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1장. 고주몽 고려에 가다.
주몽이 고려에 들어가자, 평양 시내는 그야말로 광란의 도가니가 됐다.
그들의 새로운 지도자이며 고려의 국왕으로 등극할 고주몽은 공산주의를 빙자한 삼대 독재를 종식시키고, 나라를 팔아먹으려던 매국노를 처단한 것은 물론 역사 이래 사사건건 종놈 취급하던 중국에 대박 승전을 해 버린 것이다.
“만세!”
“고주몽 폐하 만만세!”
주몽이 이동하는 평양 거리 곳곳에 환호성과 꽃가루가 흩날렸다.
차 안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주몽은 어색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누군가 자신을 향해 저토록 미친 듯이 환호하고 눈물까지 쏟아낸다는 게 전혀 적응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보스. 어색한 모양입니다.”
제이코는 묘한 미소를 지으며 주몽을 바라봤다.
“꼭 억지로 세금 내러 나온 사람들 같아서 말입니다.”
주몽의 말에 국왕 등극을 주청하러 한국에 내려왔던 고려 특사는 절대 그런 게 아니라는 표정을 지었다.
“국왕 폐하. 신민들이 거리에 나온 것은 모두 자진한 것입니다.”
“지금 그걸 믿으라고 하는 소리는 아니겠죠?”
“아닙니다. 정말 자진해서 나온 겁니다.”
특사는 잔뜩 억울한 표정이 됐다. 그러자 리무진에 동승하고 있던 로버트가 특사 편을 들었다.
“보스. 특사의 말이 맞습니다.”
“진짜요?”
“네. 보스. 보스의 입국 현황이 평양 전역에 실시간으로 방송되고 있고, 그 소식을 들은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환영에 나선 겁니다.”
입국 전, 주몽의 안전과 경호를 위해 먼저 고려에 들어와 있던 로버트다. 그마저 강제가 아니라 자발적 환영 인사라고 말을 하자, 불편했던 주몽의 표정이 조금은 가라앉았다.
사실 자발적 환영 인사라는 로버트의 말은 절반 정도만 사실이라고 봐야 했다. 주몽을 맞이하라고 집 밖으로 떠밀진 않았지만, 저들이 밖으로 나올 수밖에 없는 그런 환경을 조성했기 때문이다.
고려는 선전·선동의 일등 국가로 명성을 날려온 전조(前趙)의 DNA를 고스란히 물려받은 국가다. 쿠데타를 막아낸 혁명 세력은 중국과의 전쟁 중에도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을 망각하지 않았다. 가장 먼저 김성은의 죽음과 그 배경을 공개적으로 방송에 내보냈고, 그 와중에 중국의 음모를 알아차린 주몽이 이를 막아낸 것으로 선전을 했다.
안문수를 통해 Go 컴퍼니 실무자들과 정보를 주고받던 하진건은 혁명이 성공하자 곧바로 ‘보도자료’를 요청했다.
제이코는 이를 위해 홍보 전담 TFT를 결성하고 고주몽의 영웅적 행보를 다큐멘터리식으로 제작을 했다. 제작된 자료는 홍보전략에 맞춰 구성, 편집됐다.
북으로 전달된 홍보 자료는 조선 중앙 TV를 통해 전국에 방송이 됐는데, 이 프로그램의 제목이 ‘민족의 영웅, 고주몽. 피 맺힌 한을 풀다!’였다.
물론 글로벌 복권이니 뭐니 하는 내용은 굳이 집어넣지 않았다. 철저히 주몽을 띄우고 자랑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프로그램이었기 때문이다. 총 7부작으로 제작된 주몽 다큐멘터리는 그가 세계 각국의 인정을 받는 ‘시민권자’라는 것으로 시작한다.
전 세계를 누비며 기업을 일으켰고, 중동의 기름 왕국보다 더 부자라는 것. 그리고 남한의 대기업 전부가 주몽의 소유하는 것 등이다. 한 마디로 다큐멘터리 1부는 ‘고주몽 세계 제일의 부자’ 편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2부는 그런 주몽을 시기하고 망가트리기 위해 나섰던 남한 기득권과 싸움을 다뤘다. 이 과정에 일제 강점기부터 이어진 매국노들을 청산해 버리고 미국 대통령이었던 트롤프를 날려 버린 장면이 등장하자 북한 시민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자신들의 전(前) 지도자이자 장군님이 핵을 가지고도 못한 일을 주몽은 손바닥 뒤집듯 성공해 버렸기 때문이다.
3부는 한반도를 전쟁 위기로 몰아넣고 에너지 자원을 독점하려 했던 일본과 로즈차일드 가문의 이야기를 다뤘다. 이 과정에 주몽이 칼에 맞고 총까지 맞아가며 피를 흘린 장면은 (실제로 세계에 송출된 라이브 방송)이라는 타이틀이 찍혀 송출됐다.
중국에 나라를 팔아먹으려던 매국노를 처단하고 중국을 향해 복수의 칼날을 뽑아 들었다는 점에서 이미 주몽은 조선의 영웅이었다. 그런데 그런 주몽의 일대기(그래봤자, 2년의 기록이지만)가 연달아 방송되자 그야말로 열광의 도가니가 된 것이다.
4부 방송에선 일본과 맞짱을 뜨고 UN에서 사과를 받아내는 장면이 송출됐다. 미국 대통령을 날려버린 주몽이 이번엔 일본 총리를 무릎 꿇리자 집집마다 만세 소리가 터져 나왔다.
3부 방송만으로도 이미 주몽빠가 되어 있던 북쪽 주민들은 ‘중국 간첩 침입에 대비하라’라는 속보가 전해지자 주민들끼리 자진해서 감시체계를 꾸리고 숨어드는 쥐새끼들을 완전히 박멸해 버렸다. 중국의 진핑 주석이 북한 내부에 혼란을 조성하기 위해 급파했던 특수부대는 그렇게 사라진 것이다.
5부 방송은 대마도와 오키나와를 할양받고, 자원 입국을 이뤄냈다는 내용이 송출됐다. 이 과정에서 주몽이 획득한 바다 자원이 천 년간 세계를 유지할 수 있는 천문학적인 규모임이 알려지자 또다시 만세 소리가 터져 나왔다. 주몽의 영웅적 행보에 감동한 북한 주민들은 엉엉 소리를 내며 통곡까지 했다고 한다.
6부에 이르러 중국의 음모와 도발을 알아차린 주몽이 안문수, 하진건, 김기성 등에 명령을 내려 반역자들을 막아내고 선전포고도 없이 압록강을 넘은 중국군을 전멸시키는 장면이 이어졌다. 지는 싸움이라면 모를까. 이기는 싸움에 화를 내는 사람은 없는 법이다. 전군 총동원령이 내려지고 식량 사정이 최악에 이르렀음에도 불구하고 누구 한 명 불만을 보이는 자가 없었다. 이번 전쟁이 새로운 시대로 나아가는 변곡점임을 모두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7부 최종편은 종전선언과 중국의 패전. 전쟁을 일으켰던 중국 공산당 지도부의 몰락으로 이어졌다. 말 그대로 승전 다큐멘터리가 방영된 것이다.
이 모든 일을 이뤄낸 사람이 고주몽이고 고주몽을 자신들의 지도자로 모시기 위해 특사가 파견됐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주민들은 얼싸안고 춤까지 췄다.
세계 최고의 부자, 미국은 물론 일본과 중국을 무너트린 민족의 영웅, 고구려 광개토대왕 이후 광대한 국토를 넓힌 유일한 정복군주! 그런 고주몽이 새 나라 고려의 초대국왕이 되는 것이다. 주몽의 입국이 알려지자, 주민들이 너나 할 것 없이 거리로 몰려나온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주몽은 강제로 인파를 동원한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들었지만, 그간 사전정지작업을 깔끔하게 마무리 지은 탓에 강제성을 띠고 말고 할 것도 없이 자연스럽게 벌어진 일이었다.
거기다 주몽은 몸만 달랑 올라오는 게 아니라, 고려의 식량난 해결을 위해 엄청난 양의 곡물과 생필품까지 가지고 온 상태다. 졸라맸던 허리띠를 오래간만에 풀어헤칠 기회가 생긴 것이다.
주몽이 국왕에 등극하면 그간 북한을 옭아매던 제제도 모두 사라질 것이고, 남쪽 기업가들이 본격적으로 투자를 시작하면 지긋지긋한 가난에서도 벗어날 것이다.
“동상이 안 보이네요.”
십층 건물만 한 크기로 제작되어 평양 한가운데 우뚝 서 있던 김인성과 김성일의 동상이 싹 사라졌다.
“적폐 아니겠습니까. 스탈린 동상도 다 사라졌는데, 남겨 둘 이유가 없죠.”
고려 특사는 당연한 조치였다며 웃음을 지어 보였다.
“하긴, 과거 역사 운운하며 보관 처리하기도 모호한 물건들이긴 하죠.”
주몽이 고개를 주억거리자, 특사는 큰 칭찬이라도 받은 사람처럼 어깨를 으쓱였다.
차량이 주석궁에 도착하자, 웅장한 음악이 흘러나오고 혁명 정부와 고중 전쟁에 참여한 장성들이 좌우로 줄을 맞춰서 주몽을 맞이했다.
“대 고려국의 국왕 폐하이시며 북남 연맹의 맹주이신 고주몽 폐하를 열렬히 환영합니다!”
혁명 정부 임시 수장을 맡은 하진건 총사령관이 주몽을 향해 거수경례를 했다.
“고생 많았습니다.”
“아닙네다! 폐하의 지원과 격려가 없었다면 다 부질없는 짓이었습니다!”
하진건은 바짝 군기든 모습으로 주몽의 격려에 화답했다. 하진건은 환영 행사에 참석한 장성들과 간부들을 소개하며 주석궁 대회의장에 마련된 연회석으로 안내를 했다.
방북(남북 연맹 체제라 여전히 ‘북쪽’ 또는 ‘남쪽’이라는 말을 사용했다)에 동행한 기업 회장단들과 남쪽 행정부 고위 공무원들도 각각 안내를 받아 자리에 앉았다.
그렇게 시작된 고려연맹 만찬 행사는 늦은 시간까지 쭉 이어졌다.
다음날 본격으로 현황 논의가 시작됐다. 중국과의 전후 처리는 물론이고 북과 남을 잇는 철도 노선 사업도 함께 논의됐다.
“나는 말입니다.”
양측의 제안과 대화를 지켜보고 있던 주몽이 입을 열었다.
“네. 폐하.”
“네. 보스.”
“네. 가주님.”
각각 정리되지 않은 호칭이 일시에 흘러나왔지만, 이걸 가지고 문제 삼는 사람은 없다. 조만간 정식으로 국왕에 등극하고 나면 자연스럽게 정리될 부분이다.
“일단 고려에 굴뚝 산업은 없을 겁니다.”
주몽이 2차 산업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내놓자, 고려 정부 관계자들 표정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농업 국가를 벗어나 근대국가로 나아가기 위해선 경공업이 필수 단계기 때문이다. 당장 중국만 해도 그렇게 경제를 살려놓지 않았는가 말이다.
“그리고 가솔린 이동수단도 없을 겁니다.”
“회…… 회장님.”
본격적으로 산업화를 이루기 위해선 도로 정비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이동수단이 필수다. 그런데 대놓고 가솔린 엔진을 제외하겠다니 자동차 기업을 이끄는 회장들은 난감한 표정이 됐다.
“개발도상국이 되기 위해선 경공업은 필수입네다. 고려는 기술과 자본 두 가지 모두 열악한 상황이라, 인력 위주로 사업을 시작할 수밖에 없는데 경공업을 제외해버리면…….”
고려 측에서 조심스럽게 반대 의견이 나왔다.
“굴뚝 산업은 이미 중국에서 충분히 하고 있지 않습니까. 중복 투자고 공해만 유발할 뿐입니다.”
주몽은 좌중을 둘러보며 계속 말을 이었다.
“관련 제품은 사다 쓰면 그만입니다.”
“폐하의 말씀도 일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고려는 남쪽처럼 구매력이 없지 않습니까.”
한 마디로 고려는 엄청 가난해서 물건이 있어도 아무나 사다 쓰기 힘들다는 말이다. 그러니 노동자들에게 일자리도 만들어주고 돈도 벌게하고 다시 생산된 물품을 구매하게 해서 선순환 구조를 만들자고 했다.
“그래서 말인데.”
주몽은 깍지 낀 손을 턱 끝에 괴더니 고려의 산업 방향을 결정지었다.
“자잘하게 공장 몇 개 짓는다고 해서 그게 얼마나 도움이 되겠습니까. 자고로 이런 일엔 토목공사가 제일입니다.”
“토목이라면…….”
“자료를 받아보니, 평양 일대를 제외하곤 거의 모든 지역이 70년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더군요.”
그래도 수도라고 평양은 어찌 꾸며놓기는 했는데, 나머지는 엉망진창이더라는 말이 흘러나오자, 고려 정부 관계자들은 민망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고려 국토 개발 사업을 시작할 겁니다.”
“전 국토를 말입니까?”
건설회사를 가진 회장들이 눈을 반짝였다.
“엄청난 자금이 소요될 겁네다. 폐하. 고려는 그런 사업을 할 만한 돈이…….”
“내가 있는데 돈 걱정을 왜 합니까. 그리고 고려 국토는 모두 내 소유라고 하지 않았던가요?”
“네? 아. 네. 그렇습네다.”
“내가 대 땅에 돈 좀 쓰겠다는데. 문제 있습니까?”
“그럴 리가요! 폐하의 성심에 그저 망극할 뿐입네다. 그런데 어떤 공사를…….”
“고려는 공업 입국이 아니라, 관광 입국으로 나라를 일으킬 겁니다.”
주몽의 입에서 관광 산업이 흘러나오자, 대번에 금강산 등의 단어가 튀어 나왔다.
“아, 뭔가 오해들을 하는 것 같은데. 나는 특정 지역이나 경관을 주제로 사업을 할 생각이 없습니다.”
“그럼 어떤 형태를 생각하시는지.”
“말 그대로 고려를 재현해 볼 생각입니다.”
“설마, 말씀하신 토목이란 게.”
“네. 새롭게 조성될 시가지는 모두 성곽체제를 기본으로 할 겁니다. 건축물도 고려 시대를 기반으로 재구성할 것이니 그에 맞춰 계획을 만들어 오세요. 세계 그 어느 곳에 가도 볼 수 없는 나라 전체가 관광지인 곳으로 만드는 겁니다. 다시 말하지만, 이번 사업은 특정 지역이 아니라, 전국을 동시에 개발하는 사업이 될 겁니다.”
“…….”
“공사가 시작되면 고려 전 국민이 일자리 걱정 따위는 하지 않아도 될 테니. 생필품 구매할 돈이 없다는 등의 말은 쏙 들어가겠죠. 그리고 지금 당장 급한 물품은 배상금 대신 현물로 받아오면 되니 걱정하지 마시고.”
전국을 토목공사 현장으로 만들어버리겠다는 주몽의 선언에 건설회사 회장들은 화색이 만연했지만, 자동차 관련이나 기타 경, 중공업 회장들은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리고 자동차 관련해서 한 가지 묻겠습니다.”
“네! 회장님!”
“수소 전지 관련해서는 한국이 선발 주자죠?”
“물론입니다!”
전기차와 수소차 두 가지 진행 방향을 두고 한국은 수소차 개발에 우선권을 뒀었다. 문제는 전기차보다 인프라 구축에 드는 비용이 너무 많아서 차를 만들어 놓고도 대량 생산은 꿈도 못 꾸는 상황이다.
“고려는 매연이 아니라, 물을 배출하는 이동수단만 사용할 겁니다. 모두 잘 알고 있겠지만, 북한은 전기 사정이 열악합니다. 물론 에너지부서를 신설해서 빠르게 문제를 해결해 나가겠지만 그렇다 해도 고려 전역을 커버하려면 십수 년은 걸리겠죠.”
주몽의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최근 내가 후원하는 연구팀에서 대량의 수소 추출 기술을 개발해 냈습니다. 기존 방식보다 에너지 소모도 획기적으로 줄어든다고 하더군요.”
“아!”
수소차 개발 못지않게, 안정적으로 수소를 추출하는 것도 사실 문제라면 문제였다. 수소를 만들어내는 것 역시 적잖은 에너지가 소모되는데, 알다시피 지구의 에너지 체계는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그 때문에 수소차, 전기차 굴리자고 발전소에서 기름을 때는 웃기는 일도 벌어지고 있었다.
“기존 자동차를 대거 들여와서 활용하려 해도 결국 주유 인프라를 처음부터 다시 구축해야 하는데, 시간이 지나고 나면 이중설비가 되어서 결국 낭비로 이어질 겁니다.”
고려 정부 관계자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한국이야 길 건너 하나씩 주유소가 있지만, 고려는 대도시 정도는 되어야 그럭저럭 주유소가 자리를 잡고 있었고 지방은 아예 기름을 떼다 팔아야 할 정도로 인프라가 최악이다.
“시작부터 수소 충전소로 인프라를 구축하시겠다는 말씀이었군요!”
자동차 기업 회장들은 그제야 가솔린 이동수단 불가가 왜 튀어나왔는지 이해가 됐다.
물론, 그 전엔 어쩔 수 없이 기존 장비를 활용해야겠지만 인프라 구축부터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주몽의 계획이 더 낫다는 결론이 났다.
“고려는 세계 최초로 오염물질 배출이 없는 이동수단 체계를 갖추게 될 겁니다.”
“네! 회장님.”
“그렇다고 고려를 관광만으로 먹고사는 나라로 만들 생각은 없습니다. 다들 내가 이공계 투자에 열심인 것은 잘 알고 있죠?”
“네. 알고 있습니다.”
“고려는 친환경 국가가 될 것이고 전 국토가 관광지가 될 겁니다. 그리고 첨단기술 개발과 특허 산업으로 미래를 준비하는 그런 나라로 발전해 나갈 테니. 그에 맞춰서 계획을 수립해 가길 바랍니다. 그러자면 교육에 대한 인프라 역시 이에 맞춰서 준비해야 할 겁니다.”
“따로 생각하시는 부분이 있으신지.”
“초등교육과 중등교육까지는 기초지식 습득 과정으로 고등교육부터는 전공을 선택하게 할 겁니다.”
“대학은 어떻게 하실 건지.”
“고등교육 3년을 마치고 나면 바로 사회에 나가 생활을 할 수 있는 수준이 될 겁니다. 대학은 말 그대로 학문적 연구를 중심으로 발전시키겠습니다.”
“그 말씀은 대학을 나오지 않아도…….”
“우리 솔직히 이야기해 봅시다. 한국에서 대학을 간다는 의미가 과연 학문적 소양과 연구 발전을 위함입니까?”
주몽의 질문에 고려 관계자들은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한국 쪽 관계자들은 말을 아꼈다.
“고려의 모든 대학은 입학보다 졸업이 어려운 그런 교육 체계를 갖추게 될 겁니다. 놀자 대학생은 용납하지도 용서하지도 않겠다는 말입니다. 심화적이고 연구적 측면의 대학 진입은 가능해도 대학을 나와야 관련 분야에 취업이 되는 그런 일은 없다는 말입니다.”
“하지만, 대학을 졸업하고 산업체나 연구소에 들어가고자 하는 이들도 있을 텐데…….”
“대학이 연구소입니다. 산업체에 들어가는 게 아니라 산학협동이 우선되는 구조를 가지게 될 겁니다. 기업에 들어가는 것은 고등교육 3년 만으로도 충분하게 커리큘럼을 설계하세요. 대학을 선택한 학생들은 평생 학문에 매진할 각오를 하지 않고선 엄두도 못 내게 만들 테니까.”
남쪽 관계자들은 모호한 표정을 지었지만, 고려 관계자들은 오히려 반기는 표정이 됐다. 빠른 시간 내에 산업 일꾼을 양산해 낼 수도 있다는 점도 그렇지만, 기존 북한에서도 특정 분야는 주야장천 연구만 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참고로 고려의 모든 학교는 왕립입니다. 사립 학원은 설립을 불허합니다.”
이후로도 수많은 안건이 쏟아지고 그에 맞춰 계획이 수립되고 수정되길 반복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주몽의 국왕 등극식 날짜가 도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