제에 봉착했을 때 어떻게 이겨나가야 하는지를 배운다.

누구보다도 오래 살아서 그런 것들을 잘 알고 있었음에도, 나는 그 사실을 간과했다.

아무래도 전생 때 가정에 실패했던 뼈아픈 경험이 나를 겁먹게 했던 모양이었다.

감사합니다, 아서 형님.

나는 속으로 감사를 표하고는 결심을 굳혔다. 내 아들 지스를 어떻게 키워야 할지 감이 잡혔다.

“어릴 땐 실컷 놀게 할 거야.”

“네?”

줄리아와 시스가 내 말에 관심을 보였다.

“8살이 되면 검술의 기초와 귀족의 예법, 기본적인 교양만을 가르치고, 12세가 되면 카록 상단에서 일하게 할 거야. 15세가 되면 콘돌 기병대에 들어가 유목민족 전사들과 함께 말 타고 달리며 군대 경험을 쌓게 하고, 18세 상인이 되면 왕실 관리로서 내 밑에서 일하게 해야지. 그렇게 최대한 다양한 경험을 시켜준 다음에 20세가 되었을 때 무엇을 하고 싶은지 선택하게 하는 거야. 어때?”

“멋진 영재교육이에요.”

줄리아가 손뼉을 치며 찬성했다.

“그런데 12세에 상인 경험을 시켜주려면, 카록 상단에 보내는 것보다는 레던 왕성에 귀금속 상점을 하나 차리는 건 어때요? 제가 소일거리삼아 경영하면서 지스를 가르칠게요.”

“그래? 그것도 괜찮겠네.”

귀금속 상점이라면 손님이 대부분 귀족이니 인맥을 쌓기에도 좋을 터였다.

그러고 보니, 예전에 줄리아가 레스토랑 하던 건물이 있구나. 이제 와서는 그다지 쓸 데가 없어서 그냥 땅문서를 처박아뒀는데, 나중에 거기다가 귀금속 상점을 차려주면 될 것 같다.

“참. 그런데, 여보. 우리 지스 마법에 대한 재능은 없을까요? 생긴 것도 시스를 꼭 닮았는데 재능도 물려받았을 지도 모르잖아요.”

듣고 보니 그렇군.

나는 시스를 쳐다보았다.

그러나 시스는 고개를 저었다.

“마법, 싫어.”

“어머, 왜?”

줄리아가 의외라는 듯이 물었다.

“마법, 재미있지만 고독해.”

나는 그런 시스의 대답을 이해할 것 같았다. 시스는 마법 길드에서 고독한 유년기를 보냈기 때문에 별로 좋은 기억이 없을 터였다.

게다가 마법사란 본래 연구에 미친 족속들이라 외롭고 폐쇄적인 삶을 살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가 레이몬드 후작 같은 괴짜 영감이 탄생하는 거거든.

“하긴 나도 마법사로 키우는 것은 별로야. 가문을 이어받을 아이인데 그런 폐쇄적인 생활은 좋지 않지.”

“그렇겠네요.”

우리는 지스의 장래에 대해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하루를 보냈다.

그렇게 내 황금 같은 휴가는 또 하루가 지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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