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장. 착한 아이가 될 때까지. 2
유엔 본회의장.
일본, 로즈차일드의 파렴치한 행위와 음모가 밝혀지고 한국과 주몽의 승리가 확정되었던 바로 그 장소에 다시 한번 역사적인 장면이 만들어졌다.
전날 약속대로 지급 기한을 5년으로 늘려주는 대신에 주몽이 초청한 사람들에게 일본 정부가 정식으로 사과하는 자리가 만들어진 것이다.
야베는 침통한 표정으로 몸을 일으키더니 힘겹게 입을 열었다.
“과거 일본이 저질렀던 침략 전쟁을 처절히 반성합니다.”
유엔 본회의장에 야베 총리의 과거사 반성이 흘러나왔다.
“정신적, 신체적 피해를 준 것은 물론, 그간 반성의 태도 없이 심적 고통을 드리고 반복된 망언으로 충격을 드렸던 것에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야베는 단상에 올라와 있는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와 강제노동에 대해 배상 청구를 했던 할아버지에게 고개를 숙였다.
일본 관료들 역시 야베를 따라 동시에 허리를 숙였다.
“부디 용서 바랍니다.”
야베의 얼굴은 그야말로 참담할 지경이었지만, 그 모습이 처절한 반성과 부끄럼 때문은 아닐 것이다.
세계가 지켜보는 앞에서 자신이 했던 말들을 부정하고 고개를 숙여야 하는 이 현실이 참담했기 때문에 그런 얼굴이 되었을 것이다.
위안부 할머니들은 말없이 눈물만 뚝뚝 떨어트렸다.
돈을 달라고 했던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자신들을 이리 만들었던 자들을 법정에 세워 달라고 했던 것도 아니었다.
그저 한 마디.
― 미안합니다.
그게 진심이 아닐지라도, 마음에 없던 소리일지라도 그 한마디를 듣고 싶었던 것뿐이다. 과거 그들이 저질렀던 행위가 잘못된 것임을 인정하고 자신들이 돈 몇 푼에 몸을 팔았던 그런 여자가 아니었음을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었을 뿐이다.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고, 가족들에게 피해가 갈까 두려워 가슴 속 깊이 묻어 두어야 했던 처참한 기억들.
“열네 살이었어요.”
위안부 할머니 한 분이 울먹이며 입을 열었다.
할머니의 말은 곧바로 세계 각국 언어로 통역이 됐다.
“공장에 취직도 시켜주고, 공부도 시켜준다고 그랬어요.”
야베와 일본 관료들의 귀에 할머니의 처연한 목소리가 흘러들었다.
“그런데 왜 그랬어요…… 왜!”
할머니는 억눌린 목소리가 회의장 내부에 울려 퍼졌다.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를 듣고 싶어서…… 그렇게 다들 기다렸고…… 힘들게 버텼는데…… 이젠, 다 가고 없어요. 우리 친구들 불쌍해서 어째요…….”
할머니는 더는 말을 잇지 못하고 꺽꺽거리며 울음을 터트렸다.
야베와 정부 관료들은 나지막이 전해진 통역에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늦은 밤임에도 생방송으로 현장을 지켜 보고 있던 한국 국민들은 할머니의 울음 섞인 한 마디에 숨죽여 함께 울었다.
일본 총리와 정부 관료의 유엔 공식 사과는 전 세계로 전파를 탔다.
오전에 일본의 과거사 반성, 사과가 있을 거라는 정보를 전달받은 방송사들은 2차 대전 당시 한국과 중국 동남아는 물론이고 유럽 여성들까지 어떤 고통을 겪고 얼마나 비참한 인생을 살아야 했는지 생존자의 증언과 기록을 내보냈다.
위안부 문제뿐 아니라 강제노동자들의 증언도 이어졌다.
지하갱도 수백 미터 아래서 어떻게 일을 하고 또 죽어갔는지 방송이 됐고, 이와 관련해 유네스코에 등재된 군함도 문제 역시 재조명됐다.
강제로 잡혀가 노동에 시달렸던 이들에겐 죽음의 섬이었고 일본엔 문화 유적지 또는 관광지로 알려진 이율배반적인 장소.
이웃 국가들의 문제 제기에 강제노동행위가 있었을 수도 있다는 내용을 집어넣어 문화유산 등록을 통과하더니 그와 동시에 다시 그 내용을 다시 빼버렸던 일본의 어이없는 행위 역시 전 세계에 알려졌다.
“유네스코 군함도 문화유산 지정과 관련된 로비가 있었다는 증언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유네스코 각국 지원금과 그 지원금이 특정 국가의 로비 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에 문제가 제기되면서…….”
“유네스코 협회에서 공식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군함도는 물론이고 역사 왜곡이 문제가 됐던 사항에 대해 전면 재검토를 할 것이라는 소식이…….”
“Go 컴퍼니 고주몽 회장이 유네스코 재단에 10억 달러를 쾌척했다는 소식이 들어왔습니다. 다른 형태의 로비가 아니냐는 말이 나오는 가운데…….”
“유네스코 지원금에 대해 Go 컴퍼니 대변인 제이코 코엔은 '역사 왜곡에 대한 올바른 대처'를 조건으로 지원금을 내놓았다고 정식으로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로비가 아니냐는 세간의 의문에 ‘역사 왜곡을 바로잡자는 걸 로비라고 말한다면 우린 로비를 한 게 맞다’라고 발언하면서…….”
유네스코 관련 뉴스가 속보로 이어지는 가운데 CNN에서 준비한 영상과 역사 자료는 놀람을 넘어 충격 그 자체였다.
어디서 그런 자료를 구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본 제국주의 시대에 벌어졌던 반인륜적이고 인간이길 포기한 온갖 행위들이 다큐멘터리로 방송이 됐고 심약한 이들은 방송을 보다 말고 화장실로 뛰어가는 일까지 벌어졌다.
731부대의 잔혹사와 731 넘버가 붙은 전투기를 타고 활짝 웃는 야베의 얼굴이 오버랩됐고, 난징에서 벌어진 대학살과 일본 장교들 사이에 내기처럼 벌어졌던 ‘참수’ 경쟁도 그대로 방송을 탔다.
이는 당시 일본 신문에 났던 내용을 발췌했기에 증거와 사료의 역할을 충실히 만족시켰다.
CNN은 이런 역사적 사실과 증거가 버젓이 남아 있음에도 역사 왜곡과 변질된 역사 교육을 자행해온 일본의 행태를 지적했고, 이는 유네스코에서 벌어진 군함도 문화유산 지정과 일맥상통하는 ‘왜곡’의 한 갈래라고 이야기했다.
CNN의 방송은 ‘역사 왜곡을 바로잡자는 걸 로비라고 말한다면 우린 로비를 한 게 맞다’라는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킨 제이코를 우회 지원하는 형태가 됐고 로비 운운하며 문제를 제기했던 이들의 입을 다물게 만드는 긍정적 효과를 가져왔다.
센스 좋은 외국 네티즌들은 제이코가 한 발언의 응용 버전을 올리기 시작했다.
― 역사 왜곡을 부정한 것을 부정이라고 한다면 맞다. 그렇다면 너희는 역사를 부정했다.
― 난징대학살을 부정한 것을 부정이라고 한다면 맞다. 그렇다면 너희는 학살을 부정했다.
― 전쟁 성노예를 부정한 것을 부정이라고 한다면 맞다. 그렇다면 너희는 위안부를 부정했다.
일종의 패러디성 문구들이었지만, 너나 할 것 없이 공감하고 동참하자 제이코의 발언은 차후 타임지 전면을 장식할 정도로 유명세를 탔고, 정치인들이나 코미디언들이 뭔가를 비꼴 때 사용하는 단골 레퍼토리로 사랑을 받는 문장이 됐다.
CNN 역사 보도는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진주만 기습을 통해 미국이 입은 피해와 사망자, 부상자 명단이 주르륵 스크롤 됐고, 일본의 전쟁 침략사가 ‘선전포고’ 없는 기습 작전에 의한 전쟁이었음도 큼지막하게 자막을 입혀 설명됐다.
러일전쟁이 그랬고, 미일전쟁도 선전포고 없는 기습에 의한 전쟁이었기 때문이다.
거기에 한국을 침탈하고 식민지로 만드는 과정에 벌어졌던 일본의 행위는 참담한 그 자체였다.
원자폭탄 투하로 패전국이 된 이후, 세계 유일의 원폭 피해자임을 내세워 전범 국가 이미지를 희석해 왔다는 점 역시 그대로 방송에 흘러나왔다.
그린피스와 국제시민단체의 고발이 이어졌는데, 후쿠오카 원전 사고를 은폐하려는 시도와 자국민들의 피해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무시로 일관했던 행위들까지 모조리 까발려졌다.
덤으로 잔혹한 고래 사냥도 방송을 났는데, 인근 바다가 온통 붉게 물들어 보는 것만으로도 속이 거북해졌다.
“저런 미친…… 어떻게 저런 짓을!”
“사료와 증인이 멀쩡히 살아 있는데도 과거를 부정하고 역사를 왜곡했다고?”
“지금 하는 사과가 일본의 첫 번째 공식 사과라고? 이게 말이 돼?”
세계인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분노했고 또 일본을 비난했다.
“그러니까. 과거에 저런 짓을 벌이고도 사과는커녕 또 한국을 침략하려고 했다는 말이네.”
“전쟁광인가? 평화 헌법인가 하는 것이 전쟁을 하지 않겠다는 법이라는데, 그걸 바꾸려고 했다네.”
“나는 일본이 친절하고 예의 바른 나라라고 생각했었는데.”
“모두가 전쟁 그리고 저런 범죄를 꿈꾸는 건 아니겠지. 설마 일본 전체가 저럴까.”
“헤이치 스피치라고 들어봤냐? 인종차별적, 민족 차별적 혐오 발언을 주 종목으로 삼는 일종의 시위 단체인데. 이게 일본에서 그렇게 핫하단다.”
“그런 단체가 버젓이 돌아다닌다고?”
“응. 그들의 증오연설 또는 혐오 발언은 인종, 성, 나이, 민족, 국적, 종교, 성 정체성, 장애, 언어능력, 도덕관 또는 정치적 견해, 사회적 계급, 직업 및 외모, 지적 능력까지 있는 대로 까버리지. 옆에서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광기가 느껴진다니까.”
“일본 여행을 가면 대로변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이건 내가 여행 중 찍은 영상.”
평소 일본을 좋게 봐 왔던 이들은 배신감을 느꼈다며 고개를 저었고, 일본 여행에서 느꼈던 그들의 이중적 태도에 혼란을 느꼈다는 이들도 등장했다.
무엇보다 헤이치 스피치에 대한 영상이 올라오자, 인터넷 공간이 다시 한번 활활 타올랐다.
CNN에서 일본의 과거 범죄 행위를 내보냈다면, ABC방송에서는 일본의 욱일기가 아시아에서 과거 2차 대전 당시 나치의 하켄크로이츠기(旗)와 같은 의미로 사용된다는 것을 알렸다.
욱일기의 올림픽 사용에 대해 수많은 문제가 제기되었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문제없다는 반복했던 야베의 발언이 전파를 탔다.
역대 올림픽 역사상 최악의 올림픽 1위에 꼽힌 도쿄 올림픽. 그 자체만으로 이미 악명이 높았는데 원전 문제와 과거사 문제, 아시아 나치 깃발이라 할 수 있는 욱일기 문제까지 대두가 되자 더욱 난리가 났다.
이런 내용을 모르고 욱일기 디자인 의류, 물품을 소유했던 이들은 그런지도 모르고 동양인 앞에서 떳떳하게 욱일기 디자인 옷을 입었던 자신이 부끄럽다며 SNS에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야베와 관료들은 배상금 지급 기한을 늘리려는 방편으로 고개를 숙였지만, 주몽은 이 장면을 단순히 일본 정치인 또는 정부의 사과 정도로 마무리 지을 생각이 없었다.
물론, 나라가 망해도 사과는 없다며 끝까지 버티는 경우도 생각지 않은 건 아니다. 워낙 철면피 행태를 보여온 일본이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만에 하나 이들이 사과를 선택한다면, 그리고 그 장면이 세계로 알려지고 보도가 된다면, 오늘의 이 사과가 어떤 의미를 또 역사를 담고 있는지 저들이 지금껏 어떤 짓을 저질러 왔는지 명확하게 보여주고 싶었다.
CNN은 물론이고 ABC 등 외국 유력 방송사에서 송출된 역사 자료는 주몽과 Go 컴퍼니에서 준비한 ‘불가역적 역사 기록’ 작전의 일부였다.
야베와 일본 관료들은 주몽의 사과 요청이 즉흥적 발언이라고 생각하고 임시방편으로 조건에 응했지만, 그 여파는 감당 못 할 크기로 밀려들었다.
▶ 이거 울 고 회장님의 빅픽쳐 맞지?
▷ 응. 빅픽쳐 맞아.
▷ 야베 완존 빡치겠는데.
▷ 빡치다 뿐인가? 아시아권 국가들 성명서 내는 거 봐라. 울 고주몽 회장님을 히스토리 히어로라고 부르고 있다.
▶ 와. 지금 중국 성명서 봤냐?
▷ 봤다. 안중근의 재래란다. 이거 이토 저격 사건에 빗댄 거 맞자?
▷ 짱깨들 졸라 부러워 한다.
▷ 씨발. 내가 다 뿌듯하네. 이거 국뽕 맞지?
▷ 멍청아. 국뽕은 우리끼리 잘났다고 뽕질 하는 게 국뽕이고. 고 회장님이 하신 일은 전혀 다른 거지.
▶ 어. 그래서 내가 신조어 하나 만들어 봤다. 앞으로 팩트 폭행한 국뽕은 고뽕이라고 불러라.
▷ 오, 고블리스 이후 새로운 신조어 탄생인가. 앞으로 고뽕이라고 불러다오!
▷ 주모~ 여기 고뽕 사발!
▷ 꺼억. 한 잔만 마셨는데 취기가 올라오네. 고뽕 이거 도수가 높구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