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글로벌 벼락부자, 역대급 깽판을 치다-195화 (196/224)

195장. 대국(大國) 같은 소리 하고 있네.

인천 공항은 발 디딜 틈도 없이 사람들로 꽉 들어찼다.

방송국은 물론이고 정부 관계자, 일반 국민까지 너나 할 것 없이 입국장으로 몰려들었고 주몽의 귀국 상황이 실시간으로 전파를 탔다.

― 국민 여러분. 지금 고주몽 회장이 탄 비행기가 인천 상공에 들어섰다고 합니다. 3차 대전을 막아내고 세계 평화를 지켜낸 대한민국의 보물이 드디어 고국 땅에 발을 딛으려 하고 있습니다.

비행기 안에서 방송을 보고 있던 주몽은 머쓱한 표정이 됐다.

“누가 보면 한 100년 외국으로만 떠돈 지 알겠네. 드디어 고국 땅에 발을 디뎌? 누가 이따위로 원고를 쓴 거야?”

주몽의 투덜거림에 Go 컴퍼니 맴버들이 하하 웃음을 터트렸다.

― 고주몽 회장은 전라북도 주왕시 한천면 종말리에서 태어나 지역에서 수학했고…….

“와, 이건 또 뭐냐.”

한국의 전형적인 일대기 늘어놓기 방송이 ‘특집’ 간판을 달고 여기저기서 흘러나왔다.

― 확인된 바에 따르면 고주몽 회장은 고구려 왕족의 정통 후예라고 합니다. 고주몽 회장 생가를 방문해 족보를 확인한 역사 학자의 말에 따르면…….

“역사 학자들도 진짜 할 짓 없었나 보네. 남의 집 족보는 왜 들여다보고 난리야.”

주몽이 왕족이라는 말에 제이코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보스. 지금 방송에서 보스를 왕족이라고 하는 것 같은데. 이게 사실입니까?”

왕족? 따지고 보면 한국에서 왕족 아닌 사람이 어디 있다고. 거슬러 올라가면 너나 할 것 없이 다 왕족이잖아.

“신경 쓰지 말아요.”

“아니 이걸 왜 신경을 안 씁니까. 제가 모시는 분이 왕족이라는데.”

“에헤이.”

주몽은 마뜩지 않는 눈빛으로 혀를 찼지만, 제이코는 태블릿에 코를 박고 방송 탐닉에 여념이 없다.

― 고주몽 회장은 10조에 이르는 이공계 투자를 시작으로 기초과학 분야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으며 전(前) 대왕 그룹 사주 일가의 비리를 밝혀내 그들이 법적 처벌을 받는데 큰 공을 세웠습니다. 그것뿐입니까. 대한민국 기득권층의 공격에 목숨을 잃을 뻔했고, 구사일생 끝에 그들을 물리쳤습니다.

주몽은 낯뜨거워서 더는 못 보겠다는 듯 고개를 돌려버렸다. 하지만, 제이코와 컴퍼니 식구들은 희희낙락 좋아서 죽겠단 표정들이다.

― 군부 쿠데타 세력의 미사일 공격에서도 불사조처럼 살아난 고주몽 회장은 대한민국이 군홧발에 밟히는 것을 막아낸 것은 물론이고, 뒤에서 이런 음모를 꾸몄던 일본에 철퇴를 가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한화 2천조에 달하는 막대한 배상금과 대마도, 오키나와에 이르기까지 영토 확장을 성공시켰습니다. 이는 대한민국 역사상 그 누구도 해내지 못한 일들이며…….

고개는 돌렸어도 앵커의 목소리는 여전히 귓가에 흘러들었다.

이런 식의 칭찬에 익숙지 않아 얼굴이 화끈거리긴 했지만, 그렇다고 없는 소리를 하는 것도 아니니 내심 뿌듯한 마음도 들었다.

― 공을 세웠다면 그에 합당한 포상이 있어야 할 텐데요. 정부가 이에 대해 발표한 내용이 있습니까?

앵커가 스튜디오에 나온 전문가들에게 질문을 던졌고, 방송을 보고 있던 컴퍼니 식구들도 호기심 섞인 표정이 됐다.

보상이니 뭐니 하는 것들에 관심을 둔 적은 없지만, 주몽이 이룩한 업적을 보고 있노라니 이 정도면 나라를 구한 것을 넘어 세계를 구했다고 해도 부족함이 없을 정도다.

일본은 그렇다 쳐도 3차 대전을 꾸미던 로즈차일드를 날려 버린 것은 한국뿐 아니라 세계 각국이 90도로 인사를 올려야 할 일이다. 노벨 평화상 이야기가 그냥 나오는 게 아니란 소리다.

― 아직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솔직히…… 정부가 줄 수 있는 게 있을까요?

― 그렇긴 합니다만, 훈장이라도…….

― 허! 훈장이요? 누가 누구에게 훈장을 준단 말입니까. 격이 안 맞아요. 격이.

― 격이라니요. 고주몽 회장이 이룩한 성과가 대단한 일이긴 합니다만, 그는 어디까지나 대한민국 국민입니다. 정부는 나라를 대표하는 조직인데 정부에서 훈장을 준다는 것은 국민이…….

― 말귀가 어두우십니다.

― 뭐요?

― 생각해 보세요. 사회를 좀먹던 기득권을 막아낸 공 플러스 쿠데타 막아낸 공 플러스 남북전쟁은 물론이고 3차 대전을 막아낸 공 플러스 일본의 역사 우기기를 막아내고 위안부 할머니와 강제징용자 문제를 해결한 것 플러스 천문학적 배상금과 영토까지 가져온 공을 더해 봅시다.

― …….

― 자, 그에 어울리는 훈장이 있으면 추천 좀 해 주시겠습니까? 막말로 고주몽 회장 아니었으면 대한민국은 전쟁 포화에 휩쓸려 다 죽고 폐허만 남았을 겁니다. 그런데 포상이랍시고 훈장 몇 개 던져주면 그게 격이 맞기는 합니까? 솔직히 이야기해 봅시다. 여러분들이 보기에 대한민국의 격이 높은 것 같습니까. 아니면 고주몽 회장님의 격이 높은 것 같습니까?

― …….

― 위안부 할머니 일만 해도 그래요. 대한민국 정부가 한 일이 뭐가 있습니까? 당사자는 쏙 빼버리고 뒷구멍으로 쎄쎄쎄해서 말도 안 되는 협의를 해 버린 정부였습니다. 있는 격도 알아서 떨어트리는 대한민국 정부였지 않습니까. 대한민국을 물에 빠진 사람에 비유한다면 고주몽 회장은 그걸 건져서 먹이고 재우고 키워주기까지 한 겁니다. 덕분에 사람 구실 좀 하게 됐다고 그새 기세등등해서는.

― …….

― 영향력으로 보나 능력으로 보나, 말로 대충 넘기려 들지 말고 세계 속에서 비교를 해 보세요. 누가 더 격이 높은지. 내 말이 틀렸습니까?

― 크흠. 말이 좀…….

― 내 말이 뭐요. 정부가 훈장을 주겠다는 말은, 어린애가 어른에게 용돈 주겠다는 말이나 다름없습니다. 고주몽 회장 입장에선 코 묻은 돈 빼앗아 가는 기분이 들 텐데 그것참 좋다고 하겠습니다.

훈장 운운했던 패널은 물론이고 스튜디오에 초청을 받아 대화에 참여하고 있던 다른 패널들 역시 입을 다물었다.

방송을 보고 있던 컴퍼니 직원들은 ‘워…… 이 사람 쫌 센데?’ 하는 표정이 됐다.

“당사자는 관심도 없는데, 왜 자기들끼리 싸우고 그러는지 모르겠네.”

주몽이 어이없다는 듯 이야기하자, 제이코가 냉큼 달려들었다.

“보스. 이건 이 사람 말이 맞습니다. 훈장이니 뭐니 하면서 대충 넘어갈 문제가 아니죠.”

“맞습니다. 보스. 공을 세웠으면, 아니 목숨을 구해줬으면 그에 합당한 보상을 하는 게 맞습니다.”

로버트까지 나서서 제이코와 입을 맞췄다.

“그래서 뭘 어쩌라고요. 포상금이라도 달라고 해요? 정부가 가진 돈보다 내가 가진 돈이 더 많은데?”

“그건 그렇긴 한데…….”

“그냥 재미로 봐요. 뭘 그렇게 심각하게 반응합니까.”

당사자인 주몽은 훈장이니 포상이니 하는 것에 1도 관심

없다고 이야기했지만, 제이코와 로버트는 생각이 달랐다.

‘이걸 그냥 넘기면, 보스가 해 주는 일을 당연하다고 생각하겠지?’

‘호의가 반복되면 권리로 생각하는 게 인간이니까.’

‘김덕영 대표와 이야기를 나눠봐야겠어.’

‘이명환 대통령과도.’

두 사람은 눈빛을 주고받더니 다시 방송에 집중했다.

주몽이 탄 비행기는 일반 게이트가 아닌 정부에서 따로 준비한 입국장에 멈춰 섰다.

비행기 문이 열리고 주몽이 모습들 드러내자, 타국 대통령이라도 방문한 것처럼 요란한 환영 행사가 시작됐다.

“레드 카펫을 이런 식으로 밟아 보게 되네요.”

주몽은 활주로에 길게 펼쳐진 카펫을 보며 웃음을 보였다.

레드 카펫 옆으로 이명환 대통령과 정부 관계자들, 그룹 회장단들이 쭉 늘어선 게 눈에 들어왔다.

주몽이 계단을 내려오자, 예쁘게 생긴 화동이 꽃을 내밀었다.

“회장님 고생 많으셨습니다.”

이명환 대통령은 좋아서 어쩔 줄 모르겠다는 듯 방실방실 웃는 얼굴로 주몽을 맞이했다.

“너무 요란한 것 아닙니까?”

“요란하다니요. 솔직히 말해서 여긴 아무것도 아닙니다.”

“네?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공항 밖은 그야말로 인산인햅니다. 발 디딜 틈도 없어요.”

“공항을 빠져나갈 수 있기는 한 겁니까?”

“하하. 별걱정을 다 하십니다.”

주몽은 진짜 걱정이 돼서 묻는 거였지만, 이명환 대통령은 그 말을 농담으로 받았다.

주몽이 걸음을 옮기자, 정부 관료들과 회장단들이 연달아 고개를 숙였다.

회장단들이야 자신의 가신들이니 그렇다 쳐도 정부 관료들까지 허리를 아끼지 않으니 어색함이 밀려들었다.

출국장 주변은 공항 경찰과 기동대 병력이 세이프 라인을 만들고 주몽의 이동에 문제가 없도록 최선을 다했다.

주몽이 출국장 밖으로 얼굴을 내밀자, 우레와 같은 함성이 터져 나왔다.

“와!”

“고주몽! 고주몽!”

“날 가져요!”

온갖 외침과 함성이 공항 내부에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대한민국은 현재 고주몽 신드롬이라고 해도 과하지 않을 정도로 주몽 앓이 중이다.

“회장님. 손 한 번 흔들어 주시죠. 국민들이 저렇게 환호하는데.”

‘이 양반이 미쳤나. 얼굴만 비춰도 이 난린데, 여기서 손까지 흔들면 경찰들 다 밟혀 죽겠다.’

경찰들이 띠를 만들어 세이프 라인을 버텨내고 있지만, 휘청거리는 게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다.

“일단 이곳을 빨리 빠져나가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주몽의 말에 이명환 대통령은 아쉬운 표정이 됐지만, 주인공이 내키지 않는다는데 머뭇거릴 수도 없는 일이다.

“가시죠. 청와대로 모시겠습니다.”

우렁찬 함성을 뚫고 밖으로 나온 주몽은 청와대에서 준비한 차량에 올라탔다.

도로 전체를 통제하고 있는지 서울로 향하는 길이 뻥 뚫렸다.

이동하는 거리마다 시민들이 손을 흔드는데, 환영인파를 강제로 동원하던 독재국가 시절이 떠오를 정도다.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이명환 대통령은 여전히 감격을 주체하지 못했다.

“고생은요. 정부 관계자들이 세부 사항 마무리하느라 더 고생이 많았습니다.”

“별말씀을 다 하십니다. 회장님이 차려준 밥상에 숟가락만 올리는 수준이었다고 다 보고 받았습니다.”

“그나저나, 부역자들 문제는 어떻게 됐습니까.”

“한 놈도 빠짐없이 모두 잡아들였습니다. 그 역시 회장님 덕분입니다.”

이명환 대통령은 주먹까지 불끈 쥐어가며 당시 상황을 이야기했다.

자신이 직접 현장을 뛴 것도 아닐 텐데 체포 현장에 있었던 사람처럼 설명이 찰지기 이를 데 없다.

“그나저나, 중국이 문젭니다.”

“중국이요?”

“네. 외교부에 공식항의 서한이 들어왔습니다.”

“항의서한이라면 인공섬 프로젝트 말입니까?”

주몽의 질문에 이명환이 고개를 끄덕였다.

“당장 중지하지 않으면 사드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경제 조치를 하겠다고 합니다.”

“웃기는 놈들이네.”

주몽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

“회장님. 이게 그냥 웃고 넘어갈 문제가 아니라서 말입니다. 사드 문제 때도 온갖 치졸한 짓은 다 했던 중국입니다.”

이명환 대통령은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라며 미간을 찌푸렸다.

“하라고 하세요. 경제 조치를 자기들만 할지 아나.”

“네?”

“미국을 때리긴 무서우니 괜히 우리한테 그러는 거 아닙니까.”

“그렇긴 하죠.”

“동네북도 아니고. 일본에 이어 이번엔 중국이라니. 대한민국 위상이 이 정도밖에 안 된다는 게 서글프군요.”

주몽의 말에 이명환 대통령은 할 말이 없다는 듯 입을 다물었다.

“예상되는 경제 조치는 어느 정도입니까?”

“그때처럼 관광객부터 시작할 거로 보고 있습니다.”

“그래요? 그럼 우리도 중국 가지 맙시다.”

“우리도 말입니까?”

“이거 왜 이러세요. 항의서한이 외교부로 들어왔다뿐이지. 이거 나 엿 먹으라고 하는 짓이잖아요.”

“괜찮을까요? 그래도 중국인데…….”

“믿으세요. 나 고주몽입니다.”

주몽은 걱정하지 말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경제 조치 좋아하네. 안 그래도 리벤지 파운데이션 단기 회원들이 가입 기간 좀 늘려달라고 부탁하던데. 잘됐네요. 그 경제 조치 이번엔 우리가 먼저 해 봅시다.”

“회장님만 믿겠습니다.”

“네. 그래서 말인데, 중국 외교부에 항의 서한 하나 보내주세요.”

“어떤 내용으로…….”

“티벳을 독립시켜주면 나도 인공섬 해결해 주겠다고.”

“네? 그건 내정간섭…….”

“그럼 중국에서 날아온 항의서한은 외정간섭입니까? 뭐라고 떠들어대면 우리도 대응해 주세요. 내정간섭이라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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