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글로벌 벼락부자, 역대급 깽판을 치다-201화 (202/224)

201장. 중국이 중국하는 사이 주몽이 주몽 해버림.

주몽과 필립이 예상했던 것처럼 중국은 예정된 날짜가 지났음에도 끝끝내 답을 내주지 않았다.

일명 버티기, 시간 끌기에 들어간 것이다.

필립은 손목시계를 바라보며 틱톡틱톡 입소리를 내고 있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필립 옆에서 대기 중이던 보좌관이 곧바로 회견문을 내밀었다.

내용을 살핀 필립은 고개를 끄덕였다.

“가지.”

“네. 장관님.”

북경에 머무는 각국 특파원들은 중국을 방문 중인 미 국무장관이 긴급기자회견을 한다는 말에 부리나케 달려왔다.

“중국과 무슨 협상을 한 것인지 아는 사람 있어?”

“그걸 알면 우리가 먼저 기사를 냈겠지.”

“오루크 정부도 트롤프 때처럼 중국 때리기를 반복하려나?”

“그거야 모를 일이지. 그래도 트롤프만 할까.”

“그렇겠지?”

“카네기 장관이다.”

필립의 등장에 기자들이 플래시를 터트렸다.

필립은 마이크를 톡톡 건드리더니 곧바로 회견문을 읽어내렸다.

“미국은 청나라 때 발행한 1조 달러 가치의 채권을 가지고 있습니다.”

필립의 입에서 뜬금없이 채권 이야기가 흘러나오자 기자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이 됐다.

“청나라 계승을 주장하는 중국에 채권 회수를 요청해 왔지만, 만기 날짜가 수십 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파파팡! 파파팡!

플래시 불빛이 단상 위를 하얗게 만들었다.

“무턱대고 기다릴 수 없다는 판단 아래 미 정부는 공식적으로 채권 회수에 대한 의견을 개진했으나, 중국 정부의 대답은 여전히 불가였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이 채권은 청나라 정부에서 발행한 채권입니다. 이는 청나라 계승을 주장한 나라가 이 채권을 책임져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기도 합니다.”

필립의 발언에 기자들이 웅성거렸다. 처음엔 채권? 그게 뭐? 하던 분위기가 청나라 계승권이라는 말이 흘러나오자 이게 단순한 사건이 아님을 알아차린 것이다.

“스스로 청나라를 계승했다고 누누이 밝혀온 중국 정부입니다만…….”

필립은 잠시 목을 축이고 다시 회견문을 읽어내렸다.

“채권 회수를 거부했다는 말은, 중국이 내세웠던 계승권 역시 국제적으로 인정받을 수 없다는 말이 됩니다. 이에 채권보유국인 미국은 채권을 회수해 가는 국가에…….”

“워! 이게 뭔 소리야!”

“잠깐. 이거 이렇게 되면…….”

“홍콩!”

“홍콩뿐이 아니야. 자치권을 가지고 있는 지역은 물론이고 독립운동이 진행 중인 나라들까지 모두 들어 일어날 일이라고!”

기자들은 미친 듯이 타이핑을 해대며 홍콩 반환 ‘무효’ 위기라는 기사를 송고하기 시작했다.

북경발(發) ‘중국의 청나라 계승권 무효?’ 기사는 순식간에 세계를 강타했다.

누누이 청나라 계승을 외치고 그걸 명분 삼아 영토 분쟁을 일으켰던 중국이다. 그런데 앞에선 계승권을 내세우고 뒤에선 그걸 거부했다는 게 알려지자, 그간 중국에 내세웠던 수많은 명분이 모래성처럼 무너지기 시작했다.

필립 카네기의 발표가 세상을 소란스럽게 만들던 그 시각. 백악관 앞에서도 소소한 규모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 그리고 미국 정부는 첫 세일즈 파트너 한국에 감사를 표합니다.”

“미스터 프레지던트. 한국이 첫 번째 세일즈 파트너라고 했는데, 규모와 금액을 알 수 있습니까?”

기자 한 명이 질문을 던졌다.

“150억 달러 규모입니다.”

“거래 내용은…….”

150억 달러에 뭘 팔았냐고 물으려는데, 다른 기자들이 끼어들었다.

“청나라 채권은 어떻게 된 겁니까?”

“중국에서 채권 회수를 거부했다고 하는데, 그럼 중국 정부가 계승했다는 청나라는 어떻게 되는 겁니까?”

“미스터 프레지던트. 미국의 생각을 말씀해 주십시오!”

존은 싱글 웃음을 보이더니 짧게 한 마디 던지곤 백악관으로 들어가 버렸다.

― 존 오루트 대통령. “말뿐인 계승은 국제 사회 어디에서도 인정받을 수 없다.”

기자회견을 지켜보고 있던 주몽이 히죽 웃음을 흘렸다.

“항공모함 이야기는 꺼낼 틈도 없이 묻혀버렸네요.”

주몽의 말에 제이코 역시 웃음을 머금었다.

“타이밍이 끝내주는군요.”

“정부에서 잘 쓰는 수법인데, 일명 물타기라고 하죠. 이슈를 이슈로 덮어버리는.”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알게 되겠지만, 진주만에 있는 항공모함이 한국에 도착할 때까지 소란스러움은 피할 수 있게 됐다.

“자, 우리도 기자회견을 해 볼까요?”

“출발하시죠. 기자들 눈이 아주 초롱초롱하더군요.”

제이코의 말에 로버트가 한 마디 덧붙였다.

“그럴 수밖에 없지. 보스가 입을 열 때마다 세상에 시끌시끌하니까. 이번엔 또 무슨 일인가 싶을 거야.”

주몽이 회견장에 들어서자, 카메라 셔터음이 요란하게 울려 퍼졌다. 하지만 그 어디에서도 플래시 터지는 소리는 들려오지 않았다.

주몽이 플래시 불빛을 굉장히 싫어한다는 게 널리 알려졌기 때문이다.

“다들 식사는 하셨습니까?”

“네. 회장님. 아주 잘 먹었습니다. 호텔 뷔페가 아주 죽여주더라고요.”

기자들 사이에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하하하. 만족하셨다니 다행입니다.”

주몽의 기자회견장은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주몽이 워낙 이슈 메이커이기도 하지만, 주몽 덕분에 기삿거리가 마르질 않으니 기자들 입장에선 귀인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자, 다들 바쁘신 분들이니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주몽의 말에 기자들은 곧바로 자세를 바로 하고 타이핑 준비에 들어갔다.

방송국 카메라 역시 본격적으로 주몽을 찍기 시작했고, 전국에 실시간으로 기자회견이 송출됐다.

“오키나와 할양 관련입니다. 미군기지 이전과 관련해 인공섬 프로젝트 TFT가 당일 정식으로 발촉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인공섬 프로젝트는 총 500억 달러. 한화 60조 원에 달하는 거대 프로젝트입니다.”

인공섬 프로젝트의 규모가 공식적으로 발표되자, 여기저기서 놀라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말이 60조지. 그 돈이면 신도시 하나를 만들고도 남을 금액이다.

“사업 기간은 4년이며 완공과 동시에 일본에 판매가 될 겁니다. 미군 기지의 이전이 마무리됨과 동시에 오키나와는 대한민국 영토가 될 겁니다.”

“오!!!”

“이는 그간 문제가 됐든 해양자원 한일 공동개발의 걸림돌이 사라짐을 의미합니다.”

“아, 그렇겠다. 일본에서 일방적으로 개발중지를 선언하는 바람에 손가락만 빨고 있었는데.”

“뭐야. 그럼 우리나라도 산유국이 되는 건가?”

“그거야 해저에 파이프를 박아 봐야 아는 일이지.”

독도는 영원히 한국 땅. 덤으로 대마도와 오키나와를 추가한 데다 해양영토까지 한국 독점 사업이 됐다는 말에 기회회견을 보고 있던 국민은 다시 한번 들썩였다.

만에 하나 만만의 하나라도 기름이 발견된다면 에너지 100% 자립이라는 신기원을 이룩하게 될 것이다.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경제 11위, 첨단 산업 선도 국가라는 이름을 얻을 정도로 가파르게 달려온 한국이다.

그런 한국이 산유국이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더는 설명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이와 관련해 해양자원 개발과 연구를 위해 한국형 인공섬 프로젝트도 함께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KBB 한중혁 기자입니다. 인공섬을 한 개가 아니라 두 개를 만든다는 말입니까?”

기자 한 명이 더는 참지 못하고 질문을 던졌다.

“네. 미군 기지 이전을 위한 군사기지용 인공섬과 해양자원 개발을 위한 자원 개발용 인공섬. 이렇게 두 가지 형태의 인공섬이 제작될 겁니다.”

“초기 비용을 고 회장님이 대신다고 들었습니다. 만에 하나 프로젝트가 실패하거나 중간에 무산된다면 천문학적인 손실이 발생할 텐데요. 이의 대처 방안은 마련이 되어있습니까?”

“자세한 부분은 차후 인공섬 TFT에서 따로 자리를 마련할 겁니다. 아직 발표할 부분이 더 남아 있는데, 이야기해도 되겠습니까?”

“아, 죄송합니다.”

기자는 재빨리 입을 다물고 물러났다.

“두 번째는 채권 구매입니다.”

“채권? 무슨 채권?”

“정부에서 국채라도 발행을 하나?”

“국채는 무슨. 고 회장님이 지원해준 자금에다가 5년 동안 일본에서 들어올 배상금을 생각해. 대한민국 정부는 역대급으로 금고가 빵빵하다고.”

“누가 그걸 몰라서 그래? 갑자기 채권이 튀어나오니까 그렇지.”

“혹시…… 그 채권인가?”

“그 채권?”

“왜 있잖아. 미국이 가지고 있다는 청나라 채권.”

“헉. 그거 1조 달러짜리라고 하지 않았어? 아무리 고 회장님이라고 해도 그건 불가능할 텐데.”

“그래. 공식적으로 고 회장님 재산이 1조 달러야. 그 채권을 건드렸다간 곧바로 거리에 나 앉는 거라고.”

기자들은 설왕설래 의견을 내놓으며 주몽을 바라봤다.

“몇몇 기자분들은 감을 잡으신 것 같습니다. 네. 맞습니다. 청나라가 발행하고 미국이 보유하고 있는 그 채권. Go 컴퍼니에서 구입을 할 생각입니다.”

“인공섬 프로젝트만으로도 엄청난 자금이 소요됩니다. 회장님의 자산규모와 맞먹는 채권인데 그게 가능한 일입니까?”

마음이 급했는지 소속도 밝히지 않고 질문이 날아들었다.

“아, 죄송합니다. BMC 이진아 기자입니다.”

“Go 컴퍼니 만으로는 당연히 힘들겠죠. 하지만, 리벤지 파운데이션과 파운데이션 회원들이 함께 힘을 합친다면 불가능한 것도 아닙니다.”

“G20 국가들이 그 채권을요?”

“그 채권은 단순한 채권이 아닙니다. 청나라 계승권을 공식화할 수 있는 말 그대로 청나라의 유산이니까요.”

주몽의 발언에 회견장은 물론이고 방송을 보고 있던 각국 정부 특히, 중국이 발칵 뒤집혔다.

“청나라 채권은 단순히 1조 달러짜리 채권이 아니라, 홍콩은 물론이고 영토 분쟁을 일으키고 있는 모든 나라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겁니다.”

“JTB 한성희입니다. 한국은 직접적인 관계가 없지 않습니까?”

님도 보고 뽕도 딸 겸 직접 현장에 나왔던 한성희가 질문을 던졌다.

“그럴 리가요.”

주몽은 한국도 관계가 있다며 고개를 저었다.

“한국도 관계가 있다고? 홍콩은 영국이나 대만 쪽 아닌가?”

고개를 갸웃거리는 기자들 속에서 누군가 흥분한 목소리가 됐다.

“간도. 간도다!”

“간도? 그 간도?”

“그래! 청나라와 일본이 불법적으로 영토 거래를 했던 바로 그 땅! 만약 청나라 채권이 고주몽 회장 손에 들어간다면 공식적으로 간도를 수복할 수 있게 된다고!”

“아우 씨발! 대박!”

간도 수복이라는 말이 나오자, 기자들 사이에 흥분을 넘어 욕까지 튀어나왔다.

“그 말은 리벤지 파운데이션 회원들도 중국에서 얻어낼 게 있다는 말이겠지?”

“당연히 그러겠지. 미국은 1조 달러에 달하는 돈을 챙길 수 있으니 좋고, 영국이나 대만은 홍콩을 돌려받을 수 있으니 좋고. 한국은 간도를!”

주몽의 채권 회수 의지는 곧바로 토픽이 되어 세계로 알려졌고, 그 배경에 어떤 의도가 숨어있는지도 감추지 않고 그대로 알려졌다.

― 사우스 코리아. 잃어버린 영토에 눈길을 두다!

― Go 컴퍼니 고주몽 회장. 중국에 선전포고! 청나라 채권은 내 것이다!

― 리벤지 파운데이션. 복수 재단인가. 사모펀드인가? 그 정체가 궁금하다.

― UN을 넘어선 실효적 파워. G20 국가를 회원으로 거느리고 있는 리벤지 파운데이션 세계 질서에 영향을 미치는 새로운 파워로 등장!

― 중국 궁지에 몰리다. 청나라 계승권 눈뜨고 빼앗길 듯.

― 영국, 홍콩 반환 무효 선언. 청나라 계승권을 포기한 중국은 홍콩을 돌려받을 자격도 상실!

― 대만. 1조 달러 규모의 국채 모집 발표. 청나라 정통 계승자는 중국이 아니라 대만!

느닷없이 채권 회수를 선언해 버린 주몽의 발표에 중국 정부도 발칵 뒤집혔다.

미국과 줄다리기를 하며 협상을 이어나가려던 중국이다.

일주일 운운하며 채권 회수를 재촉했지만, 본래 국가 간 거래라는 게 그렇게 쉬 이뤄지는 게 아니다.

미국이 그렇게 나오는 것은 조금이라도 유리한 협상 고지를 얻어내기 위한 것으로 판단했다.

채권 대응팀을 만들고 그들을 갈아 넣다시피 해서 대응책을 준비하고 있는데, 뜬금없이 끼어든 주몽 때문에 박 터지게 준비한 계책들이 한 방에 날아가 버렸다.

“고주몽 이 개새끼가!”

진핑 주석은 손에 잡히는 대로 물건을 집어 들더니 히죽거리며 웃고 있는 주몽의 얼굴에 냅다 내던졌다.

빠삭!

100인치가 넘어가는 TV가 쩍 소리를 내며 부서져 내렸다.

“왕수! 왕수 외교부장을 불러!”

“네? 네! 주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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