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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의 대가-95화 (95/529)

<-- 95 회: 4권 - 6장. 난투 -->

사람과 친해지는 방법? 그 사람의 관심사가 무엇이냐를 안다면 어렵지 않다.

예를 들면 이 미래에 용병왕이 될 패트릭 콘돌을 보자.

얼마 전에 오러 브레싱을 익혔다.

전통적인 기사 가문의 것이 아닌, 용병들이나 배우는 허접한 오러 브레싱이라도 배우려면 많은 돈이 필요하다. 아마 용병 생활을 하면서 벌었던 돈을 모두 투자했을 것이다.

그런 결정에는 자신의 검의 재능에 대한 자신감이 어느 정도 있었을 터다.

그렇다면 관심사는 딱 하나겠지.

“내가 얼마 전에 어떤 사람을 만났는지 알아?”

“누구를 만나셨습니까?”

“그 이름도 쟁쟁한 크라일 뮤트 공작 전하를 만났지!”

“헉! 정말입니까?”

역시나 패트릭의 얼굴 표정이 변하고 눈빛이 반짝반짝해졌다.

크라일 뮤트 공작이 누구냐.

이 나라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고, 전 대륙의 기사나 용병들은 전부 알고 있어야 할 이름이었다.

“그런 위대한 분을 만나시다니 정말 대단하십니다! 저도 그분의 얼굴이라도 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었습니다.”

“흐흐, 나랑 친해지면 그분을 뵐 기회도 생길걸?”

“그게 정말입니까? 그렇게 그분과 잘 아는 사이이신 겁니까?”

“알다마다. 뮤트 공작 전하가 지금 쓰고 계시는 검이 내가 경영하는 병기점에서 만들었을 정도인데.”

“헉! 거짓말 아닙니까?”

“이 답답한 친구 좀 보게. 무슨 용병이 그렇게 소문에 어두워? 그분이 내가 선물한 검을 받고 뭐라고 말했는지 알아? ‘검사로서 이런 명검을 쥘 수 있다는 것은 더 없는 행운일 것이다.’라고 감탄했지! 그 덕에 내 병기점이 잘 나가고 있는 거 아냐.”

나의 장황한 자랑에 패트릭은 푹 빠져버렸다.

“정말 대단하시군요! 공작 전하가 그토록 극찬하시는 검을 만드는 병기점의 주인이시라니!”

“너도 나에게 잘 보이라고. 그럼 내가 그런 검 한 자루 떡하니 만들어줄지 누가 알아?”

관심사를 떠들면서 은근슬쩍 나를 따르고픈 마음이 들도록 유도한다. 이런 떡밥을 계속 뿌려줘야 넘어온단 말씀이지.

“그렇군요! 정말 성심성의껏 모시겠습니다.”

“아아. 지금도 충분히 잘 하고 있는데 뭐.”

칭찬으로 한 번 띄워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이른바 떡밥, 떡밥, 떡밥, 당근 전법이다.

“뮤트 공작 전하께서 말씀하시기를, 검술이란 상대를 파악하는 것이라고 하셨지.”

나는 계속 뮤트 공작 이야기로 패트릭의 정신을 쏙 빼놓았다.

뮤트 공작이 아버지를 한 수만에 패배시킨 이야기까지 해주자 패트릭은 열광했다.

“우와! 과연 뮤트 공작 전하로군요. 바스크 쿤트 자작님이라면 많이 들어봤던 강자인데!”

“그 일로 아버지도 뭔가 크게 깨달은 바가 있어서 수련을 하고 계시지.”

“역시! 정말 알면 알수록 심오한 무의 세계로군요. 저도 뮤트 공작 전하의 제자가 되어서 가르침을 받을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패트릭은 동경 어린 눈으로 한탄을 했다. 나는 그런 그의 등을 툭툭 쳤다.

“내가 보기에는 너도 충분히 재능이 있어.”

“하하, 말씀만이라도 감사합니다.”

“어허, 진짜라니까. 내가 우리 아버지나 릭 형님을 포함해서 로열나이츠의 그라함 백작과 스페이 백작 등등 얼마나 많은 강자를 만나봤는지 알아? 너도 그 사람들이랑 똑같은 재능의 빛이 보인다니까.”

“……정말입니까?”

사실 넌 그들보다 더 재능이 있단다.

“그럼. 내 안목을 믿어.”

“정말 감사합니다. 남작님은 제가 본 귀족 중 가장 친절하신 분 같습니다.”

“하하핫, 너도 내가 본 가장 재능 있는 용병이야.”

“감사합니다.”

저녁이 되자 야영준비를 했다.

노움이 아담한 흙집을 만들고 샐러맨더가 불을 피웠다. 운디네가 시냇가에서 물고기 여섯 마리를 잡았다. 잡은 물고기는 노움이 도자기 굽던 실력으로 골고루 구웠다.

고용된 입장이면서 아무것도 안 한 패트릭은 미안한 표정이 되었다.

“죄송합니다. 전부 제가 해야 하는 일인데…….”

“됐어, 뭘 이런 걸 가지고. 우리 정령들도 이런 거 무지 재미있어한다고. 그렇지?”

-헤헤, 재밌어.

-응.

-헹!

정령들이 제각각의 개성대로 대답했다.

패트릭은 노움이 구워준 물고기를 맛있게 먹었다. 함께 먹고 대화하고 같은 잠자리에 누워 있다 보니 우리는 처음 만났을 때보다 부쩍 친해졌다.

패트릭도 이제 계속 내 밑에서 일하고 싶어 하는 눈치였다.

슬슬 분위기가 무르익었음을 깨달은 나는 작업(?)에 들어가기로 했다.

“이봐, 패트릭 콘돌.”

“예, 남작님.”

“혹시 내 밑에서 계속 일해보지 않겠어?”

“저를 전속용병으로 쓰실 의향이십니까?”

패트릭이 반색을 했다.

나는 미소를 지었다.

“아니.”

“그럼……?”

“난 너를 기사로 삼고 싶어.”

“옛?!”

화들짝 놀란 패트릭.

“나는 나름대로 사람 볼 줄 아는 눈이 있다고 자부하는데, 너는 분명히 훌륭한 기사로 성장할 거야. 난 그런 네 재능을 투자하고 키워주고 싶어.”

“그게…… 정말이십니까?”

“난 진심이야.”

“하지만 저는 일개 용병일 뿐인데요.”

“지금 일개 용병이라고 미래에도 계속 그러라는 법은 없어. 사람 인생은 항상 변하거든. 특히 어떤 사람을 만나느냐에 따라 운명이 한 순간에 변할 수 있지. 네게는 지금이 바로 그런 기회가 아닐까?”

“…….”

“물론 내가 가진 영지는 작은 시골일 뿐이지만, 설마 재능 넘치는 너를 그런 곳에 처박아 두겠어? 봉급도 대우도 높이 쳐줄 테니 걱정 하지 마.”

“어째서 제게 그런 제안을 하시는 겁니까? 정말 제가 그렇듯 과분한 대우를 받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놀랍고도 당황해하는 패트릭을 보니, 나는 어쩐지 날 등용하려는 듀론 후작의 기분을 알 것 같았다.

네 자신을 믿으렴.

네가 모르는 시간에서 너는 용병왕이라 불린 남자였단다.

“말했잖아. 난 사람 보는 눈이 아주 좋다고.”

패트릭은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몰라 망설이는 눈치였다.

계속 대답을 재촉하면 내가 너무 들이대는 것 같으니까 오늘은 여기까지 하자.

“물론 당장 결정하라는 건 아냐. 쿤트 영지에 도착하기 전에 대답을 들려줘.”

“예, 알겠습니다.”

그렇게 대화가 끝나고 나는 잠을 청했다.

옆에서 패트릭이 잠을 이루지 못하고 계속 뒤척이는 게 느껴졌다. 뭐, 내 경험상 저 정도면 반 이상 넘어왔다고 봐도 좋다. 흐흐흐.

그렇게 하루하루가 지나고, 우리는 점점 쿤트 영지에 가까워졌다.

그리고 어느덧 쿤트 성까지 반나절 거리를 남겨두게 되었다.

“의뢰는 오늘로 끝이군요.”

“우리 사이도 오늘로 끝인지는 네 선택에 달렸지.”

“예. 도착하거든 결정을 내리겠습니다.”

그런데 그때였다.

패트릭은 문득 전방 멀리를 바라보았다.

“남작님, 저거 보이십니까?”

“응? 뭐가?”

“말을 탄 무리가 이쪽으로 빠르게 달려오는 것 같습니다만.”

그 말대로 까마득히 멀리에서 흙먼지를 일으키며 웬 무리가 달리고 있었다.

누구지?

궁금해진 나는 노움을 불러서 지시했다.

“한 번 보고 와줄래?”

-응.

노움은 땅속으로 슉 사라졌다가 잠시 후에 다시 나타났다.

-아빠. 숫자는 46명이고 무기를 들고 있어.

“어떻게 생겼니? 혹시 우리 영지에서 봤던 얼굴이야?”

-아니. 한 번도 본 적 없어.

불길하다.

이곳은 우리 쿤트 가문의 영지였다.

말을 탄 40여 명의 무장집단은 우리 가문의 기병대 이외에는 없어야 정상이었다.

“아무래도 느낌이 좋지 않은데.”

“예.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적인지 아닌지는 아직 판단할 수 없으니, 일단 서쪽으로 방향을 틀어 우회하는 게 어떨까요?”

“그래, 그렇게 하자.”

우리는 마차를 서쪽으로 틀었다.

그러자 정체불명의 무장집단 역시 우리 쪽으로 방향을 꺾는 게 아닌가.

패트릭은 심각한 얼굴로 소리쳤다.

“큰일입니다! 우리를 노리고 있습니다!”

“제길. 조금만 더 가면 쿤트 성인데.”

“어떡하죠? 숫자가 너무 많습니다!”

저들 중에 오러 엑스퍼트만 없으면 손쉽게 이길 수 있을 텐데…….

나는 잠시 고민 끝에 말했다.

“패트릭, 너는 일단 계속 마차를 몰아. 최대한 놈들을 우회해서 쿤트 성으로 가자. 따라붙는 녀석들은 내가 상대할게.”

“예!”

저놈들은 대체 뭐야?

우리 영지에도 화적패 같은 게 있었나?

그런 패기 있는(?) 녀석들이 있었으면 진즉에 우리 아버지가 신나서 토벌하러 다니셨을 텐데. 우리 영지는 전쟁광인 아버지 탓에 강도나 산적 등이 남아나지 않기로 유명하지 않은가.

나는 마차 천장 위로 올라갔다. 마차 안에 앉아서 싸울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운디네. 놈들이 접근해오면 워터 스피어로 말 다리를 공격해.”

-응.

“노움은 잠깐 저 녀석들한테 내 얘기 좀 전해주고 와.”

-알았어.

내 마음을 읽은 노움은 땅속으로 사라졌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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