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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의 대가-108화 (108/529)

<-- 108 회: 5권 - 2장. 성장하는 인재들 -->

가문의 저택에 도착해서 왕실에서 온 사람에게서 서신을 직접 건네받았다.

듀론 후작의 휘하가 된 루이가 보낸 밀서였다.

서신을 펼쳐 읽어보고 나는 흠칫 놀랐다.

“10만?!”

“무슨 일이냐?”

함께 있던 아서 형님이 물었다. 나는 머리를 긁적이며 대답했다.

“육제후를 압박하는데 혼트 제국의 협조를 받기로 한 것 아시지요?”

“그래, 자초지종은 네게 들었지.”

“카르스 황제가 10만 대군을 일으켰습니다.”

“10만? 허어, 그렇게 많이 말이냐!”

“네, 형님. 육제후를 압박하는 퍼포먼스치고는 너무 많은 병력입니다.”

“대체 그자의 속셈이 뭐냐? 아직 대흉년과 흑혈병의 후유증이 여전한 상황이니 당장 전쟁을 하겠다는 건 아닐 텐데 말이다.”

“아마 더 많은 걸 얻어내겠다는 의지 같습니다.”

그렇게 대답하면서 나는 뮤트 공작의 비유가 떠올렸다.

“상대가 어떻게 움직일지 훤히 알고 있다면 자네는 어떻게 하겠는가? 그냥 피하기만 할까? 아니면 다리를 걸어 자빠뜨릴까? 아니면 검을 목 줄기에 슬쩍 들이대 죽일까?”

우리가 앞으로 어떻게 움직일지 알고 있는 카르스 황제다.

그는 우리가 제안한 이익만을 받고 협조해줄 정도로 고분고분한 인간은 결코 아니다.

그래.

그 정도는 예상했다.

무언가 우리를 더 곤란하게 만들 만한 장난을 칠 것쯤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제발…….

부디 여기서 더 내 예상을 벗어나는 장난질은 치지 말아줬으면 좋겠는데.

난 너무 위험한 게임을 시작한 걸까?

그러나 나는 곧 고개를 휘휘 저었다.

“이 세상에 위험하지 않은 게임 따위는 없죠.”

“응? 무슨 뜻이냐?”

아서 형님은 뜬금없는 내 말에 의아해했다.

“내일 출발해야겠습니다. 왕실에서 절 부르고 있거든요. 제 영지에 들렸다가 바로 왕실로 가야 할 것 같습니다.”

“내가 도울 일은 없느냐?”

별로 가문의 도움은 필요 없었지만 아서 형님의 배려를 그냥 무시할 수는 없었다.

“그럼 제가 다스리고 있는 바탄 영지 있잖습니까. 제가 오랫동안 자리를 비우고 있어서 좀 불안한데 문제가 생기면 도움 좀 부탁드립니다. 안 그래도 가을이 되면 몬스터 토벌도 해야 해서 도움이 필요하거든요.”

“그래, 그 정도쯤은 내게 맡겨라.”

“감사합니다, 형님.”

“뭘. 네 덕에 우리 가문의 재정이 풍족해졌다. 네 제안대로 광산과 초대형 병기점에 투자하길 잘 했어.”

우리 쿤트 가문은 나와 함께 합작 투자를 한 덕분에 철광석 광산의 이익금의 50%, 그리고 카록 병기점의 이익의 40%를 가져가고 있었다.

그 배당금이 상당해서 현재 우리 가문의 재정 규모가 예전의 3배가량 성장했을 정도였다.

아서 형님이 말했다.

“아! 아버님께서도 네게 볼일이 있는 것 같던데, 출발하기 전에 한 번 찾아뵈어라.”

“알겠습니다, 형님.”

말이 나온 김에 나는 그길로 곧장 아버지를 찾아갔다.

“생각없이 습관처럼 휘두르지 마라! 한 번을 휘둘러도, 천 번을 휘둘러도 똑같이 상대를 죽이겠다는 의지를 담으란 말이다! 언제까지 한계를 뛰어 넘지 못하고 제자리걸음만 할 셈이냐?!”

아버지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기사들의 검술 수련을 지도하고 있었다.

오러 유저 중·상급대인 기사들은 아버지 특유의 빡센 훈련을 열심히 따라가고 있었다. 내 기사인 패트릭 콘돌도 그 무리에 끼어 있었다.

아버지는 훈련을 시키다가 날 발견했다.

“10분간 휴식이다!”

기사들이 탈진한 표정으로 털썩 주저앉았다.

아버지와 패트릭은 나에게 다가왔다.

“아버님, 절 부르셨다고요?”

“그래. 왕실에서 무슨 서신이 왔다던데 무슨 일이냐?”

나는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그렇구나.”

아버지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네 영지에 갔다가 왕실로 가기 전에 다시 이곳을 들려라.”

“왜요?”

“네 기사 녀석이 뭔가 감을 잡은 것 같다. 조만간 오러 엑스퍼트의 경지에 들어설 것으로 보인다.”

“정말입니까?”

난 활짝 웃으며 패트릭을 바라보았다. 패트릭은 쑥스러워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쿤트 자작님의 훌륭하신 가르침으로 오러를 검에 실을 수 있게 됐습니다. 오러 컨트롤만 익숙해지면 오러 엑스퍼트라고 불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나는 내심 쾌재를 불렀다.

역시나 미래의 용병왕 콘돌이었다.

손꼽히는 강자인 아버지의 체계적인 가르침을 받았다고는 하지만 벌써 오러 엑스퍼트가 되다니!

이대로 쑥쑥 성장해서 마스터가 된다면 우리 쿤트 가문과 레던 왕국에 큰 도움이 될 터였다.

“정말 감사합니다, 아버님!”

“흥, 감사한 줄은 아느냐? 얄밉게도 어디서 이런 물건을 건져가지고는. 하여간 운 좋은 놈 같으니라고!”

아버지는 내 기사가 오러 엑스퍼트에 오르게 되자 셈이 난 모양이었다. 쿤트 가문의 기사들은 모두 만년 오러 유저였기 때문에 아버지가 질투하는 것도 당연했다.

“에이, 아버님의 은혜가 하늘같은 거야 당연히 알죠.”

나는 꼬리를 살랑거리며 아버지에게 아부를 떨었다. 아버지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그렇다면 우리 가문에도 쓸 만한 인재를 소개시켜다오.”

“예?”

“우리 가문도 이제 영지도 커지고 군대도 강력해졌고 재정도 나날이 풍족해지고 있다. 오러 엑스퍼트 초·중급쯤 되는 기사 한 명쯤은 등용하고 싶다. 이거야 원 내 대련상대를 해줄 기사가 한 명도 없으니…….”

하기야, 우리 쿤트 가문은 더 이상 예전의 약소가문이 아니었다.

오러 엑스퍼트의 실력을 갖춘 용병 한둘쯤 기사로 등용할 만한 자금은 충분했다.

“패트릭 같은 천재를 알아본 걸로 보아 네 녀석이 사람 보는 눈 하나는 좋은 것 같다. 그러니 우리 가문의 기사로 등용할 만한 인재를 찾아봐다오.”

마침 나는 미래를 알고 있었다. 패트릭만큼은 아니더라도 훗날 전쟁에서 맹활약한 특급 용병들의 이름을 많이 알고 있었다.

그중 실력은 물론 성품도 괜찮은 인재를 가문에 소개시켜주는 것도 좋을 듯했다.

나는 쾌히 승낙했다.

“예, 아버님. 제게 맡겨주십시오. 충분히 아버님의 대련 상대로 어울릴 수 있을 만한 실력자를 물색해보겠습니다.”

“그래라.”

이어서 나는 패트릭의 어깨를 툭툭 쳤다.

“바탄 영지에 들렸다가 레던 왕성으로 갈 때 널 내 경호원으로 데려가마. 열흘쯤 걸릴 것 같으니까 그동안 오러 컨트롤을 열심히 수련해.”

“예!”

미래의 용병왕을 경호원으로 데리고 다닐 수 있다니. 상상만 해도 흐뭇해서 날아갈 것만 같았다.

이 정도면 할슈타인 백작을 등 뒤에 둔 카르스 황제에 비견될 만하지 않은가?

패트릭의 성취 덕에 나는 용기가 생겼다.

“카르스 황제. 얼마든지 덤벼봐라.”

카르스 황제가 무섭지 않은 건 아니다.

당연하지 않은가.

스스로를 전쟁의 신이라 불렸던 크로센트 베잘리우스 대공의 환생이라 믿고 대륙의 절반을 정복한 황제다.

그런 강대한 적 앞에서 상인 경력 75년짜리 인간은 너무 초라하지 않은가.

하지만 굴하지 않을 것이다.

그와 싸운다는 것은 어차피 앞으로 벌어질 수밖에 없는 미래이니까.

피할 수 없으면 싸워야 하며 굳이 그렇다면 두려워해봐야 소용없는 것이다.

설령 죽는다 해도 그건 어차피 인간에게 주어진 숙명이 조금 더 빨리 왔을 뿐이다.

게다가,

“내가 한두 번 죽어본 줄 알아?”

사실 딱 한 번 죽어봤다.

별거 아니더라.

*   *   *

다음날 내 쌍두마차를 타고 바탄 영지로 떠났다.

루이가 보낸 밀서에 제론 데커드와 함께 왕실로 오라는 에릭 국왕의 어명이 적혀 있었다.

끄응.

제론 데커드를 에릭 국왕에게 넘겨주자니 좀 아깝긴 했다.

‘오리엔 왕국의 마지막 장벽’이라 불리며 명성을 떨친 인재가 내 영지에 있어서 내심 든든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결국 내 부하가 아니라 왕실 관리였다.

어차피 결국 내 곁을 떠날 것, 아예 내가 천거해서 에릭 국왕의 브레인이라는 중요한 위치에 올려놓는 편이 좋았다.

나 또한 바덴 강 협상 결과를 봐서 듀론 후작의 제안대로 차기 재상이 되든지 결정할 것이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루이 콘체른이나 제론 데커드는  나의 부하나 다름없게 될 것이다.

으음.

내가 바라는 미래의 청사진이 슬슬 보이는군.

에릭 국왕의 신뢰를 얻어 재상이 된 나.

은퇴했으나 막후에서 날 지원해주는 조언자 듀론 후작.

내 오른팔은 전생에 오리엔 왕국을 구한 명신(名臣) 제론 데커드.

내 왼팔은 ‘총독체제에 의한 레던 왕국 통치의 초안’의 저자이자 실제로 레던 왕국의 총독으로 지낸 루이 콘체른.

내 호위기사는 전생에 용병왕이었던 패트릭 콘돌!

어디 그뿐이냐?

아버지와 릭 형님도 차례로 오러 마스터의 경지에 오른다면 내 든든한 배경이 되어줄 터!

그렇다면 만인지상 일인지하의 자리에서 권력을 평생 휘두르며 살고 싶으냐고?

물론 그건 아니다.

그런 덧없고 귀찮은 짓을 왜 하냐?

혼트 제국으로 인한 위기가 물러갔을 때, 나는 안심하고 정치질을 때려치울 것이다.

뒷일이야 나보다 훨씬 잘난 루이와 제론이 알아서 하지 않겠는가?

그러니 에릭 국왕에게 사표 던지고 나와서 룰루랄라 재미있게 사는 거지.

이 얼마나 멋지고 이상적인 라이프냐.

“자, 그런 의미에서 빨리 가자, 노움!”

“응!”

나와 함께 마부석에 앉은 노움이 채찍질을 가했다. 히히힝 울부짖으며 말들이 질주했다.

운디네가 지속적으로 피로를 치유해주었기 때문에 말들을 아까부터 계속 전력질주를 유지하고 있었다.

상급 정령사가 되면서 정령친화력이 무한하게 느껴질 정도로 늘어났기 때문에 이대로 밤새워 달려도 문제없었다.

내가 잠을 자고 있어도 정령들이 계속 마차를 몰 수 있을 정도였다.

그렇게 광풍 같은 속도로 달린 덕분에, 나는 불과 일주일 만에 바탄 영지에 도착했다.

“오오, 많이 달라졌는데?”

나는 바탄 성 마을의 풍경에 깜짝 놀랐다.

바탄 성 마을을 둘러싼 목책은 전보다 한층 더 보강이 되어 있었다.

영지민들은 활기를 띠고 있었다.

몬스터 사냥을 마치고 돌아오는 용병들도 많이 눈에 띠였다. 일전에 설치했던 ‘몬스터 맵’이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듯했다.

전국적으로 용병업계에 일거리가 부족한 탓에 외부에서 몬스터 사냥을 하러 온 용병들이 많이 생긴 듯했다.

뭐, 덕분에 우리 영지민들도 숲에 나갔다가 몬스터에게 살해당할 확률이 더 줄었으니 다행이었다.

“어라? 영주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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