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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의 대가-47화 (47/529)

<-- 47 회: 2권 - 6장. 영지전 -->

“예, 영주님.”

“병사 1,500과 징집병 6천 명, 용병 150명, 그리고 가문의 기사들에 대한 지휘권을 모두 맡기겠네. 쿤트 자작령을 점령하게.”

“예!”

“중요한 건 무리하면 안 된다는 걸세. 설마 바스크 쿤트와 정면 대결을 하고 싶진 않겠지?”

“무, 물론입니다.”

가트는 찔끔했다.

이 나이에야 오러 엑스퍼트가 된 그와 달리 바스크 쿤트 자작은 봄의 내전 때도 맹활약한 진짜 강자였다.

아무리 거드름을 피우고 다닌 가트라도 그런 인물과 싸우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상대 했다가 단칼에 황천길로 가는 마차에 오를 지도 모를 일이다.

“몰스 자작가의 군대와 수시로 연락해서 함께 천천히 올가미를 조여 나가게.”

“예.”

***

몰스 자작은 늙은 나이임에도 직접 군대를 이끌고 원정길에 올랐다. 물론 그것은 말년에 갑자기 투사의 피가 끓어서는 아니었다.

‘신중을 기해야지.’

몰스 자작은 이 계획을 아주 신중하게 짰다.

페트람 자작을 끌어들인 건 정통파 기사 가문인 쿤트 자작가를 상대로 홀로 싸울 자신이 없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쿤트 자작령을 페트람 자작과 공평하게 나누고픈 마음도 없었다.

‘쿤트와 페트람 두 놈을 서로 싸워 공멸시킨다. 그러면 내가 두 놈을 다 집어 삼킬 수 있지!’

직접 군대를 지휘하고 나선 것은 쿤트 자작가의 군대와 먼저 충돌하지 않도록 신중하기 위함이다.

만약 쿤트 자작가의 군대와 먼저 충돌하게 될 경우 재빨리 한 발 물러서는 판단도 필요하다.

그런 타이밍을 읽는 능력을 명예타령이나 하는 기사들에게 맡기느니 자신이 직접 나서는 게 속 편했다.

“가자.”

마차에 올라탄 몰스 자작이 명령을 내렸다.

휘하 기사들이 군대에 명령을 하달했다.

몰스 자작가의 정규군 1,650명과 징집병 6,300명, 용병 200명이 일제히 출발하였다.

전쟁의 서막이 오르고 있었다.

***

페트람 자작가와 몰스 자작가 측에서 징집령을 내리고 용병을 고용하기 시작했다는 소식에 우리도 비로소 움직였다.

영지민 중 17세 이상 40세 미만의 남자를 징집하고, 딘 용병단 외에도 용병을 무려 5백 명 가까이나 고용했다. 수적으로 불리하니 그만큼 용병이 더 필요했다.

제대로 훈련 받지 않아서 통일성이 떨어지는 용병이지만, 그래도 전투의 프로들이다.

평생 농기구만 잡다가 끌려나온 징집병보다는 훨씬 뛰어난 전투능력을 발휘할 터였다.

용병들을 대량 고용하는데 돈이 많이 들었지만 어차피 전쟁에서 지면 재산이고 뭐고 다 소용없어진다.

하여간 두 놈들, 전쟁에서 이기고 보자. 배상금을 잔뜩 물려줘야지!

첩자를 풀어 두 방향에서 접근해오는 적의 동향을 수시로 체크했다.

남쪽에서는 페트람 자작가의 수석기사 가트 슈만이, 동쪽에서는 놀랍게도 늙은 몰스 자작 본인이 직접 전군을 끌고 진격하고 있었다.

“몰스 자작이 직접? 그 늙은이가 미쳤나?”

아버지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군사회의실로 바뀐 아버지의 집무실(이젠 아서 형님의 집무실이라 할 수 있는)에는 커다란 지도가 테이블에 펼쳐졌고, 우리 가족 외에도 가문의 기사들이 회의에 참석했다.

아서 형님이 말했다.

“그는 원래부터 기사를 우습게 보는 경향이 있는 전형적인 문벌귀족입니다. 예전부터 우리 쿤트 가를 대한 태도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그건 그렇지. 자기 가문의 기사들이 못미더워서 직접 나섰나.”

아버지는 코웃음을 쳤다.

“이 늙은이부터 박살내자꾸나. 평생 깃펜과 금화만 잡고 살아온 노인네 따위는 하루 만에 박살낼 수 있다.”

“맞습니다. 몰스 자작가 따위는 우리의 상대가 아닙니다.”

“제가 몰스 자작의 목을 베게 허락해주십시오.”

기사들도 호승심이 들끓었는지 한마디씩 한다.

그러나 나는 반대를 했다.

“안 됩니다.”

아버지와 기사들이 약간 불만 어린 눈길로 쳐다본다. 이런 단순한 인간들이…….

“몰스 자작은 아마도 스스로를 성난 황소를 가지고 노는 투우사쯤으로 여기고 있지 않을까요?”

“우리는 성난 황소고 말이냐?”

“예. 우리가 공격해오면 그는 즉시 물러날 겁니다. 어차피 우리와 정면대결을 할 배짱도 없는 인물이니까요. 기사도 아니면서 직접 지휘에 나선 것도 그런 의미가 있을 겁니다.”

“그럼 어떻게 했으면 좋겠느냐?”

“몰스 자작군은 우리를 치기 위해서는 레토 강을 건너야 합니다. 레토 강에 징집병과 용병들을 배치해서 방어하고, 아버님께서는 정규군과 딘 용병단 등의 핵심전력을 모두 이끌고 남쪽에서 오는 페트람 자작가를 기습하는 게 어떻습니까?”

“흐음…….”

아버지는 나쁘지 않다는 표정이었다.

그러나 아서 형님과 기사들이 우려를 표했다.

“강을 끼고 있다지만 징집병과 용병들만으로 방어하기에는 위험하지 않느냐?”

“몰스 자작은 용기가 없는 인물이라 강 건너로 적군이 지키고 있으면 섣불리 공격 명령을 내리지 못하지 않을까요?”

“내 생각은 다르다. 아버님과 기사들, 정규군대가 모두 빠진 걸 알면 몰스 자작은 기회를 놓치려 들지 않을 게다. 그는 그 정도로 바보가 아냐.”

“으음…….”

아서 형님의 말도 일리가 있어서 나는 머리를 싸매고 고민해야 했다.

그때 가문의 기사인 카스토 경이 입을 열었다.

“제게 한 가지 좋은 생각이 있습니다.”

“말씀하시오, 카스토 경.”

“예.”

기사 카스토가 말했다.

“오래 전부터 생각했었는데, 영주님과 대공자님은 상당히 닮지 않았습니까? 체격도 거의 똑같으시고, 목소리 톤도 점점 비슷해져서 가까이서 보지 않으면 구분이 안 갈 정도입니다.”

헐, 그런 방법이?!

나는 손뼉을 쳤다.

“그래! 아서 형님이 아버님의 갑옷과 망토를 입고 아버님 행세를 하는 겁니다! 그럼 몰스 자작은 겁먹고서 덤비지 못할 겁니다.”

“뭐, 뭐라고?”

“흠흠. 아서나 날 많이 닮긴 했지.”

아서 형님은 크게 당황했고, 아버지는 왠지 뿌듯해하셨다.

“나, 나더러 어떻게 아버님 흉내를 내라는 거냐?”

“형님, 제가 옆에 있을 테니 염려 마십시오. 그리고 제가 봐도 형님 얼굴은 아버님과 판박입니다. 갑옷과 투구를 입고 있으면 알아보지 못할 겁니다.”

“그래도…….”

아서 형님의 기분은 십분 이해가 간다.

아버지이긴 하지만 우리 아버지는 정말 다혈질에 무식한 양반이다.

점잖은 형님이 그런 흉내를 내기란 쉽지 않겠지.

하지만 인간에게는 누구나 숨겨진 본성이 있다.

아서 형님에게도 아버지처럼 팍팍 성질만 내며 살고 싶은 욕망이 숨겨져 있을지도 모르는 일 아니겠어?

하하하.

그렇게 전략은 대충 결정되었다.

나와 아서 형님이 징집병과 용병들을 이끌고 레토 강 유역에서 몰스 자작군을 상대하기로 했다.

그 틈에 아버지와 기사들은 기병대 4백, 중장보병 2백, 궁수 1백, 딘 용병단 등 핵심전력을 모두 이끌고 최대한 빨리 페트람 자작가의 군대를 박살낸다.

핵심은 아서 형님이 아버지 흉내를 내는 것.

페트람 자작가는 아버지가 레토 강에서 몰스 자작가와 싸우고 있는 줄 알고 방심할 것이다. 그런데 떡하니 아버지가 핵심 전력을 끌고 나타나 기습을 가하면 속절없이 무너질 터였다.

그 뒤에 아버지는 다시 레토 강으로 돌아와 혼자 남은 몰스 자작을 박살내는 것.

“그래, 한 번 해보자.”

결국 아서 형님도 작전에 동의를 했다.

아서 형님, 형님은 할 수 있어요. 형님도 아버지 같은 폭력 본능이 있을 거예요!

***

시급을 다투는 일이었다.

작전이 결정되자마자 아버지는 기사들과 함께 군대를 끌고 남쪽으로 출진했다.

그 사이 아서 형님은 아버지의 갑옷과 망토를 입은 채 징집병과 용병들을 지휘했다.

“우리는 레토 강 유역으로 간다.”

정규군이 전혀 없으니 어째 제대로 된 군대의 모양새가 나지 않았다. 물론 몇몇 징집병에게는 정규군의 갑옷과 창으로 무장시켰지만 제식 군기가 전혀 없으니 어딜 봐도 패잔병 무리였다.

“잘 될지 모르겠구나.”

아서 형님은 잔챙이 같은 군대를 보며 걱정을 드러냈다.

“걱정 마십시오, 형님. 제가 있잖아요.”

아서 형님은 날 물끄러미 보더니 다시 한숨을 푸욱 쉬신다. 무슨 뜻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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