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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의 대가-198화 (198/529)

<-- 198 회: 8권 - 12장. 증명 -->

 정신 수행을 통해 알게 된, 진정한 자신.

끊임없이 싸우려는 흉포한 야수가 의식의 표면으로 뛰쳐나온 것이다.

콰아아!

오러가 미친 듯이 요동치더니, 해일처럼 롱 소드로 흘러가서 오러 블레이드를 형성했다.

“헉!”

“오러 블레이드!”

“마스터!”

제자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하늘처럼 위대한 자신들의 스승과 같은 오러 마스터의 경지를 이룬 무인이 눈앞에 출현한 것이다.

특히 아버지 바스크를 보는 릭의 얼굴은 거의 반쯤 얼이 빠져 있었다.

“오게.”

역시나 오러 블레이드를 만든 뮤트 공작이 나직이 말했다.

“크아아아!”

바스크는 맹수처럼 뮤트 공작을 덮쳤다. 그 광포한 기세에 지켜보던 제자들은 기가 질렸다.

뮤트 공작은 침착하게 방어를 갖췄다.

콰아앙―!

연무장이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두 사람이 선 바닥이 쩌저적 갈라졌다.

“흐럇! 크아!”

쾅! 쾅!

바스크는 연신 포효하며 좌우 연속으로 휘둘렀다. 폭풍처럼 뮤트 공작을 몰아붙였다. 하지만 물러서며 차분하게 막아내는 뮤트 공작의 얼굴에는 동요의 기색이 없었다.

오러 마스터들의 대결.

서로가 서로를 읽고 대응한다. 눈속임 같은 게 통하는 레벨을 넘어섰다.

순수한 힘과 실력의 세계.

‘보인다!’

바스크는 희열했다.

과거 아서와 레이라 내외의 결혼식 때 참석한 뮤트 공작이 그에게 한 말이 떠올랐다.

“상대를 살핀다. 근육의 움직임 하나하나, 눈ㅌ빛에 담긴 심리, 숨소리, 검의 각도, 피어오르는 오러의 형태와 느낌, 살기. 모든 걸 살펴서 상대를 느끼고 공감한다. 그리 되면 상대가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떻게 움직이는지 알게 된다.”

그 말은 사실이었다.

미세한 손동작 발동작 하나하나와 눈빛을 살핀다. 더불어 오러의 움직임까지 주시하면, 상대가 어떤 무인이고 어떻게 움직일 것인지 모두 알 수 있다.

바스크는 바로 그러한 경지에 이른 것이다.

“저럴 수가.”

“스, 스승님이?!”

제자들은 혼란에 빠졌다.

새로운 오러 마스터가 출현한 것도 충격인데, 뮤트 공작이 쿤트 자작의 공세에 밀려나고 있으니 거의 공황 상태였다.

뮤트 공작은 연무장 구석으로 몰렸다.

‘됐다!’

바스크는 기뻐했다.

아직 오러의 양과 경험 면에서는 뮤트 공작에 미치지 못함을 안다.

하지만 딱 하나 앞서는 게 있다면, 바로 파워!

선천적으로 높은 투지가 바탕이 된 흉포한 파괴력만큼은 뮤트 공작보다 앞선다고 확신했다.

구석으로 몰아서 회피할 곳을 없앴으니 이제 단발승부, 즉 정면충돌이었다.

바스크는 한껏 오러 블레이드의 기세를 높였다. 그리고 힘차게 땅을 박차고 덤볐다.

그때, 뮤트 공작은 검을 가로로 비스듬히 들어서 막아냈다.

콰아앙!

쩌렁쩌렁한 충돌음.

그 순간 뮤트 공작은 그대로 왼쪽으로 기울어뜨려서 바스크의 공격을 흘려버렸다. 동시에 오른쪽으로 스텝을 밟으며 선회, 순식간에 바스크의 등 뒤로 움직였다.

바스크 역시 등 뒤를 잡히면 안 되므로 재빨리 뒤돌아서 뮤트 공작을 마주했다.

그러자 서로의 위치를 바꾼 형태가 되었다. 즉, 바스크가 거꾸로 구석에 몰린 것이다.

“오오!”

“대단하다!”

제자들은 주먹을 불끈 쥐고 감탄했다. 저 맹렬한 공격을 막고 흘리는 솜씨와 세련된 스텝으로 거꾸로 적을 궁지에 빠뜨린 센스까지! 자신들의 스승은 과연 위대했다.

바스크를 구석에 몰아넣은 뮤트 공작은 본격적으로 빠른 검술을 펼치기 시작했다.

사실 뮤트 공작의 검술은 릭과 비슷하게 빠른 스피드를 중시한 스타일이었다. 아니, 뮤트 공작에게 사사 받은 릭이 자연히 그 스타일을 닮게 된 것이다.

뮤트 공작이 빠른 공격을 펼치자 바스크는 방어에 주력할 수밖에 없었다. 하물며 구석에 몰려서 움직임이 제한되자 밀리는 양상이 되었다.

‘상대의 움직임을 충분히 파악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도 이렇게 되다니. 뮤트 공작 전하는 한 발 더 나아가 싸움의 흐름 전체를 보는구나.’

역시 자신보다 한 수 위라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패배까지 인정하기에는 일렀다.

“크아악!”

괴성을 지르며 다시 공격을 시작한 바스크. 방어에서 급격히 공격으로 전환해 같이 찌르자는 식으로 덤볐다.

콰앙! 쾅!

뮤트 공작은 그런 반격들을 모두 쳐나가며 위치를 고수했다. 뒤로 물러나버리면 바스크가 구석에서 탈출한다.

까아앙! 콰앙!

오러 블레이드가 고속으로 충돌하며 연신 폭발음을 일으켰다. 그 여파로 연무장이 초토화되어갔다. 충격파의 폭풍에 머리칼을 마구 흩날렸다. 관전하는 제자들은 오러를 일으켜서 몰아치는 충격파를 차단해야 했다.

‘좀 더 강하게! 강하게!’

바스크의 기세가 점점 사나워졌다.

뮤트 공작이 반 발짝 밀려났다.

‘됐다! 조금만 더!’

그러나 그때였다.

쩌적.

‘응?’

갑자기 들린 이상한 소리에 바스크는 놀라서 뒤로 물러났다.

뮤트 공작 역시 싸움을 중단했다.

바스크의 롱 소드에 균열이 가 있었다. 그의 검은 뮤트 공작의 것과 달리 미스릴제가 아니었던 것이다.

“무기가 좋지 않았군. 무승부로 하겠나?”

바스크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설마요. 좋은 무기를 준비하지 못한 것도 제 실책일뿐더러, 계속 싸웠다 해도 제 패배였을 겁니다. 공작 전하의 놀라운 실력에 경탄을 금치 못하겠습니다.”

“자네 역시 대단했네.”

“아직 멀었음을 실감했습니다.”

바스크의 겸양에 뮤트 공작은 고개를 저었다.

“아닐세. 할슈타인 백작을 아는가?”

“예. 전에 공작 전하와 대결했다는 혼트 제국의 마스터잖습니까.”

“내가 그와 다시 싸운다면, 오러를 모두 소진할 때까지 싸우다가 종국에는 근소한 차이로 내가 이길 걸세. 하지만 자네는 달라.”

“어떤 점이 다릅니까?”

“자네는 내가 본 가장 흉포한 마스터이네. 제대로 겨룬다면 승패는 빨리 갈릴 걸세. 아직은 자네의 경험이 모자라 내가 이기겠지만, 나 역시 무사하진 못할 테지. 누구든 자네와 싸워서 무사할 생각은 버려야 할 걸세.”

뮤트 공작의 평가에 바스크는 크게 기뻐했다.

“감사합니다. 더 정진하겠습니다.”

“앞으로도 왕실을 위해 충정을 다해주게.”

“예!”

“귀한 손님이 왔으니 제대로 대접을 해야겠군. 오후 훈련은 이것으로 마치겠다.”

바스크를 대접하기 위해 칼 같이 시간을 지키던 훈련까지 일찍 종료시키자 제자들은 또다시 놀랐다. 스승이 오랜만에 제대로 된 적수와 겨뤄서 기뻐한다는 것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아버지!”

릭이 달려왔다.

“오냐, 바보 아들.”

“크윽! 언제 마스터가 되신 겁니까?!”

바스크는 순간 릭이 자신의 험담을 퍼뜨리고 다닌 사실을 떠올렸다.

“이 애비는 며칠 전에 경지에 이르렀다. 이제 릭 너와 실력을 겨루는 일은 그만두어야겠구나. 수준 떨어져서 어디 상대할 엄두가 나겠느냐?”

“크으윽!”

릭은 몹시 분한지 부들부들 떨었다.

지금껏 아버지 바스크를 경쟁자로 삼고 있었던 릭이었다. 그런 아버지가 오러 마스터가 되어서 자신의 스승과 실력을 겨루다니! 이건 악몽이었다.

“스승님! 전 계속 수련할 테니 먼저 들어가십시오!”

“릭.”

“예, 스승님.”

“그런다고 네 뒤떨어지는 실력이 갑자기 만회되는 건 아니다.”

“크아아악!”

릭은 광분하여 허공에 대고 롱 소드를 마구 휘둘렀다.

“멍청한 놈.”

혀를 쯧쯧 찬 뮤트 공작은 바스크에게 턱짓했다.

“가세. 술은 좋아하나?”

“많이 마시지는 않습니다만, 공작 전하께서 주신다면 영광으로 알고 받겠습니다.”

“나도 과음은 안 하네. 가세.”

“크아악! 나도 마스터가 될 테다!”

이리저리 날뛰는 릭을 뒤로 한 채 두 사람은 안으로 들어갔다.

문득 바스크는 무언가가 떠올라서 말했다.

“아참. 딱 한 명 생각났습니다.”

“무엇이 말인가?”

“저와 싸워도 멀쩡할 사람 말입니다.”

그 말에 뮤트 공작은 잠시 생각에 잠기는가 싶더니, 이윽고 피식 웃었다.

“그게 누구인지 알 것 같군. 지금쯤 오리엔 왕국에 가 있을 인물일 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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