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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의 대가-243화 (243/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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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장. 또다른 음모

한참을 날아간 끝에 나는 린델 백작령에 도착했다.

높은 상공에서 내려다보니, 린델 성의 아름다운 경관이 한 눈에 들어온다.

두 겹으로 에워싸인 튼튼한 성벽은 몇 배의 병력이 공격해도 쉽게 함락될 것 같지 않았다. 바덴 강의 물줄기가 린델 성의 옆을 지나고 있었고, 강가의 선착장에는 수많은 상선이 정박된 게 보였다. 저 많은 상선이 다 통행세를 지불한다고 생각하면, 육제후가 바덴 강 덕분에 얼마나 돈을 많이 벌고 있는지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그리고 린델 성의 중심부에는 린델 백작가의 화려한 저택이 자리 잡고 있었다. 하나의 궁전 같은 대저택이었다.

“노움아.”

-응, 아빠.

“이곳에 지진이 발생하면 다들 기절초풍할 거야. 그치?”

-응, 깜짝 놀랄 거야.

내 머리 위에 앉아 있던 노움이 대답했다.

“지진 때문에 저 두꺼운 성벽이 와르르 무너지면 다들 두려움에 질리겠지?”

-응! 무지무지 무서워할 거야!

“그래도 운이 좋게도 인명피해도 없고 일반 영지민들의 재산피해도 없으면 천만 다행이겠지, 그렇지?”

-응! 다행이야.

“어휴, 우리 귀염둥이 노움.”

-헤헤, 나 귀여워.

노움은 배시시 웃으며 좋아했다.

“자, 그럼 시작할까?”

천벌 시작이다!

나는 노움에게 지시를 내렸다.

노움이 힘을 발휘하자 정령친화력이 대폭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이 일대에 지진을 일으키는 일이니 정령친화력의 소모가 결코 적지 않았다.

두두두두두―!

지진으로 린델 성 전체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나는 땅을 흔들면서 그 힘을 린델 성의 성벽에 집중시켰다.

“으아악!”

“지진이다! 피해!”

“성벽이 무너진다!”

성벽 위에 있던 병사들은 기겁을 하여서 대피하기 시작했다. 나는 지진을 적절히 조절하면서 병사들이 모두 대피한 성벽부터 무너뜨렸다. 모든 건축물의 근간이 되는 땅이 거칠게 요동치자, 튼튼했던 성벽도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윽고,

쿠우웅! 콰르르릉―!

성벽에 균열이 생기더니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한 번 무너지기 시작하니 내구성을 잃고 걷잡을 수 없이 파괴되었다. 공교롭게도 병사들이 모두 대피한 곳부터 차례대로 무너졌다. 뭐, 내가 그렇게 조절한 거니 당연하지만 말이다.

“이렇게 강력한 지진이라니?!”

“이런 일은 한 번도 없었는데!”

우왕좌왕하는 병사들.

난리가 난 지상을 바라보던 나는 문득 좋은 생각이 났다.

“운디네.”

-응.

내 체액에 깃들어 있던 운디네가 쏘옥 얼굴만 밖으로 내밀며 대답했다.

“지진이 났는데 홍수가 빠지면 섭섭하지?”

-응.

“강물을 범람시켜서 선착장과 조선소를 쑥대밭으로 만들어놓자.”

-응.

내 명령을 받은 운디네는 바덴 강으로 쏜살같이 날아갔다. 잠시 후, 정령친화력의 소모가 더욱 빨라졌다.

콰아아아!

바덴 강의 강물이 마구 요동치면서 선착장을 덮쳤다. 선착장이 파괴되고 배들이 이리저리 떠내려갔다.

강물은 계속해서 무서운 기세로 조선소를 덮쳤다. 린델 백작가가 소유한 거대한 조선소였다. 조선소는 대형 화물선 몇 척이 건조 중이었다. 안 됐군, 린델 백작. 재산 피해가 좀 크겠어.

콰지지직!

강물은 조선소를 완전히 부숴버렸다. 건조 중인 화물선은 물론이고 조선소 건물 전체가 폭삭 주저앉았다.

강물이 범람하고 땅이 흔들린다!

신이 노하기라도 한 것처럼 지진과 홍수가 린델 성을 공격했다. 달걀 껍데기가 벗겨진 것처럼, 린델 성의 성벽이 완전히 주저앉았다. 선착장과 조선소가 파괴되어서 부서진 잔해만이 남아버렸다.

아이고, 힘들다.

나는 이쯤 하면 됐다 싶어서 중단했다. 정령친화력이 왕창 소모되어서 머리가 띵했다.

“이 정도면 충분해. 이제 가자.”

-불은 필요없냐?

이번에는 내 체온에 동화되어 있던 샐러맨더가 불쑥 얼굴을 내밀며 묻는다.

“불은 무슨 불이야?”

-지진, 홍수에 화재가 빠지면 섭섭하다!

“하나도 안 섭섭하거든?”

-나도 하고 싶다! 불타는 성!

샐러맨더는 이 난장판에 한 몫 끼고 싶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화재까지 일으키면 인명피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안 돼.”

-쳇!

샐러맨더는 몹시 불만스러운 표정이 되고는 얼굴을 다시 쏙 집어넣었다.

볼일을 마친 뒤, 나는 유유히 린델 성을 떠났다. 하늘 높이 날고 있었기 때문에 나를 목격한 사람이 있을 리 없었다.

***

저택이 뒤흔들리자 린델 백작은 사색이 된 채 호위기사들의 보호를 받고 있었다. 지진이 멎어들자 린델 백작은 간신히 두려움에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켰다.

린델 백작은 샘 린델 남작에게 지시했다.

“당장 나가서 상황을 파악해봐!”

“……예?”

의아해하는 샘에게 린델 백작이 화를 냈다.

“원인이 뭔지, 피해상황은 어떤지 알아보라고, 이 머저리야!”

“히익, 예!”

샘은 꽁지가 빠져라 집무실에서 뛰쳐나갔다.

린델 백작은 아직도 지진의 두려움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는지, 불안한 얼굴로 창밖을 바라보았다. 영지민들은 물론이고 린델 백작가의 병사들마저 혼란에 휩싸인 채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보였다.

다행히 영지민들의 거주지는 별다른 피해가 없어 보였다. 허술한 평민들의 집도 멀쩡하니 이 저택을 비롯한 주요 건축물도 피해가 없을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응?’

그런데 린델 백작은 창밖의 풍경에서 무언가 허전함을 느꼈다.

뭔가 아주 중요한 것이 빠진 느낌이었다.

“어억!”

뒤늦게야 린델 백작은 풍경에서 빠진 게 뭔지 깨달았다.

성벽!

바로 두 겹으로 둘러싸고 있는 린델 성의 성벽이 폭삭 무너져 있었다. 너무나 비현실적인 모습이라 린델 백작은 상황을 받아들이기가 힘들었다.

평민들이 사는 허름하기 짝이 없는 집들도 멀쩡히 무사한데, 성벽이 무너지다니? 외적을 막기 위해 두 겹으로 축조한 그 튼튼한 성벽이? 오우거의 난입도 막을 수 있도록 설계된 성벽이 말이다!

“이게 뭐야? 서, 선착장도 없어? 조선소까지?!”

그제야 풍경에서 보이지 않는 것들이 하나둘 알아차리기 시작한 린델 백작이었다.

그날 자정을 넘은 시각이 되어서야 동분서주하며 상황을 파악한 샘 린델 남작이 돌아왔다.

“백작 각하, 피해상황을 파악했습니다.”

“말해봐.”

충격을 받아 해쓱해진 린델 백작이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성벽이 모두 파괴되었습니다. 그런데 다행히도 병사들은 모두 무사히 대피해서 죽거나 부상당한 자가 없었습니다.”

“사상자가 전혀 없다고?”

“예.”

“딱 한 명도 없다고? 저 성벽이 전부 무너졌는데?”

계속된 물음에 샘은 식은땀을 흘리며 대답했다.

“오늘 성벽에서 근무한 병사들은 전원 무사했습니다.”

“……계속 말해봐.”

“예. 지진이 일어났을 때 그 여파로 바덴 강까지 범람했던 모양입니다. 조선소와 선착장이 파괴되었고 정박되었던 화물선들이 대거 떠내려갔습니다. 다행히도 인명피해는 없었고, 떠내려갔던 화물선들 역시 파괴되거나 전복되지는 않았다고 합니다.”

그 말에 린델 백작은 더더욱 황당해졌다.

“인명피해가 없다고?”

“예.”

“조선소와 선착장이 파괴될 정도로 강물이 범람했는데 인명피해는 물론이고 화물선들도 모두 무사했다고?”

“예……. 저도 이상해서 자세히 조사해봤지만 한 치 거짓도 없는 사실이었습니다.”

“……영지민들의 피해는?”

“……모두 멀쩡했습니다.”

“내가 제대로 이해한 건지, 한 번 정리해보지. 강력한 지진과 홍수가 발생해서 성벽이 모조리 파괴되고 조선소와 선착장도 쑥대밭이 되었는데, 그 외에는 아무런 피해도 없었고 사망자는커녕 부상자도 없었다. 성벽이 무너질 정도의 강진에도 불구하고 영지민들의 집은 멀쩡했다.”

“마, 맞습니다.”

“지금 나랑 농담 따먹기라도 하자는 거야!”

“노, 농담이 아닙니다!”

샘은 사색이 되어서 억울하다는 듯이 말했다. 억울할 수밖에. 믿기지 않지만 눈으로 직접 확인한 사실인데.

린델 백작은 혼란을 느꼈다.

이건 보통의 자연재해가 아니었다. 어떻게 자연재해가 아무런 인명피해 없이 린델 백작가에게만 피해를 준단 말인가? 린델 백작가가 신에게 밉보이기라도 했는가?

‘이건 마치 누군가가 장난이라도 친 것 같잖아!’

생각이 거기까지 미쳤을 때, 린델 백작은 뭔가가 떠올랐는지 두 눈을 번쩍 떴다.

“그, 그러고 보니?”

……카록 리간드 자작은 땅의 정령과 물의 정령을 부리는 상급 정령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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