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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벼락부자, 역대급 깽판을 치다-196화 (197/224)

196장. 이젠, 내가 먼저 팬다.

똑같이 대응하라는 주몽의 말에 이명환 대통령은 얼떨떨한 표정이 됐다.

마음 같아서야 더 한 말도 해 주고 싶지만, 화가 난다고 나오는 대로 지껄일 수 없는 게 외교다.

“왜 그런 표정입니까?”

“그래도…… 너무 자극하면.”

“대통령님.”

“네. 회장님.”

“중국 걔들. 알고 보면 별 것 없어요.”

“네?”

“내가 회원국들과 맘먹고 건드리면 중국이라고 무사할 것 같습니까? 개들 안 그래도 외환위기가 코앞입니다. 환율 조작하면서 어영부영 넘어가고 있는데, 도화선은 여전히 살아 있어요. 급격한 경제 성장으로 덩치가 커지긴 했지만, 알고 보면 그거 다 거품입니다. 바람이 빵빵하게 들어간 풍선이라고 보시면 돼요. 내가 그거 툭 건드리면.”

주몽은 손가락을 모았다 퍼트리는 모양을 하며 “뻥!” 소리를 냈다.

“아…….”

“그렇지 않아도 중국이나 러시아가 떽떽 댈 것 같아서 미국과는 이미 입을 맞춰 놨습니다.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시고. 편히 일 보세요.”

“네. 회장님. 중국 부분은 그렇게 알고 있겠습니다. 그리고…….”

이명환 대통령이 중국 말고도 또 문제가 있다고 이야기를 하려 하자, 주몽이 손을 들어 올렸다.

“뭡니까? 지금 나랏일을 다 나에게 묻고 해결책 내놓으라는 겁니까? 대통령은 내가 아니잖아요.”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이러세요. 한국 들어온 김에 푹 쉬려고 하는데.”

“그래도 어쩔 수 없습니다. 가신이 가주께 보고를 하고 허락을 받는 건 당연한 일이지 않습니까.”

이명환 대통령은 아예 대놓고 자신을 가신이라고 칭했다.

“어지간한 문제는 당연히 제 선에서 처리를 하죠. 하지만, 가주님과 연관된 일은 보고를 해야지 않겠습니까.”

이젠 회장이 아니라 가주라고 부르는 이명환이다.

“나와 관계가 있는 일이요?”

“네. 일본 문제입니다.”

일본 관련해서는 귀국 전에 모두 마무리를 지었다.

야베와 헤어진 지 하루도 되지 않았는데 그새 새로운 문제가 발생했다니. 주몽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일본 문제? 그게 무슨 소립니까.”

“정확히는 일본 내 극우세력 문제입니다.”

“그들이 전쟁이라도 하자고 합니까?”

“뭐, 그런 구호야 무시해 버리면 그만입니다만.”

“그런데요?”

“일본에 있는 우리 국민과 재일 한국인 문제입니다.”

“극우단체가 테러라도 하고 다니는 겁니까?”

“네.”

“정부에서 그걸 두고만 봐요?”

“그럴 리가요. 당연히 항의도 하고 재발 방지를 요청하고…….”

“쯧. 그 말은 아무것도 안 했다는 말과 다를 바 없지 않습니까.”

“휴. 저라고 말만 하고 싶겠습니까. 하지만 한국도 아니고 일본에서 일어난 일에 우리 공권력을 투입할 수도 없지 않습니까.”

이명환도 답답하다는 듯 한숨을 쉬었다.

“그것 말도 또 있습니까?”

“지금 당장은 그게 제일 문제입니다. 마음 같아선 그놈들을 잡아다 우리 법정에 세워버리고 싶지만…….”

“그건 내가 처리를 하죠.”

“가능하시겠습니까. 한국도 아니고 일본 내부 일인데.”

“네. 방법이 있으니까. 걱정 그만하시고. 중국에 항의 서한이나 보내주세요.”

청와대에서 준비한 환영 행사와 만찬을 마친 주몽은 컴퍼니 직원들에게 중국과 일본의 문제를 이야기했다.

“단기 맴버들에게 연락 넣으세요. 수익 사업이 하나 더 생겼는데 참가하겠냐고.”

“새로운 수익 사업이요?”

단기 멤버를 운운한 것을 보면 리벤지 파운데이션을 움직이겠다는 뜻이다. 그런데 그 정도 규모로 움직이려면 일본처럼 나라 하나를 털어먹겠다는 말인데, 딱히 공격 대상이 떠오르질 않았다.

“아, 중국엔 연락하지 마세요.”

“공격 목표가 중국입니까?”

“인공섬 만들지 말라고 한국에 경제 조치한다네요. 그런데 제이코도 알다시피 한국 경제 절반이 내 것이잖아요. 말로는 한국을 때리겠다고 하지만, 결국 내가 얻어맞는 겁니다.”

“곧바로 조치하겠습니다.”

“그리고 사람 좀 뽑아야겠습니다.”

“사람이라면 어떤.”

“로건. PMC 훈련은 어떻게 되고 있지?”

“총인원 2천. 훈련까지 마친 인원은 천 이백 명입니다. 이들 중 능력이 출중한 대원은 정보 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좋습니다. 추가로 이만 명 정도 더 뽑으세요.”

“네? 이만 명이나요?”

“네. PMC 교육이 끝난 대원을 조장으로 하고 그 밑에 9명을 붙이세요.”

“열 명을 기준으로 조를 만드는 거군요.”

“네. 그렇게 준비가 되면 일본으로 보낼 겁니다.”

PMC 대원을 일본에 보낸다는 말에 다들 어리둥절한 표정이다.

“일본은 왜…… 아, 혹시 남은 야쿠자들이 있는 겁니까?”

“아니요. 일본 극우세력들이 한국인과 재일교포들에게 테러를 서슴지 않고 있답니다. 거기다 내 얼굴을 붙은 마네킹으로 화형식을 하고 있다네요.”

“아…… 이런.”

“일본 각 지역에 경호회사 지사를 만들고 경호 임무를 해 주세요.”

“수준은 어느 정도로…….”

“우리가 때릴 땐 티 안 나게. 맞을 땐 티 나게. 무슨 말인지 알죠?”

때리면 같이 패라는 말인데 겉으로 드러난 결과는 전혀 다르게 하라는 뜻이다.

“네. 보스!”

“일본 쪽 소송을 담당할 변호팀도 추가로 붙여줘야겠군요.”

제이코가 찰떡같이 알아듣고 소송팀을 준비하겠다고 했다.

“당연히 그래야죠. 극우가 됐든 극좌가 됐든 배고프면 못하는 법입니다. 문제 일으키면 싹 털어서 거지로 만들어버리세요.”

“하하하. Go 컴퍼니 법무팀 특기 아니겠습니까. 팬티까지 싹 벗겨버리겠습니다.”

“경호 쪽은 그렇게 하고 일본 관련해서 팀 하나 더 꾸려야겠습니다.”

“경호 말고 또 할 일이 있습니까?”

“배상금 지급 기한을 5년으로 늘리는 대신에 일본이 수탈해간 한국 문화재를 모두 돌려받기로 했습니다.”

주몽의 말에 제이코가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도 협상장에 함께 있었으니 모를 리 없는 내용이다.

“네. 알고 있습니다.”

“일본 애들 믿고 맡길 수 있겠습니까? 그쪽에서 알아서 해 주길 기다렸다간 천년이 지나도 힘들 겁니다.”

“우리가 직접 나서서 회수하자는 말씀이군요.”

“네. 유물감정가들과 고미술 전문가. 역사 학자들까지 싹 긁어모으세요. 시간을 두고 가져오는 게 아니라, 일시에 치고 들어가서 싹 긁어 올 겁니다. 팀마다 변호사 다닥다닥 붙여주시고.”

“준비하겠습니다.”

“로버트는 일본 정부에서 보유하고 있는 한국 문화제 목록 좀 조사해 주세요.”

“정보팀 총 가동하겠습니다.”

“국정원이든 뭐든 동원할 수 있는 건 다 동원하세요. 일본에서 뒷구멍으로 빼돌리거나 감추기 전에 털어와야 하니까.”

“네. 보스!”

며칠 뒤, Go 컴퍼니에서 PMC 직원을 뽑는다는 공고가 나가자, 1차 지원에 떨어졌거나 미처 지원하지 못했던 인력이 대거 몰려들었다.

한두 명 뽑는 것도 아니고 무려 2만 명급의 대규모 공채다 보니 이는 곧바로 이슈가 됐다.

몇몇 사람들이 고주몽 사병 운운하며 시비를 걸었는데, 이들을 모집한 이유가 일본에서 벌어지고 있는 극우단체 테러를 막기 위한 한국인 경호팀임이 알려지자 사병 운운했던 자들은 철퇴를 맞고 퇴장했다.

그리고 다시 며칠 뒤. Go 컴퍼니에서 또다시 직원을 뽑는 공고가 나왔다.

이번엔 경호 쪽이 아니라 역사 관련 전문가를 모집하는 공고였다.

대한민국에서 역사를 전공한다는 것은 몇몇 사람을 제외하곤 거의 다른 직업을 갖거나 손가락을 빠는 경우가 많다.

사회에서 쓰임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3천 명 규모의 역사전문가 취업공고가 나온 것이다.

식충이 소리 들으며 밥만 축내고 있던 이들이 환호성을 내 질렀다.

고만고만한 기업도 아니고 무려 Go 컴퍼니 정직원 모집이다.

대기업보다 더 들어가기 어렵다는 그곳에서 월급 받고 일할 기회가 생겼으니 환호성이 나올 수밖에.

▶ Go 컴퍼니에서 역사 학자는 왜?

▷ 며칠 전 경호팀 뽑은 것과 비슷한 일 아니겠어?

▷ 그때 누가 방송에 나와서 사병 운운했다가 열라 처맞고 바로∼ 버로우 탔지.

▶ 이번엔 어그로 끄는 인간들 없나? 누가 좀 나와서 떠들어봐.

▷ 어떻게 처맞을지 알고 어그로를 끌겠어. 여기저기서 눈치나 보고 있겠지.

▷ 그런데 왜 울 고 회장님을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지? 칭찬을 해도 모자랄 판에.

▷ 딱 보면 모르겠냐? 그냥 배 아파서 그래.

▷ 고 회장님 이름 팔아서 이슈 몰이 한번 해 보고 싶다는 거지. 그런 인간들 한두 번 보냐. 그냥 개소리구나 하고 무시해 버려. 관심주면 좋아서 날뛰는 놈들이니까.

▶ 하여간 관심종자들.

▶ 정보 확인했습니다. 일본에서 문화재 가져오기로 한 거 다들 알고 계시죠?

▷ 어. 그래. 아! 그것 때문에?

▷ 일본이 알아서 내줄 리가 없으니. 직접 들어가서 싹 긁어 오기로 했답니다.

▷ 오오오옹! 고뽕이 차오른다!!! 꺼억∼ 조쿠나!

* * *

“지금 이게 대한민국 정부에서 공식으로 접수된 문서라고?”

중국 외교부장은 어이가 없다 못해 황당한 얼굴이 됐다.

“네. 그렇습니다.”

“한국이 미쳐버린 건가?”

“일본 관련해서 한창 기세등등할 때 아닙니까.”

“미친개에겐 몽둥이를 들어야지. 감히 소국 따위가 대국을 거슬리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사드 때처럼 시작해!”

“네. 알겠습니다. 그런데 한국 측엔 어떻게 답변을 할까요? 공식으로 접수된 문서니 우리 쪽도 반응을 보여줘야 할 텐데 말입니다.”

“그건 내가 알아서 하지.”

왕수 외교부장은 문서를 챙겨 들고 진핑 주석을 찾아갔다.

“티벳을 독립시키면 인공섬 제작을 포기하겠다고?”

“이번 기회에 한국을 제대로 길들여야 할 것입니다. 일본이 무너지면서 너무 기세등등해졌습니다.”

“하긴, 손에 쥔 게 많아지면 겁도 없어지는 법이지.”

“그래서 말인데, 북한을 이용하는 건 어떻겠습니까.”

“북한을?”

핵과 미사일 문제로 고립되다시피 한 북한이다. 미국과 협상도 물 건너가면서 여러모로 궁지에 몰렸다.

“북한이 원하는 물자를 적당히 밀어 넣어주겠습니다.”

“말을 들을까?”

“말을 듣게 만들어야죠. 남쪽이든 북쪽이든. 우릴 거슬리면 어떤 꼴이 되는지 이번 기회에 확실히 가르침을 내려야 합니다.”

“좋아. 추진해봐. 이번 일은 왕 부장에게 맡기지.”

“최상의 결과를 이끌어 내겠습니다.”

진핑 주석에게 전권을 받은 왕수 부장은 각 부서에 연락을 넣어 남북을 전방위적으로 압박할 수 있는 체제를 구축 설계하기 시작했다.

* * *

“누구요?”

주몽의 질문에 상대가 다시 자신을 소개했다.

“남조선 혁명전사 총책 안문수라고 합니다. 유명하신 고주몽 회장님을 직접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남조선 혁명전사 총책. 말은 그럴싸한데, 쉬운 말로 간첩단 두목이라는 소리다.

“회장님께서 찾으신다는 말에 고민할 틈도 없이 곧바로 이렇게 달려왔습니다.”

내가 간첩 두목을 찾았다고? 아. 그렇지. 일본과 로즈차일드 때문에 핵이라도 있었으면 했을 때 그때 이야기구나. 일본 패고 다니느라 깜빡하고 있었다.

“일단 앉읍시다.”

“네. 회장님.”

나이는 쉰 중반쯤 되었을까. 평범해 보이는 인상에 평범한 작업복 차림. 오가면서 몇 번을 마주쳐도 기억이 흐릿해질 그런 이미지를 보유한 사내.

다른 건 모르겠지만, 사람들 속에 숨어 버리면 윌리를 찾아라 현실판을 찍어야 할 정도로 정말 평범 그 자체다.

사람들 눈에 띄지 않고 정보 활동을 하는데 최적의 조건을 갖췄다고나 할까.

“남조선 간첩들을 총관리하시는 분이라고요?”

“하하. 부끄럽습니다. 회장님에 비하면 그저 소소하게 빌어먹고 사는 정도입니다.”

소소하게 간첩질로 먹고산다는 이야기야. 아니면 간첩질을 하기 위해서 소소하게 먹고산다는 이야기야?

주몽이 물끄러미 바라보자, 안문수를 사람 좋은 웃음을 흘리며 머리를 긁적였다.

안문수가 간첩이라는 걸 알고 보니 이렇지, 그냥 보통 사람으로 생각하고 만났다면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모르고 목이 날아갈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이런 사람이 진짜 암살자겠구나.’

나 암살자요. 하고 분위기 팍팍 풍기는 놈들은 초짜 인증샷 찍으라고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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