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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의 대가-294화 (294/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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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장. 텍스 강 개척(2)

세 사람의 의견이 종합된 텍스 강 개척 계획서는 곧장 나에게 제출되었다.

이를 면밀히 읽어본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훌륭해.”

몬스터의 서식을 예방하는 군대의 배치와 파오니 남작의 도시개발계획이 조화를 이루었다. 도시개발의 핵심인 조선소를 사방에 배치된 군대가 완벽하게 보호하는 형태를 띠고 있었다.

그 와중에도 파오니 남작은 경관까지 고려하여서 흐르는 텍스 강과 뒤편의 산들이 조화를 이루는 아름다움을 연출하였다. 천재는 천재였다. 이곳에 만들어질 도시는 손꼽히는 명승지가 될 것이 틀림없다.

“주군께서 만족하셨다니 다행입니다.”

베일은 보람 가득한 얼굴로 답했다.

이번 텍스 강 개척은 영주대리가 된 베일의 첫 번째 업적이 될 터였다. 자신의 능력을 모두에게 입증할 기회였기 때문에 나름대로 열정을 바치는 모양이었다. 그러한 열정이 이 계획서에 고스란히 보였다.

“좋아. 마음에 들었어. 그럼 내일부터 당장 몬스터들을 박멸시키자고.”

“예! 내일 아침까지 출진 준비를 마쳐놓겠습니다.”

딘이 대답했다.

그리하여 다음날, 리간드 백작령은 다시금 텍스 강 토벌에 나섰다.

내 가문의 군대가 열을 맞춰서 진군을 개시했다. 저 질서정연한 모습은 혼트 제국군을 연상케 했는데, 혼트 제국군 출신이었던 딘의 솜씨인 듯했다.

“와아아!”

“이기고 와라!”

“영주님이 함께 하시니까 한 명도 안 죽을 거야!”

“영주님 만세!”

영지민들이 너도나도 한 마디씩 응원을 하며 출진하는 군대를 배웅했다.

둥실둥실 하늘을 떠서 이동하던 나는 군대의 선두에서 걷는

딘에게 다가갔다.

“딘.”

“예, 주군.”

“먼저 가서 오우거 잡을 테니까, 예정대로 천천히 와서 작전 개시해.”

“알겠습니다.”

좋아. 이제 슬슬 가볼까?

오우거부터 후딱 잡고, 딘이 도착할 때까지 등산이나 해야겠다. 어스 핸드를 이용한 제자리 달리기도 나쁘진 않지만, 풍경 좋은 곳에서 운동하는 게 훨씬 기분이 좋거든. 등산처럼 좋은 운동도 없지.

운디네의 힘으로 체액을 조종해 하늘 높이 몸을 띄워 올렸다. 그리고는 세차게 텍스 강을 향해 날았다.

“저게 리자드맨 부족인가?”

텍스 강 유역에 터를 잡고 모여 사는 리자드맨들이 눈에 들어왔다. 도마뱀과 인간을 섞어놓은 것 같은 괴물들이 족히 2천 마리 넘게 서식하고 있었다.

리자드맨은 주로 나무나 돌을 깎아 만든 무기를 쓰지만, 인간의 철제 무기를 빼앗아서 사용하는 습성이 있기 때문에 무장상태가 다른 몬스터보다 좋았다.

힘은 오크와 비슷하지만 몸놀림은 더욱 날렵하며, 물속에서도 마음대로 헤엄치며 호흡한다. 이런 강가에 서식하는 리자드맨은 수륙(水陸)을 오가며 싸우기 때문에 위험하기가 오크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뭐, 그래봐야 나에게는 별로 무서울 게 없지만 말이다.

-태우자.

샐러맨더가 슬그머니 제안했다.

“아직 안 돼.”

-왜 안 되냐?

“군대가 도착할 때까지 기다려야지. 한 마리라도 도망치게 놔둬서는 안 된다고.”

강물 속에 숨어서 달아나는 리자드맨이 속출하면 골치 아파진다. 리자드맨은 복수심이 무척 강하고, 번식력도 강하기 때문이다.

물론 운디네까지 동원해서 약간 무리를 하면 나 혼자서 한 마디로 남김없이 처치할 수는 있긴 한데, 나 혼자만의 힘으로 일을 해결하고 싶지는 않았다.

내가 없어도 다들 알아서 영지를 잘 관리할 수 있는 자립성을 길러줘야 한다.

물론 내가 언제 영지에 신경이나 썼냐마는, 리간드 영지에 그동안 지원해준 자금은 상당했다. 카록 상단이 가난한 영지를 위해 매년 돈을 보내준 것이다. 그러니 영지민들이 날 보고 칭송을 하지.

내가 카록 상단을 통해 매년 벌어들이는 돈에 비하면 새 발의 피지만, 그래도 나는 영지의 발전을 진심으로 생각하고 있다. 발전은 돈이 아니라 사람들의 열정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다.

“뭐, 하긴 불덩어리 큰 거 한 방 날려주고 우왕좌왕하는 거 구경하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긴 한데…….”

이렇게 높은 하늘에서 내려다보고 있자니, 개미떼의 행렬을 바라보는 어린아이의 심정이 발동된다.

-하자, 하자!

“에이, 아냐.”

-소심하긴. 그러니까 마누라한테 구박 받고 사는 거다.

“시끄러!”

듣기 싫은 소리를 골라가며 하는 재주가 있는 샐러맨더였다. 얘는 어째 성장할수록 이런 쪽으로만 더욱 발달한다.

리자드맨 부족에서 시선을 떼고 텍스 강 맞은편에 있는 산지대로 이동했다.

나는 샐러맨더에게 말했다.

“야. 가서 오우거인지 뭔지 잡고 와라.”

-정말이냐?

“내가 거짓말 하는 거 봤냐?”

-봤다.

“……싫으면 말던가!”

-안 싫다! 다녀온다!

내 몸에서 쑥 튀어나온 샐러맨더는 산지대를 향해 쌩 하니 날아가 버렸다. 자고로 애는 나가 놀게 해야 하는 법이지.

오우거는 샐러맨더에게 맡기기로 하고, 나는 등산을 할 만한 산봉우리를 찾았다.

“저게 좋겠다.”

산 초입으로 내려간 나는 기세 좋게 한 발짝씩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오르기 시작한 지 20분밖에 되지 않았는데도 땀이 뻘뻘 났다.

땀으로 몸이 흠뻑 젖을 때마다 운디네의 도움을 받아 한바탕 샤워를 하면서 계속 올랐다.

그런데…….

아무래도 내가 샐러맨더의 말썽 파워를 우습게 본 모양이었다.

“뭐, 뭐야 저게!”

-산불…….

운디네가 나직이 중얼거렸다.

그랬다.

샐러맨더가 기세 좋게 날아간 산에 큰 불이 나 메케한 검은 연기가 하늘로 치솟고 있었다. 어째서 오우거 한 마리 잡는데 산불이 나는 거냐?!

“샐러맨더! 당장 이리와!”

-왜 그러냐?

샐러맨더가 허공중에 나타났다.

“오우거 잡으랬지 누가 산불 일으키랬어? 미쳤어?!”

-잡는 방식은 내 마음이다. 크헤헤!

“그래서, 오우거는 잡았어?”

-아직이다.

“아직?”

-지금 불속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 쉽게 안 죽는다, 크헤헤헤!

나 얘 무서워. 정말 정령 계약을 할 때 내가 이런 미친 정령의 모습을 원했단 말이야?

“운디네, 가서 산불 좀…….”

-내가 끌 거다!

샐러맨더가 소리쳤다.

“그럼 빨리 꺼!”

-크헤헤!

샐러맨더는 불타는 산으로 다시 날아갔다. 잠시 후, 불은 말끔하게 꺼졌다.

어떻게 불을 껐지?

궁금해져서 샐러맨더가 있는 산으로 날아가 보았다.

무성한 나무들이 죄다 잿더미가 되어서 황폐해진 산의 중턱에 샐러맨더가 보였다.

“불은 어떻게 껐어?”

-내가 다 먹었다! 배부르다!

불의 정령이 불을 먹어? 하긴, 예전에 우리 노움도 어스 스웜의 잔해를 먹었었지.

그러고 보니 샐러맨더가 아까보다 미세하게 더 커진 느낌이 들었다. 노움, 운디네와 감각을 공유하고 있는 내가 착각할 리는 없으니, 그 산불을 먹어치우고서는 약간 성장을 한 모양이었다.

예전에 노움도 어스 스웜의 잔해를 먹어치우고 덩치가 쑥쑥 커졌었는데, 샐러맨더도 마찬가지로 불을 먹을수록 성장하는 모양이었다. 이 산을 홀랑 태워버린 어마어마한 산불을 먹었으니 커질 수밖에.

“오우거는?”

-여기 있다!

샐러맨더가 가리킨 곳에, 한때 오우거였으리라 생각되는 큼직한 뼈 무더기가 보였다. 엄청난 두개골 사이즈를 보니 확실히 오우거였다.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이걸 잡으려고 산을 홀랑 다 태웠냐. 파오니 남작이 이 꼴을 보면 크게 화를 낼 것이다. 아름다운 도시 경관을 망치게 생겼다고.

  

***

그날 오후 2시 무렵에 딘이 군대를 이끌고 텍스 강 유역에 도착했다.

“주군, 영지군을 백인대 단위로 각 길목에 배치했습니다. 그런데, 오우거와 꽤나 대단한 싸움을 벌이셨던 모양입니다.”

딘은 홀랑 탄 산봉우리를 보며 질린 표정을 지었다. 나는 떨떠름하게 대꾸했다.

“으응, 대단했지.”

대단한 건 오우거가 아니라 샐러맨더의 미친 방화본능이었지만…….

“아무튼 가장 큰 문제였던 오우거가 해결되었으니 이제 텍스 강 개척은 일사천리로군요. 일단 작전대로 주군께서 리자드맨 부족에 막대한 타격을 가하시면, 저희는 육로를 차단하면서 압박해나가겠습니다. 주군께서는 텍스 강을 통해 달아나는 리자드맨을 부탁드리겠습니다.”

“알았어.”

강물에 잠수해서 달아나는 리자드맨은 정령술 아니고서는 답이 없지.

나는 쾌히 승낙하고는 리자드맨 부족에게 강렬한 선물을 안겨주기로 했다.

지진을 일으킬까? 아니면 홍수라도? 아냐, 리자드맨은 물과 친하니까 홍수는 별 효과가 없지. 그럼 역시 노움에게 지진 공격을 가하는 쪽으로…….

-태우자!

내 마음을 읽은 샐러맨더가 또 불쑥 끼어들었다.

“아까도 실컷 불장난하고 놀았잖아! 북부대로 보수공사 때도 여기저기 다니면서 실컷 몬스터와 싸우게 해줬고.”

-평소에 나랑 안 놀아줬다!

“…….”

그러고 보면 샐러맨더는 평소에 뭔가를 시킬 일이 거의 없었다. 기껏해야 벽난로에 불 피우거나 내 체온을 적정온도로 유지시키는 일쯤?

노움이나 운디네에 비해 활용빈도가 낮은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이렇게 싸울 때를 제외하면 샐러맨더가 제대로 활약할 기회는 많지 않았다.

“대신 쓸데없는 말썽 피우면 안 된다? 예를 들면 산불을 낸다던지, 산불을 낸다던지…….”

-알았다! 크헤헤!

샐러맨더는 냉큼 대답했다.

샐러맨더는 아직 중급 정령이라 노움, 운디네에 비해 파괴력이 떨어지기는 했지만, 상급 정령사인 나의 막대한 정령친화력을 무한정 공급받으면 리자드맨 부족 수천 마리 정도야 문제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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