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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의 대가-13화 (13/529)

<-- 13 회: 1권 - 5장. 재미있는 정령술 -->

「정령친화력에 대해서는 아직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가 많다. 

정령은 대자연의 의지가 응집된 결정체. 정령친화력은 그러한 정령과 소통할 수 있게 해주는 촉매. 

인간에게 알려진 건 겨우 그 정도였다. 

세상에 몇 존재하지 않는 정령사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단연 하나. 

어떻게 해야 정령친화력을 늘릴 수 있는가?

하지만 정령사들의 대부분의 노력은 실패를 했다. 도무지 종잡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명상으로 정신을 수양하여 정령친화력을 키웠는가 하면, 누군가는 명상을 아무리 해도 명상을 하지 않은 것과 별다를 바 없었다.

누군가는 많은 전투 경험으로 정령과 생사고락을 함께하며 정령친화력을 키웠는가 하면, 누군가는 오히려 전투를 하면 할수록 감소했다.

누군가는 시간이 흐를수록 정령친화력이 조금씩 늘었는가 하면, 누군가는 시간이 흐를수록 감퇴했다.

그러던 중 한 정령사가 세상에 등장했다.

최상급 정령으로 진화한 바람의 정령을 대동하고 나타난 희대의 대정령사, 라울 리간드였다.

라울 리간드는 10년 전까지만 해도 하급 정령사였다고 한다. 10년 전에 어린 아들을 병마로 잃은 그는 슬픔에 겨워 허전한 마음을 채우고자 새로운 정령과의 계약을 시도했다. 그리고 바람의 하급 정령 실프와 계약했다.

계약 당시 소환된 실프는 정령들이 다 그렇듯 정령사가 원하는 형태를 띠었는데, 바로 죽은 아들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 후 라울 리간드는 실프를 친아들로 여기며 동고동락을 했다. 매일 불러내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산택을 하고 즐겁게 하루하루를 보냈다.

그때부터 그의 정령친화력은 급증했다. 그의 실프는 중급 정령으로, 다시 상급 정령으로 진화하더니 마침내는 최상급 정령이 되었다.

최상급의 대정령사가 된 후로도 라울 리간드는 전쟁에 나서거나 하지 않았다. 아들을 전쟁터로 보내는 아버지는 없듯, 그 역시 사랑하는 실프를 전쟁 도구로 여기지 않았던 것이다.

이를 듣고 정령사들은 라울 리간드가 그랬듯 정령과 친해지기 위해 노력했다. 결국 중요한 것은 계약한 정령과의 관계라는 것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라울과 같은 대정령사가 우후죽순으로 등장한 건 아니었다.

이유는 진심.

아무리 겉으로 정령에게 잘해주고 어르고 달래주어도 정령은 주인이 마음속 깊은 진심에서는 자신을 ‘다른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여기고 있음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라울 리간드와 다른 정령사들의 차이는 바로 그거였다.

라울 리간드는 아무 이유 없이 그냥 실프를 사랑했고, 다른 정령사들은 더 강한 힘, 위대한 정령사가 되어 부귀영화를 얻고 싶다는 욕망을 갖고 정령을 대하였다. 

성자가 아니고서야, 혹은 세상 다 산 늙은이가 아닌 한 끊임없이 욕망을 추구할 수밖에 없는 게 인간의 본질. 결국 정령술은 엘프를 위한 것이라는 고금의 진리가 다시금 상기될 뿐이었다.」

이게 뭐야?

‘정령술의 입문’을 읽을수록 나는 황당해졌다.

결국 내 정령친화력이 늘어난 이유는 매일 같이 노움을 불러다가 노닥거린 덕분이었다.

만날 노움이랑 놀기만 하면 정령친화력 늘어나는 거야? 이거 참, 정령술이 원래 이렇게 쉬운 거였어? 그렇다면 나야 뭐 땡큐지.

그렇게 생각하며 나는 책을 계속 읽었다.

「하지만 정령사들의 노력이 전부 헛된 건 아니었다. 라울 리간드의 예처럼 효과가 매우 크다고 할 수는 없지만, 정령친화력을 키울 수 있는 기본적인 방법 몇 가지는 알아냈다. 

첫째, 정령을 되도록 오랫동안 소환하는 것이다. 소환해서 같은 공간에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정령친화력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둘째, 계약한 정령의 속성에 걸맞은 장소가 정령친화력을 늘려준다. 물의 정령과 계약했다면 바닷가나 강가가, 바람의 정령과 계약했다면 바람이 많이 부는 지역이 정령친화력 상승에 도움을 주는 것이다.

셋째, 정령석을 몸에 지니고 있는 것이다. 정령석은 정령친화력을 지닌 광석이기 때문에 몸에 지니고 있는 것만으로도 정령친화력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정령석은 워낙 비싼 탓에 돈이 어지간히 많지 않은 정령사는 시도할 수 없는 방법이다. 그렇다고 돈을 벌기 위해 정령술을 썼다간 물질적 욕망에 빠져 오히려 정령친화력이 감퇴되기 쉬우니 일종의 난센스적인 방법이라 할 수 있다.」

왜 정령사가 흔치 않은지 알 것 같았다. 재능이나 경제적 여건 이전에, 애당초 욕망 없는 순수한 마음이란 것이 인간의 본질에 위배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나는 꽤 정령술을 익히기 유리했다.

욕망?

이미 90년이나 살아보고 부족함 없이 죽음을 맞이해본 내게 무슨 욕망이 있겠나? 나의 욕망을 위해 노움을 이용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게다가 노움이 얼마나 귀엽고 사랑스러운가? 그 작고 귀여운 것을 보며 불순한 생각을 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아무튼 당장 정령친화력을 올리기 위해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대지의 정령에게 친숙한 장소라니, 땅 위 아닌가? 어딜 가도 땅 위에 서있을 뿐인데. 

또 정령석은 아직 구입할 만한 자금여건이 되지 않았다. 지금 내 수중에 1,300레디나가 있는데 이 돈은 약초 재배 사업에 투입해야 했다. 

정령석은 내년에 밀을 팔아 돈을 벌었을 때 사야 할 듯했다.

아.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딱 하나 있군.

“노움, 놀자~!”

-응!

땅속에서 쑤욱 튀어나온 노움이 내 어깨에 착 달라붙었다. 에구, 요 귀여운 것! 내가 듬뿍 사랑해줄게. 우리 영원히 함께 재미나게 살자꾸나. 

“오늘은 산책을 해볼까? 거리를 쏘다니며 이것저것 구경하는 거야.”

-응. 구경할래.

나는 노움과 함께 거리를 다니며 이것저것 둘러보기 시작했다. 

거리에는 수많은 사람이 지나다니고, 또한 수많은 노점상과 업소가 행인들을 붙잡으려 했다. 

-저게 뭐야?

내 어깨 위에서 노움은 빵을 구워 파는 노점상을 가리켰다.

“그야 빵이지. 내가 아침에 빵을 먹는 걸 본 적 있잖니.”

-비슷한데 약간 달라.

“아, 저건 밀과 보리를 함께 반죽해 빵을 구운 뒤에 닭기름에 튀겨서 만든 빵이야. 아주 맛있어. 먹어볼래?”

-나는 맛을 못 느껴.

“참, 그랬지? 아쉽네. 그럼 나는 하나 먹을게.”

-응. 주인님이 맛있는 거 먹으면 나도 좋아.

“애구 착한 것!”

-헤헤, 나 착해.

나는 빵을 파는 노점상에게서 빵 하나를 5쿠퍼에 샀다. 빵을 뜯어먹으며 걸음을 계속 옮겼다.

빵은 아주 맛있었다. 밀가루와 구수한 보리 맛이 약간 섞인 밋밋한 빵에 살짝 감도는 닭고기의 풍미가 묘하게 어우러져 나의 혀를 즐겁게 했다.

그밖에도 노움은 설탕을 불에 구워서 만든 과자와 말린 사과를 벌꿀에 버무린 간식에 관심을 보였고, 그때마다 나는 하나씩 사서 먹었다. 길거리에는 참 음식들이 많단 말이야.

인간 사회에 대해서는 갓난아기와 같은 노움은 이것저것 흥미가 생겨서 뭐냐고 물었고, 그때마다 나는 친절하게 설명해주었다. 

그렇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걷다가 대장간 앞을 지나게 되었다. 따앙! 땅! 망치질 소리와 불길이 넘실거리는 풀무소리가 요란 벅적하게 울려 퍼졌다. 

-저건 뭐야?

노움은 대장간을 가리켰다.

“병기점이야. 싸울 때 쓰는 물건들을 만드는 곳이지.”

-구경할래. 안 돼?

“안 되긴! 우리 노움이 보고 싶다는데 당연히 봐야지!”

-헤헤.

나는 노움과 함께 병기점 안에 들어갔다.

병기점은 오로지 전투용 무구들만 생산하는 전문점이었다. 철을 두들기는 대장장이들뿐만이 아니라, 짐승이나 몬스터의 가죽을 가공하는 무두질장이들, 그리고 나무로 활대나 창대, 마법사용 지팡이를 깎는 목수들도 보였다. 

이곳은 우리 영지에서 가장 큰 병기점으로 가끔 아서 형님이 가문의 군대에 보급할 군수품을 주문하는 곳도 여기였다.

“어이쿠, 카록 공자님 아니십니까?”

병기점의 경영자로 보이는 대장장이 구스 영감이 망치질을 하다 말고 나를 반겼다. 구스 영감은 나이가 60세를 넘겼음에도 여전히 커다란 덩치를 자랑했다. 

듣자하니 망치질을 할 체력을 유지하기 위해 많이 먹고, 힐링포션도 가끔 복용한다던데 사실인 모양이었다. 철저한 체력관리가 아니고서야 저 나이에 저 체격이 말이 되나?

“여전히 정정해 보이네? 구스와 팔씨름하려면 내가 열 명은 있어야겠어.”

“허허헛, 별 말씀을. 저야 먹고 사는 게 이 짓이니 힘만 무식하게 센 것 아닙니까. 그런데 여긴 어인 일로?”

“그냥 지나가다가 들렀어. 우리 노움이 구경하고 싶대서. 괜찮지?”

그제야 구스 영감은 내 어깨에 걸터앉은 노움을 보고 놀란 얼굴이 되었다. 

“공자님께서 정령사가 되셨단 소문은 듣긴 했습니다만, 제 눈으로 정령을 직접 보게 될 줄은 몰랐군요! 쿤트 가문의 큰 복입니다!”

“고마워.”

나는 노움과 함께 병기점 안에 장식된 수많은 병기를 구경하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니 나도 갑옷 같은 게 필요할 지도 모르겠네. 몬스터와 싸우다 보면 정령사라고는 하지만 내가 공격 받을 수도 있었다. 

나는 구스 영감에게 물었다. 

“내가 입을 만한 갑옷이 있을까?”

“카록 공자님이요? 그럼 가벼운 가죽 계통의 갑옷이 적합하겠군요.”

“추천 좀 해줘. 가볍고 움직이기 편할 걸로.”

“맡겨만 주십시오.”

구스 영감은 신중하게 병기점의 가죽 갑옷들을 살피더니 이윽고 녹색의 갑옷을 들고 나왔다. 

“조금 값이 나가긴 합니다만 이건 어떻습니까? 오우거의 가죽으로 만든 갑옷입니다.”

호오, 오우거라고?

나는 구스 영감의 도움을 받아 오우거 레더 아머를 착용했다. 그런데 그걸 입으니 묵직한 무게감과 함께 양팔을 움직이기가 약간 불편해졌다. 

“이거보다 더 가볍고 편한 건 없고?”

구스 영감은 곤란한 듯 머리를 긁적였다. 

“그 정도 착용감은 익숙해지셔야 합니다. 그것보다 더 가볍고 착용감이 쾌적한 갑옷은 없습니다.”

“흐음…… 일상생활을 할 때에도 그냥 입고 다닐 수 있는 그런 건 없으려나?”

역시 지난 생에서도 무기 한 번 든 적이 없는 몸이라 좀처럼 갑옷이 익숙하지 않았다.

“그런 방어구가 아예 없는 건 아닙니다.”

“그래?”

“미스릴을 실처럼 가늘게 뽑아서 옷을 만들어 입는 방법이 있습니다. 그럼 어떤 얇은 가죽보다도 가볍고 강철보다도 단단하며 천 옷처럼 쾌적한 방어구가 되지요.”

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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