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경영의 대가-201화 (201/529)

<-- 201 회: 9권 - 1장. 오리엔 왕실의 갈등 -->

운디네를 계속 소환 상태로 두어서 체내에 동화시키면, 치유의 힘으로 육신의 노화까지 늦출 수 있을 터였다. 그럼 전생 때 기록한 90세를 넘어서 100세 장수의 길이 열렸다는 뜻이다. 더럽게 오래 살겠군, 아하하.

가만…….

나는 뚱한 표정으로 날 보는 샐러맨더에게 시선을 옮겼다.

“야. 너도 운디네처럼 할 수 있냐?”

-뭔 개소리냐?

저 말하는 싸가지 하고는.

“운디네가 내 체액에 동화됐잖아. 너도 내 체온에 동화될 수 있냐고.”

-있다. 근데 싫다.

“싫긴 뭐가 싫어? 빨리 동화되어봐. 너도 빨리 상급 정령으로 진화하고 싶지 않냐?”

이게 진화하는 가장 빠른 길임은 운디네가 이미 증명했다.

-쳇!

샐러맨더는 귀찮다는 듯이 나에게 다가왔다. 내 가슴에 손을 대더니, 쑤욱 하고 손을 가슴 안에 집어넣었다. 이윽고 생쥐가 쥐구멍에 들어가듯이 내 몸 안으로 비집고 완전히 들어가 버렸다.

내 체온에 동화된 것이다.

샐러맨더가 안으로 들어오자 후끈거리는 열기 때문에 땀이 뻘뻘 나기 시작했다.

“얌마, 덥잖아. 온도 좀 낮춰.”

-쳇!

샐러맨더는 짜증을 부리고는 체온을 조금 낮췄다. 좀 더, 조금만 더, 오케이!

딱 적당한 체온이 되었다. 아, 좋다. 여름에 잘 때도 체온을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겠네. 평소에는 온도조절마법이 각인된 레드 미스릴 코트 때문에 쾌적했지만, 잠을 잘 때도 그 코트를 입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샐러맨더야, 이 아빠의 몸 안에 들어온 기분이 어떠니?”

-기분 나쁘다!

“나도 너 같은 망나니랑 동화된 게 싫거든?”

-쳇! 쳇!

으음.

샐러맨더를 내 체온에 동화시켰지만, 운디네 때처럼 불현듯 대자연의 의지가 떠오르면서 진화가 벌어지지는 않았다. 아무래도 샐러맨더는 운디네와 달리 아직 진화할 준비가 되지 않은 듯했다.

뭐, 이대로 계속 샐러맨더도 소환해두면 언젠가는 상급으로 진화하겠지.

정령친화력도 대폭 늘었으니 세 정령을 365일 24시간 내내 소환해두는 건 일도 아니었다.

그런데 노움이 빤히 나를 보았다.

-나도 하고 싶은데.

어이쿠.

우리 귀염둥이 노움이도 내 몸에 동화되고 싶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운디네는 내 체액에, 샐러맨더는 내 체온에 동화될 수 있다지만, 노움은 땅의 정령. 내 몸에 흙은 없기 때문에 동화는 불가능해보였다.

“노움아, 우리 노움은 여기에 앉으면 되잖니.”

나는 노움을 번쩍 들어서 내 머리에 얹어놓았다.

-응. 난 아빠 머리에 앉아 있을래.

“어휴, 우리 귀염둥이.”

-헤헤, 나 귀여워.

***

그날 레이몬드 후작은 오리엔 국왕에게 보고했다.

“최상급 정령술을 터득하는 데에는 실패하였습니다.”

“역시 거짓말이었단 말인가?”

오리엔 국왕이 물었다. 레이몬드 후작은 고개를 저었다.

“거짓은 아니었습니다. 그는 실제로 최상급 정령술의 경지에 진입하기 위한 수련을 하였고, 실패는 하였으나 대신 물의 정령을 상급 정령으로 진화시키는데 성공했습니다.”

“허어, 그럼 속임수가 아니었단 말인가? 분명 그는 노움이라고 했던가? 그 땅의 정령을 상급 정령으로 부리고 있었지. 물의 정령까지 상급으로 진화시켰다면, 대체 그 경지는 어느 정도인가?”

이에 대화를 듣고 있던 브리튼 공작이 입을 열었다.

“일전에 리간드 자작과 겨루어보았습니다만, 상급인 땅의 정령만으로도 충분히 위협적이었습니다. 물의 정령까지 가세하면 그만큼 전투 방식도 다변화될 테니 대단한 경지라 할 수 있습니다.”

“그 정도인가?”

“그것뿐만이 아닙니다.”

레이몬드 후작이 끼어들어 덧붙였다.

“그 나이에 벌써 최상급 정령술의 실마리를 얻었다는 것에 주목하여야 합니다. 비록 실패하긴 했으나 한 번 실마리를 얻은 이상, 언제 또다시 높은 경지에 오를 기회가 발생할지 모릅니다. 그는 겨우 20대 중반입니다.”

최상급 정령술 사건은 카록의 허풍이었지만, 이들 세 사람은 아무도 그걸 눈치 채지 못했다.

오리엔 국왕은 신음했다.

“크윽, 진즉에 그를 내 사위로 만들었어야 했는데! 생각하면 할수록 아까워 죽겠군.”

이웃나라의 인물이 앞으로 엄청난 그릇으로 성장할 것을 생각하면, 일국의 군주로서 부러움과 걱정이 동시에 드는 것이었다.

“게다가 레이몬드 후작 그대는 아직 듣기 못했겠지만, 카록 리간드 자작의 아버지 바스크 쿤트 자작이 오러 마스터가 되었소.”

브리튼 공작의 말에 레이몬드 후작 역시 기가 찼다.

아들은 최상급 정령사가 되네 마네하고, 그 애비까지 오러 마스터가 되었다.

‘뭔 놈의 집안이 하나 같이 그 모양이지?’

거기에 쿤트 가문의 차남이라는 릭 쿤트 역시 뮤트 공작의 애제자로서 예비 오러 마스터로 확실시 되고 있다고 했다.

“쿤트 가문이 머잖아 레던 왕국 최고의 대가문으로 성장하겠군.”

레이몬드 후작의 중얼거림에 오리엔 국왕의 심기는 더욱 불편해졌다.

확실히 카록 리간드의 정치력과 재력에 그 부친 쿤트 자작의 무력이 더해지면 엄청난 시너지 효과가 발생할 것이다. 육제후에 견줄 수 있는 대가문이 되기에 충분했다. 쿤트 일족의 번영이 벌써부터 눈에 보인다.

그런데 그때 브리튼 공작이 레이몬드 후작에게 물었다.

“후작, 리간드 자작에게서 동맹 협상에 대하여 들은 이야기가 없소? 그자가 후작과 만난 기회를 그냥 흘려 넘기리라 생각지는 않소만.”

그제야 레이몬드 후작은 카록과 이야기하던 것이 떠올랐다.

“있습니다. 그 녀석은 우리 왕실이 떠안고 있는 대량의 곡물을 비싸게 팔아치울 수 있다고 주장하더군요.”

그 말에 오리엔 국왕의 눈이 번쩍 뜨였다.

“식량을 팔 곳이 있단 말인가?”

“아마 유목민족에게 팔 생각일 겁니다.”

브리튼 공작이 대신 대답했다.

브리튼 공작이 계속 말했다.

“제 가문의 정보망에 카록 상단의 유란이라는 상인이 혼트 제국에 상행을 가서 큰 이문을 얻었다고 하였습니다. 그 상인 유란은 본래 혼트 제국에서 주로 활동하던 상인인데 리간드 자작에게 등용되었습니다.”

“그렇군. 혼트 제국 쪽은 아직 곡물의 시가가 폭락되지 않았지.”

“예. 게다가 육제후의 지원을 받는 유목민족들이 전쟁에 대비해서 식량을 잔뜩 사 모으고 있을 겁니다. 아마 카록 상단이 그들과 거래를 하는 모양입니다.”

“혼트 제국에서 벌어지는 내전을 틈타서 이익을 보는 건가. 여전히 그런 쪽은 놓치지 않는군.”

이제는 질렸다는 표정을 하고 있는 오리엔 국왕. 최근 수년간을 보면, 어디서 돈 소리 좀 난다 하면 그곳에 어김없이 카록이 있었다.

오리엔 국왕은 냉정을 되찾곤 입을 열었다.

“그건 솔깃한 이야기이나, 본 왕실의 재정 문제는 투자 실패로 인한 단기적인 일일 뿐이므로 수년 안에 해결될 수 있소. 하지만 동맹은 쉽게 판단할 수 없는 문제요.”

기본적으로 오리엔 왕국은 동맹이 시급한 입장이 아니었다. 혼트 제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쪽은 레던 왕국이다. 혼트 제국과 레던 왕국이 서로 싸워서 국력이 약화되면 오리엔 왕국으로서는 이익이다.

다만 문제는 혼트 제국이 레던 왕국을 공격할 시, 타깃은 분명히 물류가 집중된 바덴 강 유역이라는 점이었다. 이미 카슈텔 성을 침략의 교두보로 삼고 있는 점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리고는 예전에 카록이 말했던 대륙 정복의 계책이 그대로 이루어진다.

바덴 강 유역을 점령한 혼트 제국은 오히려 레던 왕실에게 동맹을 신청하고, 동시에 바덴 강을 보급로 삼아 오리엔 왕국을 침공한다.

이에 오리엔 왕국 역시 레던 왕실에 동맹을 청하지만, 레던 왕실은 양국 중 더 강력한 혼트 제국의 손을 잡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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