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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벼락부자, 역대급 깽판을 치다-219화 (220/224)

219장. 왕명이요!

― 속보! 조선 인민민주주의 공화국과 대한민국 – 고려연맹으로 재탄생! 동북아 새로운 강대국 시대가 열리나!

― Go 컴퍼니 고주몽 회장. 고려연맹 맹주로 추대! 고려(구 조선)의 국왕 겸직!

― 21세기 신생 왕조 탄생! 고주몽 회장. 한반도의 맹주로 추대!

― 미국. 고주몽 회장의 왕위 등극에 축전! 예견된 일이었나.

― 킹 고주몽. 퍼스트 오더! 종전 협상이 아닌 과거사 문제?

― 진핑 주석의 특사. 왕수 외교부장. 제주도 급파! 협상인가, 항복인가!

남측과 북측이 만장일치로 주몽을 추대한 사건은 곧바로 세계를 강타했다.

사회주의 노선을 버리고 왕정복고를 선언한 조선의 선택도 충격이었지만, 그걸 용인하고 연맹을 선언한 남쪽의 결정 역시 누구도 예상치 못한 결과였다.

대다수 국가는 제주도에서 날아든 소식에 깜짝 놀라긴 했지만, 그렇다고 딱히 문제 삼지는 않았다.

동북아 일대 대변혁이라 불리는 사건이지만, 바다 건너 동북아는 자국과 실질적으로 거리가 먼 곳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접 국가들은 상황이 달랐다.

전쟁 당사국인 중국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절치부심 협약 파기를 노리고 있던 일본으로선 그야말로 눈앞이 캄캄해졌다.

주몽이 일개 시민이었던 시절에도 넘어서지 못해 매번 헛다리를 짚었는데, 이젠 입 한 번 잘못 놀렸다간 망조가 든 중국 꼴 나지 말라는 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한국이야 으르렁거리는 사이긴 해도 같은 민주주의 세력에 속해 있어서 무력 충돌 따위는 고민하지 않아도 됐다. 하지만 북한은 상황이 달랐다.

중국도 대놓고 받아버리는 북한이니 일본 정도야 아랑곳하지 않고 미사일부터 날릴 놈들이다.

“총리대신 각하.”

머리를 싸매고 끙끙거리고 있던 야베에게 외무대신 기시다가 찾아왔다.

“그래. 무슨 일인가?”

“그게…… 고려에서.”

“고려? 고려는 무슨! 조선이겠지!”

야베는 신경질적으로 반응했다.

“하이. 조선에서 정식 외교문서가 도착했습니다.”

외교문서? 조선이 고려로 국명을 바꾸고 왕국이 된 지 얼마 지나지도 않았다.

중국과의 전쟁은 물론이고 다른 나라들과 외교 관계를 맺기도 바쁠 텐데 일본에 정식 외교문서를 보냈다니. 야베는 피가 싸늘하게 식는 느낌을 받았다.

웃고 떠들며 악수할 사이는 절대 아니니 골치 아픈 내용이 담겨 있을 게 분명했다.

“내용은?”

“그게. 피해보상과 사과를…….”

기시다는 더듬더듬 끊어지는 목소리로 내용을 이야기했다.

“거기까지!”

야베는 더 듣지 않아도 어떤 내용인지 충분히 알겠다며 손을 내저었다.

“어떻게 하면 될지.”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나? 우리가 돈이 어디 있다고 보상금을 내줘!”

주몽과 싸움에서 연이어 깨지면서 나라가 휘청일 정도로 돈을 뜯기는 중이다. 그것뿐인가. 대마도와 오키나와 주민 철수도 자신들이 책임을 져야 하고 인공섬인가 뭔가 하는 미군기지도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그런데 여기에 조선에 보상금까지 준다고? 대놓고 망하겠다는 소리와 뭐가 다르냔 말이다!

“그게 다가 아닙니다.”

기시다는 입술을 질근 깨물더니 남은 내용을 후다닥 말해버렸다.

“1개월 내로 과거사에 대한 진심 어린 사과. 3개월 내로 침탈, 침략, 강제 노역 및 패전국 전쟁 보상금 1,000억 달러 배상. 6개월 내로 재일조선인 한반도 이전과 보상금 지급입니다. 양국 외교 관계를 정상화하기 위해선 위 사항이 꼭 전제되어야 한다고 그렇게 전해 왔습니다.”

“미쳤군!”

야베는 고려의 요구사항에 입이 쩍 벌어졌다. 과거사 사과야 이미 유엔에서 망신당한 거, 한 번 더 못할 것도 없지만 3개월 이내에 배상금 1,000억 달러를 내놓으라니!

“재일조선인 한반도 이주를 나보고 책임지라고? 아니 그보다 왜 멀쩡히 잘 있는 재일조선인을 내보내라는 거지?”

“그게….”

“말을 해!”

“핵 방사능과 지진 위험국에 더는 자국민을 두지 않겠다고….”

“…….”

총리실은 한동안 침묵만 맴돌았다.

“그리고…….”

“또 있다고?”

“하이. 자신들의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과거사 부정, 침략 침탈에 대한 배상 거절로 받아들이고…….”

“훗. 그래서 전쟁이라고 하겠다던가?”

“하이.”

“뭐?”

“요구사항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과거에 있었던 일을 똑같이 갚아주겠다고.”

“빠가야로!”

야베는 성질을 이기지 못하고 책상 위 물건들을 미친 듯이 집어 던졌다.

* * *

주몽의 정식 즉위식은 종전 이후로 미뤘지만, 주몽은 이미 고려 전권 행사를 보증받았다.

제주도에 찾아온 각국 특사들은 새롭게 외교 관계를 맺기 시작했고, 주몽의 가신으로 각국 지부장으로 나가 있던 이들은 신분이 수직으로 상승했다. Go컴퍼니 해외지부장에서 곧바로 고려 외교 대사가 된 것이다.

기존에 파견되어 있던 북한 외교관들 역시 그대로 유임됐고 조선이 아닌 고려국 이름으로 새로운 관계 수립에 나섰다.

“왕수 외교부장을 만날 시간입니다.”

컴퍼니 비서실장에서 왕실비서실장으로 승진한 박산호가 방문자 목록을 확인하며 왕수 부장과의 면담을 알렸다.

주몽은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이왕이면 분리독립을 선언한 군벌들과 함께 봤으면 좋겠습니다.”

“아, 군구 사령관들 말입니까?”

“중국과 관련된 일은 나누어서 처리할 필요가 없을 것 같군요.”

“네. 알겠습니다.”

박산호가 밖으로 나가고 잠시 뒤, 왕수 부장과 각 군구 사령관들이 동시에 얼굴을 내밀었다. 왕수 부장은 금방이라도 얼굴이 터져버릴 듯 빨갛게 달아 올라있었는데, 자신과의 면담에 군구 사령관들이 동석할 거라곤 생각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박산호는 왕수 부장과 군구 사령관들에게 주몽을 소개했다.

“고려연맹의 맹주이시고 Go 컴퍼니 소유주이시자 리벤지 파운데이션의 이사장이신 고주몽 국왕 폐하십니다.”

박산호의 거창한 소개에 왕수는 물론이고 군구 사령관들 역시 어떻게 반응을 해야 할지 몰라 어정쩡한 상태가 됐다. 그때 난주군구 사령관 마웡각이 냉큼 허리를 숙였다.

“난주군구 사령관 마웡각이 국왕 폐하를 뵙니다.”

“난주군구라면 진국?”

“네. 폐하.”

난주군구라고 소개를 했는데, 주몽은 대놓고 진국이라는 표현을 썼고, 군구 사령관 마웡각은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현 상황에서 독립과 안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선 첫째가 주몽의 인정이고 둘째가 리벤지 파운데이션의 공격 중지다. 마지막으로 Go 컴퍼니 지원과 투자가 절실했다.

마웡각이 주몽을 폐하라 부르고 주몽은 그런 마웡각에게 진국이라는 명칭을 허하는 그런 풍경이 만들어지자, 다른 군구사령관들도 앞다퉈 인사를 올렸다.

“제남군구 사령관 뤄샤오닝입니다. 폐하께 인사 올립니다.”

“반갑소. 제남군구면 제국이겠군.”

“네. 폐하!”

“폐하. 남경군구 덩무바이입니다.”

“초국이군.”

주몽은 그 역시 알고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군구 사령관들이 차례대로 자신을 소개하고 국명을 확인받자, 왕수 부장의 얼굴은 썩은 호박처럼 푸르딩딩해졌다.

“국가 기조들은 결정했나 모르겠군.”

기존 그대로 사회주의를 유지할 것인지 아니면 민주주의 또는 고려처럼 왕정복고를 할 것인지 확인에 들어갔다.

사령관들은 서로를 견제하는 것처럼 잠시 눈치를 보더니 조심스럽게 오국에 관해 물었다.

“폐하. 오국도 아직 체제가 결정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가장 먼저 분리독립을 선언했지만, 오국은 피해 복구와 현상 유지에 집중할 뿐 아직 정식으로 국가를 선언한 상태는 아니다. 물론 내적으론 독자적 외교 관계를 수립하며 관계 개선에 나선 상태라 얼마 지나지 않아 정식으로 개국을 하게 될 것이다.

“오국은 왕정 총리제를 준비하고 있다고 하더군.”

“아! 그렇습니까.”

“오국의 보고에 따르면 진화평 대인이 왕가를 열고, 쒀분림 사령관이 초대 총리에 오를 예정이라더군.”

주몽의 말에 사령관들은 눈을 반짝였다.

자신들이 분리독립을 선언한 것은 선구자처럼 앞서 길을 열어간 오국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일종의 롤모델로 삼고 있는 오국이 사회주의를 버리고 자유경제 체제의 왕정복고를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은 사령관들의 마음을 들뜨게 했다.

분리 독립한 자신들도 내심 왕정국가를 노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군권으로 권력을 장악하긴 했지만, 내정이 불안하면 언제 어떻게 쿠데타가 일어날지 모를 일이다. 이 때문에 권력을 확고히 굳히기 위해선 그 무엇보다도 주몽의 지지 선언이 절실했다.

사령관들의 그런 마음을 잘 알고 있다는 듯 주몽이 먼저 손을 내밀었다.

“내게 원하는 것이 있다면 망설이지 말고 이야기해 보시오.”

“저희 제국 역시. 왕정총리제로 나가고자 합니다.”

뤄샤오닝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이미 독립을 선언했으니 체제를 어떻게 이끌어 갈지는 사령관들 손에 달린 게 아니겠소.”

“물론 그렇습니다. 하지만, 신국(新國)이 자리를 잡고 안정을 이뤄내기 위해선 무엇보다 폐하의 지원이 절실합니다.”

뤄샤오닝의 말에 다른 사령관들도 연달아 고개를 끄덕였다.

“흠. 지원이라. 내가 몇 가지 생각을 해 둔 게 있는데 이게 도움이 될지 모르겠군.”

주몽이 손짓을 하자, 박산호는 각국 이름이 표기된 문서를 테이블 위에 올렸다.

사령관들은 조심스럽게 문서를 집어 들고 내용을 살피기 시작했다.

“아…….”

뤄샤오닝 입에서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폐하! 이 은혜를 어찌 갚아야 할지!”

“나라 간에 서로 돕고 살면 좋지 않겠소. 특히 제국은 한반도가 삼한 시대였을 때 백제성이 있었던 곳이니. 모른 체할 수가 없더군.”

주몽은 제국이 고대로부터 한반도와 친밀한 지역이었음을 은근히 이야기했다.

관련 역사에 지식이 짧은 뤄샤오닝이었지만, 주몽이 어떤 의도로 그런 말을 꺼냈는지 정도는 충분히 눈치챌 능력이 있다.

“그렇습니다. 제국은 본래부터 한반도와 거리도 가깝고 또 오랫동안 친밀하게 지내왔습니다.”

제국의 초대 국왕이 될 뤄샤오닝이 주몽과 친한 척을 하자, 다른 사령관들도 머리를 쥐어짜 역사적 관계를 만들고자 노력했다.

‘본국에 돌아가면 역사공정부터 시작해야겠구나!’

지리적으론 떨어져 있어도 후벼 파다 보면 고려와 관계된 인연 몇 개는 분명히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각기 주어진 문서엔 주몽이 지원해 줄 수 있는 내용이 적혀 있는데, 그중에서도 제국에 대한 혜택이 가장 높았다.

이유는 방금 말했던 것처럼 고대로부터 이어져 온 한반도와의 친밀성이 영향을 미쳤다니 없는 과거라도 만들어 이어 붙여야 할 판이다.

제국에 추가로 주어진 지원의 절반 정도만 더 얻어낼 수 있다고 해도 단번에 반년 치 예산 정도는 추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군구 사령관들이 눈빛을 반짝이자, 뒤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박산호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때 더는 참지 못하겠다는 듯 왕수 외교부장이 목소리를 높였다.

“고주몽 회장님. 지금 뭐 하시는 겁니까!”

왕수 부장의 입에서 전하나 폐하도 아닌 회장이라는 직함이 흘러나오자, 당사자인 주몽보다 군구 사령관들이 미간을 찌푸렸다.

“왕수 부장. 예의를 지키시오.”

남경군구 사령관에서 초국 초대 국왕이 될 덩무바이가 싸늘한 눈빛을 날렸다.

“덩무바이 사령관. 지금, 이게…….”

“왕수 부장. 과거엔 당신의 당 서열이 나보다 앞섰을지 모르겠지만, 이젠 모두 의미가 없소. 나는 초국을 대표해 이 자리에 있는 것이니 그대는 말조심을 하는 게 좋겠소.”

왕수 부장이 다시 입을 열려고 하자, 덩무바이는 스쳐지나 듯 한마디 덧붙였다.

“북경을 흡수 통일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군.”

흠칫!

왕수 부장이 덩무바이의 말에 표정이 굳어가는데, 뤄샤오닝도 한 마디 덧붙였다.

“왕수 부장, 당신의 결례를 문제 삼아 진격을 하면 진핑 주석이 뭐라고 할까? 생각해보니 제국에서 북경까지 한 달음이군.”

산동성을 중심에 둔 제남군구는 말 그대로 북경 턱밑에 자리를 잡고 있다. 다른 군구와 달리 제남군구가 움직인다면 당장 하루 이틀 사이에 북경은 불바다가 될 것이다.

“미…… 미쳤어. 다들 미쳤다고.”

왕수 부장은 입술을 잘근잘근 씹어대며 집어삼키듯 말을 흘렸다.

“한족의 위대함을 버리고 고개를 숙이다니. 부끄러운 줄…….”

왕수 부장의 이죽거림에 성도군구 사령관 챠준림이 입을 열었다.

“왕수 부장은 역사 공부가 부족한 것 같군.”

“뭐요?”

“본시 한족은 중원의 수많은 민족 중 하나일 뿐이었소.”

“뭐라?”

“명국이 들어서고 한족 우대 정책을 통해 너나 할 것 없이 한족이란 이름을 쓰기 시작했을 뿐이라는 거요. 정말 몰라서 묻는 거요? 당장 나만 해도 피를 거슬러 올라가면 한족이 아니라 월족 사람이지.”

느닷없이 역사 토론이 이어지고 여기에 탈 한족이라는 민족 커밍아웃이 벌어졌다.

“무엇보다. 일국의 지도자라면 현실을 인정하고 인민을 돌봐야 할 의무와 책무가 있소. 그런데 과연 북경은 그런 책무에 성심을 다하고 있는지 모르겠군. 분리독립을 선언한 우릴 욕하기보단, 이런 상황을 만들어버린 북경과 당신부터 반성해야 할 것이오!”

챠준림은 이 모든 사항을 단 한 줄로 요약했다.

― 이게 다 북경 너희들 때문이잖아! 어따대고 손가락질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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