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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의 대가-100화 (100/529)

<-- 100 회: 4권 - 7장. 뜻 깊은 환자 생활 -->

의식불명인 아들더러 널 상대로 스트레스를 풀고 싶으니 어서 일어나라니…….

이건 베르한보다 더 위험한 정신 상태였다. 아서 형님 말대로 저 인간에게 어서 예쁜 손녀를 안겨주어야 한다.

나는 부르르 떨어야 했다.

이를 본 아버지는 ‘얘가 춥나?’ 하시며 이불을 덮어주곤 가버렸다.

일주일째.

집안의 분위기가 심각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아버지, 아서 형님, 레이라, 그리고 가문의 기사들이 내 침실에 모였다.

아버지는 이를 바득바득 갈며 말했다.

“내 아들 카록이 아직도 일어나질 않는다! 아무리 크게 당했다고 해도 일주일이 넘었는데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것은 심각한 일이야.”

“상처는 모두 치유된 것 같은데 이상한 일입니다.”

“만약에…… 아주 만약에 카록이 이대로 평생 깨어나지 못한다면, 누군가는 그 책임을 져야지! 내가 대가를 치르게 해줄 것이다!”

와지직!

아버지가 무언가를 쥐어서 부서뜨린 소리가 들렸다. 아마도 의자 귀퉁이나 탁자를 맨손으로 잡아 뜯은 게 아닌가 싶다.

아버지의 분노에 나는 간담이 서늘해지기 시작했다.

아서 형님도 아버지의 분노를 말리기는커녕 부채질을 했다.

“일단 왕실에 서신을 보내 카록의 상황을 알리겠습니다. 아마도 레던 왕실은 카록과 모종의 관계가 있는 것 같으니 이 사실을 알리면 복수하는데 도움을 줄지도 모릅니다.”

“그래, 상대가 육제후라면 왕실의 힘이 필요하지.”

그렇게 말하면서 아버지는 무언가를 크게 결심한 듯이 입을 열었다.

“오늘부로 내 개인 수련장에서 숙식하겠다. 오러 마스터가 될 때까지 나오지 않을 것이다.”

“아버님…….”

“뼈를 깎는 수련으로 기필코 마스터가 되겠다. 그리고 내가 밖으로 나왔을 때, 육제후 그 개새끼들은 전부 내 손에 죽는 거다! 감히 내 아들을 해쳐?! 다 씹어 먹어 버릴 테다!”

콰아앙!

탁자가 박살나는 소리가 들렸다.

뭐, 뭐여. 무서워! 더 이상 의식불명 환자놀이를 할 상황이 아니잖아?

나는 얼굴이 핏기가 다 빠져나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릭에게도 서신을 보내죠. 복수에 힘을 보테 줄 겁니다.”

“그래라.”

더 이상 망설일 틈이 없었다. 환자놀이는 이만 끝내고 어서 일어나 수습을 해야 할 것 같았다. 복수하겠다고 여기저기 서신을 뿌리기 전에 말이다!

나는 번쩍 눈을 떴다.

벌떡 일어나 모두에게 두 팔을 활짝 펼치며 소리쳤다.

“짠~ 저 깨어났답니다! 놀랐지요? 아하하!”

“…….”

“…….”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다들 입을 쩌억 벌린 채 경악과 불신의 눈초리로 나를 바라보았다.

“카……록?”

“예, 형님. 저 지금 막 정신이 들었습니다.”

“그것 참, 깨어나는 타이밍 한 번 기가 막히는구나.”

아버지는 날 노려보시며 이를 바드득 갈았다.

나는 식은땀을 흘리며 변명했다.

“그, 그게, 갑자기 정신 차리라고 누가 속삭이는 듯한 소리를 들어서요. 예, 신의 계시 같은 걸 받았다고나 할까요? 참 놀라운 일이죠?”

“…….”

왠지 다들 한심하다는 눈초리로 날 본다.

난 머리를 긁적였다.

“역시 너무 궁색한 변명인가요?”

“잘 아는구나.”

퍼어억!

아버지의 펀치가 내 두개골을 쪼갤 듯이 강타했다.

*   *   *

그날 나는 아버지에게 흠씬 두들겨 맞고 하루 더 몸져누워야 했다. 다행히 사랑스런 운디네가 치유의 힘을 불어넣어주어서 다음날 벌떡 일어설 수 있었다.

환자놀이에서 깨어나자, 할 일이 몇 가지 생겼다.

우선 아서 형님과 레이라 부부에게 아이를 가진 것을 축하한다고 말을 건넸다.

“고마워요.”

레이라는 해맑게 웃으며 화답했다. 참 예쁜 미소였다. 정말 전생과는 확연하게 달라진 모습이었다. 그래, 행복했으면 좋겠구나.

“아시다시피 우리 아서 형님이 너무 예의를 차려서 남을 불편하게 만들 때도 간혹 있습니다. 형수님이 다 이해하시고, 먼저 한 발 다가가 절친한 친구처럼 살갑게 대해주세요. 금방 부부 사이가 돈독해질 겁니다.”

“이, 이 녀석, 별 소릴 다 하는구나.”

아서 형님이 얼굴을 붉히며 한 마디 했다. 레이라는 호호 웃으며 말했다.

“예, 명심할게요.”

그럼 하나는 해결했고.

다음은 패트릭 콘돌이었다. 어서 이 미래의 용병왕 청년을 찜해둘 필요가 있었다.

패트릭은 가문의 기사들과 함께 아버지에게 훈련을 받고 있었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아버지의 빡센 훈련을 잘 견디는 모습이었다.

나는 절로 마음이 흐뭇해졌다. 용병왕 콘돌이 우리 집 수련장에서 훈련하고 있다. 이 얼마나 든든한가?

훈련이 끝나고 아버지는 패트릭에게 말했다.

“너는 정말로 검술에 재능이 있구나. 우리 가문의 기사가 되지 않겠느냐?”

아버지의 제안에 나는 깜짝 놀랐다. 어디서 내가 침 발라 놓은 패트릭을 넘보는 겁니까?!

다행히 패트릭은 거절했다.

“저를 좋게 봐주셔서 과분할 따름입니다. 하지만 전 이미 카록 쿤트 남작님의 기사가 되기로 했습니다.”

“그것 참 아쉽구나.”

아버지는 무척 아쉬워했다.

“빡세게 굴리면 최소한 내 수준까지는 성장할 것 같은 재능인데. 아무튼 카록 녀석, 검술은 영 젬병인 주제에 보는 눈 하나는 끝내주는군.”

“그게 저의 유일한 장점이잖습니까, 아버님.”

나는 웃으며 그들에게 다가갔다.

“왔느냐, 카록.”

“오셨습니까, 남작님.”

가볍게 인사를 나눈 뒤, 나는 패트릭에게 물었다.

“어때? 이제는 대답을 들려주겠어?”

“예.”

패트릭은 내 앞에서 한쪽 무릎을 꿇고 부복했다.

“남작님께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고마워.”

나는 손을 잡고 패트릭을 일으켜주었다.

나는 영주의 권한으로 패트릭을 기사로 임명했고, 그는 기사서약서에 서명을 함으로서 나를 평생 주군으로 모실 것을 맹세했다.

바탄 영지에 머무르고 있는 딘과 렉스도 승낙하면, 나에게 세 명의 기사가 생기는 셈이었다. 패트릭에게 수석기사를 맡기고 군대의 지휘를 딘과 렉스에게 전담시키면 훌륭한 조합이 될 것 같았다.

“좋은 기사가 생겼구나.”

아버지의 칭찬에 나는 기분이 좋아졌다.

“감사합니다, 아버님.”

“그래. 녀석의 재능을 알아본 네 안목이 감탄스럽구나.”

“별 말씀을요. 그런데 한동안은 이곳에서 머물 생각인데, 그동안 패트릭을…….”

아버지는 다 안다는 듯이 웃으며 내 어깨를 쳤다.

“알았다. 이곳에 있는 동안 내가 잘 가르치마.”

“감사합니다, 아버님. 패트릭, 너도 괜찮지?”

“예! 잘 부탁드립니다!”

패트릭도 아버지 같은 강자에게 가르침을 받는 게 기쁜 모양이었다.

패트릭은 오러 마스터가 될 수 있는 소질이 충분했다.

그런 천재가 오러 엑스퍼트 최상급의 경지에 발을 들인 아버지에게 배운다면 분명 좋은 성과가 날 것이다.

“자, 그럼 슬슬 시작하자꾸나.”

“예? 뭘요? 아니, 아버님. 롱 소드는 왜 뽑으시는지?”

나는 나를 향해 롱 소드를 뽑는 아버지를 보며 불길함을 느꼈다.

“아무래도 내 잘못이 크다.”

“무슨 말씀이신지…….”

“아무리 네가 오러에 소질이 없어 일찌감치 검술을 포기했다지만, 그렇다고 어디 가서 맞고 올 정도로 약하게 키우다니. 애비로서 네게 미안하구나.”

“처, 천만에요.”

약골이라니……. 악명 높은 블루울프 용병단을 거의 혼자서 괴멸시킨 정도면 어디 가서 맞고 다닐 수준은 아니지 않은가? 실제로 혼트 제국에서도 기사 여럿 때려눕힌 나다.

하지만 아버지에게는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그럼 이곳에 머무르는 동안 나와 함께 빡세게 수련을 하자꾸나. 내 너를 두들기고 담금질해서 강철로 만들어주마.”

나는 아버지가 정말로 날 두들겨 패고 담가버릴 것 같아 두려워졌다.

나는 황급히 정령들을 소환했고, 마침내 아버지가 미친 멧돼지처럼 돌진해왔다.

“간다!”

“으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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