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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의 대가-251화 (25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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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장. 인사격변

카록 일행이 왕궁에 입궁한 소식은 널리 알려졌다. 왕실 정계는 술렁거렸다. 아마 최고위 관리들을 비롯한 고위 관리들 일당에게는 올 것이 왔다는 느낌일 터였다.

다음날 아침.

에릭 국왕은 긴급 궁정회의를 소집하였고, 이에 따라 각 부서의 상서들이 입궁하였다. 그들의 얼굴에는 숨 막히는 긴장감 혹은 체념이 어려 있었다.

모두가 모인 자리에서 에릭 국왕이 입을 열었다.

“지난번의 혼트 제국 내전 사태와 관련하여서 짐과 그대들은 많은 의견을 주고받았다. 설령 뜻은 서로 달랐어도 이 나라를 위한 마음이야 의심할 여지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에릭 국왕은 강한 어조로 외쳤다.

“짐은 실망하였다!”

무거운 침묵이 대전을 지배했다.

서릿발 같은 에릭 국왕의 험악한 기세에 관리들은 식은땀을 흘렸다.

많은 일을 겪으면서 에릭 국왕에게서도 강한 군주의 카리스마가 풍기기 시작한 것이었다.

“혼트 제국 내전에 대하여 제대로 그 결과를 예측한 사람이 몇 명 되지 않았다는 사실에 통탄을 금치 못하겠다. 이렇게 다들 정국의 흐름에 어두우니, 짐은 누굴 믿고 국정을 논하여야 한단 말이냐?! 그대들의 그 연륜과 지혜는 다 어디로 갔는가?”

‘연륜’을 언급한 것은, 그간 자신을 너무 젊어서 경험이 부족한 국왕이라며 무시해온 이들의 행태에 대하여 비수를 꽂은 것이었다.

“묻겠다! 이 자리에서 각 상서 이하의 관리들 중 바덴 강 통행세 협상에 기여한 자가 있느냐? 오리엔 왕실과의 동맹 체결에 기여한 자가 있느냐? 대체 세상이 빠르게 변하는 동안 그대들은 나라의 녹봉을 받으며 무얼 하고 있었나!”

관리들의 고개가 점점 아래로 떨어졌다.

이제 에릭 국왕과 왕실 국정 주도권을 놓고 대립하던 시간은 끝났다. 카록 리간드를 비롯한 뛰어난 인재의 보필을 받으며 많은 업적을 쌓은 에릭 국왕은 왕실을 완전히 휘어잡았다.

“그러므로 짐은 독한 결단을 내렸다. 대규모의 인사를 단행하여서 헤이해진 왕실의 기강을 바로잡겠노라!”

그리고 본격적으로 인사발령이 시작되었다.

“재상부 소속의 제론 데커드 준남작은 대령하라.”

에릭 국왕의 명령에 대전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제론 데커드가 걸어 들어왔다.

“제론 데커드 준남작. 짐은 그간 보여준 그대의 공로와 능력을 인정하는 바, 그대에게 자작의 작위를 수여하고 해임한 클레비우스 백작의 후임으로 군사부상서에 임명한다!”

“왕명을 받들어 충정을 다하겠습니다.”

제론의 공손하게 대답했다.

그러자 최고위관리들은 서로를 보며 당혹스러워했다. 설마 제론 데커드처럼 젊은 인재가 상서라는 높은 관직에 임명될 줄은 몰랐다는 표정이었다.

“재상부 소속의 루이 콘체른은 안으로 들라!”

그러자 이번에는 루이 콘체른이 안으로 입장해 에릭 국왕 앞에 부복했다.

“마찬가지로 그간 그대의 능력을 충분히 보여준 바, 그대를 남작에 봉하노라. 또한 재정부상서 밴델 자작을 해임하며, 그 후임으로 그대를 임명하겠다.”

대전은 충격에 휩싸였다.

즉석에서 해임통보를 당한 밴델 자작은 금방이라도 주저앉을 것처럼 다리를 후들후들 떨었다. 충분히 각오한 일이었지만, 막상 그 날이 오니 전신에 힘이 쫙 빠지는 그였다.

“왕명을 받들겠습니다.”

루이는 역시나 조금의 동요도 없는 담담한 어조로 대답했다. 냉철한 성격으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루이였다.

“이어서 헤이젤 듀론 자작은 안으로 들라!”

이어진 에릭 국왕의 명령에 최고위 관리들은 모두가 경악했다.

헤이젤 듀론 자작.

듀론!

바로 노재상 듀론 후작의 둘째 아들, 40대 초반의 헤이젤 듀론 남작이 왕실에 나타난 것이다.

영지를 장남이 모두 이어받았기 때문에 차남인 헤이젤은 별로 세간의 이목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헤이젤 듀론 자작은 사실 형을 보좌하며 광활한 듀론 영지를 다스리는데 힘을 보테고 있었다. 욕심 없는 것이 집안내력인지 헤이젤은 책을 읽고 공부하기를 좋아하는 학자타입의 인물로 야망이 없었다. 또한 공명정대한 성품으로 일처리를 했으므로 영지 내의 평판도 훌륭했다. 그를 아는 사람은 모두 칭찬을 하곤 했다.

믿을 만한 인재에 목말랐던 에릭 국왕은 ‘듀론 후작 같은 인물이 한 명 더 없을까?’ 하다가 그의 두 아들에 주목하게 되었다.

장남이야 듀론 가문의 가주에 등극하여 영지를 다스리기에 여념이 없었지만, 차남 헤이젤은 물려받은 영지가 없었다. 그저 약간의 금전과 가문의 수많은 서책을 유산으로 받았을 뿐이었다. 학자가 장래희망이었던 헤이젤이었기에 유산으로 서재의 책들을 요구한 것이다.

에릭 국왕은 열심히 헤이젤의 등용에 열을 올렸다.

헤이젤도 열심히 거절했다.

하지만 은퇴한 듀론 후작도 왕실로 끌고 온 에릭 국왕이었다. 부친도 당해내지 못한 그 집요한 러브콜을 아들이 당해낼 리 없었다.

결정적으로 ‘학자라면 서책뿐만이 아니라 현장에서 살아 있는 지식을 얻어야 하며, 그러려면 왕실만큼 넓은 세상을 볼 수 있는 곳이 없지 않느냐’는 에릭 국왕의 달변이 주효하였다.

“헤이젤 듀론 자작. 그대를 오랫동안 공석으로 있었던 외교부상서에 임명한다. 그대의 지식과 지혜를 마음껏 펼치도록 하라.”

이번에도 놀라움의 연속!

왕실의 떠오르는 실세, 카록 리간드 자작의 직책이 ‘재상 보좌 겸 외교부 부상서’였다. 외교부상서였던 비제 자작이 사임했으니, 사실상 카록이 외교부의 수장이었다. 그런데 그런 카록보다 한 단계 위의 직책에 헤이젤을 앉혀놓은 것이다.

누가 보면 카록의 성장세가 너무 지나쳐서 듀론 후작의 아들로 견제한다고 착각할지도 모르는 인사발령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카록 리간드 자작과 쿤트 자작은 안으로 들라!”

마침내 화제의 중심에 있는 부자(父子)가 대전 안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

“아버님, 가시죠.”

“그래.”

나는 대전을 수시로 들락거려서 익숙했기 때문에 아버지를 이끌었다. 뭐, 아버지도 이 정도에 긴장할 만큼 새가슴이 아니었기 때문에 기꺼이 함께 안으로 입장했다.

대전에는 묘한 열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경악. 파란. 변화.

아마도 에릭 국왕의 파격적인 인사로 인하여 형성된 분위기 같았다.

나와 아버지는 함께 에릭 국왕의 면전에서 한쪽 무릎을 꿇고 부복했다. 이미 주변에는 제론, 루이, 그리고 듀론 후작의 둘째 아들이라는 헤이젤 듀론 자작까지 부복해 있었다. 이렇게 한데 모여 있으니 왕실의 새로운 얼굴들이 한 눈에 보이는군.

“먼저 쿤트 자작.”

“예, 폐하!”

엄숙한 표정을 유지하고 있던 에릭 국왕의 얼굴에 처음으로 미소가 피어났다.

“그대는 기사로서 또한 무인으로서 위대한 성취를 얻어서 이 나라를 빛냈으므로 짐이 그대의 열정과 노력을 치하함이 마땅하다. 따라서 짐은 기꺼이 그대에게 백작의 작위를 수여한다.”

“감사합니다, 폐하.”

“그리고 상이 있다.”

에릭 국왕은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대에게 어떤 상을 내려야 할까 많은 고민을 했다. 그리고 적당한 게 하나 있다는 것을 깨달았지. 바로 이것.”

그러면서 에릭 국왕은 자신의 허리춤에 차고 있던 보검을 검집 째로 꺼냈다.

모두들 깜짝 놀랐다.

나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저 쇼맨십이라니! 과연 에릭 국왕이다.

“이것은 짐의 검이다.”

“오오!”

“폐하의 보검을?!”

다들 놀라서 나직이 수군거렸다.

에릭 국왕은 쑥스럽다는 듯이 말했다.

“왕위에 오르면서 짐을 위해 새로이 제작된 검인데, 부끄럽게도 격무에 치이느라 몇 번 휘둘러보지 못하였다. 그게 불행인지 다행인지, 덕분에 내 손에 길들여지지 않은 완전한 새 검이니 그대에게 주는 선물로 적합하다 생각한다. 이것을 받아 앞으로도 짐을 위해, 이 나라를 위해 그대의 검술을 펼쳐라.”

“온몸을 바쳐 왕명을 받들겠습니다!”

아버지는 감격하여서 보검을 받으며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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