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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의 대가-242화 (242/529)

<-- 242 회: 10권 - 6장. 복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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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아서 형님과 이야기를 마치고 나는 유목민족들이 부락을 짓고 사는 서부 황야지대로 찾아갔다.

내가 거둬준 유목민족의 숫자가 6천 명이 넘다 보니 이제는 부락의 규모가 아주 컸다. 웬만한 영지 인구 수준이니 당연했다.

부락에는 유목민족들을 상대로 여러 가지 잡다한 물건을 판매하는 행상인이 심심찮게 보였고, 말 타는 연습을 하는 조그마한 어린아이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저 어린 나이 때부터 말을 타다니, 과연 바람의 민족이라는 이름에 어울렸다.

“달려라!”

부락 바깥에서는 패트릭이 콘돌 기병대를 이끌고 대규모의 군사훈련을 지휘하고 있었다.

2천여 명이 넘는 콘돌 기병대의 대원들이 열을 맞춰서 일제히 달린다. 조금도 흐트러짐 없이 저렇게 빠른 속도로 달릴 수 있다니, 보기만 해도 강력한 군대로 보였다. 저 기병대가 내 군대라니 마음이 든든해졌다.

“전방 100미터 앞에 적이 있다. 돌격!”

패트릭의 외침에 콘돌 기병대가 질풍처럼 내달린다. 정말 눈앞에 적이 있는 것처럼 치열한 기세로 달렸다.

나는 하늘 위에서 훈련 광경을 지켜보았다.

세 대대로 나뉘어져 있는 콘돌 기병대는 한 대대씩 차례로 돌아가며 돌팔매질을 했다.

슈슈슉―!

달리는 말 위에서 슬링으로 돌을 날릴 수 있다니,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가 없었다. 저 정도의 기동력과 돌팔매질이 합쳐진 전법이라면 전장에서 큰 전술적 가치를 발휘할 터였다.

패트릭은 콘돌 기병대를 훌륭하게 조련하고 있었다. 과연 전생 시절에 용병왕이라 불렸던 패트릭 콘돌의 카리스마는 어딜 가지 않는구나.

이제 패트릭이 오러 마스터가 되면 콘돌 기병대는 천하무적이 될 터였다.

나는 열심히 말을 타고 지휘하는 패트릭을 향해 날아갔다.

“여어, 패트릭!”

“주군!”

내 기척을 느낀 패트릭은 날 올려다보고는 반가운 얼굴로 소리쳤다.

즉시 훈련을 중단한 패트릭은 콘돌 기병대를 향해 외쳤다.

“주군께서 오셨다! 예를 갖춰라!”

“충―!”

“충!”

대원들이 일제히 나에게 예를 갖춰 인사했다. 말에 탄 채 시미터를 치켜세우는 전장의 예법이었다. 제법 절도 있는 모습이, 유목민족에게 부족한 군기까지 제대로 갖춰진 모양이었다.

난 패트릭에게 물었다.

“유목민족을 관리하는데 특별히 무슨 문제는 없었어?”

“없었습니다. 주군께서 바라신 대로 출신 부족을 떠나서 다들 잘 화합하고 있습니다. 달탄 대대장과 게덴 대대장도 족장이었던 옛 신분을 잊고 대대장으로서의 본분에 충실하고 있습니다. 제 1 대대장인 발락과의 관계도 아무 알력 다툼 없이 원만하니 걱정 마십시오.”

아아아, 나의 소중한 기사 패트릭! 역시 통솔력이 끝내주는구나.

“범죄 같은 사고가 벌어지는 일은 없고?”

나는 가장 걱정되는 부분을 물었다.

아무래도 이들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약탈로 먹고 살던 유목민족들이었다. 사람을 해치고 재물을 빼앗는데 거리낌 없던 자들이니 범죄를 일으킬 우려가 충분했다.

“술김에 벌어진 가벼운 폭력 사태 외에는 아무런 범죄도 없습니다. 주군께서 충분한 월급을 주시기 때문에 생계에는 문제가 없고, 군율을 어기면 엄벌에 처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다들 문제를 일으키지 않습니다.”

“다행이네. 패트릭, 네 공로가 커.”

“세 대대장이 잘 보좌해준 덕분입니다. 그들 없이는 이렇게 잘 통솔할 수 없었을 겁니다.”

성과가 좋으니 포상을 해야겠군.

나는 돈주머니에서 100레디나짜리 금화 세 닢을 꺼내 패트릭에게 주었다.

“이건 상이야. 오늘 하루는 다 같이 실컷 먹고 마시고 놀도록 해.”

“감사합니다.”

패트릭은 물론이고 콘돌 기병대 대원들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300레디나면 6천여 명의 유목민족이 전부 잔치를 벌이기에 충분할 것이었다.

“그리고 따로 당부할 말이 있어.”

“하명하십시오.”

“조만간 린델 백작가와 우리 리간드 자작가 사이에 대립이 있을 거야.”

“영지전입니까?”

패트릭의 안색이 급변했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렇게 확대시킬 생각은 아니지만, 모르는 일이지. 아무튼 전쟁에 투입된다는 각오로 훈련을 하도록 해. 린델 백작가의 첩자가 너희를 주시할 거야. 그들에게 콘돌 기병대의 위용을 똑똑히 보여주도록 해. 무슨 뜻인지 알지?”

패트릭은 내 말뜻을 알아들었다.

“콘돌 기병대는 최강의 정예입니다. 우릴 상대하려면 네댓 배의 병력이 필요할 겁니다. 린델 백작가의 첩자들에게 공포심을 심어주겠습니다.”

“그래, 그럼 계속 수고해줘.”

나는 패트릭의 어깨를 툭툭 쳐서 격려해준 후 다시 하늘로 날아올랐다.

왜 이렇게 할 일이 많은 거야?

집에 돌아온 나는 쉴 틈도 없이 서신을 작성했다. 에릭 국왕에게 이번 사건을 고자질하는 서신이었다.

「제 부친 되시는 쿤트 자작과 란즈헬 백작가의 혼담 문제로 란즈헬 백작령을 방문하던 중,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여서 이 사실을 폐하께 고하고자 합니다.

무서운 실력을 가진 암살자와 백여 명에 달하는 무뢰한 용병 무리가 매복하였다가 저를 암살하고자 하였습니다. 다행히 저는 믿을 만한 소식통을 통하여서 암살 시도가 있을 것이라는 정보를 입수하고 대비하던 터라 어렵지 않게 그 무뢰한 자들을 격퇴하고 29명의 포로를 사로잡았습니다. 그들 29명의 포로는 사형을 면하는 대가로 이번 암살의 배후에 린델 백작이 있음을 증명하기로 약조하였습니다. 모쪼록 정의로운 심판을 원하는 바, 폐하의 현명한 판결을 기다리겠습니다.

추신: 포로 29명을 사로잡아 후송하는 과정에서 란즈헬 백작가의 협조가 있었고, 그들은 이제 제가 상급 정령사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카록 리간드 자작」

이 정도면 되겠지?

나는 사람을 고용해서 서신을 레던 왕실에 전달하도록 했다.

이 서신을 읽고 나면 에릭 국왕은 화가 나서 나와 린델 백작을 왕실로 호출할 것이다. 물론 린델 백작은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며, 오히려 내가 모함을 한다고 주장하겠지.

그렇다면 나도 방법이 있다.

나도 못된 장난질을 치면 되지 뭐.

내가 린델 백작에게 어떤 장난을 치든, 증명할 수가 없으면 되는 거잖아?

누가 이기나 해보자고.

“얘들아, 나 좀 놀다 올게.”

“작작 놀고 일찍 돌아오세요!”

2층에서 줄리아의 목소리가 들렸다. 내가 잠깐 술집이라도 가는 줄 아는 모양이었다.

“며칠 걸릴 거야.”

그렇게 말을 남기고 나는 출발했다. 하늘로 둥실 떠올라, 린델 백작령을 향해 날아가기 시작했다.

***

“뭐? 실패?”

린델 백작의 안면 근육이 실룩실룩 경련했다. 화가 치밀어 올랐을 때의 버릇이었다.

샘 린델 남작은 고개를 푹 숙이고는 어쩔 줄을 몰라 하며 더듬더듬 말했다.

“예. 리간드 자작이 수십 명의 포로를 잡아들여서 쿤트 영지로 데려갔다는 소문이 바덴 강 유역에 파다합니다.”

“일처리를 어떻게 한 거야! 고작 그놈 하나를 처치하지 못해?!”

그 크로넬리에게 의뢰를 했다. 크로넬리의 뛰어난 솜씨는 린델 백작이 더 잘 알았다. 그런데 고작 카록 리간드를 상대로 실패라니 믿을 수가 없었다.

“그것이…….”

“뭔데?!”

성난 린델 백작의 물음에 샘 린델 남작은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현장을 수습했던 란즈헬 백작가의 병사들로부터 퍼진 소문인데, 소문에 의하면 리간드 자작은…… 상급 정령사라고 합니다.”

“……뭐?”

하늘을 찌를 듯했던 분노가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린델 백작은 그 대신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상급 정령사라고?”

“예. 그레이우드 숲이 강력한 정령술의 여파로 완전히 초토화되었다고 합니다. 게다가 포로들의 증언을 통해서 리간드 자작이 스스로 상급 정령사임을 드러내었음이 확인되었습니다.”

“그럴 리가! 그놈 나이가 고작 20대 중반인데……?”

“사실인 것 같았습니다.”

샘의 나직한 말에 린델 백작은 정신이 아득해졌다.

중급 정령사인 줄 알고 암살을 시도한 것이었다. 그깟 애송이 하나쯤은 간단히 처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상급 정령사라니?

그건 오러 마스터와 동급의 경지가 아닌가. 아니, 어떻게 응용하느냐에 따라 오러 마스터보다 더 무서운 위력을 발휘하기도 하는 것이 정령술이었다.

‘내가 지금 상급 정령사를 상대로 암살을 시도했다고?’

이 얼마나 어리석은 짓인가?

레던 왕국의 일대검호 뮤트 공작이나 오리엔 왕국의 대마법사 레이몬드 후작을 암살하려 한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 성공은커녕 무서운 보복만 당할 짓을 한 것이다!

‘이를 어쩐다? 포로를 사로잡았다면 배후에 내가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을 것이다. 그리고 얼마 전에 오러 마스터가 된 바스크 쿤트 자작의 귀에도 들어갈 테지…….’

생각만으로도 오싹했다.

상급 정령사와 오러 마스터인 부자지간이 함께 복수를 하겠다고 벼르는 꼴이라니. 게다가 쿤트 가문의 둘째 아들은 뮤트 공작의 애제자였다. 아무리 린델 백작가가 육제후의 일가라고 해도 무사할 리 없었다.

‘도움이 필요하다!’

이번 일을 무사히 넘기기 위해서는 육제후의 다른 다섯 가문의 도움이 필요했다. 아니, 란즈헬 백작가는 혼담 탓에 카록 리간드의 편을 들 것 같으니, 그 외의 네 가문에게 도움을 청해야 했다.

마음이 급해진 린델 백작은 즉시 샘 린델 남작에게 말했다.

“지금 당장 모든 육제후에게 초대장을 넣어. 그리고 쿤트 가문과 리간드 가문에 첩자를 보내서 동태를 살펴라! 서둘러!”

“예, 예!”

샘 린델 남작은 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그때였다.

두두두두!

“뭐, 뭐지?!”

린델 백작은 크게 당황했다. 갑자기 지진이라도 발생한 것인지, 땅이 마구 흔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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