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글로벌 벼락부자, 역대급 깽판을 치다-207화 (208/224)

207장. 중국이 뭘 한다고?

왕수 외교부장에게 채권 경매 건은 치욕 그 자체였다.

눈에 빤히 보이는 저들의 협잡에도 꼼짝없이 당해야만 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그 틈바구니에 대만과 한국이 끼어 있다는 점이 더더욱 그를 분노케 했다.

“감히…….”

왕수 부장은 인공섬 응징 프로젝트를 손에 들고 진핑 주석을 찾아갔다.

왕수를 맞이한 진핑 주석 역시 표정이 좋지를 않았다. 버틴다고 해결되는 것도 아닌데, 괜히 시간만 끌다가 된서리를 맞았기 때문이다.

“왕수 부장.”

“네. 주석님.”

“자네가 아직 그 자리에서 숨 쉴 수 있는 이유는 단 한 가지다.”

“복수하지 않으면 군자가 아니라고 했습니다.”

왕수 부장의 말에 진핑 주석이 고개를 끄덕였다.

“대국에 고개를 쳐든 대가를 톡톡히 치르게 해줘야 할 것이야.”

“한국에 대한 응징 프로젝트입니다.”

왕수 부장은 보기 좋게 정리된 기획서를 책상 위에 올렸다.

내용을 확인한 진핑 주석은 고개를 끄덕였다.

“북한은?”

“주석님 명령만 기다리고 있습니다.”

“대륙의 역사에 눈엣가시 같은 한반도다. 다시는 고개를 들지 못하게 확실히 밟아버려야 할 것이야.”

고대로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통일 왕조의 마지막 전쟁은 언제나 한반도에 똬리를 튼 동이족이었다.

수나라가 그랬고, 당나라가 그랬다.

찬란하게 떠올랐던 제국들이 저 조그마한 동이족을 어쩌지 못해서 망국의 길을 걸었다.

6.25 전쟁 때 북쪽을 도운 이유도 마찬가지다.

8억의 중국 인민도 못 해낸 일을 저 조그만 땅덩이에 모여 사는 조선인들은 거리낌 없이 일본과 맞서 싸웠다.

더 어이없는 것은 테러리스트나 다름없는 그 조선인을 일본에선 오히려 존경하고 영웅으로 생각하는 자들까지 생겨났다는 것이다.

그것뿐인가. 전쟁 폐허로 세계 제일의 가난한 나라가 됐던 한국을 보라.

콧대 높은 서구도 수백 년에 걸쳐 이룩한 것을 반세기 만에 이뤄냈다.

땅 넓이가 대국의 힘이었던 과거와 달리 현대는 기술과 자본이 대국의 척도다.

중국이 드넓은 바닷가에 모래알이라면, 한국은 늪지대에 수렁과 같다.

자칫 발을 잘못 들이면 다시는 빠져나올 수 없는 끈끈한 진흙 덩이와 다름없는 놈들.

그게 진핑이 생각하는 동이족이다.

비밀리에 북한을 장악하고 남쪽과 전쟁을 일으켜서 다시 한번 폐허로 만들어 버릴 것이다. 제2의 동족상잔이니 뭐니 하면서 떠들어대겠지만, 자기들끼리 멱살 잡고 싸우겠다는데 누가 뭐라 할 것인가. 세계는 그저 구경꾼으로 머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번 기회에 북한은 물론이고 남한까지. 중국의 변방으로 만들어 놓겠습니다.”

왕수 부장은 경매장에서 당했던 치욕이 다시 떠오르는지 이를 악물고 대답했다.

채권 때문에 날아간 비용도 북한을 장악하는 순간, 충분히 채워 넣을 수 있을 것이다.

가난한 국가니 뭐니 떠들어대지만, 마른오징어도 쥐어짜면 물이 나오는 법이다.

왕수 부장과 진핑 주석은 북한 땅과 조선족을 현대판 식민지로 만들어 중국몽을 더 발전시킬 수 있는 찰진 거름으로 사용할 생각이다.

* * *

경기도 인근 원룸 공사장.

잡부들을 데리고 현장에 도착한 안문수는 장비를 꺼내다 말고 스마트 폰 문자를 확인했다.

누가 봐도 흔해 빠진 스팸 문자였지만, 내용을 확인한 안문수는 표정이 굳어졌다.

“소장님. 뭐하십니까. 빨리 장비 내리고 작업 시작해야죠.”

안문수를 따라다니는 목수 하나가 왜 그러고 있냐는 듯 말을 건넸다.

“오늘 작업 접는다.”

“네?”

“물건 다시 실어.”

“아니 왜요. 오늘 일당이라도 받아야 우리 애들 용돈이라도 쥐여 주는데.”

안문수는 목수 귓가에 입을 가져다 대더니 으르렁거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동무. 당장 움직이라우. 내 말이 우습네?”

“…….”

안문수 입에서 동무란 단어가 흘러나오자, 단춧구멍 같던 목수의 눈이 호두알만 해졌다.

공사장 관리자가 뒤늦게 안문수를 찾았지만, 그가 타고 왔던 승합차와 목수, 잡부들은 흔적이 없이 사라져버렸다.

안문수의 승합차는 과속 카메라에 찍히든 말든 모조리 무시하고 서울로 향했다.

“이거. 이래 밟아도 되는 겁니까? 과태료 어마어마하게 나올 것 같은데.”

“닥치고 더 밟으라우! 지금 과태료 걱정할 때가 아니야!”

운전을 맡은 목수가 불안한 눈빛으로 안문수를 바라봤다.

“아이고, 이거이. 과태료가 무시할 것이 못 됩니다. 요거 두어 장이면 삼일 꼬박 일한 게 꽁으로 날아간단 말입니다. 남쪽에서 먹고 살기가 얼마나 빡센데.”

“쫌 닥치라우.”

안문수가 살벌한 눈초리로 노려보자, 목수는 입술을 삐죽거렸다. 공화국 혁명 자금이 끊긴 지 벌써 3년이다.

“이런 거라도 아껴야 입에 풀칠이라도 하는데…….”

“목구멍에 기름칠해 줄 테니까네. 말 좀 들으라우. 와 이리 주동이가 가벼워졌네!”

“쩝. 목적지나 확실히 알려주시라요.”

“Go 컴퍼니!”

안문수 입에서 Go 컴퍼니란 이름이 흘러나오자, 연신 투덜대고 있던 목수의 표정이 단번에 굳어졌다.

“처음부터 그리 말했으면 됐을 것 아니요. 나만 믿으시오.”

과태료 운운하며 우는소리를 하던 목수는 좌석을 당겨 앉더니 액셀러레이터를 끝까지 밟아버렸다.

부아―아―앙!

계기판 바늘이 쭉 치고 올라가더니 순식간에 180km에 도달했다.

뒷좌석에 타고 있던 잡부들은 공구 통을 열고 공구가 아닌 무기를 꺼내 들었다.

만약의 상황에 대비하는 것이다.

안문수는 스팸 문자를 다시 한번 확인하더니, Go 컴퍼니에서 만들어 준 전화기를 꺼내 들었다.

“양 과장. 나 안문수요.”

― 네. 안 소장님.

“북쪽에 일이 생겼소.”

― 갑자기 그게 무슨 말입니까? 작전은 문제없이 진행되고 있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되놈들이 잔뜩 달아올랐단 말이요.”

― 되놈이라면 중국 말입니까?

“길티. 친중파에 놈들 지령이 내려왔소.”

― 김성은 암살 명령이라도 떨어진 겁니까?

“길티. 국정원 출신 과장이라서 눈치가 빠르구만 기래.”

― 네? 지…… 진짜 암살 명령이 떨어졌다고요?

양 과장은 깜짝 놀란 표정이 됐다.

하도 호들갑을 떨기에 대충 넘겨짚은 말인데, 진짜 암살 명령이 떨어졌다니.

양 과장은 급한 손짓으로 직원들을 불러 모았다.

옆에서 통화 내용을 듣고 있던 전직 국정원 출신 직원들도 하나 같이 표정이 심각해졌다.

“네. 네. 알겠습니다. 직원들 대기 시킬 테니, 걱정하지 말고 바로 들어오시면 됩니다.”

양 과장은 통화를 끝내자 곧바로 직원들에게 지시를 내리기 시작했다.

“1팀장은 국정원으로 달려가. 1급 보안 사항이니까. 보안회선 아니면 직접 대면 보고로 처리하고.”

“네. 과장님.”

“2팀은 청와대! 3팀은 애들 몇 명 내려보내서 안문수 씨 도착하면 바로 데리고 오고.”

“네. 과장님.”

양 과장은 각 팀에게 연달아 지시를 내리더니 이번엔 로버트에게 전화를 넣었다.

* * *

양 과장의 연락을 받은 로버트는 악몽 작전이 진행되고 있는 호텔 방으로 보안팀 직원을 보냈다.

“로버트 팀장이?”

“네. 보스. 제이코 고문님과 함께 잠시 하실 이야기가 있다고 합니다.”

주몽은 호텔 방 풍경을 잠시 둘러보더니 박산호에게 손짓을 했다.

“네. 대표님.”

“로버트 좀 만나고 올 테니까. 여기 관리 좀 부탁합니다.”

박산호에게 잠시 지휘권을 넘긴 주몽은 제이코와 함께 로버트가 있는 방으로 자리를 옮겼다.

“로버트 무슨 일 있습니까?”

“중국에서 김성은에 대한 암살 명령이 내려왔다고 합니다.”

“네? 그게 무슨 소립니까. 암살이라니.”

“한국 스파이 총책 안문수가 전해 준 정보입니다.”

북쪽은 내부 혁명을 통해 정권을 교체하는 계획이 진행 중이다.

악몽 작전 일부는 북한에 대한 중국의 간섭을 막기 위한 부분도 포함되어 있다. 그런데 작전이 전계 되기도 전에 중국이 먼저 움직인 것이다.

“우리 쪽 정보가 빠져나갔을 경우는 얼마나 됩니까?”

“좀 더 정확한 정보가 들어와야 하겠지만, 보스와 안문수의 계획과는 별개로 움직인 것으로 판단됩니다.”

“그 말은…….”

“네. 북한을 이용해 한국을 치겠다는 생각으로 보입니다. 아무래도 이번 채권 경매 건이 심기를 크게 건드린 모양입니다. 거기다 인공섬 문제까지 걸려 있으니. 저들 말로는 이이제이? 뭐 그런 작전이겠죠.”

“김성은이 죽게 되면…….”

“친중파가 권력을 장악하게 됩니다.”

“친중파가 권력을 잡게 된다면…….”

“중국으로 합병 또는 남침이 시작될 겁니다.”

“만약 일이 그렇게 진행이 된다면, 지금 우리가 준비한 이슈는 단숨에 날아가 버리겠군요.”

이슈뿐이겠는가. 한반도에 전쟁이 난다면 5년 뒤, 일본에서 받아낼 대마도와 오키나와도 연기처럼 사라질 것이고 한반도 전쟁이 자국을 위협한다는 핑계로 야베는 자위대 파병까지 일사천리로 진행할 것이다. 겸사겸사 배상금도 떼먹으려 들 것이다.

그간 주몽이 이뤄왔던 모든 것들이 순식간에 파투가 나는 것이다.

“북한과 중국은 동맹국입니다. 미국이나 유엔의 눈치 때문에 직접 개입은 못 하겠지만, 뒤쪽으로 전쟁물자는 얼마든지 밀어줄 겁니다. 당연히 러시아의 푸틴도 한 발 담그려 들 겁니다.”

“…….”

“전쟁의 승패와 무관하게 일주일이면 북쪽이든 남쪽이든 초토화가 된다고 봐야 합니다.”

제이코가 심각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베트남이나 중동처럼 자연환경의 제약이 있다면 모를까. 한국은 고도화된 도시 집약적 성장 국가다. 미사일 몇 개만 떨어져도 단박에 반 토막이 날 것이다.

한국에 본진을 두고 있는 주몽으로선 최악의 상황이 벌어지게 되는 것이다.

“팀장님. 양 과장 연결됐습니다.”

보안팀 직원이 콘솔을 조작하자, 하드케이스로 제작된 15인치 노트북에 영상이 들어왔다.

주몽이 중앙에 자리를 잡자, 로버트와 제이코가 좌우에 엉덩이를 붙였다.

“안문수는 왔습니까?”

주몽의 질문에 양 과장 옆에서 안문수가 얼굴을 내밀었다.

― 내래 미친놈처럼 달려왔습네다.

얼굴에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혀있는 것이 정보를 확인하자마자 정신없이 달려온 모양이다.

“정확한 정보부터 확인합시다.”

주몽의 요청에 안문수는 재빨리 자신의 스마트 폰을 카메라 앞에 비췄다.

“그게 뭡니까? 스팸 문자?”

― 이거이. 위장 문자지요. 여기 보시면은…….

안문수가 문자를 설명하려 하자, 양 과장이 급히 말리고 나섰다.

― 죄송합니다. 안문수 씨가 좀 과한 부분이 있어서.

과한 부분. 나름 공을 인정받고 싶어 한다는 소리일 것이다.

양 과장은 안문수 스마트 폰을 한쪽으로 치워내더니 곧바로 보고를 시작했다.

― 7일 뒤. 김성은의 정기검진이 있다고 합니다.

“의료사고로 위장하는 겁니까?”

― 아닙니다. 검진 현장에서 폭탄이 터진다고 합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김성은입니다. 폭탄 따위가 끼어들 틈이 있습니까?”

자신의 안위를 위해서라면 피를 나눈 혈족이라도 가차 없이 사살해 버리는 성격의 소유자다. 그가 다른 곳도 아니고 자신의 건강을 체크하는 장소를 허투루 관리할 리 없다.

― 의약품으로 현장에서 바로 제조가 가능한 폭발물이라고 합니다. 의약품 운운하는 것이 화력보다는 가스 형태일 가능성도 높게 점치고 있습니다. 당연히 기존 검사로는 잡아내지 못할 겁니다. 거기다 내부자거래까지 있는 상황입니다. 미국 대통령이라도 주치의가 암살에 나서면 열에 아홉은 죽을 수밖에 없지 않습니까.

“주치의가 내부자라는 소리군요.”

골치 아프게 됐다. 최측근이 배신한 상황이라니.

“안문수 씨.”

― 네. 회장님. 안문수 여기 있습네다.

“정보는 친중파 협조자에게 받은 겁니까?”

― 네. 기렇습네다. 당정치국위원 보좌 하진건 대좌가 직접 보내온 정보입네다. 친중파 내에선 차기 수장으로 지목된지라 정치국 핵심 정보에 접근이 가능합네다.

하진건이라면 이번 혁명작전 핵심 삼인방 중 한 명이다. 정보 신뢰성이 더 높아졌다.

“혁명 일자를 앞당깁시다.”

― 일자를 말입네까? 아직 중국이 건재한데 말입네다.

“중국이 개입했다는 증거가 필요합니다.”

주몽의 말에 안문수가 떨떠름한 표정이 됐다.

― 고거이. 쉽지가 않습네다. 정보가 비선을 통하는 것도 문제지만은…… 하진건이가…….

“이것 보세요! 안문수 씨!”

― 네. 회장님.

“사태의 심각성을 모르는 겁니까. 아니면 벌써 권력 싸움을 하는 겁니까!”

― 권력 싸움이라뇨!

안문수는 화들짝 놀란 표정이 됐다.

“중국의 비수를 막아내지 못하면 곧바로 남북전쟁입니다. 과거처럼 탱크 몰고 내려오는 게 아니라, 서로 총칼 마주할 틈도 없이 미사일로 한반도가 초토화된다는 말입니다!”

― 기…… 길티요. 초토화디요.

“정신 똑바로 차리세요. 지금 당장 하진건에게 연락을 해서 중국이 개입했다는 정보를 찾아내라고 하세요. 무조건! 이거 실패하면 다 죽는 겁니다.”

― 알겠습니다. 기렇게 하겠습니다.

통화를 끝낸 주몽에게 로버트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보스. 정보를 찾아냈다고 해도 중국이 그걸 인정하겠습니까?”

중국이 바보가 아닌 이상, 주몽이 내놓은 증거는 모두 부정하거나 조작이라고 몰아붙일 것이다. 표면적으로 중국이 북한을 공격할 아무런 이유도 없기 때문이다.

“로버트 말이 맞습니다. 북한은 중국의 대리기사입니다. 미국을 상대로 배짱 장사를 할 수 있는 나라는 북한이 유일하니 말입니다.”

“북한이 무너지면, 중국과 미국이 국경을 맞닿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말이죠?”

한국이 미국 땅은 아니지만, 실질적으로 동북아에서 전초기지 역할을 하고 있다.

중국으로선 북한을 매개체로 한국과 미국을 경계하는 형태이니 자기 손으로 방패를 찢어발기는 일은 있을 수 없다고 큰소리칠 것이다.

“김성은 암살이라…….”

주몽은 골치 아프다는 듯 머리를 흔들더니, ‘로버트. 그럼 이건 어떻습니까’하고 말을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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