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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의 대가-220화 (220/529)

<-- 220 회: 9권 - 7장. 진면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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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르스 황제는 반란군이 발라트 성에 입성한 것을 확인하자마자 곧바로 반전했다. 뿐만 아니라 그의 지령을 받은 1군단, 2군단, 4군단 또한 일제히 발라트 성을 향해 빠르게 진군하였다.

그 결과, 반란군이 술판을 벌이는 동안 발라트 성에 도착한 반란토벌군 총병력은 포위망을 형성한 것이다.

반란군이 눈치 채고 우왕좌왕할 때는 이미 모든 성문에 군대를 모두 배치하여 달아날 구멍을 막은 뒤였다.

발라트 성을 포위한 카르스 황제는 성벽 위에 보이는 탈라크 대왕을 응시했다.

“바람의 일족이라. 초원을 바람처럼 질주하기 때문에 그렇게 부른다지.”

“예.”

옆에서 할슈타인 백작이 대꾸했다.

“그렇듯 신속한 기동력을 가진 적을 상대로 초원에서 싸우면 불리하지. 피해는 속출하고 전쟁은 장기화되었을 것이다.”

“옳으신 말씀입니다.”

“하지만 봐라.”

카르스 황제는 반란군이 주둔하고 있는 발라트 성을 바라보았다.

“성벽 위에서도 말을 타고 달리는 재주가 있다면 한 번 보고 싶군.”

그랬다.

발라트 성 안에 가둬놓고 공성전으로 승부를 짓는 것이 카르스 황제의 각본이었다.

포위되어서 달아날 곳이 없는 성 안에서, 반란군은 익숙하지 않은 수성을 하여야 한다. 그 상대는 공성전의 프로페셔널인 혼트 제국군 정예였다.

카르스 황제는 일그러진 인형의 미소를 지었다. 그 웃음은 일말의 감정도 없이, 입술만 비틀려 있었다.

차가운 음성이 뒤를 이었다.

“포로는 필요 없다. 전부 불태워 죽여라.”

먼 옛날, 건강이 좋지 않았던 베잘리우스 대공은 자신의 연약함을 숨기고 적에게 공포를 안겨주기 위해 극단적인 방식을 택했다.

사로잡은 포로를 전부 불태워 죽이는 것!

그로 인하여 베잘리우스 대공은 폭염공작이라는 무서운 칭호와 함께, 전장에 나타날 때마다 적을 공포에 질리게 만드는 악명을 얻었다. 한 손에 검, 다른 손에 횃불을 든 그의 초상화가 나돌기도 했다.

그러나 정작 본인은 일평생을 죄책감에 시달린 끝에 요절을 하였다. 그의 착한 본성이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큰 대죄였기 때문이다.

바로 그 최악의 섬멸전(殲滅戰)이 다시 재현되려 하고 있었다.

그렇게 싸움은 시작되었다.

혼트 제국군은 성벽에 사다리를 걸치고 투석기와 발리스타를 조립했다. 마법사들은 성문을 깨부술 만한 공격 마법을 준비했다.

이윽고 서로 죽고 죽이는 결전이 시작됐다. 화살이 빗발치는 발라트 성에서 피와 고함이 잇따랐다.

“막아라!”

“으악!”

“뭣들 하냐! 저쪽에 황실의 병사들이 기어 올라왔잖아!”

반란군 전사들은 해일처럼 밀려드는 혼트 제국군의 공세에 어찌할 바를 몰라 했다.

공성전에서의 싸움의 승패를 가르는 요소는 얼마나 기발한 작전을 내느냐가 아니다.

공성전은 평소에 얼마나 훈련이 잘 되었느냐에 따라 판가름이 난다. 성이라는 복잡하고도 한정된 공간에서 싸우려면 이 구조에 맞는 훈련을 평소에 철저히 받아왔어야 한다.

하지만 유목민족은 자유로이 초원을 달릴 줄만 알지, 말에서 내려서 싸우는 일에는 익숙하지 않았다. 또한 자유로움을 숭상하는 그들은 규율에 약했다. 그 구조부터가 강력한 규칙성이 발휘되는 성에서는 제대로 싸울 수 없는 것이었다.

반란군은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무너져 내렸다.

10만 대군을 능히 통솔할 수 있다고 장담했던 카이슨 백작의 지휘력은 사실이었다. 그는 빈틈없는 지휘로 공성을 이끌었다.

그리고 시기적절한 카르스 황제의 판단력 또한 빛을 발하였다.

“륭겐 후작. 심심한가?”

카르스 황제의 물음에 흑십자 기사단과 함께 가만히 대기 중이었던 륭겐 후작은 반색을 했다.

“예, 폐하!”

“그럼 끼게 해주지. 할슈타인 백작과 륭겐 후작.”

“예!”

“하명하십시오, 폐하!”

두 오러 마스터가 부복했다.

“얼마 안 가 반란군은 참지 못하고 성에서 뛰쳐나올 것이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륭겐 후작은 클클 웃었다.

“다시 기어 들어가게 만들겠습니다.”

“가장 좋은 전공은 할슈타인 백작에게 양보하도록.”

“아이고, 물론이지요, 폐하.”

넉살 좋게 대꾸하는 륭겐 후작이었다.

싸움을 좋아하는 륭겐 후작.

가장 재미있는 싸움은 바로 이기는 싸움이었다. 다 이긴 전쟁 막바지에 낀 셈이니 어찌 더 큰 공훈을 노릴까.

카르스 황제의 예상대로 되었다.

“우리는 바람의 일족이다! 죽더라도 말을 타고 싸우다 죽어야 한다!”

악이 받친 탈라크 대왕은 전사들과 함께 성문을 열고 뛰쳐나왔다.

“와아아!”

“달려라!”

“황제를 쳐부숴라!”

말을 타고 싶어서 근질거렸던 반란군은 용맹하게 성문에서 뛰쳐나와 돌격했다.

그러나 나오자마자 화살이 빗발쳤다. 기다렸다는 듯한 혼트 제국군의 대응이었다.

콰콰콱! 슈슈슉!

“크악!”

“아악, 내 팔!”

짚단인형처럼 픽픽 화살에 꿰뚫려 낙마하는 전사들. 그러나 탈라크 대왕은 용맹하게 화살 비를 뚫고 돌진했다. 이미 죽음을 각오한 그였다.

반란토벌군 측에서도 할슈타인 백작과 륭겐 후작, 그리고 흑십자 기사단이 나섰다.

“얘들아, 저 덩치 크고 목소리 좋은 놈만 빼놓고 다 죽여라! 쟤는 대가리라서 양보해야 하거든!”

“충!”

륭겐 후작과 흑십자 기사단은 오랜만에 그 무위를 드러내었다.

오러 마스터를 대장으로 두었으며 그 휘하 36인이 전원 오러 엑스퍼트인 무적의 기사단!

그 무위는 실로 충격적이었다.

식칼로 빵을 썰듯이 흑십자 기사단은 반란군을 중앙돌파해서 두 쪽을 냈다. 그들의 돌격은 그 자체로 하나의 검과 같았다.

할슈타인 백작은 똑바로 탈라크 대왕을 향해 달렸다. 탈라크 대왕은 일전에도 활약했던 할슈타인 백작을 알아보았다.

“황제의 검이냐.”

할슈타인 백작은 대답대신 오러 블레이드를 일으켰다.

탈라크 대왕은 시미터에 오러를 불어넣었다. 죽음이 임박했으나 두려워하는 모습은 아니었다. 그런 투지로 보아 분명 탈라크 대왕도 범상한 인물은 아니었던 듯했다.

“상대로 부족함이 없구나! 이랴!”

탈라크 대왕은 박차를 가하며 있는 힘껏 시미터를 휘둘렀다. 그리고…….

콰지지직―!

할슈타인 백작은 시미터와 함께 탈라크 대왕의 머리통을 두 쪽을 내버렸다.

바람의 왕국의 대왕을 꿈꿨던 티란 탈라크.

그의 최후는 전쟁 만큼이나 허무했다.

“대, 대왕님이 죽었다!”

“황제의 검이다!”

반란군은 충격과 공포에 휩싸였다.

반면 반란토벌군은 더욱 기세 높여서 총공격을 했다.

“얘들아, 마침 성문이 열려 있는데 안 들어가 주면 섭섭하지 않겠느냐?”

“맞습니다!”

륭겐 후작의 물음에 흑십자 기사단이 우렁차게 대답했다.

“그럼 들어가자!”

흑십자 기사단은 곧장 탈라크 대왕과 전사들이 뛰쳐나왔던 성문으로 돌격했다.

반란군의 파도를 뚫고 나아가 성문을 통과, 안으로 들어가는데 성공한 흑십자 기사단은 말 그대로 살육을 벌였다.

그 누구도 거대한 검정색 투 핸드 소드를 휘두르는 륭겐 후작을 막아내지 못했다. 오러 마스터의 무위가 고스란히 빛을 발하는 광경이었다.

탈라크 대왕을 잃은 반란군은 순식간에 무너져 내렸다. 여기저기서 항복을 하는 자들이 속출하였다. 그렇게 발라트 성은 함락되었고, 반란군은 전멸했다.

완전한 전멸.

항복을 한 포로들은 한데 모아져 화형을 당했다. 모두 불태워 죽이라는 카르스 황제의 명령이 이루어진 셈이었다.

반나절이 지나자 전장이 수습되었다.

안으로 입성한 카르스 황제 앞에 만신창이가 된 한 사내가 대령되었다.

상처투성이에 안색이 창백해진 사내. 바로 6군단장 쥬르덴 백작이었다.

포로로 붙잡혀서 발라트 성의 감옥에 투옥된 걸 혼트 제국군이 발견한 것이었다.

쥬르덴 백작은 병사들의 부축을 뿌리치곤 홀로 비틀비틀 카르스 황제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털썩, 무릎을 꿇고 앉아 말했다.

“신 쥬르덴 백작, 명령대로 살아 대령하였나이다.”

“훌륭하다. 일등공신이여.”

“감사합니다. 폐하…….”

그 말을 남기고 쥬르덴 백작은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카르스 황제가 손짓하자 병사들이 쥬르덴 백작을 들것에 실고 데려갔다.

카르스 황제는 부사령관 카이슨 백작에게 말했다.

“뒷정리는 맡긴다.”

“예, 폐하!”

그렇게 대답하는 카이슨 백작의 목소리에는 존경심이 배어 있었다.

전쟁 내내 파격적인 지시만 받아 당황스러웠으나, 마침내 승리가 이루어지자 비로소 카르스 황제가 얼마나 대단한 전략가인지 알게 된 것이었다.

“피곤하군.”

“모시겠습니다.”

볼일은 끝났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나는 카르스 황제의 뒤를 할슈타인 백작이 뒤따랐다.

그렇게 혼트 제국의 내전은 혼트 황실의 승리로 끝이 났다.

카르스 황제의 진면목을 보여준 완전한 대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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