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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의 대가-228화 (228/529)

<-- 228 회: 10권 - 1장. 즐거운 시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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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목민족 문제를 해결하고 돌아온 나는 집에서 뒹굴뒹굴 하며 놀았다.

내가 하루 종일 집에 붙어 있으니, 시스도 나랑 놀기 위해 일찍 퇴근하기 시작했다.

원래부터 시스는 출퇴근시간이 자기 마음대로였다. 달리 할 일이 없을 땐 줄리아와 맞먹는 업무량을 보이는가 하면, 일 하기 싫어지면 거리를 쏘다니며 군것질을 했다고 했다. 하물며 이제는 내 아내가 되었기 때문에 시스가 뭘 하든지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고 한다.

“시스야, 우리 군것질 하러 갈래?”

“……응.”

“오케이, 가자.”

나는 대낮부터 시스와 팔짱끼고 놀러 나갔다.

쿤트 성의 거리는 수년 전과 비교하면 무척이나 번화해 있었다.

영지전의 승리로 영지와 영지민의 급증은 물론, 대흉년과 흑혈병을 잇달아 무사히 넘기면서 영지가 부강해졌다. 게다가 카록 병기점과 철광석 광산이 대성황을 맞이하면서 경제가 활성화되었다.

그 결과 쿤트 영지의 중심지인 쿤트 성은 이제 시골 마을의 이미지를 벗고 도시로 발돋움하고 있었다.

전생 때와 비교하면 엄청난 변화였다.

이런 변화가 정말로 나 한 사람으로 인하여 벌어진 일인지 때때로 눈으로 보고도 믿겨지지 않을 정도였다.

전생 때는 그저 평범한 상인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했었던 나였다. 나 자신이 특별한 재능을 타고났다고 생각해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카르스 황제, 볼프강 란즈헬 백작, 제론, 루이, 에반 테일러 등등…….

그 빛나는 재능을 가진 천재들에 비하면 나 같은 건 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남자, 그 이상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상급 정령사.

바덴 강 통행세 협상과 오리엔 왕실과의 동맹을 이끌어낸 차기 재상.

카록 상단의 상단주.

이 짧은 수년간 나는 그들 누구와 비교해도 결코 손색이 없는 삶을 살지 않았던가. 전생의 내가 지금의 나를 본다면 존경할 만한 인물이라고 여길 터였다. 난 평범한 인간일 뿐인데 말이다!

최근 들어서 느낀 건데, 위대한 인간과 평범한 인간의 차이는 재능이 아니라 마음먹기의 차이인 것 같다.

전생 시절에는 나 자신을 특별한 인간으로 포장하고 싶었었다. 하지만 지금은 내 가족과 영지와 나아가 나라를 불행한 운명으로부터 지키기 위해 살았고, 그 결과 지금에 이르렀다. 나 자신만을 위해 살았으면, 설령 내가 미래를 알고 있다 하여도 결코 오늘날에 이르지 못했을 터였다.

“응?”

나는 문득 이상한 느낌이 들어서 뒤를 돌아보았다.

그러자 당혹스러운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동네 꼬마들이 우리의 뒤를 졸졸 쫓아오고 있었던 것이다. 쟤들이 왜 저러지?

“시스. 저 꼬맹이들이 왜 우리 뒤를 쫓아오는 걸까?”

“군것질.”

시스의 간단명료한 대답에 나는 한참 생각하다가 답을 알아냈다.

“애들한테 먹을 것을 사준 거야?”

“응.”

아아, 우리 마음씨 착한 시스.

분명 아이들을 보고는 배고팠던 어린 시절이 떠올라서 먹을 것을 나눠준 거겠지.

하지만, 너무 많잖니?!

정확히 48명의 꼬마가 우리 뒤를 우르르 따라다니는 풍경이라니. 저렇게 대규모 인원이 단숨에 모인 걸 보면, 시스는 매일 같이 저 꼬마들에게 먹을 것을 사준 모양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시스 누나다.”

“이번엔 뭘 먹을까?”

“나는 양고기 꼬치가 좋던데.”

“동네의 모든 아이들을 먹였다던 그 전설의 양고기 꼬치 말이지?”

“응응, 난 시스 누나가 정말 좋아. 줄리아 아줌마는 우릴 막 쫓아내는데.”

……우리 시스, 언제 동네 꼬마들의 전설이 되었니. 줄리아와는 상반되는 평가에 나는 웃음이 나왔다. 줄리아라면 분명 ‘벌써부터 공짜에 길들여지지 말고 니들이 돈 벌어다가 사먹어!’ 하며 호통을 쳤을 거야. 아하하.

저 꼬마들을 어떻게 처리할까 고민하던 나는 마침 양고기 꼬치를 파는 영감을 발견했다.

영감은 이미 우릴 보고는 잔뜩 긴장한 눈치였다. 나는 씨익 웃으며 금화 한 닢을 던졌다.

“그 가격만큼 만들어줘.”

“예…….”

체념한 얼굴로 대답한 영감은 놀라운 스피드로 양고기 꼬치를 굽기 시작했다. 예사롭지 않은 손놀림.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던 모양이었다.

“와아! 양고기 꼬치다!”

“저 할아버지 양고기 꼬치 진짜 맛있어!”

“전보다 더 만드는 속도가 빨라졌어!”

“꼬치의 마스터야!”

그제야 꼬마 군단을 떼어낸 나는 시스와 함께 다른 곳으로 얼른 이동했다. 그 와중에도 시스의 손에는 양고기 꼬치가 두 개 들려 있었다.

하나를 열심히 먹던 시스를 다른 하나를 나에게 건네주었다.

“고마워.”

나는 시스의 뺨에 키스를 했다.

시스는 얼굴이 새빨개졌다. 아아, 귀여워, 귀여워!

음, 좋아.

오랜만에 칭찬 놀이를 해야겠다.

나는 시스를 칭찬하기 시작했다.

“시스는 정말 예쁜 것 같아. 양고기 꼬치를 먹는 모습까지 어쩜 저렇게 요정 같을까.”

칭찬에 매우 약한 시스는 얼굴이 점점 빨개졌다.

“마음씨도 착하고. 정말 천사야, 천사. 아니, 양고기 꼬치의 여신일 거야.”

몸을 배배 꼬며 부끄러워하는 시스. 그 반응을 구경하는 것은 퍽 재미있는 일이었다. 나는 계속 칭찬을 퍼부어서 시스를 어쩔 줄을 모르게 만들며 놀았다.

그런데 그때였다.

“앗! 저기 있다!”

으잉? 이 목소리는?

바로 줄리아였다.

줄리아는 씩씩거리며 달려왔다. 놀라운 스피드였다.

“또 나만 쏙 빼놓고 둘이서만 알콩달콩하게 놀고 있었다 이거죠?!”

“줄리아, 넌 이 시간에 웬일이니?”

“둘이서 오붓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생각하니 분노가 활활 치밀어서 일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고요!”

음, 줄리아다운 대답이었다.

“솔직하지 못하기는. 그냥 ‘저도 사랑하는 여보님 곁에 있고 싶어서 일찍 퇴근했어요!’ 라고 말해보렴.”

“그, 그런!”

줄리아의 뺨이 붉게 물들었다. 홍당무군, 홍당무야.

“어허. 어서.”

“시, 싫어요.”

“흥, 말 안 하면 시스하고만 놀 거야. 시스가 한 번 말해보렴.”

“여보랑 있고 싶어.”

그러면서 내 옆에 찰싹 붙은 시스. 아이고, 귀여워라. 나는 시스의 머리를 슥슥 쓰다듬었다.

줄리아는 그 모습을 보곤 우물쭈물하더니 얼굴이 빨개진 채 더듬더듬 이야기했다.

“저, 저도 여보랑 같이 있고 싶어요.”

“응? 잘 안 들려.”

“에잇! 다 들었잖아요!”

퍼억!

“커헉!”

오랜만에 줄리아의 미들 킥이 내 옆구리를 강타했다. 잠시 뭔가가 부러진 듯한 고통이 느껴졌지만, 이내 내 몸에 깃들어 있는 운디네의 힘이 치유해주었다.

줄리아, 이 무서운 아이. 전문적으로 무술을 배웠어도 크게 대성했을 거야. 줄리아 사이에 아들이 태어나면 아버지에게 검술을 배우게 해야겠다.

그러다가 줄리아는 문득 뭔가가 생각났는지 손뼉을 치며 말했다.

“아참, 대공자님께서 상의할 게 있으니 저녁에 보자고 하셨어요.”

“아서 형님이?”

“네.”

“사업 얘긴가?”

“아뇨. 다른 문제 같았어요.”

“그래? 으음, 하지만 저녁식사는 내 귀염둥이 마누라들이랑 같이 하고 싶으니까, 저녁 이후에 술이나 한 잔 하자고 해야겠다.”

내 말에 시스와 줄리아는 부끄러워하면서도 기뻐했다. 이렇게 보면 여자들은 참 칭찬에 약한 것 같군. 전생 땐 내가 너무 칭찬에 인색했었나봐.

우리는 잠시 카록 상단의 사무실에 들렀다. 오랜만에 한센의 얼굴을 보기 위해서였다.

사무실 안으로 들어서니 정겨운 얼굴이 보였다.

오오, 한센이 열심히 서류를 들여다보며 일하고 있어! 분명 내가 없으니 게으름이나 피울 줄 알았는데 말이야.

그런데 또 한 명, 웬 여자가 보였다. 한센과 비슷한 나이대로 보였다.

“여어, 한센!”

“헉! 다, 다, 단주님!”

한센은 귀신이라도 보듯이 날 보며 기겁했다.

“뭘 그렇게 놀라? 설마 나 없는 동안 딴 짓이라도 한 거야? 비자금 조성이라든지.”

“서, 설마요!”

“하긴, 한센이니까.”

“……그거 칭찬 맞죠?”

“내가 널 칭찬한 적 있니?”

“…….”

잔뜩 일그러진 한센 얼굴을 보니 놀라울 만치 내 기분이 좋아졌다. 묘한 한센의 마력이야. 놀리면 놀릴수록 날 기분 좋게 만들어준다니까.

그런데 함께 있는 젊은 여자가 불안한 표정으로 날 바라보는 게 아닌가.

나는 한센에게 물었다.

“저 여자는 누구야?”

“메, 메리라고…….”

“아하! 네 아내?”

“예…….”

그러고 보니 한센은 얼마 전에 결혼을 했지. 하도 바빠서 결혼식에는 참석을 못했지만.

“안녕하세요, 메리라고 합니다.”

메리는 공손하게 인사를 했다.

“남편 일을 돕고 있었나 보네?”

“네.”

“내가 없는 동안 한센이가 게으름 부리지는 않았고?”

“제가 옆에서 감시하고 있으니 염려 마세요.”

아하. 그래서 사무실에 함께 있었군. 어쩐지 한센이 무진장 열심이다 싶었더니만. 하여튼 마누라 하난 잘 만났군.

“한센. 실적 보고서.”

“여기 있습니다.”

나는 한센이 건넨 서류를 쭉 훑어보았다.

호오? 한센이 맡은 약재상회는 순조로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었다. 한센 주제에 말이다!

“잘 하고 있었네? 네 능력이 아닌 것 같은데, 마누라 공이 컸나봐?”

“네…….”

한센은 잔뜩 울상이 된 채 순순히 대답했다. 나는 품속에서 100레디나짜리 큼직한 금화를 꺼내 메리에게 던져주었다. 메리는 깜짝 놀라며 금화를 냉큼 낚아챘다.

“포상 겸 결혼축하선물.”

“감사합니다!”

메리는 화색이 되었다.

“앞으로도 우리 못난 한센을 잘 부탁해.”

“걱정하지 마세요. 저희 남편이 자작님의 상단에 폐가 되지 않도록 열심히 내조하겠습니다.”

음, 정말 좋은 아내야. 뭔가 말이 잘 통하는데.

볼일을 마친 나는 한센에게 손을 흔들었다.

“그럼 계속 수고해.”

“예, 단주님.”

“아참, 그리고 아서 형님께 오늘 밤에 술이나 한 잔 하러 뵙겠다고 전해주고.”

“알겠습니다.”

사실은 아서 형님께 심부름 보낼 사람이 필요했거든. 심부름 하면 한센이니까.

그날 저녁, 나는 줄리아, 시스와 함께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식사는 맛있었고, 줄리아가 쏟아내는 이런저런 이야기도 재미있었다. 나 또한 오리엔 왕국에서 있었던 일을 들려주며 두 아내를 즐겁게 해주었다.

밤이 깊어지자, 나는 아서 형님을 만나러 쿤트 가문의 저택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대체 무슨 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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