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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벼락부자, 역대급 깽판을 치다-216화 (217/224)

216장. 핵버튼에 내 손가락 있다.

진핑 주석과 공산당은 주몽에 쏠려 있던 정신을 잠시 북쪽으로 돌렸다.

뇌전 작전이 성공리에 마무리된다면 지금까지의 분위기를 단번에 뒤집어 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주몽이라고 해도 본진이 털려버리면 중국에 대한 공격을 이어나갈 수 없을 것이다.

총 책임자로 이번 작전을 진행 중인 왕수 부장의 입가에서 자꾸만 웃음이 새어 나왔다.

“한국은 미사일 한 방만 떨어져도 난리가 날 겁니다. 조선의 적화 통일 침략이 현실화됐다는 걸 인지하는 순간, 모든 게 엉망이 되어버릴 테니 말입니다.”

왕수 부장의 말에 진핑 주석이 고개를 끄덕였다.

“조선의 지하자원을 우리가 모두 독점하면 그간 입은 피해 정도는 어렵지 않게 복구할 수 있겠군.”

“복구 정도가 아닙니다. 조선은 지하자원 매장량 최대 우량국입니다. 나라가 엉망이어서 그렇지, 제대로 개발만 됐다면 남쪽 못지않은 성장을 이뤄냈을 겁니다. 우리가 조선에 매장되어 있는 자원을 마음껏 꺼내 쓸 수 있다면, 중국은 5년 이내에 세계 최강대국 자리를 빼앗아 올 수 있게 됩니다. 그것뿐입니까? 태평양 진출까지 한 방에 해결되지 않습니까.”

왕수의 열변에 진핑 주석은 물론이고 상황실에 모인 공산당원들까지 장밋빛 미래에 빠져들었다.

“일본은 이미 망가질 대로 망가졌고, 한국까지 폐허가 된다면…….”

“동북아는 물론이고 동남아시아까지 모두 주석님 손아귀에 들어가게 될 겁니다. 이번 작전은 단순히 경제 위기를 넘어서 중국의 미래를 책임지는 일대 변혁이 될 겁니다.”

“하오!”

진핑 주석이 기분 좋은 얼굴로 연신 하오! 하오!를 외치며 왕수의 어깨를 두들겼다. 진핑 주석의 총애가 높아질수록 왕수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다. 이대로만 분위기가 계속 이어진다면 자신의 미래는 탄탄대로가 되는 것이다.

‘나라고 주석 자리에 오르지 말라는 법도 없지 않은가 말이다.’

왕수가 내심 자신의 내일을 점치는 사이, 오퍼레이터들의 상황 보고가 시작됐다.

“16집단군 압록강 도하 시작!”

“67특수작전여단 도하 완료!”

“46, 48차량화보병여단 남진 준비 마쳤습니다!”

“4기갑여단 남진 시작합니다!”

“39집단기계화여단, 압록강 상류에 도착!”

“40집단군 압록 이북 대기!”

진핑 주석은 연달아 도착하는 군구 이동 소식에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이번 쿠데타 수장이 누구라고 했지?”

쿠데타 세력은 중국이 자신들을 밀어준다고 생각했지만, 정작 진핑 주석은 여태껏 주도자 이름조차 몰랐다.

필요에 의해 관리를 지시했을 뿐, 그 이상은 관심조차 주지 않고 있었단 뜻이다.

“친중파 수장 김함수 위원입니다. 적당한 시점에 제거할 생각입니다.”

“이인자와 삼인자를 경쟁시킬 생각이로군.”

“네. 주석님. 조선의 주도권을 놓고 우리 쪽에 충성경쟁을 하게 될 겁니다.”

왕수 부장의 말에 진핑은 흡족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북한에서 미사일 수천 기가 날아오르자, 통신단에서 재빨리 보고가 올라왔다.

“미사일 발사됐습니다!”

진핑 주석과 공산당들의 시선이 전면 스크린 쪽으로 이동했다. 북조선 지역에서 붉은 점 수백 개가 동시다발적으로 깜빡거렸다.

“볼만하군.”

“저 미사일들이 남쪽에 도착하는 순간, 고주몽 그자는 끝장입니다.”

왕수는 그간 당했던 일들을 떠올리며 빠득 이를 갈았다.

“확인된 숫자만 2천 기가 넘습니다. 미사일 계속 증가합니다!”

“남쪽을 초토화해버릴 생각이로군.”

“한국은 이번 전쟁으로 반세기 이상 후퇴해 버릴 겁니다. 동북아의 유일한 거지 국가로 전락을 하겠군요. 하하하하.”

왕수의 말에 공산당들이 웃음을 터트렸다.

“앗! 마사일 궤도가 이상합니다!”

“궤도가 이상하다니?”

“예상 좌표가…… 남쪽이 아니라 북쪽입니다!”

“뭐야?”

“북쪽이라니! 그게 무슨 소리야!”

“아…… 압록강입니다! 미사일 표적이 압록강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오퍼레이터가 기겁한 표정을 하고 미사일 탄착점을 외쳤다.

“도하 완료했거나, 도하 중인 집단군에 미사일이!”

“조선에서 선전포고했습니다. 선전포고 대상은 보…… 본국입니다.”

오퍼레이터의 숨넘어가는 소리에 진핑 주석과 왕수, 공산당들이 몸을 벌떡 일으켰다.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졌다.

“조선이 왜!”

“쿠…… 쿠데타 배후로 본국을 지목했습니다.”

“그게 무슨 소리야! 쿠데타는 성공했다고 했잖아!”

“죄송합니다. 정보가 부족합니다.”

“심양군구의 압록강 도하를 침공으로 선언했습니다. 선전포고 없는 기습 공격이라며…….”

쿠데타 문제는 그런 적 없다고 잡아떼면 그만이지만, 심양군구가 국경을 넘어 북한에 들어간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안돼!”

왕수 부장이 창백해진 얼굴로 비명을 질렀다.

중국은 현재 한국과 미국, 영국을 축으로 한 18개 국가와 경제 전쟁 중이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 저들은 경제 전쟁이 아니라 실질적 무력행사를 하려 들 것이다.

“조선에서 일어난 쿠데타는 우리와 상관없다고 반박 성명 발표해! 그리고 압록강에서 벌어진 일은 정기적 군사 훈련 중인 심양군구를 조선에서 기습 공격한 것으로!”

“네!”

“외신 반응 확인해!”

“외…… 외교부장님.”

“또 뭐야!”

“심양군구 긴급 보고입니다. 집단군 8할 궤멸! 8할 궤멸!”

심양군구 집단군이 궤멸당했다는 소식에 왕수는 털썩 자리에 주저앉아버렸다.

진핑 주석은 구겨진 얼굴로 왕수를 바라보더니 뒤에 서 있는 경호부장에게 눈짓했다. 왕수는 경호원들 손에 붙들려 작전실에서 모습을 감췄다.

“조선이 북진을 시작했습니다!”

“감히 조선놈들이 국경을 넘었단 말인가!”

“조선에서 국가 총동원령을 내렸습니다. 총력전입니다!”

“빌어먹을! 항공여단에 연락해! 국경을 넘은 조선놈들을 싹 쓸어버리라고! 미사일 부대 사령관 연결하고!”

“네. 주석님.”

뇌전 작전은 말 그대로 벼락처럼 내리쳐서 상대를 끝장내겠다는 의미로 시작됐다.

그 때문에 최대한 비밀을 유지하기 위해 소수만 참여하는 형태였는데, 뭘 해 보기도 전에 모든 게 엉망이 돼 버렸다.

“왕수 이 멍청한 놈 때문에…… 이게 무슨 꼴이야!”

손바닥 공깃돌처럼 언제든 가지고 놀 수 있는 게 조선이라더니 앗 하는 사이에 침략군이 되어 군구 하나가 통째로 날아가 버렸다.

중국 땅에서 일어난 일이라면 방어라도 해 봤겠지만, 조선 땅에 딱 들어선 순간 침략 대응이라는 명분에 따라 미사일 공격을 받아버리니 뭘 어떻게 해 볼 수조차 없었다.

완전히 외통수에 걸려버린 것이다.

“미…… 미국이 성명을 발표하고 있습니다.”

“조선에서 일어난 쿠데타를 본국 정부가 주도한 증거…… 증거를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진핑 주석은 얼굴이 창백해졌다.

쿠데타부터 심양군구 진군까지 단 며칠 만에 이뤄진 일이다. 자신들 내부에서도 아는 사람만 아는 작전이었는데, 이걸 어떻게 미국이 알 수 있단 말인가.

“증거라니!”

“와…… 왕수 부장과 심양군구 사령관의 쿠데타 지시 내용이…… 방송을 타고 있습니다.”

“뭐야!”

진핑 주석은 눈앞이 노래졌다.

“출처는…… 조선입니다.”

꽝! 와장창!

진핑 주석은 더는 참지 못하고 탁자를 내리쳤고, 찻잔이 뒹굴면서 떨어져 내렸다.

“UN 긴급 총회를 열겠다고 합니다. 아!”

“또 뭐?”

“러시아에서…… 본국을 전범국으로 지명했습니다.”

“…….”

다른 나라도 아니고, 러시아가?

“한반도 전쟁은 동북아를 넘어 세계 대전의 시발점이라고…….”

“영국과 호주도 같은 성명을 냈습니다.”

“하…… 한국이 선전포고했습니다. 한국 해군이 서해로 이동 중입니다!”

“오키나와에서 출발한 항공모함이 북상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태평양 함대도 이동 중입니다!”

부들부들.

꽉 움켜쥔 주먹이 하얗게 질렸다. 마치 이 상황만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몇 분 사이에 세계 각국이 군사 행동에 들어가면서 전범국 지명이 이어졌다.

“쒀분림에게 연락해! 항공모함이든 한국 해군이든! 서해로 들어오지 못하게 막으라고! 분리독립이든 뭐든, 놈도 외세가 본토에 들어서는 건 원치 않을 거다!”

“주석님…… 쒀분림 군구 사령관이…… 중립을 선언했습니다.”

“군구 사령관들이 쒀분림의 중립 선언에…… 지지를 표했습니다. 발표된 성명 내용은…… 침략 전쟁에 동조할 수 없다입니다.”

이번 작전에 다른 군구를 배제하고 자신을 지지하는 베이징과 심양군구만 동원한 것이 오히려 문제를 일으킨 것이다. 자신에게 억눌려 있던 다른 파당들이 기회를 틈타 군구 사령관들에게 줄을 댄 게 분명했다.

진핑 주석이 몸을 휘청이자, 비서가 재빨리 몸을 부축했다.

“조선에서 혁명군 수장이라는 자가 방송을 하고 있습니다.”

“띄워!”

“네!”

― 침략국인 중국은 들어라! 조선 인민민주주의 공화국은 언제든 핵 무력을 사용할 준비가 되어 있다!

혁명군 수장 하진건은 대놓고 핵무기 사용을 언급했다.

― 공화국 핵 무력에 불바다가 되고 싶지 않다면, 공화국 침공의 원흉! 진핑 주석과 왕수 부장은 항복하고 전범 재판에 응해라! 모든 걸 내려놓고 항복을 하지 않는다면 중국의 턱밑에 핵탄두를 박아주겠다! 공화국은 이번 전쟁을 핵 공멸전으로 선포한다!

하진건의 핵 사용 선언 방송에 중국은 물론이고 세계가 발칵 뒤집혔다. 발칵 뒤집히기는 뒤집혔는데, 각국에서 발표된 반응이 북한을 비난하기는커녕, 이런 사태를 만들어낸 중국을 비난하기 시작했다.

― 대국 운운하는 중국의 두 얼굴!

― 고대로부터 이어져 온 중국의 뻔뻔함. 주변국에 대한 괄시와 무시!

― 역사적으로 간도와 만주는 한국의 영토!

― 청나라와 일본의 불법행위, 주권 국가의 영토를 자시들 마음대로 주고받았다! 곳곳에서 증거 발견!

― 북한, 고토 수복 선언!

― 중국은 전범 국가. 진핑 주석 전범 재판에 회부되나?

― UN 긴급 총회. 다국적 연합군 결성!

― 고주몽 회장. 중국의 행위 절대 용납 못 해. 경제 제재 조치 발표!

― 충격! 한반도 서해로 진입한 항공모함. 한국 국적으로 밝혀져! 탑재된 항공기 F-22. 출격한 J-20 전기 격추! F-22 실전에서 성능 검증!

― 북한군 조선족 자치구 점령! 우린 아직 배고프다! 만주 벌판 점령전 시작!

― 쒀분림의 오국! 북경의 무능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 북경 진공 선포!

― 중국 4개 군구. 쒀분림에 이어 독립 선언! 6개로 나눠진 중국 본토. 내전 벌어지나?

연달아 날아드는 충격적 소식에 북경은 그야말로 참담한 상황이 됐다. 중앙당 고위 서열 당원들이 합종연횡을 시작했고, 진핑 주석에 밀려 숨죽이고 있던 상하이당 파벌과 공청당 파벌이 본격적으로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 * *

북한을 점령하고 한반도를 전쟁 상태로 몰아, 상황을 반전시키겠다던 뇌격 작전은 작전명 그대로 벼락처럼 중국을 강타했다.

심양군구가 날아가 버린 중국은 북한의 만주 진격을 막아낼 방법이 없었다. 그렇다고 북경을 방어하는 베이징 군구를 내려보낼 수도 없는지라, 속만 까맣게 타들어 갔다.

일각에선 핵 사용에 대한 의견이 흘러나오기도 했지만, 핵 선제 타격을 하는 순간 북한 역시 핵 버튼을 누를 것이다. 핵은 가지고 있을 때 힘을 발휘하지 사용하는 순간 공멸로 이어질 뿐이다.

남은 것은 이번 사태를 일으킨 당사자를 잡아들이고 휴전 협상을 벌이는 길뿐이었다.

쒀분림이 중앙당의 무능과 비리를 문제 삼아 북경 진공을 선언했지만, 독립을 선언한 다른 군구를 경계하느라 직접적으로 움직이지는 못했다. 북경으로선 천만다행이라고 할 일이지만 그렇다고 상황을 뒤집을 뾰족한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라, 머리만 싸맸다.

청와대에 도착한 주몽은 비서실장의 안내를 받아 벙커로 이동을 했다.

“회장님!”

주몽이 등장하자, 이명환 대통령은 물론이고 각 부처 장관들과 군사령관들 모두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주몽이 웃는 얼굴로 자리에 앉자, 그제야 다른 이들도 각각 자리를 찾아 앉았다.

“북한에서 연락이 왔다고요?”

“네. 혁명군 수장 하진건 사령관이 특사를 보내겠다고 합니다.”

“그렇군요. 그런데 왜 내가 필요하다는 거죠?”

“특사 방문의 목적이 한국 정부가 아니라, 회장님을 만나 뵙는 거라고 합니다.”

주몽은 며칠 전 하진건과 나눴던 통화를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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