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9 회: 2권 - 7장. 대승 -->
“강의 깊이를 보니 충분히 건널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희 기사들과 기병대를 앞세워 돌격하면 바스크 쿤트가 제 아무리 강하다 하여도 혼자서 당해내진 못할 겁니다.”
“하지만 그것이야말로 저놈이 바라는 일 아니냐. 저렇게 도발을 하는 걸 보면 싸워 이길 자신이 있다는 뜻인데…….”
“제 생각은 약간 다릅니다.”
기사는 자신 있게 자신의 주장을 펼쳤다.
“그는 오히려 우리를 겁줘서 덤비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 저렇게 허장성세를 벌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상당히 그럴 듯한 말이었다.
어찌 할지 몰라 망설이는 몰스 자작에게 기사가 계속 말했다.
“그는 무식해보여도 전장에서 잔뼈가 굵은 기사입니다. 제대로 훈련된 정규군 없이 용병과 징집병만으로 싸우는 게 얼마나 멍청한 짓인지 잘 압니다. 그래서 자신의 알량한 명성을 앞세워 우릴 겁주는 겁니다. 이대로 참고 있는 것이 오히려 그의 속임수에 넘어가는 일입니다.”
무식한 바스크 쿤트 따위의 속임수에 넘어간다?
이 똑똑한 자신이?
그것은 어떤 도발보다도 더 참을 수 없는 모욕이었다.
몰스 자작은 결심이 섰다.
“좋다. 즉시 기병대를 앞세워서 돌격하라! 놈을 죽이고 저 잡졸들을 쳐부숴라!”
“예!”
기사들의 안색이 밝아졌다.
저런 저열한 도발을 듣고도 참을 수 있는 기사는 많지 않았던 것이다.
***
“흐흐흐, 수고하셨습니다, 형님. 멋지시던데요.”
“시끄럽다 이놈아.”
아서 형님은 부끄러워하며 나에게 핀잔을 주었다.
아서 형님이 방금 한 도발은 물론 그에 호응하는 아군 병사들의 낄낄대는 재수 없는 웃음소리까지 모두 연습에 의한 결과였다.
몰스 자작가의 군대가 오는 동안 우리는 적들을 열받게 만드는 연습만 죽어라 한 것이다.
그 결과가 바로 저것.
몰스 자작가 측에서 공격할 태세를 갖추기 시작했다.
기사들과 기병대가 앞에서 집결하고 그 뒤로 중장보병과 창병, 경보병, 징집병의 순서로 진열을 갖춘다.
전형적인 돌격 태세였다. 얼마나 열 받았으면 도발에 넘어갔겠는가.
사실 적군의 판단은 아주 틀린 건 아니었다.
우리 아군의 모습은 누가 봐도 제대로 훈련도 안 된 오합지졸이니까.
하지만 몰스 자작이 전쟁의 명수였다면 전장이 될 만한 지역을 사전에 조사하여 지형을 파악했을 것이다.
그러면 갑자기 레토 강물의 수위가 낮아진 데에 의문을 품었을 터였다.
그러지 못한 건 결국 저들 중에 명장이 없다는 뜻이었다.
침략자 주제에 치밀한 전략도 없으면 패배밖에 없지.
이제 교훈을 보여줄 때다.
“돌격하라!”
몰스 자작가의 군대가 마침내 일제히 돌격하기 시작했다.
나는 웃으며 노움에게 말했다.
“노움, 댐을 무너뜨려!”
-응!
“운디네는 물살의 흐름을 더 거세게 해!”
-……응.
노움과 운디네가 댐이 있는 곳으로 쏜살같이 날아갔다.
“방어태세를 갖춰라! 절대로 흐트러져선 안 된다!”
아서 형님은 겁먹은 아군 병사들을 독려했다.
철퍽거리며 적 기사들과 기병대가 강을 건너기 시작했다. 군마들은 기운 센 다리로 강물을 가로지르고 있었다.
그들이 강을 3분의 2쯤 건넜을 때였다.
쿠구구구!
정령친화력이 소모됨과 동시에 굉음이 들려왔다. 그것은 강물이 급격하게 흐르는 소리였다.
“저, 저게 뭐지?”
적군은 강을 건너다 말고 멀리서 밀려오는 거대한 물줄기에 넋을 놓았다.
“무, 물이!”
“강물이 온다!”
“피해!”
그러나 때는 이미 늦었다.
강물은 성난 기세로 적군을 덮쳤다.
“으아악!”
“쿨럭! 사, 살려……!”
무거운 갑옷을 입고 있는 기병대는 히히힝 울부짖는 군마와 함께 물에 휩쓸렸다.
그 뒤를 이어 돌진하던 중장보병들도 덩달아 휩쓸려서 물속에 가라앉았다.
그나마 오러 유저급인 기사들은 헤엄을 쳐서 빠져나오려 했지만, 그걸 가만히 놔둘 내가 아니었다.
“운디네, 워터 핸드로 쟤들 가라앉혀.”
-응.
워터 핸드는 이름 그대로 물의 손이다. 노움의 어스 핸드와 비슷한 기술이었다.
운디네는 물속에서 기사들의 발목을 잡아당겼다.
오러의 힘으로 버둥거리던 기사들의 머리가 다시 물속으로 들어갔다.
“크헉! 사, 살려!”
“누가 잡아 당기……!”
실질적인 지휘관들인 기사들만 없으면 몰스 자작은 손발이 묶이게 된다.
이 기회를 놓치면 안 된다!
“활을 쏴라!”
아서 형님의 명령에 활을 들고 있는 아군 병사들이 화살을 마구 쏘아 날렸다.
용병들 외에는 다들 아마추어라 제대로 맞지는 않았지만 적에게 두려움을 주기에는 충분했다.
나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노움, 어스 핸드로 적들을 강으로 밀어! 운디네, 워터 핸드로 적을 강으로 잡아당겨!”
무려 일곱 개의 흙의 손과 다섯 개의 물의 손이 생성되었다.
“으악! 저게 뭐야!”
“정령사다!”
“정령들이 우릴 공격한다!”
적군은 노움과 운디네를 보고 공포에 빠졌다.
흙의 손들이 강변에 있는 적병을 강물로 밀어서 빠뜨렸다. 또한 물의 손들도 적병의 발목을 잡아채 강물로 끌고 들어갔다.
댐이 부서지고 레토 강의 수위는 사람 키보다 훨씬 높았기 때문에 빠지는 족족이 물을 먹고 허우적 거리다가 익사하기 시작 했다.
“저자가 카록이다! 마법사들은 정령사 카록을 노려라!”
이런 저쪽에는 마법사가 있는 모양이었다. 몰스 자작의 다급한 명령에 마법사 두 명이 나섰다.
“파이어 볼!”
“파이어 에로우!”
두 마법사는 나를 향해 화염계열의 공격마법을 펼쳤다. 불덩어리와 불꽃의 화살 두 대가 내게 쏘아졌다.
파이어 볼은 3서클 공격 마법이었다. 한 명은 3서클, 또 한 명은 2서클 마법사인 듯했다.
“운디네, 부탁해!”
-응.
운디네는 레토 강 위에서 물장구를 치듯이 물 덩어리를 연속으로 던졌다.
콰릉! 쾅! 퍼어엉!
마법사들이 날린 파이어 볼과 파이어 에로우가 운디네가 던진 물 덩어리에 맞고 폭발을 일으켰다.
하지만 마법사들은 끈질기게 내게 계속 마법을 날려댔다.
제길,
시스가 있었으면 좋았을 걸 하는 생각이 잠깐 들었다.
그러나 그건 진심이 아니었다. 험악한 전장에 귀여운 시스를 데려올 순 없잖아!
“귀찮은 놈들, 트랩!”
노움이 삽을 땅에 찍었다.
그러자 강 건너에 두 마법사가 서 있던 땅이 푹 꺼졌다. 두 놈들의 발밑에 5미터짜리 구덩이를 판 것이다.
“으악!”
“아아악!”
으음, 묻을까 말까?
“노움, 쟤들 어떻게 됐어?”
-잠깐만.
노움은 잠시 땅속으로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났다.
-한 명은 다리뼈가 부러졌고, 또 한 명은 기절했어.
“응, 잘했어.”
그럼 굳이 생매장해 죽일 필요는 없겠군.
“으아악! 도망가!”
“저쪽에 엄청난 정령사가 있어!”
“마법사님들도 당했어! 너무 강해!”
“난 죽기 싫어!”
나의 활약에 강 건너의 적들은 강변에서 최대한 떨어지려고 노력했다.
흙의 손과 물의 손이 계속 강물에 빠뜨려 죽였기 때문이었다.
“휴우, 이쯤 하면 됐어.”
나는 노움과 운디네를 돌려보냈다.
***
“이럴 수가!”
몰스 자작은 망연자실한 얼굴로 눈앞의 참상을 바라보았다.
갑자기 밀어닥친 강물이 그의 기사들과 기병대를 순식간에 쓸어가 버렸다.
가장 강력한 전력이었던 기병대가 몰살당한 건 심각한 타격이었다.
뿐만 아니라 기사들도 대부분 익사했다.
몰스 자작의 휘하에 살아남은 기사라고는 아까 돌격하자고 의견을 제시했던 그 작자뿐이었다.
그 기사는 무척 겸연쩍은 얼굴로 속삭였다.
“여, 영주님.”
“시끄러.”
“아무래도…….”
“시끄럽다고!”
기사는 찔끔하여 입을 다물었다.
몰스 자작은 씩씩거리며 말했다.
“내 일생일대의 치욕이다. 바스크 쿤트에게 속다니……. 저 야만인 같은 놈의 꾀에 넘어 갔어……. 어떻게 이런 일이.”
“여, 영주님, 바스크 쿤트 자작이 이곳에 있다는 사실을 페트람 자작가 쪽에 알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기사가 다시 한 번 의견을 제시했다.
몰스 자작은 그에게 버럭 성질을 내려다가 꾸욱 참았다. 그건 별로 품위 있는 행동이 아니었다.
“그리 하라!”
“예!”
***
쿤트 자작령을 점령하라는 임무를 받은 가트 슈만 수석기사는 페트람 자작의 당부대로 몰스 자작가 측과 수시로 연락을 취하고 있었다.
그 무서운 바스크 쿤트 자작이 정예 군대를 끌고 올지도 모르기 때문에 되도록 천천히, 신중하게 전진했다.
뿐만 아니라 척후병을 많이 풀어서 정찰하기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는 듯한 진군이었다.
그런데 몰스 자작가 측에서 바스크 쿤트 자작의 속임수에 넘어가 큰 피해를 봤다는 소식을 듣자 가트는 크게 안심이 들었다.
“크하핫! 바스크 쿤트가 그쪽에 가 있었구나! 그럼 무서울 게 없지!”
용맹한 기사가문으로 소문난 쿤트 자작가지만, 정말 무서운 건 바스크 쿤트 한 사람뿐이었다.
그만 없으면 압도적인 병력을 가진 이쪽이 유리했다. 더군다나 가트 슈만 자신도 오러 엑스퍼트였다.
‘쿤트 자작가에서 주의할 인물은 오러 엑스퍼트 상급의 실력자인 바스크 쿤트와 정령사 카록이다. 그런데 둘 다 몰스 자작가와 싸우고 있으니 겁날 게 하나도 없다.’
“진군 속도를 높여라! 이 틈에 서둘러서 쿤트 자작령을 점령해야 한다.”
대대적으로 주변에 풀었던 척후병들도 다시 불러들이고, 가트가 이끄는 군대는 최대 속도로 진군하기 시작했다.
그날 무려 30킬로미터를 전진한 페트람 자작가의 군대는 저녁이 되어서야 숲을 끼고 있는 평원 지대에서 야영을 했다. 숲에 흐르는 시냇물로부터 식수를 공급받기 위해서였다.
힘든 강행군을 한 페트람 자작가의 군대는 곤란 잠에 빠져들었다.
경계병들도 꾸벅꾸벅 졸기 일쑤였다.
수백 쌍의 시선이 숲에 매복한 채 주시하고 있다는 사실을 그들은 눈치 채지 못했다.
***
말에 재갈을 물리고 무기는 검댕으로 칠해 달빛에 반사되지 않게 했다.
바스크와 쿤트 가문의 정예 군대는 능숙하게 소리 내지 않고 숲을 가로질렀다.
쿤트 자작가의 기사들은 앞장서서 적군의 순찰병을 만나는 족족 사살했다.
마침내 적진과 가까운 거리로 인접하자 바스크는 손짓했다.
바스크와 기사들, 기병대가 일제히 말에 올랐다.
중장보병도 방패와 창을 들고, 궁수는 화살을 활시위에 걸었다.
“우리도 준비한다.”
딘이 나지막하게 속삭였다.
딘 용병단도 창을 들고 공격 태세를 갖췄다. 혼트 제국군 십인장 출신인 딘의 용병단답게 그들은 매복 작전에 훌륭히 임하고 있었다.
“이제 우리의 실력을 보여줄 차례군요.”
렉스가 속삭이자 딘은 고개를 끄덕였다.
“괜히 돈 들여서 오러 브레싱을 배운 게 아니란 걸 보여줘야지.”
두 사람은 매일 같이 오러 브레싱을 한 결과 두 사람 다 오러 유저 초급에 올랐다.
물론 겨우 오러의 세계에 발을 들인 초급 수준이지만, 그것만으로도 일반인과는 전혀 딴판인 실력을 발휘할 수 있다.
“공격!”
마침내 바스크가 명령을 내리고 가장 먼저 뛰쳐나갔다. 뒤를 이어 용맹한 기사들과 기병대가 뒤따라 적진을 향해 질주했다.
중장보병대와 궁수대도 뒤따른다.
마지막 후미에서 덩달아 돌격하면서 딘 용병단은 긴장감에 침을 꿀꺽 삼켰다.
‘공격의 순간인데도 아무도 소리를 내지 않는다!’
딘은 크게 감탄했다.
침묵한 채 적진을 향해 돌격하는 쿤트 자작군의 기민함은 소름이 끼쳤다.
아마 적들은 몸에 칼날이 꽂힐 때까지 공격당한 사실을 모를 터였다.
게다가 가장 먼저 적진에 뛰어드는 용맹한 영주.
“크아압!”
기합과 함께 오러가 실린 롱 소드를 휘두르자 적병 네댓이 일격에 피를 뿌렸다.
“적습이다!”
“적의 기습이다!”
“비상! 무기를 들어라!”
힘든 행군 끝에 곤히 잠들어 있는 페트람 자작가의 군대는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못했다.
부랴부랴 무기를 들고 막사에서 나온 병사들은 속절없이 창칼에 찔려 죽어나갔다.
“헉! 뭐, 뭐냐?!”
뒤늦게 무장을 갖추고 나온 가트 슈만 수석기사는 상황을 보고 기겁했다.
야습을 당하다니!
“이, 이놈들이! 모두 적과 싸워라! 당황하지 말고 싸워라!”
“오호라, 네놈이 지휘관이냐? 실력 한 번 보자!”
갑자기 건장한 체격의 기사 한 명이 가트에게 덤벼들었다.
“이 하룻강아지 같은 놈!”
가트는 바스타드 소드를 뽑고 오러를 주입했다.
푸른 오러가 검신을 감쌌다. 가트는 의기양양해졌다. 저 멋모르는 기사 놈은 깜짝 놀라겠지.
그런데 착각일까.
가트는 기사가 자신을 비웃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파아앗!
기사의 손에 들린 롱 소드도 푸른 오러로 휩싸였다. 가트보다 훨씬 크고 강맹한 오러였다.
“커헉! 바, 바스크 쿤트……!”
“알면 됐다.”
콰지지직!
가트는 바스타드 소드를 가로로 눕혀 막았다.
그러나 바스크는 압도적인 오러의 힘으로 가트의 바스타드 소드와 머리를 일격에 절단했다.
뇌수와 피가 쏟아졌다.
페트람 자작가의 군대를 지휘하던 가트 슈만 수석기사는 그렇게 허망하게 생을 마쳤다.
“나 쿤트 가문의 주인 바스크가 가트 슈만을 쓰러뜨렸다!”
“와아아아!”
쿤트 자작가의 병사들이 함성을 질렀다. 그와 동시에 페트람 자작가 쪽은 절망에 빠졌다.
“무기를 든 놈들은 전부 짓밟고 죽여라! 무기를 버리고 땅에 엎드린 놈들만 살려줘라!”
오러를 실은 고함소리에 페트람 자작가에 고용되었던 용병들이 가장 먼저 무기를 버리고 엎드렸다.
돈 때문에 고용된 그들은 최후까지 저항할 이유가 없었다.
그러자 연쇄적으로 징집병들도 일제히 무기를 버리고 엎드렸다.
본래 전쟁과 무관한 영지민들인 그들은 두려움에 질려 살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대세가 완전히 기울자 저항하던 페트람 자작가의 정규군대도 항복하기 시작했다.
여러 전투를 치러본 그들은 아군에게 가망이 없다는 걸 알아차렸다.
살육의 시간이 끝나고 바스크는 전장을 수습하기 시작했다.
“무상 상태를 확인해서 페트람 자작가의 정규군과 기사들만 포로로 잡아라. 나머진 필요 없다!”
수천 명에 달하는 징집병은 포로로 사로잡을 필요도 없고, 그럴 여유도 없었다.
그날 새벽녘이 되어서야 포로를 선별하는 작업이 끝났다.
페트람 자작가 소속의 기사만 무려 세 명을 사로잡았고, 정규군은 9백여 명 가까이 붙잡았다.
나머지 징집병과 용병들은 그냥 풀어주었다. 그들은 고맙다고 거듭 인사하며 뿔뿔이 달아나 버렸다.
“영주님, 포로 선별이 끝났습니다.”
“카트로 경. 나는 기병대만 이끌고 몰스 자작가 쪽으로 달려가겠네. 그대는 나머지 부대를 지휘하여 포로들을 쿤트 성의 감옥에 수감시키고 뒤따라오게.”
“예, 영주님!”
“그럼 나머지 기사들과 기병대만 나를 따라라! 죽일 놈이 워낙 많아서 쉴 틈이 없다!”
“우오오오!”
“영주님을 따라라!”
바스크는 기사들과 기병대를 끌고 북쪽으로 달려갔다.
달빛을 등진 채 달려가는 그들은 그야말로 전장을 찾아다니는 데스나이트들과도 같았다.
***
결국 영지전은 쿤트 자작가의 대승으로 끝났다.
페트람 자작가의 군대가 야습을 받고 패퇴했다는 소식에 몰스 자작은 완전히 전의를 상실했다.
몰스 자작은 피눈물을 흘리는 심정으로 철군을 명령했다.
“크으윽, 이렇게 끝나다니…… 내 계획이…… 야망이…….”
쉼 없이 중얼거리는 몰스 자작의 얼굴은 그새 10년은 더 늙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