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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의 대가-241화 (241/529)

<-- 241 회: 10권 - 6장. 복수 -->

란즈헬 백작가 측은 용병들을 추궁하여서 이번 사건의 전후사정을 모두 파악하였다. 그들의 증언을 통해 내가 상급 정령사였음이 밝혀지자 그 파장은 작지 않았다. 금세 기사들과 병사들 사이에 소문이 돌아서 자기들끼리 수군거리거나 나를 힐끔힐끔 쳐다보곤 했다.

“사람을 놀라게 하는 재주가 있군.”

전후사정을 파악한 제이슨이 나에게 다가와 말을 건넸다. 그는 날카로운 눈빛을 띠며 물었다.

“그대가 말한 본색이란 상급 정령술을 뜻하는 거였나? 확실히 그런 실력을 지금까지 숨겨왔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아뇨. 제가 말한 저의 본색이란 그런 게 아닙니다.”

“뭐라고?”

“제가 중급 정령사든 상급 정령사든 제가 저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때때로 저는 지금껏 추구해왔던 평화를 위하는 마음을 잃어버리고 폭력에 의존하려는 충동이 들 때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바덴 강 협상 때는 카르스 황제를 암살하고 싶었지요. 원한다면 정말 그리 할 수 있었으니까요.”

“왜 그리 하지 않았지? 그놈을 죽였더라면 혼트 제국은 혼란에 빠져 국력이 크게 약화되었을 터였다.”

“하지만 저를 향한 원한은 영원히 기억되겠지요. 혼트 제국과 레던 왕국은 영원히 원수가 되었을 겁니다.”

“그대는 이상주의자냐. 이 세상에 전쟁이 사라질 리 없지 않느냐.”

나는 씁쓸히 웃었다.

“그것은 평화를 원하는 저조차도 지금처럼 힘으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마음을 품기 때문이지요. 이제 린델 백작가에게 본때를 보여줄 생각입니다. 이런 일을 꾸민 대가를 치르게 만들어줘야지요. 저의 이 힘으로 말이죠.”

나는 황폐화된 주변을 가리키며 말했다.

제이슨은 딱딱하게 굳은 표정으로 날 보았다.

“오러 마스터 할슈타인 백작이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카르스 혼트 황제조차도 암살할 수 있었다면…… 린델 백작은 그보다 더 쉽겠군.”

“글쎄요.”

나는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물론 나는 린델 백작을 암살할 생각까지는 없었다.

다만 내가 가진 능력으로 위협을 가하여서 두려움을 느끼게 만들 생각이다. 다시는 암살 같은 비열한 방식을 정치에 쓰지 못하도록 말이다. 그런 식의 싸움이라면 내 쪽이 훨씬 유리하다는 것을 보여줘야지.

제이슨과는 이야기가 끝났다. 죄수 후송용 마차와 병사 50명을 한동안 나에게 빌려주기로 했다. 그리고는 작별하면서도 이 말은 빼먹지 않았다.

“이번 혼담 건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음을 잊지 말도록.”

“하하하. 그건 제 아버님께서 결정하실 문제입니다.”

“이번에 나는 그대에게 성의를 다하였다. 그러니 그대도 나에게 성의를 보여라.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그뿐이다.”

그리고는 휙 뒤돌아서 마차에 올라탄 제이슨이었다.

확실히 이번 혼담을 추진하면서 제이슨은 날 식사에 초대하여 여동생 미란다 제드를 소개시켜주었고, 이번 암살 건과 관련해서도 많은 협조를 해주었다. 우리 가문과 협력 관계를 가져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정치노선을 걸으려는 뜻이 분명해보였다.

***

쿤트 영지에 돌아오자마자 나는 아서 형님과 아버지를 만났다.

“어땠느냐?”

아버지가 대뜸 물었다.

“괜찮은 여자였습니다. 착하고 용모도 괜찮았습니다. 저는 이번 혼담에 대하여 찬성입니다.”

“한 번 보여 다오.”

아버지의 요구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노움에게 명령을 전달했다.

내 마음을 읽은 노움은 즉시 흙으로 미란다의 형상을 만들기 시작했다. 흙덩어리가 꾸물꾸물 움직이며 미란다 제드의 모습을 이루기 시작했다. 크기까지 실제와 완전히 동일한 흙 인형이 완성되었다.

“오오! 이만하며 훌륭하구나.”

아버지는 미란다의 용모를 보고 감탄을 했다. 아서 형님은 그런 아버지를 보며 한숨을 내쉰다. 하하, 저 철딱서니 없는 양반 같으니.

아서 형님은 미란다의 모습을 슥 보고는 입을 열었다.

“그래. 생각보다 훨씬 어려 보이는 게 조금 걸린다만, 어차피 아버님도 아주 오랫동안 젊음을 유지하실 테니 잘 어울릴 것 같기도 하구나.”

아버지의 연세도 벌써 50세를 바라보고 있었다. 24세에 불과한 미란다의 두 배였다.

그러나 아버지는 오러 마스터. 앞으로 100살 넘게 장수할 것이 틀림없었다. 어찌 보면 이 정도 나이차가 적당할지도 몰랐다.

“성격은 어땠느냐?”

아서 형님의 물음에 내가 답했다.

“야심이 없고 얌전한 성격이었습니다. 정치적인 성향도 찾아볼 수 없어서 아서 형님께서 우려하실 만한 일은 없을 듯합니다.”

“제이슨 란즈헬 백작의 반응은 어떻더냐?”

“우리와 협력 관계를 맺고자 하는 의지가 확실해보였습니다. 믿어도 될 것 같습니다.”

“그래. 네가 그렇게 생각하니 나도 찬성이다. 아버님은 어떠십니까?”

“나도 이 여자가 마음에 드는구나. 너희들도 반대하지 않으니, 이제 나도 슬슬 다시 장가를 갈 때가 된 모양이다.”

우리는 그런 아버지를 보며 웃었다.

오랫동안 홀몸으로 살았던 아버지가 드디어 늦장가를 가게 된 것이었다. 경사로운 일이었다.

“네가 수고가 많았다. 그런데 무슨 일이 있었던 것 같은데, 저 후송용 마차에 실어온 수십 명의 죄수들은 무엇이냐?”

아서 형님이 물었다.

나는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린델 백작이 저를 암살하려 했습니다.”

“뭐라고?”

“암살?!”

아서 형님과 아버지가 깜짝 놀랐다. 나는 정확한 전후사정을 상세히 설명했다. 내 이야기를 듣고 아서 형님은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 육제후의 한 사람인 린델 백작이 널 죽이려 했단 말이냐.”

“예, 형님.”

쾅!

아버지는 격노하여 테이블을 내리쳤다. 힘 조절은 하셨는지 테이블이 부서지지 않았다.

“육제후씩이나 되는 작자가 그따위 치졸한 짓을 벌이다니.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 똑같이 되갚아주자! 이제 그깟 놈들을 두려워할 필요가 하나도 없다!”

“아버님, 진정하십시오. 설마 전쟁이라도 치르자는 말씀이십니까?”

아서 형님이 아버지를 타일렀다.

“무엇이 문제냐? 내가 오러 마스터이고 카록은 상급 정령사다. 기사들도 다들 실력이 일취월장하였고, 우리 가문의 병력은 예전의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났다. 릭도 불러서 린델 백작가 놈들과 한 판 붙는 거다!”

확실히 쿤트 가문과 내가 힘을 합하면 육제후의 한 가문이라도 두렵지 않다.

하지만 문제는 따로 있다.

아서 형님이 말했다.

“아버님. 카록은 이제 쿤트 가문의 일원이 아니라 리간드 자작가의 가주입니다. 우리가 힘을 합한다는 것은 두 가문이 연합하는 것인데, 그러면 린델 백작가 또한 육제후의 다른 가문과 합세할 겁니다. 그중 혼담으로 란즈헬 백작가를 우리 편으로 끌어들인다 해도, 육제후의 다섯 가문을 한꺼번에 상대한다니요?”

“뮤트 공작 전하는 물론이고, 국왕 폐하께도 도움을 요청하여서 왕실파를 끌어들인다. 이젠 우리가 결코 지지 않는다.”

아버지다운 호쾌한 주장이었다. 확실히 레던 왕실도, 뮤트 공작도 우리 편을 들어줄 것이다. 하지만,

“아버님. 그리 되면 심각한 내전이 됩니다. 예전에 있었던 에릭 국왕 폐하와 2왕자 브란도의 싸움보다도 훨씬 심각한 수준이 되겠지요. 혼트 제국 쪽에서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는 카르스 황제가 기뻐서 춤이라도 출 겁니다.”

정국을 정확히 파악한 아서 형님의 말이었다.

……물론 카르스 황제는 기쁘다고 춤을 추진 않을 테지만. 그 정신병자가 무표정으로 춤추는 모습이라니, 왠지 무섭다고! 상상하고 싶지 않아!

“끄응! 그렇다고 이대로 가만히 당하고만 있자는 거냐? 괘씸하지 않으냐!”

아버지는 몹시 분한 모양인지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 당장이라도 말 타고 전쟁터로 뛰쳐나가고 싶다는 표정이었다.

그때 내가 말했다.

“물론 가만히 당하고만 있지는 않을 겁니다.”

“어떻게 할 생각이냐?”

아버지가 물었다.

나는 씨익 웃고는 내가 가진 계획을 설명했다.

내 계획을 모두 듣고 난 후, 아서 형님은 질린 얼굴로 날 보았다.

“정말 그렇게 하면 린델 백작가에게 확실한 보복을 할 수 있겠구나.”

아버지도 무척 만족스러워하셨다.

“암. 카록이 당하고 가만히 참고 있을 정도로 마음이 넓은 녀석이 아니었지.”

그거 칭찬이죠?

아무튼 나는 린델 백작에 대한 복수를 곧 실행하기로 했다. 이번 복수의 테마는, ‘천벌’쯤 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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