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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벼락부자, 역대급 깽판을 치다-197화 (198/224)

197장. 우리도 쫌 도와주시라요.

“말씀해 보세요.”

“네?”

대뜸 이야기해 보라는 주몽의 말에 안문수는 처음으로 당황한 표정이 됐다.

부른 사람이 먼저 말을 해야지, 왜 자신이 말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이다.

“부른다고 냉큼 달려왔을 땐 나름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일 거 아닙니까. 스스로 간첩 총책이라고 신분까지 밝히면서 말입니다.”

남조선 혁명 전사 총책이라는 직책을 스스로 밝혔다는 것은 자신이 최소한의 협상자격을 갖췄다는 걸 알리고 싶어서였을 것이다.

“하하.”

안문수의 사람 좋은 웃음소리가 어색한 웃음소리로 바뀌는 데는 몇 분 걸리지도 않았다.

“할 말 없어요?”

“그게…… 회장님이 부르셔서 왔는데 말입니다.”

“그러니까요.”

“네?”

“국정원에서 불러도 이렇게 냉큼 달려오십니까?”

“하하…….”

“아니잖아요.”

“네…….”

“그러니까. 말해봐요. 왜 왔어요?”

사람 불러놓고 왜 왔냐고 물어대니 난감한 모양이다. 안문수는 떼굴떼굴 눈알을 굴리며 연신 주몽의 눈치를 봤다.

“할 말 없으면 돌아가세요.”

주몽이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하자, 안문수는 다급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우리도 쫌 도와주시라요.”

“우리도 쫌?”

“북쪽도 같은 민족 아닙니까. 남쪽만 챙기지 마시고 우리도 도와주시라요.”

안문수의 말에 주몽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

“안문수 씨.”

“네. 회장님.”

“내가 돕는다고 도와지는 곳입니까? 그 북쪽이라는 곳이?”

“기것이…….”

“내 말이 틀렸어요?”

“기…… 길티요.”

서울말 잘 쓰다가 북쪽 사투리가 흘러나왔다.

대뜸 도와달라고 하긴 했는데, 그 다음 말이 궁해진 모양이다.

“나도 돕고 싶어요. 안문수 씨 말대로 북이든 남이든 다 한 가족 아닙니까.”

“기렇티요. 한 가족이지요.”

“나는 말 돌려서 하는 거 싫어해요. 그러니까 핵심만 이야기할게요.”

“네. 회장님. 말씀하시지요.”

“나는 내 것에만 투자합니다.”

“네?”

“내 것에만 투자한다고요.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요?”

“그 말씀은…… 남쪽이 회장님 거라도 된다는 겁니까?”

“왜요. 아닌 것 같아요?”

주몽은 허리를 뒤로 재치며 안문수를 게슴츠레 내려봤다.

“그것이. 남쪽은 민주주의…….”

“맞아요. 그 민주주의 내 사람들이 하고 있습니다.”

“…….”

“대한민국 기업들도 다 내 소유고.”

“그…… 그렇군요. 생각해 보니 회장님 말씀이 백번 맞습니다. 네. 그렇고 말고요.”

안문수는 주몽이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했다는 듯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북쪽은 내가 아니라 다른 놈이 왕 노릇을 하고 있네요.”

“하하…… 기것이…… 그러니까무는…….”

“당신이 어디까지 선이 닿아 있는진 모르겠지만, 김씨 일가 라인이면 헛물 그만 켜고 돌아가요.”

“아닙네다. 아니지요.”

안문수는 격하게 고개를 내저었다.

“그래요?”

“제 충성은 오직 인민을 향해 있습니다.”

“그런 사람이 남쪽에서 간첩질이나 하고 있습니까? 그렇게 인민이 걱정되면 북에서 고인물들과 싸우고 있어야지.”

주몽의 신랄한 지적에 안문수는 또다시 할 말이 궁해졌다.

“도와 달라고 했죠?”

“네. 기렇습니다.”

“그럼 뭘 해야겠습니까?”

“…….”

“작당 모의를 하든, 역성혁명을 일으키든. 뭐든 좋습니다. 내가 북쪽에 투자하게 만들려면 그만한 결과를 가지고 오세요. 그때 다시 이야기하죠.”

“기것이…… 오래전부터 준비는 돼 있습니다.”

“네?”

“현재 공화국은 삼 파로 나누어져 대립 중입니다.”

“삼 파?”

“김씨 일가에 빌붙은 인민의 적.”

“나머지 두 개는요?”

“중국에 나라를 팔아넘기려는 역적들.”

“남은 하나는 안문수 당신처럼 인민에 충성하는 사람들?”

“네. 그렇습니다.”

“셋 중 가장 세력이 약한 쪽에 속하겠군요.”

“부정하지 않겠습니다.”

안문수는 자신들 세력이 가장 열세라는 점을 감추지 않았다. 아니 감추고 싶어도 감출 수 없다고 해야 할 것이다.

셋 중 세력이 가장 강력했다면 준비만 하고 있을 게 아니라 진즉에 실행에 옮겼을 테니까.

“내가 뭘 해 주면 됩니까?”

“도와…… 주시는 겁니까?”

“북쪽을 내 손에 쥐여 준다면.”

“회장님도 김씨 일가처럼 독재자가 되시려는 겁니까?”

“풋. 안문수 씨.”

“네. 회장님.”

“북쪽에 자유민주주의를 하고 싶다고 해서 그게 될 환경입니까?”

“…….”

“익숙한 게 가장 좋은 겁니다. 중요한 건 독재냐 아니냐가 아니라, 수탈자냐 아니면 덕을 베푸는 자냐. 이게 중요한 거 아닙니까?”

“회장님은 덕을 베푸시는 그런 분이라는 말씀이군요.”

“그거야 모르죠.”

“네?”

“사람 일을 어떻게 장담합니까. 그냥 결과만 보세요.”

“결과라면 어떤…….”

“거참. 남쪽에서 간첩 활동하신다는 분이. 대한민국이 지금 어떻게 흘러가는지 몰라서 묻습니까?”

“아…….”

“이거 내가 다 만든 겁니다.”

“그렇티요. 이게 다 회장님 덕분이지요.”

“김씨 일가와 친중파를 쓸어 버리고 정권을 잡더라도. 그걸 유지할 힘이 없으면 당신들이라고 다를 것 같습니까? 해방이니 어쩌니 하면서 정권 잡았던 아프리카를 봐요. 권력자들은 음식이 남아돌지만, 그 밑에 국민은 여전히 흙 파먹으면서 살고 있습니다. 결국, 당신들도 그 절차를 밟을 수밖에 없을 겁니다. 인민에 대한 충성이요? 의기는 높이 삽니다만 충성의 대상이 잘못됐습니다.”

“충성의 대상이 잘못됐다니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회사원은 월급 주는 회사에 충성을 하고, 공무원은 월급 주는 정부에 충성을 합니다.”

“그 말씀은…….”

“내 돈으로 혁명하고 싶어 하는 것 같은데. 그럼 누구에게 충성해야 할 것 같습니까?”

“…….”

“그러니까. 나에게 맡겨요. 그럼 최소한 지금보다는 잘 살 수 있을 테니까.”

“저를 찾으신 이유가 그 때문이었군요.”

“오해는 사절입니다. 도와 달라고 한 것은 내가 아니라 안문수 씨 당신이니까.”

“그럼 왜…….”

“불렀냐고?”

“네.”

“일본이랑 전쟁하게 되나 싶어서 무기 좀 사들이려고 했습니다.”

“해…… 핵입니까?”

“이젠 필요 없어요. 총 한 방 안 쏘고 일본을 날려버렸으니까. 그쪽도 뉴스 봤을 것 아닙니까.”

“네. 정말 통쾌했습니다. 제가 비록 남파 간첩으로 평생을 살아왔지만 그렇게 속 후련한 일은 처음이었으니 말입니다.”

안문수는 남북을 떠나, 일본의 행태는 도저히 참을 수 없을 지경이었다며 연신 입을 털어댔다.

“그 기분. 안문수 씨가 직접 느낄 방법이 있습니다.”

“제가 말입니까?”

“북쪽 정권을 잡게 되면 말입니다.”

“네.”

“조일 청구권을 발동하세요.”

“조일 청구권이라면…….”

“배상금과 인공섬 구매로 휘청거리는 일본에 막타를 때리는 겁니다. 안문수 씨 당신이 직접!”

“그렇게만 되면 바랄 게 없겠습니다마는…….”

“그렇죠. 손맛을 보려면 일단 김씨 일가든 친중파든 그쪽부터 처리해야겠죠.”

주몽의 말에 안문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총칼이 부족해서 그걸 사달라는 것은 아닐 테고. 역시 돈이겠죠?”

“그게…… 네. 기렇습니다. 사람들을 우리 쪽으로 끌어오려면…….”

“하여간, 공산주의니 사회주의니 말만 그럴싸하지 그쪽 사람들이 더한다니까.”

주몽의 말에 안문수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내 말이 틀렸어요?”

“아닙네다. 공화국이 부패한 것은 사실이니 말입니다.”

“얼마면 되겠습니까?”

“네?”

“북한 얼마면 살 수 있겠느냐고요.”

“그…… 그것이.”

대뜸 북한을 사버리겠다는 주몽의 말에 안문수는 선뜻 입을 열지 못하고 머뭇거렸다.

정권을 잡으려면 얼마를 지원하면 되겠냐가 아니라 아예 나라를 사버리겠다는 말이 튀어나올 줄은 상상도 못 했기 때문이다.

“양 과장님. 북한 일 년 예산이 얼마나 되죠?”

“최대 10조에서 20조 사이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평균적으로 10조가 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에? 그것밖에 안 돼요? 서울시 예산만 해도 30조가 넘는데?”

주몽은 그 수치 진짜냐며 재차 되물었다.

“그나마 지금은 조금 나아진 편입니다. 10년 전엔 3조를 겨우 넘겼습니다.”

“헐!”

주몽은 놀랍다 못해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막말로 30조만 밀어 넣으면 북한을 흥하게 할 수도 있고 망하게 할 수도 있다는 뜻 아닌가.

“안문수 씨.”

“네. 회장님.”

“당신들 혁명하는데 10억 달러. 그러니까 한국 돈 1조면 되겠어요?”

“10…… 10억 달러나 말입니까!”

주몽의 재산은 현금 자신이 500조. 현물 자산이 500조다.

총 천조에 이르는 자산에서 0.1%만 사용해서 북한을 먹을 수 있다면 이거야말로 누구 말처럼 ‘온 우주가 도와준 대박’ 아니겠는가.

“추…… 충분합니다.”

“좋아요. 친중파든 김씨파든 상관없습니다. 포섭할 수 있는 자들은 모두 포섭하세요. 파벌 싸움도 다들 먹고 살자고 하는 거 아닙니까. 이번 기회에 하나로 묶어서 화끈하게 혁명 한번 해 봅시다.”

“물론입니다!”

“단!”

“……네?”

“실패하면 나는 관계없는 겁니다.”

“…….”

“왜 그런 표정입니까. 이거 삐끗하는 날엔 남북전쟁입니다. 몰라요?”

“그렇긴 하지만, 돈만으론 힘듭니다.”

“네? 방금엔 돈만 있으면 될 거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다른 쪽 파벌까지 모두 끌어들이면…… 돈도 돈이지만 권력 싸움이 벌어질 겁니다. 회장님이 중심을 잡아주셔야 제어할 수 있습니다.”

“삼권분립도 아니고…….”

“네?”

“무슨 말인지는 알아들었습니다.”

“그럼…….”

“고민 좀.”

돈 몇 푼 밀어 넣고 북한을 먹는 거라면 망설일 게 없지만, 이게 실패했을 땐 파급 효과가 어마무시할 것이다.

그런데 그 일을 꾸미고 실행한 사람이 자신인 것으로 알려진다면 아무리 자신이라고 해도 감당해야 할 여파가 만만치 않다.

진짜 재수 없게 전쟁이라도 나는 날엔 일본 먹고 로즈차일드 걷어차면서 겨우 안정시킨 동북아가 다시 개판이 되어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가만. 그리고 보니 한반도 전쟁이 시작된 게 북쪽에서 들려온 총성 때문이었어.’

주몽은 애끓은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안문수가 그 시발점이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력을 끌어모아 준비까지 다 마쳤다는데, 멍청하게 시간만 보내진 않았을 것이다. 어떻게든 실행에 옮겼거나 소탕을 당했을 것이다.

이들의 혁명이 성공했다면 전쟁까지 가지는 않을 것이니 백퍼 실패했다는 소리다.

‘내가 무시한다고 해서 전쟁이 안 일어난다는 것도 아니란 말인데.’

주몽은 어떻게 결정을 내려야 가장 최상의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지 고민을 거듭했다.

‘하아…… 이럴 때 쓸만한 미래 기억이라도 전이되면 얼마나 좋아.’

기억전이. 어찌 보면 자신만의 초능력이라고 할 수 있지만 제어도 되지 않고 시기도 제 멋대로여서 정작 필요할 땐 아무 도움이 되질 않았다.

‘어차피 벌어질 일이라면…… 성공 확률을 최대치로 높이자.’

주몽이 고민을 끝낸 듯하자, 안문수의 시선이 주몽의 얼굴로 향했다.

“어떻게…….”

“성공 확률 100%짜리 계획서 가져오세요. 필요한 건 뭐든 지원해 줄 테니까.”

“그 말씀은…….”

“100%를 위해 내 이름이 들어가야 한다면. 그렇게 합시다.”

“감사합니다! 기필코 성공…….”

“100%짜리 계획이 아니면 안 한다니까요.”

“100%짜리! 꼭 준비해 오겠습니다.”

“양 과장님.”

“네? 네. 대표님.”

1조 투자에 북한을 잡아먹겠다는 주몽의 발상에 얼떨떨한 표정을 짓고 있던 양 과장은 ‘이거 그냥 지켜봐도 되는 일인가?’ 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가 재빨리 앞으로 다가왔다.

“안문수 씨 작업하는데 양 과장님 팀이 도움 좀 주세요.”

“저희 팀이 말입니까?”

“몇 %짜리 계획서가 나올지 모르겠지만, 우리 쪽에서 검수는 거쳐야 할 것 아닙니까. 그나마 이쪽으로는 양 과장 팀이 전문가잖아요.”

“그 말씀은 가능성이…….”

“낮으면 없던 일로.”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양 과장은 내심 안도하는 분위기가 됐다.

무작정 북한 먹겠다고 현질을 하진 않을 것 같으니 말이다.

주몽과 양 과장의 대화에 안문수가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무조건 100%짜리로 만들 겁니다…… 내 아이들과 손주들에게 더는 그런 조국을 물려줄 수는 없으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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