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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벼락부자, 역대급 깽판을 치다-212화 (213/224)

212장. 남쪽이 아니라 북쪽입니다.

주몽의 연락을 받은 청와대는 초비상 상태가 됐다.

이명환 대통령은 곧바로 NSC를 열고 청와대 지하벙커로 들어갔다.

“충성!”

이명환이 비서실장과 함께 벙커에 들어서자, 새롭게 임명된 안보수석과 국방부 장관, 국정원장, 합참의장 및 육해공 사령관들과 수도방위사령관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명환은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더니 자리를 잡고 앉았다.

군부 쿠데타와 비리 관련으로 기존 장성들이 싹 쓸려나가자 군 전체에 인사 변동이 일어났고, 새롭게 별을 달거나 군 수뇌부에 오른 이들은 하나같이 진짜 군인 포스를 줄줄 흘려냈다.

이들에게서 느껴지는 강인한 기운이 이명환의 불안한 내심을 안정시켜줬다.

제2의 남북전쟁이 일어날 수도 있는 지금, 기존 부패하고 무능한 장성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면 어찌 됐을까. 상상만으로도 눈앞이 아찔했다.

‘가주님이 없었다면…… 이 나라는 이미 일본에 무릎을 꿇고 로즈 차일드의 음모에 희생이 됐겠지.’

이명환의 이런 마음을 아는 걸까.

국정원장은 북쪽의 변동 사항을 알아차리고 곧바로 정보를 전해준 주몽에 감사를 표했다. 주몽이 보내준 북측의 쿠데타 정보와 남침계획서는 전쟁을 치러야 하는 이들에게 치트키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전략게임을 하는데 맵핵을 키고 싸우는 기분이랄까. 그런데 장성들 표정이 생각보다 어두웠다.

남침계획서를 손에 넣었음에도 문제가 심각하다는 뜻이다.

“시작하세요.”

이명환 대통령의 명령에 국정원장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금일 오전 10시. 친중파 세력의 김성은 암살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차후, 반대파와 군 장성들에게 김성은의 죽음을 알리고 긴급 소집이 이뤄질 겁니다. 예정 시간은 17시. 오후 5시입니다.”

“후우. 정말 번갯불에 콩 볶아 먹는군요.”

북쪽의 변화에 다양한 시나리오를 작성하며 대응책을 마련해 온 남쪽이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쿠데타와 남침이 동시에 일어난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다.

북쪽에서 일어나는 쿠데타는 남침이 아니라 김씨 일가에 대한 반발로 인해 벌어질 거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전쟁을 벌이기 위해 쿠데타를 일으킨다니. 황당해서 말이 안 나올 지경이다.

“반대파와 군 수뇌부 숙청이 벌어지는 동안, 친중파 영관급 장교들이 군을 장악. 18시 전격적으로 남침이 시작됩니다. 휴전선을 넘기 전에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중, 단거리 미사일 2,800기와 신, 구형 장사정포 800여 대가 서울과 경계부대를 집중 타격, 초토화 작전이 시행됩니다.”

2,800기가 넘는 미사일이 일시에 서울에 날아든다는 말에 NSC 참석자들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북한이 미사일에 미쳐서 시도 때도 없이 실험과 생산을 반복하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일시에 쏟아낼 수 있는 물량이 저렇게 많으리라고는 예상치 못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장거리 탄도 미사일입니다. 모두 아시겠지만,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은 미국 서부까지 날아갈 정돕니다. 당연히 목포와 부산도 공격 범위에 들어갈 것이고 타격 목표는 중공업 산업단지들입니다.”

중공업 산업단지는 전쟁 물자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중요거점이다.

서울에 날아든 3000기가량의 미사일도 문제지만 군 장비를 생산해 낼 수 있는 산업단지가 무너지면 반격의 여지마저 놓치게 된다.

이명환은 현대전의 무서움을 다시 한번 실감했다.

이건 총 들고 싸우고 말고 할 것도 없이 버튼을 누르는 것만으로도 모든 걸 폐허로 만들어 버리는 것이다.

“현대의 보병은 점령지 깃발 관리용이라더니…… 북한에서 날아든 미사일의 요격 범위는 어떻게 됩니까.”

“미사일 요격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보시면 됩니다.”

“뭐…뭐요? 그게 무슨 소립니까! 그간 MD 구축을 위해 들인 돈이 얼마인데!”

이명환 대통령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면목이 없습니다.”

합참의장과 회의에 참석한 장성들은 참담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구축해 놓은 MD는 전혀 쓸모가 없다는 말입니까?”

“그렇지는 않습니다. 서울을 방어하기 위해 구축된 방공망을 이용하면 최소 300기가량은 잡아낼 수 있다고 자신합니다. 다만, 미국과 연계해 만들어진 MD 방어망은 장거리 탄도 미사일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겁니다. 한반도보다 미 본토로 날아가는 미사일 방어용이라고 생각하시면 정확합니다.”

“한국은 미국의 고기 방패였다는 소리군요.”

이명환 대통령의 입에서 거친 소리가 흘러나왔다.

“휴전선 방어는 어떻습니까?”

“전방부대 교전은 우리 쪽이 확실한 우위입니다.”

부대 간 전투는 남쪽이 유리하지만, 초토화 작전은 제대로 막아내기 어렵다는 뜻이다.

“만에 하나 북에서 핵을 사용한다면…….”

이명환 대통령 입에서 핵이 언급되자, 벙커 내부엔 침음성만 흘러내렸다. 그때 벙커 안으로 주한미군 사령관 로렌스가 모습을 나타냈다.

로렌스는 자리에 앉자마자 ‘전시작전권’을 꺼내 들었다.

“지금 이 자리에서 그걸 논하자는 말입니까?”

뜬금없이 전시작전권을 꺼내든 로렌스의 태도에 다들 황당한 표정이 됐다.

“백악관의 결정입니다. 북한을 선제 타격해서 예봉을 꺾어 놓거나, 아니면 작전권을 넘기고 미군은 일본으로 물러납니다.”

“…….”

로렌스의 발언에 잠시 침묵이 이어졌다. 로렌스는 회의장 분위기에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말을 이었다.

“북한이 밀고 내려오면 솔직히 서울은 포기해야 합니다.”

“미국이 한국에 머무는 것은 이런 상황을 대비하기 위해서입니다.”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제안한 겁니다.”

로렌스는 시간을 확인하더니 다시 말을 건넸다.

“지금쯤 김성은이 암살을 당했을 겁니다. 친중파가 군부 장악까지 마치게 되면 그땐 더 이상 방법이 없습니다. 전쟁을 조기에 마무리 짓고 한국의 피해를 최소화하려면 평양 선제 타격밖에는 없습니다.”

“그건 안됩니다!”

합참의장이 반대 의견을 들고 나왔다.

“우리가 먼저 치고 올라가는 순간, 북한은 핵 버튼을 누를 겁니다. 그와 동시에 중국과 러시아가 참전하겠죠.”

로렌스의 의견에 내심 고개를 끄덕이고 있던 사람들은 핵 버튼이라는 말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로렌스는 그게 무슨 의미가 있냐는 듯 고개를 흔들었다.

“어차피 결과는 마찬가지 아니겠습니까. 북한이 핵을 사용하든 사용하지 않든. 한국은 폐허가 될 겁니다. 북한의 남침계획서는 점령전이 아니라 초토화 작전을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가지 잊고 계시는 것 같은데 북한엔 핵만 있는 게 아닙니다. 미국은 핵보다 그걸 더 걱정하고 있습니다.”

“생화학 무기를 말하는 겁니까?”

“정보국에서 내놓은 분석에 의하면 북한이 보유한 생화학 무기는 경기도 일대를 죽음의 대지로 만들 분량이라고 합니다. 말 그대로 살아서 돌아다니는 생명체는 하나도 남김없이 죽을 겁니다.”

“어이가 없군요. 그래서 함께 싸워보지도 않고 일본으로 꽁무니를 빼겠다는 말입니까?”

“그럴 리가요. 전력을 보전해서 차근차근 밀고 올라가자는 말입니다.”

말은 그럴싸했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혹시나 한반도에 핵 또는 생화학 무기가 떨어질 것을 대비해 안전한 곳으로 자리를 옮기겠다는 말이다.

“대통령님 결정을 해 주시죠. 선제 타격입니까. 아니면 전시작전권 회수입니까?”

선제 타격이 완벽히 성공해서 북한을 꺾어 놓는다면 모를까. 만에 하나 핵미사일이나 생화학미사일을 놓치기라도 하는 날엔 한반도는 지옥이 돼버릴 것이다. 그렇다고 전시작전권을 회수하면 미국은 옳거니 하며 발을 빼 버릴 것이다. 그야말로 진퇴양난이다.

이명환이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머뭇거리는데, 비서실장이 조심스럽게 말을 건넸다.

“대통령님. 고주몽 회장님과 연결이 됐습니다.”

반쯤 일그러졌던 이명환의 얼굴이 활짝 펴졌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고주몽이라면 뭔가 방법이 있지 않을까 싶은 것이다.

“뭘 물어보고 있습니까. 바로 연결을 하세요!”

“네. 대통령님.”

벙커 내부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에 주몽의 얼굴이 나타났다.

“회장님!”

― 아. 모두 모여계시는군요.

주몽은 회의실 내부를 둘러보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 어떻게. 방어계획은 잘 만들어지고 있습니까?

“그게…….”

이명환 대통령은 선뜻 입을 열지 못하고 한숨만 내 쉬었다.

“합참의장. 나 대신 설명 좀.”

“네. 대통령님. 지금 상황이…….”

― 그렇군요. 대충 돌아가는 상황은 알겠습니다.

합참의장의 설명이 아니더라도 남침계획서에 대한 내부적 검토가 끝난 상황이라 더 묻고 말고 할 것도 없었다. 주몽의 목적은 남침 방어계획이 아니라 주한미군 사령관 로렌스에게 있기 때문이다.

― 로렌스 사령관님.

“네. 회장님.”

― 작전권 회수해 가세요.

“네?”

작전권을 회수해 가라는 주몽의 발언에 로렌스 사령관은 물론이고 회의에 참석한 이들도 움찔한 표정이 됐다.

국정원장이 재빨리 입을 열었다.

“회장님. 전시작전권을 회수해 버리면…….”

― 미군은 일본으로 물러나겠죠? 반나절 만에 그게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원한다면 그렇게 해도 됩니다.

주몽의 말에 로렌스 사령관이 입을 열었다.

“후회하지 않으시겠습니까? 백악관에선 선제 타격만이 조기에 전쟁을 마무리 지을 수 있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 선제 타격이든 후제 타격이든. 달라질 게 있습니까? 북쪽은 물론이고 남쪽까지 엉망이 되겠죠.

“그래도 최대한 가능성 큰 쪽을…….”

― 로렌스 사령관님.

“네. 회장님.”

― 작전권 내려놓고 벙커에서 나가세요.

“허허. 이거야 원.”

로렌스는 이명환 대통령에게 시선을 돌렸다.

“대통령님. 한국의 통수권자는 대통령님 아니셨습니까? 일개 기업인이 이런 회의에 참석한다는 것도 그렇지만…….”

로렌스는 주몽의 월권행위를 계속 두고 볼 거냐는 듯 이명환을 바라봤다.

“로렌스 사령관.”

“네. 대통령님.”

“나가세요.”

“대통령님! 미국이 물러나는 순간. 한국은 그걸로 끝입니다!”

로렌스 사령관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끝이 나든, 아니면 구사일생으로 살아남든. 이제 한국이 알아서 할 일입니다. 전시작전권은 지금, 이 시각 부로 한국에 있습니다. 로렌스 사령관이 먼저 제시한 부분이니 차후 이 문제에 대해선 문제 삼을 수 없다는 점. 확실히 밝혀 둡니다.”

“후회하실 겁니다.”

― 로렌스 사령관님. 한국은 신무기 실험장이 아닙니다. 그쯤하고 나가 주세요.

주몽의 입에서 신무기 운운하는 말이 흘러나오자, 로렌스 사령관의 표정이 딱딱히 굳어졌다.

“지금 그 말 책임질 수 있습니까?”

로렌스 사령관은 자신의 명예에 모욕을 당했다는 듯 매섭게 주몽을 노려봤다.

― 사령관이야말로 정신 차리세요. 뭣들 합니까? 거기 관계자 외 출입금지 구역이잖아요.

주몽의 입에서 관계자 외 출입금지라는 말이 흘러나오자, 이명환 대통령은 경호팀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로렌스와 미군 관계자들을 모두 내보내라는 뜻이다.

“흥! 나중에 도와 달라는 소리나 하지 마시오!”

로렌스는 거칠게 몸을 일으키더니 부하들과 함께 밖으로 나가버렸다.

벙커 내부에 잠시 침묵이 맴돌았다. 주몽과 이명환 대통령의 결정이 과연 옳은 것인지에 대해 판단을 내리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회장님. 왜 이런 결정을 내리셨는지 묻어봐도 되겠습니까?”

합참의장이 총대를 멨다.

― 미국이 전시작전권을 가지고 있으면 안 되거든요.

“네?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 김성은 암살은 예정대로 진행이 될 겁니다. 하지만, 친중파가 권력을 장악하는 일은 없을 테니 다들 걱정하지 마세요.

“그 말씀은 쿠데타가 실패한다는 말입니까?”

― 아니요. 쿠데타는 성공할 겁니다. 친중파가 아니라 우리 편이. 그리고 그와 동시에 한국군은 북으로 진격합니다.

“부…… 북침을 하자는 말씀입니까?”

북으로 진격한다는 주몽의 말에 벙커 내부는 한순간 쩍 얼어붙었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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