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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벼락부자, 역대급 깽판을 치다-188화 (189/224)

188장. 착한 아이가 될 때까지. 1

결국, 협상은 속행됐다.

시간을 달라던 일본 측 협상단은 끙끙 앓는 소리만 냈다.

“금리는 2%.”

시간을 끌 생각이 없다던 주몽은 곧바로 이율을 이야기했다.

“2…… 2%요?”

“달러니까. 미 국채 금리를 적용해야지 않나?”

주몽의 말에 일본 협상단은 재빨리 미 국채 금리를 확인했다.

“미 국채 금리는 1.8%입니다.”

“뭐 그렇다고 하더군. 변동금리로. 그런데 우리는 확정금리 그것도 반올림하기로 했지.”

“…….”

“그러니까. 2%.”

“저기. 회장님. 그래도 2%는…….”

“2%!”

“무립니다. 1.8%로…….”

“2%”

주몽은 재고의 여지가 없다는 듯 재차 2%를 요구했다.

한국 측 협상팀은 주몽의 모습에서 한때 인기를 끌었던 TV 광고, 4딸라의 재림을 보는 듯했다.

일본 측 협상단은 벽에 대고 이야기를 해도 이보다는 낫겠다는 표정을 짓더니 결국 손을 들어 올렸다.

“벼…… 변동금리로 하겠습니다.”

미 국채 금리는 꾸준히 올라서 1.8%다.

워낙 우량채권이라 금리 변동이 거의 없기도 했고, 지금보다 더 금리가 올라간다고 해도 끽해야 0.1%다. 확정 2%에 비하면 그쪽이 백배 나은 것이다.

“환율은 고정하고 금리는 변동으로 하겠다고?”

주몽은 그런 게 어디 있냐는 듯 입술을 삐죽거렸다.

“배상금 지불은 1년 기한으로 정해져 있지 않습니까.”

대(大) 협정안에 따르면 그렇게 되어있다.

“배상금을 1년 안에 지불할 수 있다는 말로 들어도 되는 건가?”

“딸꾹.”

일본 측 협상단에서 딸꾹질 소리가 흘러나왔다.

협상에 들어가기 전에 내부적으로 결정된 사안이, 어떻게든 배상금 지급 기간을 늘리자는 것이었다.

배상금을 기간 내에 마련하는 것도 문제지만 그 많은 돈이 한 번에 빠져나가면 말 그대로 파산 위기에 처할 수도 있는 것이다.

내수 경제는 물론이고 기업들의 무역 대금처리에도 심각한 문제, 자칫 IMF를 불러들일 수도 있었다.

일본은 갈라파고스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자국 기업 보호에 총력을 기울여왔는데 IMF가 일본에 들어오는 날엔 박살이 날 것을 각오해야 한다.

그간 버텨왔던 자국 경제 기조가 송두리째 흔들릴 것이고 IMF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신들 입맛에 맞춰 뜯어고치려 들게 분명했다.

당장 옆 나라 한국만 해도 얼마나 많은 기업이 무너지고 조각이 났던가 말이다.

그런데 말을 하다 보니 결국 본안대로 1년 안에 모두 갚는 쪽으로 이야기가 진행돼버렸다. 그것도 자신들 입으로 말이다.

“그렇다면야. 좋아. 변동금리 오케이!”

주몽은 고민할 필요도 없다는 듯 개운하게 오케이 사인을 날렸다.

“어어! 잠시만요.”

“회장님. 잠시 기다려 주십시오!”

일본 측 협상단은 뜨악한 표정으로 ‘스톱!’을 외쳤다.

“또 왜? 원하는 대로 해준다니까.”

처음 협상을 시작할 때와 달리 말투가 점점 짧아지더니 이젠 아랫사람 대하듯 하는 주몽이다.

하지만 그걸 문제 삼는 사람도 없고, 그걸 이상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없다.

마치 물 흐르듯 모든 게 자연스럽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1…… 1년은 죄송합니다. 저희 쪽에서 말이 헛나왔습니다.”

“그럼 어쩌자고? 약속은 못 지키겠지만 이자는 유리한 쪽으로 내고 싶다는 건가?”

“…….”

일본 측 협상단은 합죽이처럼 입이 딱 달라붙었다.

협상장 내에 싸늘한 분위기가 흘렀다. 주몽의 심기가 좋지 않은 쪽으로 흐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일본 측 협상단을 너나 할 것 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호텔 바닥에 납작 엎드린 일본 관료들은 목이 터지라고 소리를 질렀다.

“오네가이이타시마스! 젠쇼오!”

선처를 바란다며 바닥에 엎드린 일본 측 협상단의 모습에 한국 협상단은 깜짝 놀란 표정이 됐다.

설마 이렇게까지 나올 줄은 상상도 못 했기 때문이다.

협상에 나선 한국 측 시선이 주몽에게 집중됐다. 주몽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했다.

“야베 총리는 생각이 다른 것 같군.”

주몽은 바닥에 엎드려 있는 관료들은 관심도 없다는 듯 한쪽 끝에서 눈만 감고 있는 야베에게 총알을 날렸다.

“으음.”

야베는 신음을 흘리며 눈을 떴다. 자리에서 일어난 야베는 주몽을 향해 허리를 숙였다.

“부탁드립니다.”

야베가 항복 선언을 하자, 그제야 주몽의 얼굴에서 냉기가 사라졌다.

“뭐, 총리께서 그렇게 말씀을 하신다면야. 좋습니다.”

주몽이 긍정적 반응을 보이자, 일본 관료들은 연신 감사 인사를 올렸다.

흐트러졌던 협상장이 다시 자리를 잡자, 주몽이 입을 열었다.

“대신 조건이 하나 있는데.”

“조건이라면 어떤.”

“먼저 배상금 지급 기간을 어느 정도로 할지 그것부터 말해 보시오.”

주몽의 말에 자기들끼리 쑥덕거리던 일본 협상단은 ‘3년’이라는 기한을 들고 나왔다.

“3년이라.”

“하이. 3년입니다.”

고개를 끄덕인 주몽이 기한을 늘려주는 대가로 ‘조건’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내 조건을 받아들인다면 3년으로 늘려주겠소.”

“하이! 말씀해 주십시오.”

“한국에서 강탈해간 문화재 환수 100%.”

“에?”

“민간이든 정부 차원이든 한국에서 가져간 문화재와 유물을 모두 돌려준다면 기한을 3년으로 늘려주지. 이율도 미 국채 금리에 맞춰주고.”

“에에?”

“뭘 자꾸 에에 거려. ‘오케이’하면 3년이고 ‘노’하면 1년!”

주몽이 내세운 조건에 일본 관료들은 ‘어버버’거리며 선뜻 답을 내놓지 못했다.

“하나 더.”

“또…… 말입니까?”

“내가 이쪽으로 모셔온 분이 계셔.”

“어떤 분을 말씀하시는지.”

“한(恨)이 많으신 분이지.”

“……?”

“내일 본회의장에서 잘못을 인정하고 그분께 정식으로 사과를 하면 3년이 아니라 5년으로 늘려줄 수도 있다.”

모셔온 분이 누구인지, 어떤 반성과 사과를 해야 하는진 모르겠지만, 그간 한국에서 쉼 없이 문제를 제기했던 것 중 하나일 것이다.

“콜?”

주몽의 질문에 관료들이 야베 눈치를 봤다.

보아하니 위안부나 강제노동자 문제다.

이 부분은 야베가 목에 핏대를 세워가며 ‘아몰랑’을 펼쳤던 부분이라 당사자가 오케이를 해야 처리할 수 있었다.

“싫으면 그냥 본안대로 1년 가고. 그런데 다들 알고는 있지? 1년 안에 다 갚지 못하면 어떻게 되는지.”

1년이든 5년이든. 뭐가 됐든 상관없다는 듯 이야기했지만, 듣는 입장에선 협박이나 다름없었다.

“총리대신.”

“하셔야 합니다.”

“5년입니다. 5년이면 최악은 면할 수 있는 기간입니다.”

관료들이 곧바로 압박에 나섰다.

만약 야베가 반대를 한다면 당장 주먹질이라도 할 분위기다.

“그…… 렇게 하리다.”

야베의 입에서 사과하겠다는 말이 흘러나오자, 주몽보다 일본 측 관료들이 표정이 더 밝아졌다.

“회장님 그렇게 하겠습니다!”

관료들은 한목소리로 콜을 받았다.

“좋습니다. 그럼 배상금과 금리 기한은 이렇게 일단락 지읍시다.”

주몽의 입에서 협정안 1안에 대한 합의 사항이 흘러나오자, 일본 측 협상단은 너나 할 것 없이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세부 사항은 한국 쪽 협상단과 마무리하면 될 겁니다. 2차 협상은 내일 오전에 진행하도록 합시다.”

주몽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양측 협상단도 재빨리 몸을 일으켰다.

“김덕영 대표님.”

“네! 회장님!”

김덕영은 존경이 줄줄 흘러나오는 눈빛으로 주몽을 바라봤다.

“세부안은 맡겨도 되겠죠?”

“물론입니다!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을 얻는 정도인데 그것도 못 하겠습니까!”

“하하하. 그래요. 잘 부탁합니다.”

주몽이 자리를 떠나자, 한국 협상단은 본격적으로 업무에 나서기 시작했다.

말 몇 마디로 일본을 달달 갈아버린 주몽 덕분에 세부안 작성은 그야말로 일사천리로 진행이 됐다.

1차 협상이 마무리되고 협상장에서 있었던 일들이 하나둘 외부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굴욕적 협상이 됐던 일본은 모두가 입을 꾹 다물었지만, 보는 내내 속이 시원했던 한국 측 협상단은 기자를 피할 이유가 없었다. 없는 기자들을 불러 모아서라도 소문을 내야지 않겠는가 말이다.

― 일제강점기에 벌어졌던 위안부 문제와 강제노동자 문제에 대해 ‘일본 처절한 반성과 사과’

― 일본, 내일 본회의장에서 생존 노동자와 위안부 할머니에게 정식으로 사과하겠다.

― 고주몽 회장. 대인배 모습을 보여. 일본 배상금 기한 ‘5년’으로 양보.

― 배상금 1조8천억 달러로 확정! 연 1.8% 이율 적용. 첫해 이자만 한화 40조에 달해.

― 일본이 강탈해간 문화재, 유물 한 점도 빠짐없이 한국으로 반환! 문화재청 쌍수를 들고 환호!

― 대한민국 건국 이래 최대 업적. 고주몽 회장 동북아 전쟁 위기를 막아낸 영웅!

― 고주몽 회장. 노벨평화상 후보 유력! 대한민국 겹경사!

뉴욕발 협상단 소식은 곧바로 한국과 일본에 전해졌다.

한국은 제2의 독립기념일이라며 너나 할 것 없이 거리로 나와 만세를 물렀지만, 일본은 정부를 성토하며 반(反) 야베 시위가 연일 계속됐다.

주몽이 뉴욕에서 활약을 펼치고 있던 시각. 한국에서는 또 다른 비밀작전이 시작됐다.

안태완을 통해 확보한 ‘부역자’ 들의 체포 작전이 시작된 것이다.

처음 부역자 명단을 확인한 이명환 대통령은 좌절감까지 느꼈다.

나라를 팔아먹고 배신한 자들의 면면이 각계각층의 사회 인사들이었기 때문이다.

부역자 명단은 일본에 협력한 자들만 있는 게 아니었다.

미국은 물론이고 중국에 협조한 자들까지 뒤엉켜 그야말로 시궁창 냄새가 가득했다.

나라의 정보를 관리하는 국정원은 물론이고 지금은 끈 떨어진 연이 되었지만, 전직 국회의원들, 검찰은 물론 법원에 이르기까지 온갖 군상들이 망라되어 있었다.

더 황당하고 웃긴 건 자신마저 예비 부역자 명단에 들어가 있었다는 점이다.

자의적으로 협조를 하진 않았지만, 알게 모르게 도움이 된 ‘후보’ 명단에 들어간 것이다.

구역질이 나올 것 같은 현실에 이명환 대통령은 한동안 넋 나간 얼굴이 됐다.

“빌어먹을.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가 부역자가 되어있었다니.”

이명한 대통령은 명단에 없는 주요 인사를 비밀리에 소집했고, 그들에게 암약하고 있는 부역자 명단을 공개했다. 그리고 자신마저 저들의 예비 후보로 지명됐다는 사실도 가감 없이 밝혔다.

이건 감추고 말고 할 문제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썩은 사과들입니다. 한데 놔두었다간 멀쩡한 사과까지 모조리 썩어버릴 겁니다.”

“맞는 말씀입니다.”

“국정원과 검경은 내부 부역자를 시작으로 곳곳에 암약하고 있는 썩은 자들을 한 놈도 빼지 말고 체포를 해야 합니다.”

“네. 대통령님.”

“법원은 재고 말고 할 것 없이. 영장 치는데 망설임이 없어야 할 겁니다.”

“물론입니다. 영장은 당연하고 재산 환수를 위해 동결조치도 함께 들어가겠습니다.”

대통령의 으르렁거리는 목소리에 판사들 역시 독기를 쏟아냈다.

“내일. 뉴욕에서 반가운 소식이 날아들 겁니다.”

“고주몽 회장님 말씀이죠?”

“네. 정말 고주몽 회장님이 아니었다면 이 나라는…….”

이명환 대통령은 상상만으로도 끔찍하다는 듯 몸을 부르르 떨었다.

“이 나라의 영웅이시죠.”

“다른 이들 같으면 주체할 수 없는 돈 때문에 오히려 망가졌거나 망나니처럼 살았을 텐데. 고 회장님은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정말 놀라울 뿐입니다.”

“네. 놀랍기뿐입니까. 역사 이래 계속해서 줄어들기만 했던 영토가 처음으로 확장까지 됐습니다. 고 회장님에게 어떻게 감사를 표해야 할지 감조차 잡히질 않습니다.”

이명환 대통령의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혹시, 이 명단도 고 회장님이 찾아주신 겁니까?”

“이를 말입니까.”

이명환 대통령이 고개를 끄덕이자, 이젠 놀라기도 힘들다는 듯 다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일제강점기가 끝났음에도 우리는 그 굴레를 벗어내지 못하고 살았습니다. 하지만!”

“스스로 쟁취하지 못한 독립이기에 더욱 그랬습니다.”

“이 기회마저 살리지 못하고 놓쳐버린다면 그야말로 천고의 역적이 되는 겁니다.”

“고 회장님에게 실망을 주고 싶지 않습니다. 내 말 무슨 뜻인지 아시겠죠?”

“물론입니다. 대통령님!”

“좋습니다. 가서 준비하세요. 내가 신호를 하면 폭풍처럼 움직이세요. 나라를 좀먹던 자들을 모두 쳐내는 겁니다.”

“네. 대통령님.”

그렇게 준비된 부역자 척결 작전.

뉴욕에서 희소식이 날아들고 나라 전체가 축제에 휩싸인 이때, 이명환 대통령의 명령이 떨어졌다.

“지금입니다. 싹 잡아들이세요! 한 놈도 빠짐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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