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경영의 대가-236화 (236/529)

<-- 236 회: 10권 - 4장. 암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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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 린델 남작은 마법사 두 명을 찾는 데 성공했다. 한 명은 3서클, 또 하나는 4서클이었다. 둘 다 무리한 마법 연구로 자금난에 시달리는 자들이었다.

용병단을 찾는 일은 더 쉬웠다. 용병업계의 장기적인 불황으로 반쯤은 산적이 된 용병단이 많았던 것이다. 샘은 네 개의 용병단을 고용하는데 성공했다.

본래는 세 개의 용병단이면 충분했지만, 도중에 린델 백작의 명령에 의하여 용병단 하나를 더 고용한 것이다.

당연한 일이었지만, 마지막에 추가된 그 용병단은 암살자 크로넬리와 그의 부하 10인이 위장한 것이었다.

“존 용병단의 단장 존이오. 이번 일의 리더를 맡게 되었소.”

크로넬리는 자신의 이름을 존이라고 소개하며 용병들과 마법사 둘에게 말했다.

용병들이 수군거렸다.

“존이라고?”

“못 들어본 이름인데. 물론 존이란 이름이야 흔해빠졌지만.”

“왜 저런 듣도 보도 못한 놈이 리더인 거야?”

“낸들 알아?”

용병들은 불만이 생겼다. 중대한 일인 만큼 은밀하게 처리해야 한다. 그런 만큼 리더의 역할이 무엇보다도 중요했다.

크로넬리는 그런 용병들의 반응을 보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지금 내가 리더 자격이 있는지를 의논하는 것 같군. 그렇다면 기회를 드리지.”

크로넬리는 땅에서 작은 조약돌 하나를 주웠다. 그리고 엄지와 검지로 조약돌을 잡아서, 그대로 부숴버렸다. 두 손가락의 힘만으로 돌을 으깨버린 것이었다.

“헉!”

“소, 손가락으로?!”

용병들은 경악을 하였다.

기운이 센 자는 물론 많다. 강한 팔 힘을 자랑으로 삼는 용병이야 널리고 널렸다.

하지만 악력(握力)이 저토록 강한 자는 없었다.

저 악력이 어떤 위력을 발휘하는지 실전으로 단련된 용병들은 잘 알았다.

손가락만으로 사람을 너끈히 죽일 수 있는 것. 서로 죽고 죽이는 난투에서 그보다 무서운 건 없다. 손은 어떤 무기보다도 인간이 능숙하게 다룰 수 있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나보다 더 리더 자격이 있다고 생각되거든 한 번 실력으로 증명하시오. 참고로 내 이름을 못 들어본 것은 당연하오. 우리 존 용병단은 지금껏 이런 일만 도맡아 해왔으니까. 알려지면 그게 더 곤란하지 않겠소?”

감히 나서는 용병은 없었다. 다들 크로넬리의 카리스마에 압도되어 있었다.

크로넬리는 만족스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계속 내가 리더로서 일을 진행하도록 하겠소. 우선 우리의 목표는 단 한 명의 정령사요. 수행원은 없으며, 중급 정령사가 된 지 얼마 되지 않았다지만, 실제 실력은 더 뛰어날 가능성이 높소.”

용병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들 카록 리간드가 자신들의 목표임을 알고 있었다.

그동안 카록 리간드는 정령술로 대흉년을 극복하고 난민이 살 집을 지어주는 등 다양한 활약을 해서 명성을 떨쳤다. 그 명성도만 고려해도 평범한 중급 정령사는 아니었다. 심지어는 국왕으로부터 ‘리간드’라는 성까지 하사받지 않았는가.

“정령의 힘으로 날아다니기 때문에 우리는 우선 공격마법과 궁시(弓矢)로 격추시켜야 하오. 그 뒤에 마법사 두 분과 활을 가진 용병들은 계속 타깃이 하늘로 날아서 달아나지 못하도록 차단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나머지는 포위공격으로 일시에 마무리하는 것이오.”

“폭발 계통의 마법이 적합하겠군. 난 파이어 볼을 쓰겠소.”

3서클 마법사가 말했다.

“난 홀드로 움직임을 묶어두지.”

4서클 마법사도 말했다.

크로넬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소. 나머지 활을 가진 용병들은 화살을 쏴서 타깃을 격추시키도록 하시오.”

“알겠소.”

“생각만큼 어렵지 않겠군.”

용병들도 동의했다.

크로넬리는 그들에게 당부했다.

“중요한 건 기척을 없애고 잘 매복하여야 한다는 것이오. 타깃이 이상한 낌새를 느끼고 높이 날아올라 버리면 실패하는 것이오.”

“명심하겠소.”

“매복하기 좋은 지형이 필요하겠군.”

용병들도 한 마디씩 거들었다.

“적당한 장소는 내가 이미 물색했소. 자, 출발합시다.”

크로넬리와 그의 부하 암살자 10인이 앞장서서 이동했다. 용병들과 두 마법사가 뒤따르기 시작했다.

***

에반과의 대화를 마치고 란즈헬 백작가 저택의 숙소로 돌아오자 줄리아가 반겼다.

“어머나. 이제 오셨어요, 여보.”

“흥.”

난 가볍게 콧방귀로 대꾸해주었다. 이제 와서 아양을 떤다고 아버지와 비교하며 내 똥배를 흉본 원한(?)을 잊을까보냐? 요망한 것!

“아이 술 냄새. 많이 드셨나보네요.”

“아아, 그래. 몹시 안 좋은 일이 있어서 말이야.”

“아이 참. 화 풀어요. 농담 좀 한 걸 갖고. 제가 어깨 주물러 드릴까요?”

그러면서 줄리아는 내 등에 찰싹 붙어서 어깨를 주무르기 시작했다.

그런다고 내 화가 풀어질까보냐?

……흠흠. 잘 주무르긴 하네.

줄리아의 온갖 아양으로 화가 한결 수그러들었다. 나는 슬그머니 줄리아에게 물었다.

“그럼 아버지랑 나랑 누구 몸매가 더 좋은지 말해봐.”

“…….”

“뭐야, 지금 이 어색한 침묵은? 왜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날 쳐다봐? 역시 나보다 아버지가 더 좋다는 뜻이지?”

“아, 아니에요.”

“그럼 내 몸매가 더 멋있다고 말해.”

“…….”

“흥. 싫음 관둬. 시스야, 네가 한 번 말해보렴.”

내 말에 착한 시스는 냉큼 대답했다.

“여보 몸매가 더 멋져.”

“어휴, 우리 귀염둥이.”

난 시스의 머리를 마구 쓰다듬었다.

그런 우리를 보며 부르르 몸을 떨던 줄리아는 마침내 참을 수 없다는 듯이 소리쳤다.

“에잇, 이 바퀴벌레 같은 인간들 같으니라고! 시아버님보다 더 몸매가 좋다고요? 양심이 있긴 있어요? 입에 발린 소리 들으려 하지 말고 운동을 하란 말이에요!”

그러면서 내 정강이를 뻥 걷어차 버린 줄리아. 난 정강이를 움켜쥐고 데굴데굴 굴러야 했다.

한동안 티격태격 실랑이를 벌이던 우리는 늦은 밤이 되자 함께 잠자리에 들었다.

나는 두 사람에게 말했다.

“나 내일 어디 급히 다녀올 곳이 있으니까 두 사람은 당분간 이곳에 있도록 해.”

“어딜 가시는데요? 우리도 따라갈게요.”

줄리아의 말에 나는 단호히 거절했다.

“안 돼. 이곳에 있어. 저택 밖으로도 나가지 말고.”

“……무슨 일인데요?”

줄리아는 역시 눈치가 빨랐다.

“묻지 마. 나중에 얘기해줄게.”

“…….”

걱정스런 얼굴로 한 줄리아는 내 품에 꼬옥 안겼다. 나는 걱정하지 말라는 듯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사실 암살 같은 건 두렵지 않았다.

나는 상급 정령사다. 암살자들은 이 사실을 모를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언제나 정령을 소환 상태로 놓고 있으며, 정령들과 감각을 공유하고 있어서 암살자가 아무리 인기척을 없애는데 뛰어나도 나에게 들킬 수밖에 없다.

돌아가는 길에 암살자와 용병들이 매복하고 있다고?

그럼 마법이나 화살이 닿지 않을 정도로 높이 날면 그만이다. 하지만 난 그러지 않을 것이다.

정면으로 맞부딪칠 수 있을 때, 놈들을 모조리 잡아 족칠 생각이었다.

아직 내 진정한 힘을 모를 때, 놈들을 한 명도 남김없이 붙잡아야 한다.

날 직접 암살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알면, 줄리아와 시스 등 내 주변 사람을 인질로 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에반은 나에게 좋은 경고를 해주었다. 암살 시도가 있다는 사실을 사전에 알아서 다행이었다.

린델 백작.

이런 비열한 수법으로 날 죽이려 들어?

그 마음은 이해하지.

나도 카르스 황제를 죽이고 싶었거든. 그렇게 하면 문제가 아주 간단하게 해결될 것 같았으니까.

하지만 내가 그러지 않은 것은, 정당하지 못한 방법은 올바르지 못한 미래를 가져온다고 믿기 때문이다. 악의는 좋은 세상을 만들지 못한다. 선한 의지만이 좋은 세상과 후회 없는 인생을 만든다.

이제 그 교훈을 린델 백작에게도 가르쳐주어야겠군. 아주 오지게 후회하게 만들어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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