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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의 대가-8화 (8/529)

<-- 8 회: 1권 - 3장. 소녀와 오우거 -->

“막아!”

딘 일행이 내 앞을 가로막고 창을 세웠다.

뿌지직!

오우거가 귀찮다는 듯이 오른팔을 휘두르자 렉스와 마크의 창이 부러졌다. 

그 바람에 기가 질린 딘 일행에게 이윽고 오우거가 왼팔을 휘두른다.

“썬더 체인.”

파치치치칫!

“크아아아아!”

때마침 마법사 소녀가 썬더 체인을 쓰지 않았더라면 네 사람은 곤죽이 되었을 터였다.

번개 마법을 맞은 탓인지 오우거가 잠시 부르르 떨며 움직임을 멈췄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다시 정신을 추스른 오우거가 이번에는 홱 하고 마법사 소녀를 바라본다. 

“역시 마법도 소용없군요.”

딘이 탄식했다.

응? 가만……. 전격과 화염 마법에 내성을 가진 건 놈의 피부였지?

“놈의 피부를 뚫어야해!”

“예?”

의아해하는 딘 일행에게 내가 소리쳤다.

“놈의 몸에 창을 꽂고서 썬더 체인을 다시 쓰면 타격을 입힐 수 있잖아!”

“아!”

그제야 딘은 내 뜻을 알아챘다.

내성을 가진 건 놈의 피부! 

그러니 창으로 피부를 뚫고 몸 안에 꽂아 넣는다. 그 뒤에 마법사 소녀가 다시 썬더 체인을 쓰면 창이 전도체가 되어 체내에 전격을 전달할 것이다.

“크아아!”

오우거는 마법사 소녀에게 주먹질을 하려고 했다.

“노움! 발 걸어!”

노움은 흙의 손을 만들어 또 한 번 멋지게 오우거의 발목을 잡아당겼다.

오우거가 균형을 잃으면서 내지른 주먹이 마법사 소녀의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소녀의 푸른 머리칼이 광풍에 마구 흩날렸다. 소녀는 안색이 새파랗게 질려 있었다.

“내가 어떻게든 잡을 테니 놈의 몸에 창을 꽂아!”

이윽고 나는 노움을 시켜 여러 개의 흙의 손으로 오우거를 일어나지 못하게 잡아 눌렀다. 오우거가 몸부림을 칠 때마다 현기증이 일었지만 이를 악물고 참았다.

“지금이다! 공격해!”

딘 일행이 창을 들고 돌격했다. 렉스와 마크도 부러진 창을 쥐고 맹렬히 달려들었다.

“크어어어!”

“으으윽! 어림없어!”

나는 그야말로 필사적으로 버텼다. 

요령도 약간 터득했다. 괴력에 정면으로 대항하지 않고서 놈을 묶어두는 방법을 알아냈다. 

놈이 오른팔을 휘두르자 나는 왼팔을 잡았다. 놈이 고개를 치켜들려고 하면 나는 대신 두 발을 잡아당겨서 발랑 자빠뜨렸다. 좋아! 아주 잘하고 있어 나!

하지만 그 바람에 더더욱 성이 난 오우거는 마구잡이로 발광하기 시작했다.

“으악!”

“큭!”

오우거의 몸부림에 가까이 접근했던 렉스와 한스가 발에 체여 나가 떨어졌다. 마크도 주춤했다.

그러나 단장 딘은 멈추지 않았다.

“이거나 처먹어!”

푹!

딘이 목숨 걸고 찌른 창이 오우거의 오른쪽 다리의 오금에 한 뼘쯤 파고들었다. 해냈다!

“마법사!”

재빨리 물러난 딘의 다급한 외침. 

“썬더 체인!”

마법사 소녀가 주문을 외었다.

파치치치치칙!

번개가 오금에 꽂힌 창을 타고 오우거의 체내로 파고들었다.

“크어어어어어어어!”

오우거의 비명이 쩌렁쩌렁하게 울려 퍼졌다. 

됐다. 효과가 있어!

썬더 체인을 맞은 놈의 오른쪽 다리가 시커멓게 썩어 있었다. 

“됐습니다! 놈은 한쪽 다리를 못 쓸 겁니다!”

딘이 기뻐 소리쳤다.

좋아. 이제 마무리를 져야지.

“노움. 놈의 앞에 커다란 구덩이를 파!”

-응.

노움이 열심히 삽질을 했다. 삽시간에 깊이 5미터가 넘는 구덩이가 파여졌다. 

“놈을 안에 빠뜨려!”

흙의 손들이 대지에서 튀어나와 오우거를 붙잡아 구덩이 안으로 당기기 시작했다. 

놈이 저항할 때마다 찌릿찌릿한 두통과 현기증이 나서 구토를 하고 싶었다. 폭풍우 몰아치는 날씨에 배를 하루 종일 탄 기분이랄까?

90년 넘게 살며 닦은 인내심이 아니었으면 당장 노움을 돌려보냈을 것이다.

“공자님을 도와라!”

딘 용병단도 오우거를 뒤에서 찔러대며 구덩이 안으로 몰아붙였다. 결정타는 마법사 소녀의 마법이었다.

“윈드 해머.”

바람의 망치가 오우거의 등을 퍼어억 때렸다. 

쿠우우웅!

“크어어어!”

구덩이 안에 거꾸로 떨어진 오우거가 처참한 신음을 질러댄다. 

“노움! 구덩이를 메워!”

노움이 삽질로 구덩이를 흙으로 메우기 시작했다. 

놈은 마구 버둥거리며 빠져나가려 했지만 한쪽 다리가 고장 났고, 위에서 딘 용병단이 창으로 찌르며 견제하고 있어서 뜻을 이루지 못했다.

구덩이를 완전히 메우자 오우거의 모습도 보이지 않게 되었다. 생매장을 시켜버린 것이다.

역시 사람은 독서를 해야 돼!

“이겼나?”

“아, 아직 놈이 버둥거립니다.”

딘의 말대로 아직도 땅이 들썩거렸다. 놈이 심하게 저항하는 증거였다.

숨 막힐 듯한 긴장감 속에서 시간이 흘렀다.

10분쯤 지나자 잠잠해졌다.

“꺼, 꺼내볼까?”

내가 조심스레 묻자 딘이 두려워하며 고개를 저었다.

“조, 조금만 더 기다려보죠.”

소심해진 우리들은 30분이 더 지난 뒤에야 구덩이를 다시 파보았다. 

오우거의 얼굴이 드러났을 때 다들 침을 꼴깍 삼켰다.

어, 어쩔 수 없잖아! 상대는 영주가 토벌군을 동원해야 할 정도의 괴물이라고!

혹시 몰라 딘이 창으로 놈의 눈을 꿰뚫었다. 눈알이 뽑히고 녹색 피가 줄줄 흘렀지만 오우거는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정말로 죽은 것이다.

“이, 이겼다!”

“만세!”

“오우거를 이겼다!”

“살았어!”

우리는 환호하며 날뛰었다.

딘이 흥분해서 말했다.

“오우거의 사체를 처분하면 못 받아도 500레디나는 충분히 받습니다! 거기다가 오우거의 목을 갖다 주면 왕실에서도 포상금을 주죠.”

“내가 이런 걸 굉장히 좋아하는 사람을 하나 알고 있어. 못 받아도 1천 레디나는 족히 받을 수 있으니 사체 처분은 내게 맡겨.”

“그게 정말입니까? 그렇다면 카록 공자님께 맡기겠습니다. 그리고 분배는…… 3대 3대 4로 나눠서 저희가 4를 가져가도 되겠습니까?”

딘이 조심스레 물었다. 

몬스터의 부산물은 전투 기여도에 따라 나누는 게 정석이었다. 에헴, 이번 싸움은 내 공로가 가장 크지만, 딘 일행은 네 명이나 되니 그렇게 나눠도 될 듯싶었다.

“좋아.”

나는 쾌히 승낙했다. 

“그쪽 마법사도 동의하나?”

딘의 물음에 소녀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 보니 아직 통성명도 안 했구나.

“나는 카록 쿤트. 네 이름은?”

내가 소녀에게 물었다. 

“시스.”

소녀는 나직이 대답했다.

“반가워 시스.”

“…….”

아 뻘쭘해. 참 부끄럼을 많이 타는 소녀인가 봐. 무심한 표정이 좀 걸리긴 하지만 부끄러워서 그럴 거야. 아, 아마도…….

나는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

“그쪽 동료들에 대해서는 유감이야. 시신을 수습하는 걸 도와줄까?”

시스는 고개를 저었다.

그녀는 시체들 중 머리가 없는 시신을 향해 걸어갔다. 그리고는 품속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종이였다. 무슨 계약서 비슷한 건가 본데. ……어라?

화르륵!

시스는 불을 일으켜 종이를 태워버렸다. 그리곤 동료들의 시체는 거들떠도 보지 않고 등을 돌렸다. 저건 동료가 아니라, 참 잘 죽었다는 듯한 태도였다.

딘이 낮은 목소리로 설명했다.

“저 마법사는 나이가 상당히 어려 보입니다. 썬더 체인을 펼칠 정도면 2서클인데, 아마 틀어박혀 마법 수련만 하며 살아왔을 겁니다. 세상 물정을 잘 몰랐을 테죠.”

그제야 나도 그녀의 사정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었다.

널려 있는 시체들은 무장 상태로 보아 용병이 분명했다. 즉, 시스 역시 그들과 같은 용병단 소속이었을 것이다. 

아마 불태운 종이는 용병단에 소속되어 활동하겠다는 계약서겠지.

마법길드는 마법에 재능이 있는 아이들을 뽑아 2서클까지 무료로 가르친다.

3서클부터는 스승의 지원이 필요한데, 귀족가문의 자재이거나 어지간히 재능이 출중하지 않으면 스승을 얻기 힘들다. 

그녀는 스승을 얻지 못해 마법길드를 떠나야 했을 것이다.

2서클을 익히고 마법길드에서 나온 그녀는 어떻게든 돈을 벌어서 먹고 살기 위해 용병이 되었을 테고.

하지만 세상 물정을 모르다 보니 질 나쁜 용병단 녀석들에게 속아서 불공평한 소속 계약을 하는 바람에 지금껏 실컷 이용만 당했겠지. 안 봐도 뻔하다.

용병업계에 발을 잘못 들였다가 신세 망친 가여운 하급 마법사는 한둘이 아니니까.

갑자기 시스라는 소녀가 안쓰러워진다.

“오우거의 사체를 처분할 때까지 우리와 동행하지 않겠어?”

내 물음에 시스는 잠시 망설이는 듯싶더니 미약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이제 대충 정리된 셈이군.

나는 딘에게 말했다.

“오우거의 사체를 챙겨.”

“알겠습니다.”

“난 잠시 기절 좀 할게.”

“예?”

풀썩!

나는 벌렁 쓰러졌다. 

정령친화력이 바닥난 지 이미 오래였다. 이제야 좀 쉴 수 있겠네. 

눈앞이 핑핑 돌고 의식이 가물가물해졌다. 죽음을 맞이하듯이 나는 쏟아지는 잠에 순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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