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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벼락부자, 역대급 깽판을 치다-208화 (209/224)

208장. 난타전

왕수 외교부장은 이번 일에 발을 담근 자들은 한 놈도 빠짐없이 죽여버릴 작정이다.

그게 나라가 됐든 회사가 됐든. 대국의 체면에 손상을 입힌 자들은 하나도 빠짐없이.

다시는 중국과 눈을 마주하지 못하도록, 옆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오금이 저려서 머리를, 허리를, 그리고 무릎을 굽힐 수밖에 만들어 줄 것이다.

“미꾸라지 몇 마리가 대국에 흙탕물을 일으켰다.”

같은 부장급들이지만, 왕수 부장의 말에 너나 할 것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공산당 서열 3위는 동렬 직급 따위로 섣불리 비벼볼 수 있는 위치가 아니다.

거기다 진핑 주석의 신임을 한 몸에 받고 있으니 불만을 품고 구시렁거릴 시간에 조금이라도 공을 세워서 한 단계라도 서열을 높이는데 집중할 시간이다.

“이번 작전은 오랑캐들을 섬멸하고 천명이 우리 중국에 있음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작업이 될 것이다.”

왕수 부장의 말에 연신 고개를 끄덕이던 부장들이 뒤이어 흘러나온 말에 깜짝 놀라는 표정이 됐다.

“중화인민공화국은 오늘을 기점으로 중화제국으로 거듭날 것이며…….”

과거 시민혁명을 통해 프랑스 권력의 정점에 섰던 나폴레옹이 공화정을 포기하고 스스로 황제의 자리에 올랐던 것처럼, 진핑 주석은 말뿐인 황제가 아니라 진짜 황제가 되길 원하고 있다.

“지금 이 시간부로 천명(天命) 작전을 시작…….”

쿵!

회의실 문이 열리며 외교부부장 장첸이 다급히 뛰어들었다.

“뭐얏!”

막 작전 시작을 선포하려던 왕수 부장은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크…… 큰일 났습니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알아듣게 설명을 해!”

“본국과 거래 중인 기업들이 결제를…….”

“장첸!”

앞뒤 설명도 없이 다급히 말을 던지는 장첸의 태도에 왕수 부장이 목소리를 높였다.

“죄…… 죄송합니다. 본국에 투자한 해외 기업들이 철수를 선언했습니다.”

“뭐? 그게 무슨 소리야!”

“그뿐만이 아닙니다. 거래 중인 기업들이 채권을 내던지고 있습니다. 외화가 빠른 속도로 빠져나가고 있단 말입니다.”

“…….”

왕수 부장은 잠시간 멍한 표정이 됐다.

“뭐…… 뭐가 어쩌고 어째?”

“청국 채권을 처리하느라, 본국 외화보유고가 바닥이 났다는 소문이 터졌습니다. 그 때문에…….”

장첸의 말에 왕수 부장의 표정이 하얗게 질렸다.

“누가! 어떤 놈들이 그런 미친 소리를 지껄이는 거야!”

왕수 부장이 버럭 소리를 지르는데, 상무부 소속 직원이 재차 회의실에 뛰어들었다.

“부장님. 큰일 났습니다!”

상무부장 루쒼은 더 이상 자리에 앉아 있을 수 없었다.

“왕수 부장. 일단 사태파악부터 하고 그다음에 이야기합시다.”

루쒼은 왕수 부장의 허락이 떨어지기도 전에 직원과 함께 회의실을 벗어났다.

다른 부장들도 하나둘 몸을 일으키더니 각각 담당 부서를 향해 달려나갔다.

중화제국의 천명 운운하던 회의실은 순식간에 텅 비어버렸다.

왕수는 식은땀을 흘리고 있는 장첸에게 손짓을 했다.

“네. 부장님.”

“다시 설명해 봐. 뭐가 어떻게 되고 있다고?”

“본국 외화보유 위기설은 홍콩 항셍증시에서 루머가 시작된 것으로 보입니다.”

“루머?”

“네. 청국 채권을 처리하느라 달러가 말라버렸고, 그 때문에 거래 기업들이 결제하지 못해 부도가 날 수도 있다는 루머였습니다.”

“그게 말이 돼? 본국 보유고는…… 빌어먹을!”

왕수는 뒤늦게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눈치를 챘다.

G2에 오른 중국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던 미국이 공작을 펼친 것이다.

“채권을 들고 찾아온 것이…… 이런 상황을 만들어내려고.”

왕수 부장은 현기증이 밀려들었다.

“상황은?”

“거래 기업들이 채권을 내 던지면서 지수가 급격하게 떨어지고 있습니다. 거기다 해외 기업들이 너나 할 것 없이 결재를 요구하고 나서서 기업들이 보유하고 있는 자본이 빠르게 말라간다고 합니다.”

“달러를 풀어.”

“네. 부장님.”

“그리고 우리가 들고 있는 미국 채권.”

“네?”

“내 던져. 미국놈들이 달러로 장난을 친다면…… 우리도 가만있을 수는 없지.”

“상무부장과 논의를 해야…….”

아무리 왕수 부장이 공산당 서열 3위라고 해도, 타국 국채와 관련된 사항은 임의로 처리할 부분이 아니다.

“상무부로 간다.”

“네. 부장님.”

왕수와 장첸마저 자리를 떠나자, 천명 작전에 대한 열기로 가득했던 회의실은 싸늘하게 식어버렸다.

* * *

“항셍지수. 상해지수에 따른 속도로 떨어집니다. 반대포지션 목표 금액에 도달합니다. 청산!”

“공매도 시작합니다!”

“중국발 외환위기설이 거래 국가들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습니다.”

“작전에 참여한 G20 국가와 기업들이 중국탈출을 선언했습니다. 위안화 매도 들어갑니다!”

“상무부가 보유 달러를 기업들에 풀고 있습니다.”

“중국이 환율을 지키려고 무리수를 두었습니다!”

중국 정부가 환율에 직접 개입하기 시작했다는 보고가 올라오자, 주몽은 필립에게 시선을 던졌다. 필립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곧바로 백악관과 통화를 시작했다.

“백악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이 시작됐습니다. 내용은 환율조작국 지정입니다!”

“중국 증시에 매도물량이 쏟아집니다. 해외 투자자들이 달러로 바꿔서 중국을 빠져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영국도 환율조작국으로 중국을 가리켰습니다. 파운드화는 물론이고 유로화가 빠져나가기 시작합니다.”

“합자회사들이 지분을 내 던졌습니다. 중국 기업들 주가 하락이 급격히 진행됩니다!”

주몽의 시선이 이번엔 정일표 차관보에게 이동했다.

유엔에서의 공을 인정받아 차관보로 빠른 진급을 했고, 이번 작전을 위해 한국 정부와 소통을 맡고 있었다.

정일표 사무관은 곧바로 재경부에 연락을 넣었다.

“한국 내 진출해 있는 중국 자본과 기업들에 거래 중지 명령이 떨어졌습니다. 명분은 중국 정부의 지불불능사태에 대비입니다.”

정일표 차관보의 보고에 조나단 팀이 곧바로 응수했다.

“월가에서 움직입니다! 환율 전쟁이 시작됐습니다!”

한때 영국 정부를 항복시켰던 월가의 자금이 이번엔 중국을 타깃으로 삼고 송곳니를 드러냈다.

빠져나가는 달러와 유로화에 위안화 폭락까지 사태가 확산되자 그 틈을 노리고 비수를 꽂은 것이다.

월가뿐만이 아니다. 전 세계 금융자본이 떨어지는 떡고물이라도 주워 먹고자 어슬렁거리더니 월가가 참전을 선언하자 너도나도 연합을 시작했다.

속보를 내놓는 방송사들은 ‘제2의 아편전쟁’이라는 자극적인 타이틀을 걸고 중국의 경제 위기를 폭포수처럼 쏟아냈다.

각국 경제연구소는 약속이나 한 듯 ‘중국을 떠나라! 지금 당장!’이라는 메일을 발송했고, 이는 중국 내 자금 이탈을 가속화시켰다.

“중국 자본가들이 동남아 쪽으로 이동을 합니다.”

“뭐?”

중국을 털어먹으려는 외부세력이야 당연한 일이지만, 중국 내 본토 자금까지 빠져나가고 있다는 말에 조나단이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화교 자본은 애국 자본이 아닙니다. 정권이 바뀌든 나라가 바뀌든 언제나 존재해왔고 또 존재해 나가길 바라는 자본입니다.”

한마디로 나라가 뒤집힐 것 같으니, 자신들의 재산을 안전한 곳으로 옮기고 있다는 말이다.

조나단은 그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군요.”

주몽과 리벤지 파운데이션은 중국을 IMF 체제로 끌어들여 저가 쇼핑을 할 생각이다.

눈치 빠른 화교 자본이 슬그머니 무임승차를 노리고 있었다.

“조나단. 화교 자본과는 이미 이야기를 끝내놨습니다. 그러니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이미 이야기를 끝냈다는 주몽의 말에 조나단이 깜짝 놀란 표정이 됐다.

그 말은 화교 자본의 이동이 이미 계획된 일이란 뜻이다.

조나단이 우려스러운 눈빛을 보였다.

월가를 탐욕의 화신이라도 부르곤 하지만, 화교 자본처럼 피를 보아서라도 탐욕을 부리는 집단은 아니다.

“보스. 다시 한번 생각을 해보시죠. 저들이 눈치 빠르게 빠져나가고 있다지만, 피해가 적지 않을 겁니다. 이번 기회에…….”

“제2의 아편전쟁이니 뭐니 하지만, 중국은 과거 청나라와는 다릅니다. 싸움이 길어지면 우리 쪽도 피해가 커집니다.”

기업들이 탈출을 선언하고 중국 내 지분을 청산하는 것으로 압박을 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기업은 이익추구 집단이다.

이번에 손해 본 부분을 벌충하고 추가로 이익을 챙길 수 있다는 판단이 섰으니 작전에 참여한 것이다.

하지만, 그 때문에 이 싸움은 오래 끌 수도 없고 끌어서도 안 되는 싸움이다.

한계치 이상의 피해가 누적되면 우리 쪽 기업이 먼저 무너질 수도 있었다.

“조나단 그거 아세요?”

“네?”

“화교 자본은 공산당을 싫어해요. 공산당은 사유재산을 인정하지 않으니까요. 그들이 중국 본토에 자리를 잡지 않고 동남아에 본진을 둔 게 다 이유가 있어서 그런 겁니다. 화교 자본은 중국공산당의 턱밑 비수가 되어 줄 겁니다.”

* * *

상무부에 만들어진 TFT에 진핑 주석이 얼굴을 내밀었다.

상무부장은 즉시 브리핑을 시작했다.

“리벤지 파운데이션? 고주몽이 이 일에 끼어들었다는 말인가?”

“네. 주석님. 일본을 공격할 때와 같은 방식입니다.”

진핑 주석의 얼굴이 흉악스럽게 구겨졌다.

“혹시 채권도 그놈이?”

“정보부 판단에 의하면…… 네. 그럴 가능성이 7할 이상입니다.”

“놈을 죽이는 방법은?”

진핑 주석의 입에서 암살이라는 말이 흘러나왔다. 왕수 부장이 입을 열었다.

“죄송합니다.”

“불가능이야. 불가야?”

“현재 고주몽의 위치는…… 일국을 대표한다고 봐야 합니다. 자칫 잘못 건드렸다가는.”

“전쟁인가.”

“분석팀 보고에 의하면. 네. 그렇습니다.”

“어이가 없군.”

진핑 주석은 신경질적으로 얼굴을 쓸어내렸다.

“외화보유고는?”

“아직은 버틸 만합니다. 각 성이 보유하고 있는 외화가 적지 않으니 말입니다.”

외화보유가 바닥나서 위험하다는 루머와 달리 중국은 아직 충분히 싸울 힘이 있었다.

상무부장이 곧바로 의견을 제시했다.

“역습을 하는 게 어떻겠습니까?”

“설명해 봐.”

“루머를 더욱 키우는 겁니다.”

“루머 때문에 일이 이 지경이 됐는데, 루머를 더 키우겠다?”

“네. 그렇습니다.”

“그러다 외통수에 빠지면?”

외화가 바닥났다는 소문이 돌면, 본국 기업들이 부도를 맞을 수도 있다.

놈들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달려들어 바닥까지 떨어진 주식을 싹 쓸어 담을 것이다.

“주석님. 화교 자본을 이용하면 됩니다.”

화교 자본이라는 말이 흘러나오자, 진핑 주석은 물론이고 왕수 부장도 관심을 보였다.

“헐값으로 만들어서 중국에 진출한 해외 기업들까지 싹 쓸어 담자?”

“미국에선 제2의 아편전쟁이니 뭐니 떠들어대고 있지만, 중화인민공화국은 과거의 청국이 아닙니다. 이 정도 전쟁은 충분히 치러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전쟁이 길어지면…….”

“무너진 기업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겠지.”

“네. 기업을 다시 복구하려면 자본도 문제지만 시간이 적잖게 들어갑니다. 세계 경제는 하루가 다르게 발전을 하고 있습니다. 1년만 정체가 되도 쫓아가기가 어려울 정도입니다.”

상무부장의 말에 왕수도 같은 의견을 냈다.

“특허와 저작권을 무시하고 자국 기업 육성에 힘써온 우리입니다. 하지만, 이런 방식으론 더 이상 발전이 어렵습니다. 미국이 저렇게 난리를 치는 것도 저들의 기술을 사용했다는 것 때문입니다.”

저들의 기술을 사용했다고 부드럽게 이야기했지만, 기술도용은 물론이고 기회가 될 때마다 기술자는 물론이고 정보까지 가리지 않고 훔쳐냈다.

얼마 전까지 이런 작업이 계속됐지만, 미국은 물론 다른 나라들 역시 이를 눈치채고 본격적으로 제재에 들어갔다.

말인즉, 훔쳐서 발전하는 건 거의 한계에 도달했다는 소리다.

“전쟁이 길어지면, 기술 후진국으로 내려앉을 수도 있다는 말이군.”

솔직히 지금도 기술 강국이라곤 할 수 없다. 그런데 여기서 다시 뒤처진다면 중국의 미래에 막대한 손실이 발생할 것이다.

“좋아. 진행해.”

진핑 주석의 허락이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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