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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벼락부자, 역대급 깽판을 치다-220화 (221/224)

220장. 종전선언.

잠시 목소리를 높였던 챠준림은 주몽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폐하 앞에서 언성을 높인 점, 깊이 사과드립니다.”

“괜찮소. 아직 여러모로 머리가 복잡한 상황이니. 충분히 이해하오. 하지만, 지금부터 진행할 북경과의 종전 협상은 여러모로 난제가 많을 것 같군.”

독립국 초대국왕들이 동석하고 왕수 부장이 책임자로 나선 종전 협상은 주몽의 말대로 난항이 이어졌다. 물론 주몽이 아니라 왕수 부장이 말이다.

무력을 담당하고 있던 군구들이 다 발을 빼 버리면서 북경은 전쟁 수행 능력을 거의 상실한 상태였기 때문에 사실상 안정적 항복을 위해 종전이라는 단어를 앞세운 것이라 봐야 할 것이다.

주몽이 내놓은 종전내용은 단출했다. 국경선 정비와 전쟁 배상금 지급. 할양된 영토 내 중국 국민을 본토로 이전시킬 것.

요구사항은 세 가지뿐이었지만, 문제는 그 안에 담긴 내용이다.

“국경선은 만리장성으로 한다.”

“말도 안 됩니다!”

주몽이 제시한 국경선에 왕수 부장은 팔짝 뛰었다.

각 군구가 모조리 독립해 버린 상태에서 고려와의 국경선이 만리장성이 되면 북경은 말 그대로 따로국밥, 고립무원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중국의 수도인 북경은 생산도시가 아니라 소비도시다. 차, 포 다 떼고 마, 상까지 날려버리면 무슨 수로 버티겠는가 말이다.

“배상금은 3,000억 달러.”

“그런 돈이 있을 리 없지 않습니까!”

“10년 분할 납부 받아준다.”

10년 분할 납부.

말은 좋다. 하지만 그렇게 나누어 배상해도 매년 300억 달러를 내놔야 한다.

독립해버린 군구들이 중앙정부에 세금을 납부하거나 배상금을 지원해 주지도 않을 테니 오로지 북경 홀로 이 돈을 마련해야 하는데, 앞서 말했다시피 북경은 소비도시다. 돈을 만들어낼 구멍이 없다는 뜻이다. 그 전엔 금고라도 짱짱했지만, 주몽과 리벤지 파운데이션의 공격을 막아내느라 지금은 먼지만 날리고 있다. 매년 그 돈을 만들어내려면 자금성을 뜯어다 팔아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이주비용은 북경이 책임진다.”

“으아아아! 북경을 거지 소굴로 만들 생각입니까!”

왕수 부장은 풍이라도 걸린 사람처럼 온몸을 부들부들 떨어댔다.

“그럼 계속 전쟁하던지. 전선을 지금보다 더 서쪽으로 이동하면 북경 코앞에서 총탄을 주고받겠군.”

“…….”

주몽이 시큰둥한 표정을 짓자, 독립국 초대국왕들이 조심스럽게 의견을 개진했다.

“폐하. 북경을 점령하고 그곳으로 천도를 하시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배상금을 북경으로 받아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군요.”

“어차피 공산당은 망했습니다. 전범 재판에 회부되면 다 총살감인데, 이것저것 배려할 이유가 있을까요?”

초대국왕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주몽 편을 들었다. 차후 골칫거리가 될 중앙정부를 아예 이번 기회에 치워버리겠다는 생각들이다.

“다…… 당신들!”

왕수 부장은 어떻게 그런 소리를 할 수 있냐는 듯 황망한 표정이 됐다.

“흠. 북경은 공기가 너무 나빠서 그다지 내키지 않는데.”

주몽은 왕수 부장이 아니라, 각국 국왕들과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협상에서 배제된 왕수는 단번에 꿔다놓은 보릿자루 신세가 됐다.

“이건 어떻겠소.”

주몽이 새로운 의견이 있다고 하자, 초대국왕들이 귀를 기울였다.

“독립했다고 해도 서로 간에 협조가 필수일 것 같은데. 북경을 여러분들이 직접 관리하는 거요.”

“네. 우리가 말입니까?”

각국 국왕들은 주몽의 제안에 눈을 반짝였다. 주몽으로선 미세먼지 가득한 쓸모없는 도시지만, 저들에겐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역사적 도시다.

“각국 협의체를 북경에 두고, 동북아 외교 중심 도시로 만들어도 나쁘지 않을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시오?”

“아, 정말 그렇게 해도 되겠습니까.”

아쉽긴 해도 북경이 고려에 넘어가는 것을 기정사실로 알고 있던 초대국왕들이다.

“안될 게 있소. 어차피 국경은 만리장성을 기준으로 할 것이니 장성 안쪽은 그대들 관할 구역이 되지 않겠소.”

장성 안쪽은 니들이 알아서 해. 대신 바깥쪽은 내꺼. 다들 오케이?

주몽의 제안에 초대국왕들은 약속이나 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종전 협상은 저들이 아니라 저와 하는 겁니다!”

왕수 부장은 답답해 미치겠다는 듯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주몽과 초대국왕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대화를 이어갔다.

“그러자면, 북경을 깔끔히 비워야 할 텐데, 내가 장성을 넘어갈 수도 없고…….”

얼렁뚱땅 주몽에게 중앙당 인사들 처리를 맡기려던 초대국왕들은 주몽의 말에 생각을 바꿔 먹었다. 자신들이 직접 나서겠다고 한 것이다.

“우리에게 맡겨 주십시오.”

“흠. 그럴까?”

중국이 일곱 개로 나누어진 상태에서 전쟁 당사국은 북경 하나만 남게 됐다. 주몽 입장에선 최대한 배상금을 뜯어내고 싶지만, 북경이 파산선언이라도 해 버리는 날엔 한 푼도 받아내지 못하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는 것이다.

북쪽 땅을 개발하고 굶주린 국민을 건사하려면 만만치 않은 돈이 필요한데,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전쟁에 이기고도 망하는 웃기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는 것이다. 물론 일본에서 배상금을 받아내면 그럭저럭 나라를 돌릴 수 있겠지만, 그 와중에 자신도 적지 않게 사비를 써야 할 것이다.

하지만, 남은 여섯 개 나라에 북경을 돌려주는 대가로 적절한 비용을 받아 낼 수 있다면 주몽에겐 그것이 남는 장사였다.

‘어느 정도 경제를 복구하면, 지원금과 배상금을 함께 회수하면 되겠군.’

신생국들을 경제적으로 종속시킬 계획을 세우고 있는 주몽으로선, 북경에서 어중간하게 돈을 받느니 독립국들을 공동 채무자로 만들어 놓는 게 좋았다.

주몽의 이런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초대국왕들은 북경이라는 떡밥을 즐거운 마음으로 날름 집어삼켰다. 기존 정부를 밀어버리고 북경에 입성하게 된다면 그 나름대로 정통성 확립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을 내린 것이다.

아무래도 기존 정부를 배신하고 나 몰라라 한 점이 내심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기도 하고 자신들 손으로 직접 중앙당을 쓸어버리고 승리를 선언한다면 지금보다 더 확고한 권력을 손에 넣을 수 있는 것이다.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짓이지만, 때론 이런 명분 하나가 내적, 외적으로 상당한 힘이 되어 준다.

“그대들이 직접 나서준다면야, 배상금 부분도 일부 탕감해 줄 수 있을 것이오. 각각 짐을 나누어지면 큰 부담도 없을 것이고.”

북경에 배상금 일부 탕감이라는 1+1 상품이 확정되자, 초대국왕들은 그 정도 부담은 충분히 나눠질 수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내심엔 북경을 탈탈 털어서 최대한 자신들 주머니를 아끼겠다는 생각도 들어있었다.

주몽은 돈이 어디서 나왔는가가 아니라, 돈을 잘 받아낼 수 있는가가 핵심이었기에 저들이 어찌 행동하던 딱히 관여할 생각도 없다. 주몽으로선 굳이 손을 더럽히지 않아서 좋고, 저들로선 북경을 장악하고 명분과 실리를 모두 챙길 수 있으니 서로가 윈윈하는 모양새가 만들어졌다.

“맡겨만 주십시오!”

“그럼 이왕 하는 김에 종전 협상도 그대들이 적절히 마무리를 지어줬으면 좋겠군. 국경선이야 그렇다 쳐도 배상금과 이주민 문제도 유명무실한 북경이 아니라, 육국(六國) 협의체와 논의를 해야 할 것 같으니. 그 부분만 확실히 처치를 해 준다면 북경은 그대들 것이오.”

주몽은 협상 주체를 북경에서 여섯 개 나라로 바꿔버렸다. 중국과 관련된 협의를 북경이 아니라 자신들과 하겠다는 주몽의 발언은 다시 한번 초대국왕들에 힘을 실어줬다.

“북경과 대화는 저희가 마무리를 짓겠습니다.”

초대국왕들의 말에 주몽은 알아서 ‘잘’ 해 보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초대국왕들은 곧바로 왕수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왕수는 황당하다 못해 반쯤 넋이 나간 표정이 됐다.

종전 협상을 주몽이 아니라 왜 배신자들과 해야 한다는 말인가 말이다. 왕수로선 미칠 노릇이지만, 본래 이런 일은 당사자보다 배신자들이 더 흉악하고 잔인하게 일을 처리하는 법이다.

‘일제 강점기 서대문 형무소를 책임졌던 조선인들이 그랬듯이.’

주몽은 몸을 일으켰다. 이쯤에서 빠져야 할 시간이다.

“나는 잠시 자리를 비켜주리다. 비서실 직원을 보내 놓을 테니. 필요한 게 있으면 얼마든지 이야기하시오.”

“네. 폐하.”

알아서 물고 뜯으라며 자리를 비켜주자, 육국의 초대국왕들은 마치 이날만 기다렸다는 듯 왕수 부장을 갈아 마시기 시작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이 모든 사단의 원흉이 바로 왕수 아닌가 말이다.

* * *

두 나라의 전쟁은 하루도 쉬지 않고 세계 각국에 방송이 됐다.

영악한 방송 관계자들은 war live라는 프로그램을 따로 편성했고 연일 시청률 높이기에 여념이 없었다.

― 고려! 만리장성을 넘을 것인가?

― 북경군구. 밖으로 나올 수도 안에서 머물 수도 없어. 북경 지도부 답답함에 한숨만 늘어.

― 제주도로 간 왕수 외교부장. 소식 두절? 제주도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나.

― 속보! 분리독립을 선언한 군구 사령관들. 북경으로 진격!

― 중국 연이은 분리독립에 이어, 내전까지 치닫나!

고려군이 만리장성을 넘는 게 아니라, 중국 내 분리독립을 선언한 군벌들이 북경으로 진격을 하자, 북경 지도부는 놀라 뒤집어졌다. 자신들을 도와 외적을 물리쳐도 부족할 판에 내전이라니!

진핑 주석의 악쓰는 소리가 집무실 밖까지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아니 왜!!!”

종전 협상을 위해 제주도로 보낸 왕수는 연락 두절이고 느닷없이 같은 편(이라고 믿는)의 공격을 받게 되자, 북경 지도부는 그야말로 패닉 상태가 돼버렸다. 이런 상황에 고려군이 만리장성을 넘게 된다면 중국은 그 즉시 끝장이 나는 것이다.

북경군구 사령관도 속이 바짝 타올랐다.

‘젠장,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북경군구 사령관은 노발대발 소리를 질러대는 진핑 주석을 보며 연신 한숨을 쏟아냈다. 다른 군구 사령관들은 나라를 세울 판인데 자신은 중앙당 머저리들과 함께 숙청당할 위기에 처한 것이다.

‘지금이라도?’

북경군구 사령관의 눈빛이 달라지자, 조마조마한 표정으로 그를 지켜보고 있던 이들이 배를 갈아타기 시작했다. 그냥 갈아타기만 한 것이 아니라, 그의 결심을 촉구하는 자들도 생겨났다.

“사령관님. 이대로 지켜만 볼 생각입니까? 더 늦기 전에 행동에 나서야 합니다.”

“진핑 주석은 무너졌습니다. 더는 그에게 북경을 맡길 수 없단 말입니다.”

“사령관님이 나서야 합니다. 기존 지도부를 밀어내고 북경의 권력을 손에 넣으십시오!”

“맞습니다. 그래야, 다른 군구와 협상이라도 할 수 있습니다. 저들이 북경에 발을 들이는 순간. 우리는 한 명도 빠짐없이 총살당합니다.”

북경군구 사령관은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안타까운 마음이지만, 어쩔 수 없군. 진핑 주석과 지도부를 체포해라!”

명령이 떨어지자, 부하들은 그 말만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곧바로 행동에 나섰다.

한때는 G2 국가라는 강국의 지도자이며 진황제라 불리며 무소불위의 힘을 휘둘렀던 권력자가 흐트러진 모습으로 끌려 나왔다.

“사령관! 지금 이게 뭐 하는 짓인가!”

진핑 주석은 핏발선 눈으로 북경군구 사령관을 노려봤다.

“보다시피 전쟁을 끝내는 중입니다.”

“뭐라?”

“패전에 책임을 묻겠습니다.”

“지금 나를 전범 재판에 회부라도 하겠다는 건가?”

사령관은 말을 나누는 것조차 불편하다는 듯 부하에게 눈짓했다. 진핑 주석은 ‘배신자’ 운운하며 악을 썼지만, 병사들 손에 이끌려 밖으로 사라졌다.

“진군 중인 군구 사령관들에게 연락을 넣어라. 중국을 망가트린 죄인을 체포했다고.”

“네! 사령관님.”

북경군구 사령관은 이렇게라도 북경을 지켜내고 전쟁을 끝내는 것만이 중국을 살리는 길이라 생각했다. 덤으로 자신과 부하들의 목숨도 구해내고 말이다.

하지만, 북경에 입성한 육국(六國)은 체포된 진핑 주석은 물론이고 그를 체포한 군구 사령관과 지도부까지 신속 정확하게 숙청해 버렸다. 여섯도 많은데, 여기에 또 다른 세력을 추가할 생각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북경 점령이 마무리되자, 중국과 고려의 전쟁은 그걸로 끝이 났다. 주몽이 곧바로 종전선언을 해 버린 것이다.

전날까지 핵을 쏘느니 마느니 하면서 으르렁거리던 고려는 주몽의 한마디에 곧바로 태세 전환에 들어갔다.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입을 싹 다물고 점령지 안정에만 집중했다.

고·중전쟁은 선전포고도 없이 전쟁을 시작하더니, 종전도 게눈 감추듯 그렇게 후다닥 끝이 났다. 지켜보던 관객들이 되레 어리둥절한 정도였다.

― 종전 협상도 없이 종전?

― 속보! 분리 독립한 군구가 북경을 점령하는 것이 종전의 조건이었다!

― 고려 영토 확장! 21세기 정복전, 게임이 아니라 현실!

― 고려 왕실 대변인. 영토 확장이 아니라, 고토수복이다!

― 일본, 느닷없이 과거사 사과? 일본 왜 갑자기 고려에 고개를 숙이나.

― 전쟁 배상금. 2,000억 달러 확정. 10년 분할 배상 합의!

― 고려, 일본에 과거사 배상금 1000억 달러 요구! 일본, 울고불고 고난의 협상 끝에 600억 달러 지급! 일본 경제 끝을 모르는 추락!

― 킹 고주몽. 걸어서 판문점 넘어. 양국 국민들 환호!

― 세 달 뒤, 고려 개국과 국왕 등극식 동시 개최. 세계의 관심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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