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경영의 대가-168화 (168/529)

<-- 168 회: 7권 - 6장. 혼트 제국의 혼란 -->

“크악!”

“아아악!”

돌팔매질의 중거리전은 방패막이 된 패트릭의 활약으로 발락 일행이 우세했다.

그리고 거리가 근접하자, 패트릭은 비로소 랠리 족 전사들을 상대로 검술 솜씨를 뽐내기 시작했다.

촤아악!

“컥!”

콰직!

“끅!”

한 명의 목을 날리고, 또 다른 사내는 오러로 시미터와 함께 수직으로 두 동강을 냈다.

패트릭의 주위로 유혈이 낭자하기 시작했다.

패트릭에 의해 단숨에 일곱 명이 즉사하자, 랠리 족 전사들은 당황했다.

그리고 발락 일행은 돌입해서 무인지경으로 싸우는 패트릭을 놔둔 채, 계속 일정 거리를 유지하고 돌팔매질로 공격했다.

패트릭의 검무에 속절없이 피를 뿌리는 랠리 족 전사들은 동시에 멀리서 발락 일행이 날리는 돌팔매질에 계속 쓰러졌다.

거의 20여 명이 패트릭에게 죽거나, 돌팔매에 맞아 낙마했을 때였다.

발락이 소리쳤다.

“후퇴!”

‘뭐라고?’

적 한복판에서 일방적인 맹활약을 떨치던 패트릭은 그런 발락의 명령이 불만스러웠다. 하지만,

‘이유가 있겠지.’

패트릭은 말머리를 돌려서 달아나기 시작했다.

일방적으로 당한 랠리 족 전사들은 패트릭과 발락 일행이 얄밉게도 꽁무니를 빼자 크게 분노했다.

“쫓아라!”

대장의 명령에 그들은 추격을 개시했다. 그러나 추격은 오래가지 못했다.

발락이 손을 크게 흔들며 신호를 보냈다.

그러자 활 사정거리에서 대기하고 있던 유란 일행이 사전의 지시대로 활을 쏘기 시작했다.

화살이 랠리 족 일행을 덮쳤다.

유란 일행이 쏘는 화살에 전사들이 마구 쓰러지자, 더 이상 눈앞에 달아나고 있는 패트릭 일행을 쫓을 수가 없었다.

5명이 화살에 맞아 죽는 바람에 이제는 원래의 절반밖에 남지 않았다.

“우, 우리도 활을 쏴서 대응하면 되지 않으냐!”

당황한 랠리 족의 대장은 이성을 유지하지 못하고 아무렇게나 명령을 내렸다.

이를 본 발락이 피식 웃었다.

“멍청한 놈. 다시 공격!”

패트릭과 발락 일행은 다시 방향을 돌려서 막 활을 꺼내 궁시를 준비하던 랠리 족 전사들에게로 돌진했다.

활을 꺼내든 바람에 무방비상태가 된 랠리 족 전사들은 속절없이 그 공격을 받아 죽어 나가기 시작했다.

결국 전투는 패트릭 측의 압도적인 승리로 돌아갔다.

랠리 족 일행은 대장이 패트릭의 일격에 즉사하자, 겨우 5명만이 살아서 도망쳤다.

그에 비하여, 패트릭 측은 사망자가 없었고, 부상자는 3명 정도였다. 그나마도 다들 가벼운 상처였다.

“대단한 솜씨였소, 콘돌 경. 덕분에 사망자 없이 승리했군.”

발락은 패트릭의 검술 실력에 크게 칭찬했다.

하지만 패트릭 역시 발락의 용병술에 감복한 상태였다.

“당신도 훌륭한 지휘를 했소. 내가 지휘를 했었더라면 이 정도로 크게 이기진 못했겠지.”

“고맙소.”

유란 일행과 합류한 뒤에 발락 일행의 사정을 듣게 되었다.

놀랍게도 발락은 탈라크 족의 서열 3위의 전사였다. 당연히 발락을 따르는 부하 20명 또한 탈라크 족의 전사들.

“그런데 어째서 이런 곳에서 랠리 족에게 쫓긴 겁니까?”

유란의 물음에 발락은 한숨을 내쉬었다.

“족장님의 뜻에 반대했기 때문이오.”

“족장이라면, 그 티란 탈라크 족장 말이오?”

패트릭이 묻자, 발락은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소.”

자세한 사정은 이러했다.

카르스 황제가 반역을 저지른 몇몇 유목민 부족을 처단하겠다고 공표했을 때, 그 반역죄를 진 부족 중 하나가 바로 탈라크 족이었다.

심지어 절반 이상의 같은 유목민 부족들도 카르스 황제의 편을 들었다.

탈라크 족은 크게 당황하여서 회의를 했다.

이제라도 백배 사죄하고, 카르스 황제의 휘하로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한 것은 서열 3위의 전사였던 발락.

하지만 자존심 센 탈라크 족장은 거절했다. 죽으면 죽었지 굴복은 있을 수 없는 치욕이라 했다.

그런데 때마침 그 남자가 나타났다.

“에반 테일러라 불리는 남자였소.”

발락의 말에 패트릭은 화들짝 놀랐다. 자신도 익히 들어본 이름이었기 때문이다.

“육제후 중 한 사람인 란즈헬 백작의 심복인 그 남자 말입니까?”

유란도 아는지 물었다.

“그렇소. 그자는 족장님의 숨겨진 욕망을 알아보았소. 그 욕망을 부추기며 자금을 지원해주었고, 그 결과 족장님은 바람의 일족을 혼트 제국 황실로부터 독립시키고 새로운 왕국을 세우겠다는 허황된 꿈을 꾸기 시작했소. 나는 강경하게 반대를 했지만, 결국 족장님의 분노만 사서 나를 따르는 부하들 백여 명과 함께 추방되었소.”

발락과 그의 부하들 100여 명은 부양하는 가족과 함께 정처 없이 초원을 떠돌았다.

본래 부족에서 쫓겨난 유목민족은 초원에서 살아남기가 힘들었다.

그래도 발락의 통솔 하에 어떻게든 살 땅을 찾아다녔지만, 오히려 랠리 족 전사들을 만나버렸다.

랠리 족 전사들은 발락 일행을 약탈하려 들었다.

발락은 재빨리 전투능력이 없는 부양가족들부터 피신시켰다. 그리고 그들이 안전한 곳으로 달아날 때까지 맞서 싸웠다.

발락의 탁월한 지휘로 격퇴하는데 성공했지만, 그의 부하들 역시 절반에 가까운 사상자가 있었다.

설상가상으로 패배한 랠리 족이 보복하기 위해 다시 전사들을 이끌고 나타났다.

발락 일행은 추격을 피하기 위해 뿔뿔이 흩어졌고, 발락과 선별된 부하 20명만이 랠리 족 전사들을 유인해서 이목을 돌려놓았다.

그리고 랠리 족 전사들을 타깃이 되어서 달아나던 도중 패트릭 일행을 발견했고, 지금에 이른 것이었다.

‘서열 3위의 전사였다니. 보통 인물이 아니다 싶었는데 과연 그랬구나.’

패트릭은 내심 탈라크 족장이 바보 같다고 생각했다.

저 정도로 능력이 출중하고, 올바른 남자를 추방시켜버리다니. 자신의 주군인 카록이라면 결코 저런 인재를 버리는 짓을 하지 않을 터였다.

‘아니? 그러고 보니 주군께서 나에게 당부한 말씀이 있었지!’

“그리고 또 하나. 너는 대륙 최강 기병대의 수장이 되어야 해.”

“대륙 최강의 기병대라고요?”

“그래. 혼트 제국은 언젠가는 대군을 이끌고 이 나라를 침공할 것이다. 그리고 그때 가장 무서운 건 유목민족들 출신의 기마병이지. 그들과 미리 만나보고 싸워도 보면서 경험을 쌓도록 해. 기마전에도 익숙해져서 유목민족들에게 지지 않을 실력을 갈고 닦아야 해.”

“그래서 제게 혼트 제국 상행을 명하신 것이군요.”

“응. 이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알겠지?”

“예! 기필코 해내겠습니다.”

“좋아. 난 널 믿는다.”

대륙 최강의 기병대!

패트릭은 발락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바로 저 남자다!’

발락 일행을 받아들여서 주군에게 충성하게 만들면 된다. 용병술에 뛰어난 발락과 기마술에 능한 그 부하들이라면 엄청난 기병대가 될 것이다.

“그럼 우린 이만 길을 떠나겠소. 뿔뿔이 흩어진 부하들도 찾고, 안전한 곳에 숨겨두었던 가족들도 무사한지 확인해야겠소.”

발락은 떠나려고 작별을 고했다. 그때였다.

“자, 잠깐!”

패트릭이 급히 불러 세웠다.

“무슨 일이시오, 콘돌 경?”

“갈 곳이 없다고 들었는데, 우리와 함께 레던 왕국으로 가는 건 어떻소?”

“레던 왕국에?”

“그렇소. 우리의 주군이라면 그대들을 거두어줄 거요. 아니, 오히려 후한 대접을 해줄 거라고 확신할 수 있소.”

“그게 정말이오?”

발락은 반색을 하며 물었다. 패트릭은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오. 특히 발락 당신 같은 인재가 제 발로 온다면 몹시 기뻐하시며 반겨줄 거요.”

“우릴 그토록 환영해줄 사람이 있다면 당연히 가고 싶소. 하지만 조건이 있소.”

“뭐요? 뭐든지 말해보시오.”

“좀 뻔뻔스러운 부탁일지도 모르지만, 우리들의 가족을 보살펴주어야 하오. 우리들 바람의 일족은 대가족 사회이기 때문에 가족 수가 아주 많소.”

패트릭은 씨익 웃었다.

“아주 쉽군.”

“뭐, 뭐라고?”

“나의 주군은 상상도 하지 못할 정도로 부자요. 카록 쿤트라고 들어보셨소?”

“카록…… 카록? 혹시 카록 상단 말이오?”

“그렇소.”

“풍문으로 들어만 보았소. 돈이 아주 많이 번 상단이라고 하던데……. 설마?”

“그분이 나의 주군이시오. 이제 믿음이 좀 가시오?”

발락은 기뻐서 얼굴이 환해졌다.

“그렇다면 기꺼이 따르겠소!”

발락은 부하들을 돌아보았다.

“너희들 의견은 어떠냐? 난 콘돌 경의 말에 따라 카록 쿤트라는 분을 섬길 생각이다.”

“저희도 따르겠습니다!”

“저흰 그저 발락 대장님의 뜻을 따를 뿐입니다.”

다들 동의했다.

패트릭도 신이 났다. 주군이 내린 임무를 아주 잘 이행하게 되었다는 기쁨이었다.

“그럼 어서 뿔뿔이 흩어진 당신의 부하들부터 데려오시오. 사람은 많을수록 좋소.”

“알겠소! 지금 당장 데려오겠소.”

발락은 이윽고 부하들을 2인 1조로 짝지어서 뿔뿔이 흩어져 수색하게 했다.

그리고 자신은 가족들을 숨겨둔 곳으로 움직였다.

그날, 밤이 되어서 초승달이 구름 속에 뜰 시각이 되어서야 발락이 돌아왔다.

그런데 발락이 이끌고 온 일행은 족히 2백여 명은 되어 보였다.

그중 싸울 수 있는 전사는 발락을 포함하여서 57명이었다. 나머지는 다 그들의 일가족인 것이다.

상상보다 훨씬 많은 숫자여서 패트릭은 얼굴색이 창백해졌다.

‘너, 너무 많다!’

“모두 데려왔소. 이젠 콘돌 경만 믿겠소.”

“무, 물론이오. 모두 우릴 따라 레던 왕국에 갑시다.”

‘부양가족의 숫자가 너무 많긴 하지만, 주군께서 어떻게든 해주시겠지.’

“고맙소. 그럼 우리들 탈라크 족의 전사였던 57인은 모두 그대를 대장으로 받들겠소.”

“나를 대장으로?”

“물론이오. 콘돌 경의 실력이나, 신분을 감안하면 당연하지 않소? 그리고 그 주군이란 분을 뵙기 전에 체계적인 전투 집단으로 조직하고 싶소. 그래야 그분께서 우리의 가치를 알아줄 게 아니오.”

“과연!”

역시 발락은 유능한 자였다.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알겠소. 그럼 내가 대장이 될 테니, 발락 당신은 부대장이 되어주시오. 그대의 용병술과 통솔력이면 큰 도움이 될 거요.”

“고맙소. 아니, 고맙습니다. 이제부터는 말을 편히 놓으십시오, 콘돌 대장님.”

“하하. 알았다, 발락 부대장.”

패트릭은 일단 새롭게 생겨난 이 조직을 ‘콘돌 기병대’라고 이름 지었다. 물론 임시적인 명칭으로, 주군 카록에게 나중에 따로 명칭을 지어주는 것으로 했다.

그리하여 2백 명이 훌쩍 넘는 대규모의 일행은 레던 왕국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콘돌 기병대.

대장 패트릭 콘돌과 부대장 발락, 그리고 유목민족 출신의 전사들 56인은 콘돌 기병대의 최초의 멤버가 되었다.

카록이 결혼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 동안, 그가 총애하는 기사 패트릭 콘돌은 혼트 제국에서 훌륭한 성과를 낸 것이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