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경영의 대가-191화 (191/529)

<-- 191 회: 8권 - 9장. 바스크 쿤트의 수련 -->

쿤트 자작가.

저택의 연무장에는 어느 때와 마찬가지로 쿤트 가문의 기사들이 피땀 흘리며 훈련을 하고 있었다.

“좀 더 빠르게 움직여! 자신의 최고 속도를 끌어내고 거기서 조금만 더 빨리 움직이는 거다! 한계를 넘는 훈련이 아니면 자신의 실력을 높일 수 없어! 제자리걸음이란 말이다!”

그렇게 고함을 지르며 기사들의 훈련을 독려하는 사내는 다름 아닌 리처드 벅.

카록이 오리엔 왕국에서 데려온 두 사람 중 하나였다.

카록에게 스카우트 되었을 때 이미 오러 엑스퍼트 중급의 실력자였던 리처드는 쿤트 가문의 가주 바스크의 지도하에 실력이 더욱 늘어서 오러 엑스퍼트 상급의 경지를 바라보고 있었다.

본래 전생에서는 바스크와 전쟁터에서 세 차례나 겨루어서 1승 1무 1패를 기록하고 마지막 1패에서 목숨을 잃었다. 그러나 그것은 이제 벌어지지 않는 미래. 지금은 그 라이벌인 바스크를 섬기는 가신이 되어 있으니 아이러니컬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리처드는 기사들 중에서는 가장 실력이 뛰어난 1인자였기 때문에 훈련의 지휘를 맡았다. 본래는 가주인 바스크가 직접 훈련을 지도했지만, 그는 최근 오러 마스터가 되기 위한 수련에 정신 팔려서 리처드에게 맡겨놓은 상태였다.

참고로, 카록이 쿤트 가문에 안겨준 또 다른 인재인 하딘 또한 최근 오러 엑스퍼트가 되어서 자신의 재능을 증명했다.

이 두 사람에 의해 쿤트 가문의 기사들은 전례 없이 활기를 띠고 있었기 때문에 바스크는 안심하고 홀로 수련에 전념하는 것이었다.

“음. 잘 하고 있군.”

멀리서 연무장의 기사들을 지켜보던 바스크는 만족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열심인 기사들을 보니 안심하고 개인 수련을 하러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바스크는 자신의 전용 수련장으로 갔다.

스릉―

수련장 한 가운데에서 롱 소드를 뽑았다.

“오늘이야말로.”

평생 염원했던 그 드높은 경지가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오러 마스터가 코앞까지 가까워졌다.

가까워지긴 했는데…….

‘어째서 잡히지를 않는 것이냐!’

손을 뻗으면 잡힐 것 같은데도 도저히 닿지 않아서 바스크를 미치게 만들었다.

“차합!”

바스크는 기합을 내지르며 오러를 끌어올렸다.

파아아앗!

롱 소드에 오러가 뿜어져 나왔다.

아지랑이처럼 흘러나오는 오러는 이윽고 굳어져서 특정한 형태를 이루기 시작했다.

오러 블레이드.

오러 마스터의 특권이자 상징이 바스크의 롱 소드에 발현된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완전하지 않았다.

1초, 2초, 3초…….

바스크는 간신히 20초를 버텼다. 더는 버티지 못하고 오러 블레이드가 산산이 흩어져버렸다.

바스크는 깊은 허무감을 느껴야 했다.

온 정신을 집중시켜서 겨우 20초 유지했다. 오러 마스터는 몇 날 며칠이고 오러 블레이드를 유지할 수 있다고 했다. 대체 얼마나 지독한 집중력이 필요하단 말인가?

‘그럴 리가. 집중력이라면 나도 누구에게 뒤지지 않는다고 자부할 수 있다.’

젊은 적부터 밥 먹는 것도 잊고 검술 수련에 매진할 정도로 무서운 집중력을 자랑했던 바스크였다. 그런 그에게 집중력이 부족해서 오러 블레이드를 유지하지 못하는 것이라는 이유는 말이 되지 않았다.

‘집중력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바스크는 다시 몇 번이고 오러 블레이드를 만들고 유지하기를 시도했다.

그러나 아무리 길게 버텨도 25초를 넘을 수는 없었다.

바스크는 하루 종일 같은 훈련을 반복한 끝에야 이런 수련 방식은 잘못되었다는 걸 깨달았다.

‘이래서야 끝이 나지 않겠군. 이건 무의미한 반복이다.’

오러 블레이드를 발출하는 수련을 중단하고 바스크는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애당초 마스터란 무엇이란 말인가.

‘뮤트 공작 전하께서는 검술의 극의란 상대의 무(武)를 파악하고 이에 최적화된 대응을 하는 것이라고 하셨다.’

실로 경이로운 경지였다.

뮤트 공작과 대련했을 때, 바스크는 패배를 인정하기까지 1초도 걸리지 않았다.

롱 소드를 뽑고 돌진한 순간, 이미 뮤트 공작의 검은 자신의 목을 겨누고 있었다. 자신의 대시를 훤히 꿰뚫어보고 그저 검을 앞으로 갖다 댄 것뿐이었다.

그때 깨달았다.

이거야말로 검술의 극의이구나, 하고 말이다.

“가만……. 그런데 상대의 무를 꿰뚫어보는 것과 오러 블레이드가 무슨 상관이 있는 거지?”

오러 블레이드는 오러 마스터만의 전유물.

오러 마스터란 상대의 무를 꿰뚫는 경지.

이 두 가지 사실에 어떤 관련성이 있는 게 아닐까?

순간 바스크는 어둠 속에서 한 줄기의 미약한 희망의 빛을 발견한 듯한 전율을 느꼈다.

‘관련이 있을 거다!’

상대의 움직임을 꿰뚫는 전율적인 안목은 오러와 연관이 있음이 틀림없었다. 그렇지 않고서는 오러 마스터라는 경지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분명, 오러는 감각을 발달시키는 역할을 한다. 오러 유저만 되어도 신체능력의 향상과 함께 감각이 발달하며, 오러 엑스퍼트는 오러로써 오감(五感) 중 하나를 의도적으로 극대화시킬 수가 있다.’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

이 다섯 감각은 인간이 사물을 관찰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감각이었다. 감각의 향상이란 곧 사물을 보다 정확하게 관찰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

‘그런가. 극대화된 감각으로 상대를 관찰해서 움직임을 파악하는 것인가?’

바스크의 안색이 밝아졌다.

물론 그런 추측만으로 오러 마스터의 경이로움을 설명하기에는 너무나도 부족했다.

하지만 적어도 나아가야 할 방향은 알았으니 더 이상 헤매지 않아도 된다!

다음날.

바스크는 다시 기사들의 공용 수련장에 나타났다.

기사들과 함께 훈련을 하던 리처드는 그를 발견하곤 고개를 갸웃거렸다.

“얼레? 오셨습니까?”

“아아. 수련 방식을 다시 바꿨다. 너희는 날 신경 쓰지 말고 계속 훈련을 해라.”

“알겠습니다. 어이, 하딘. 한 판 붙자.”

“예, 리처드 형님.”

하딘은 홀로 검을 휘두르다 말고 리처드를 바라보았다. 두 사람은 같은 오리엔 왕국의 용병 출신에 카록에 의해 스카우트되었다는 공통점이 있었기 때문에 금방 친해져서 지금은 형 동생 하는 사이가 되었다.

‘마침 잘 됐군.’

이를 지켜보던 바스크는 오러를 컨트롤하여서 감각을 극대화시켰다. 극도로 예민해진 감각으로 리처드와 하딘을 관찰했다.

리처드는 롱 소드를 뽑았다.

하딘도 자신의 무구인 모닝스타와 라운드 실드를 들어 올렸다.

‘리처드가 먼저 공격하겠지.’

바스크는 확신했다.

리처드는 공격적인 스타일이고, 하딘은 라운드 실드로 방어력을 강화한 만큼 방어적이었다.

리처드는 활을 쏘기 직전에 활시위를 당기듯 다리를 살짝 구부리고 상체를 앞으로 향했다.

‘먼저 대시인가?’

바스크는 리처드의 준비 자세를 집요하게 관찰했다. 횡으로 벨 준비를 하는 롱 소드가 눈에 들어왔다.

‘아니군. 정면으로 대시를 하다가 좌로 방향을 틀며 롱 소드를 횡으로 휘두를 것이다. 리처드는 이런 식의 변칙을 곧잘 써먹으니까.’

이번에는 하딘을 관찰했다.

하딘은 라운드 실드를 아주 잘 다뤘다. 비스듬히 서서 오른쪽 어깨에 딱 밀착시킨 라운드 실드가 그의 상반신 대부분을 가렸다.

앞발은 땅에 딱 붙이고, 뒷발은 약간 굽히고 있었다. 이를 본 바스크는 판단했다.

‘리처드의 대시에 대비하면서도, 언제든 방향을 좌우로 틀 준비를 하고 있군. 리처드의 스타일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적절하게 대비하고 있다.’

대결은 바스크의 예상대로 펼쳐졌다.

리처드는 돌진하다가 급격히 왼쪽으로 방향을 틀어서 하딘을 덮쳤다. 하지만 하딘 역시 즉시 그쪽으로 방향을 돌린 뒤 라운드 실드로 방어했다.

콰아앙!

리처드의 롱 소드에는 오러가 맺혀 있었지만, 이는 하딘의 라운드 실드 역시 마찬가지.

오러 엑스퍼트의 경지에 발을 들인 이후로 하딘의 방어는 바스크조차도 간단하게 깰 수 없을 정도로 단단했다.

‘여기까지는 맞췄군.’

바스크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