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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벼락부자, 역대급 깽판을 치다-186화 (187/224)

186장. 독박을 쓰고 싶겠어?

주몽은 이미 예상했다는 듯 담담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이 상황에선 자신이 뭘 내놓아도 무조건 조작이라고 우겨야 할 테니까 말이다.

“그렇게 말씀하실 것 같아서. 더 준비했습니다.”

주몽의 말에 다들 스크린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지금까지 나온 증거만으로도 일본의 완패가 예상됐지만, 증거가 공개될 때마다 파급력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안태완도 고개를 돌려 화면을 바라봤다. 예정에 없던 4차 증거가 궁금했기 때문이다.

“어?”

어떤 내용이 나올지 궁금한 표정으로 스크린을 바라보고 있는 사람들과 달리, 안태완의 입에서 의문사가 흘러나왔다.

주몽에 제시한 4차 증거는 병실에 머무는 안태완 본인의 모습이었다.

안태완은 이게 뭐 하는 짓이냐는 듯 주몽을 노려봤다.

“무슨 생각인 거냐?”

안태완이 굳은 표정으로 주몽을 바라봤다.

“네가 생각하는 그거.”

주몽은 알면서 묻는 이유를 모르겠다는 듯 입술을 쭉 내밀었다.

“뭐?”

“네가 생각하는 그거라고.”

“이건 협정 위반이다.”

안태완은 약속과 틀리지 않냐며 눈을 부라렸다.

“아마추어같이 왜 이래.”

“일이 커지기 전에 멈춰라.”

“야.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 여기서 멈추면 더 이상하지. 그리고 이번 일을 일본이 혼자 뒤집어쓸 것 같아? 불행은 나누면 절반으로 줄어든다는데, 독박을 쓰는 것보다 뭐라도 물고 들어가지 않겠어? 예를 들면 로즈로 시작되는 애새끼들 같은 거 말야.”

“죽고 싶어서 환장했군.”

“내가? 그럴 리가. 나는 살고 싶어서 이런 거야. 아무렇지도 않게 자신들 이익을 위해서라면 전쟁도 서슴지 않는 놈들이잖아. 그놈들 무서워서 잠은 자겠냐? 쥐새끼처럼 숨어서 헛짓 못 하게 세상 밖으로 끄집어낼 생각이야.”

“동맹을 배신하겠다는 거냐?”

“동맹? 무슨 동맹?”

주몽이 무슨 소린지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자, 안태완의 표정이 딱딱히 굳어졌다.

“설마…….”

“응. 맞아.”

주몽은 쿨하게 인정했다.

“고주몽. 로즈차일드다! 정신 차려!”

“그래서 뭐?”

“감당할 수 있을 것 같나?”

“쯧쯧쯧. 자기들 주춧돌이 뽑혀 나갈 상황인데 나까지 신경을 쓸 수나 있겠어?”

“…….”

주몽은 이 순간만을 기다렸다는 듯 후련한 표정으로 스크린을 바라봤다.

스크린에선 자신과 안태완이 나누는 대화가 가감 없이 그대로 흘러나왔고 로즈차일드가 어떻게 일본을 후려쳤는지, 각국에 어떻게 스파이를 키우고 있는지도 모두 공개가 됐다.

증거 운운하며 오리발을 내밀던 일본은 물론이고 방구석에서 TV를 보고 있던 로즈차일드까지 싸잡아 개새끼로 만들어버렸다.

그들의 범죄 행위가 전 세계로 방송이 되어버렸으니, 아무리 용빼는 재주가 있다고 해도 이번엔 도망갈 방법이 없을 것이다.

▶ 어우. 씨발. 여기서 로즈차일드가 왜 나와!

▷ 뭐야. 일본이랑 짝짜꿍해서 한국 털어버리려고 했던 거야?

▷ 아니 왜? 일본이야 한반도 먹고 싶어서 수백 년째 찌질거리고 있다고 쳐도. 로즈차일드는 왜?

▶ 이유가 중요해? 로즈차일드가 한국을 병신 취급했다는 게 중요하지!

▷ 그런데 이거 이렇게 막 밝혀도 되는 건가? 로즈차일드가 존재는 한다고 하지만 어디서 어떻게 존재하는진 다들 모르잖아.

▷ 중요한 건 그런 로즈차일드에 울 회장님께서 맞짱을 뜨신거다.

▶ 맞짱은 무슨. 저러다 암살이나 안 당하면 다행이겠다.

▶ 횽아들. 로즈차일드가 뭔가요? 이거 직역하면 ‘장미 어린이’인데. 고 회장님이 아이들 후원하시나요?

▷ 제발. 애들은 좀 가주면 안 되겠니?

▶ 시방새가. 초딩은 한국 사람 아니냐? 왜 자꾸 꺼지래!!!

▷ 이것 봐라. 게시판 금방 지저분해지네.

▶ 지저분하면 어떠냐. 우리 방금. 대마도랑 오키나와랑 먹었다. 어무니!!! 우리가 이겼어요!

▷ 잊지 마라. 배상금도 대박이다.

▶ 그런데 저게 다 사실이라면 야베를 법정에 세워야 하는 거 아닌가?

▷ 그래. 야베를 법정에 세워야지!

“미국이…… 미국 대통령이 가만있지 않을…….”

“쏘리. 미국 대통령도 우리 편이다.”

“뭐?”

“그러게 작작 좀 하지 그랬냐. 로즈차일드 일가가 아주 상전 놀이를 제대로 했던 모양이더구먼. 존 오루크 당선자가 이를 박박 갈던데.”

“…….”

“그리고 영국 파산 말인데.”

“…….”

“영국이 파산을 하는 게 아니라, 영국을 파산시켜서 종속시키려 했더군. 기업 국가? 뭐 그런 형태로. 가문을 넘어 왕조를 세울 생각이었나?”

“그… 그걸 어떻게.”

“그러게. 그걸 어떻게 알았을까?”

주몽은 ‘난 네가 지난 여름에 뭐 하고 다녔는지’ 다 안다는 것처럼 심드렁한 표정으로 안태완을 바라봤다.

‘워~ 얻어걸린 것 치곤 큰데? 이 자식들 진짜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나 보네.’

Go 컴퍼니는 영국 파산이라는 텍스트에서 로즈차일드와 연결해 만들어질 수 있는 수많은 경우의 수를 찾아봤고, 이리저리 끼워 맞추며 저들이 원하는 게 뭔지 고민했다.

그 과정에서 기업 국가 또는 영국 점령, 새로운 왕조 등의 키워드가 만들어졌지만 안태완에게 물어볼 수도 없는 일이라, 그냥 머릿속에만 담아두고 있었다.

평소라면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거짓말을 늘어놓을 안태완이지만, 지금처럼 멘탈이 반쯤 날아간 상황에선 역시 감정을 감추지 못했다.

생각난 김에 찔러나 보자는 심정으로 툭 던졌는데, 안태완이 냉큼 받아먹은 것이다.

‘기업 국가라. 로즈차일드 놈들이 욕심을 부릴 정도면 나름 쓸만하다는 말인데, 따로 알아봐야겠다.’

남이 하면 불륜이지만, 내가 하면 뭐든 로맨스인 법이다.

안태완은 말문이 막힌 듯 한동안 멍한 표정이 됐다.

“…….”

“하여간 욕심도 많아. 하긴, 그러니까 야베랑 손도 잡고 그랬던 거겠지. 끼리끼리 통하는 게 있으니까 말이야. 안 그래?”

“…….”

“로즈차일드 본가가 영국에 있다던데. 명복을 빈다. 영국 왕실에서도 이를 박박 갈더라.”

계속되는 주몽의 발언에 안태완은 넋 나간 표정이 됐다.

“다 네 덕분이다. 네가 주저리주저리 떠들어줘서. 각국에 있는 고주몽 관리팀들 그걸 밑천 삼아서 발등에 땀 날 정도로, 정말 미친 듯이 뛰어다녔다니까.”

이건 팩트다.

이번 일을 기획하면서 일본은 겉절이, 최종 보스는 로즈차일드로 생각하고 움직였으니 말이다.

“씨…… 발.”

“그래. 나라도 네 입장이면 욕 나오겠다. 충분히 이해한다.”

“도대체 왜 이렇게까지 한 거냐? 일본만 처리해도…….”

“몰라서 물어?”

“…….”

“개자식아. 사람 몸에 칼 심고, 미사일 쐈으면 너도 죽을 각오를 해야지. 어디서 모른 체하려고 들어.”

주몽은 안태완의 멱살을 잡아 올리며 사납게 으르렁거렸다.

“오냐오냐해주니까. 내가 병신처럼 보이던?”

“…….”

“뭐. 그래도 약속을 지켜준다.”

“약속?”

“그래. 일 끝나면 풀어주기로 했잖아.”

“지금 그걸 말이라고. 나보고 나가 죽으라는 소리냐?”

“알 게 뭐야. 네 인생 네 맘대로 사는 거지.”

“…….”

“아! 깜빡했다. 안태완 네 계좌 말인데.”

“!”

“그거 깡통 됐다. 괜히 돈 안 나온다고 은행 가서 깽판 치지 말라고 미리 알려주는 거니까. 참고하고.”

주몽은 길게 숨을 내쉬더니 홀가분한 표정이 됐다.

“한국에 돌아가면 한동안 푹 쉬어야겠다. 내 인생에 이렇게 정신없이 뛰어다니기는 진짜 처음이다.”

주몽은 안태완의 어깨를 두들겨 주더니 야베가 있는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야베 총리님?”

초점 없는 눈으로 앞만 바라보고 있던 야베가 느릿하게 고개를 돌렸다.

“내가 도움을 좀 드리고 싶은데.”

“도… 움?”

그게 무슨 말이냐는 듯 눈을 껌뻑이는데, 야베 주변에 있던 관료들이 바짝 달라붙었다.

“회장님. 선처를 부탁드립니다.”

“이…… 일본을 구해주십시오!”

“와우. 이거 왜 이러세요. 그쪽이 이겼으면 아주 홀라당 벗겨 드셨을 분들이.”

주몽은 답도 없는 소릴 한다며 손사래를 쳤다.

“고주몽 회장님! 무릎을 꿇으라면 꿇겠습니다! 제발!”

“조용.”

“…….”

“야베 총리님과 잠시 면담을 좀 해야 할 것 같으니 자리 좀 피해 주시죠.”

“회장님…….”

“허허. 이것 참. 나도 나름대로 기회를 주려고 온 겁니다. 그러니까 좀.”

“하이! 하이!”

“부탁드립니다.”

기회를 주려고 왔다는 말에, 관료들은 즉각 허리를 숙이곤 뒤로 물러났다.

“무슨 기회를 말하는 것이요?”

“지금쯤 일본 증시는 박살이 났을 겁니다.”

“증시?”

“내가 일본 망한다는 쪽에 돈을 좀 밀어 넣었거든요.”

“고…… 고주몽 회장!”

“워워워. 그렇게 흥분하면 안 될 텐데요.”

실질적으로 일본보다 더 많은 돈을 날린 것은 일본의 승리에 투자했던 금융자본가들이겠지만 말이다.

조나단에게 수익금이 얼마나 되는지는 확인을 해 봐야겠지만, 이번 일로 최소한 수십조는 벌어들였을 것이다.

전 세계 증시에 일본의 하락과 한국의 상승을 베팅했으니, 자신과 반대편 포지션을 잡았던 이들은 있는 대로 탈탈 털렸을 것이다.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모르겠지만, 듣고 싶지 않소.”

“들으셔야 할 텐데.”

주몽은 그렇게 감정 가는 대로 말할 때가 아니라고 했다.

뒤에서 눈치를 보고 있던 관료들이 야베를 채근했다.

“총리님. 일단 회장님 말씀을 들어보시는 것이…….”

“그렇습니다. 기회를 주려고 오셨답니다.”

야베는 앓는 소리를 내더니 주몽에게 고개를 돌렸다.

“끙. 그래. 할 말이 뭐요.”

“배상금 말입니다.”

“배… 상금.”

“네. 190조 엔.”

“…….”

“그거 달러로 받아야겠습니다.”

“뭐…… 뭐요?”

엔화가 아니라 달러로 달라는 말에 야베의 낯빛이 시커멓게 죽어버렸다.

안 그래도 환율 전쟁 때문에 보유 외환이 달랑거리는데, 190조 엔은 고사하고 50조 엔도 불가능한 수치다.

“지급할 수 있겠습니까?”

“…….”

“역시 힘들겠죠?”

“그…… 그렇소. 달러는…….”

야베는 말까지 더듬어가며 고개를 흔들었다.

“역시 엔화로 받아야 한다는 말이군요.”

“그렇습니다. 엔화로…….”

“그런데 야베 노믹스 추진하면서 엔화를 찍어댔고, 이번 환율 전쟁을 치르면서 또 엄청나게 돈을 찍어냈지 않습니까.”

“…….”

“가치가 저 밑까지 추락해 있는데, 그걸 받아다 어디다 씁니까? 대마도와 오키나와에 사는 주민들 다른 곳으로 이주시키려면 그 돈도 엄청날 것이고. 그러자면 또 엔화를 찍어야겠죠? 그렇게 되면 결과적으로 엔 가치는 더 떨어져서 종잇값도 안나 올 것 같은데.”

“고… 고 회장.”

“우리 솔직해집시다.”

“…….”

“협정서대로 진행하면 일본은 망합니다. 알고 있죠?”

주몽의 질문에 야베는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만약 일본이 이겼다면. 당신은 어떻게 했을 것 같습니까.”

이번 질문엔 눈도 마주치지 못하고 바닥만 바라봤다.

“싹싹 긁어서 쌀 한 톨 남기지 않고 다 가져갔겠죠. 희희낙락 웃어가면서.”

“그…… 그렇게까지는…….”

“이유야 어찌 됐든. 협정안을 무시할 수 없는 입장임을 잘 알고 계실 겁니다.”

야베는 이번에도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오리발은커녕, 입도 뻥끗할 수 없을 정도로 궁지에 몰려버렸다.

협정서를 인정할 수 없다는 말을 뱉는 순간, 전 세계 공공의 적으로 전락해 버릴 것이다.

“일본이 살아날 방법은 한가지뿐입니다.”

일본이 살아날 방법이 있다는 말에 썩은 눈깔이 되어 있던 야베의 눈에 잠시 빛이 돌아왔다.

“그게 뭔지…….”

“한국이 내 영지가 된 것처럼. 일본도 내 영지가 되면 됩니다. 자기 물건에 재앙(災殃)을 부리는 멍청한 짓을 할 이유가 없으니까 말입니다.”

“그게 무슨!”

야베는 황당한 표정으로 주몽을 바라봤다.

“무슨 말인지는 일본의 고주몽 관리팀 팀장이었던 고노 스즈키를 만나보면 알게 됩니다.”

“고노 스즈키라면…….”

“스즈키를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보고 어떻게 할지 결정을 내리세요. 협정서 내용을 어디까지 실행에 옮길지는 그다음에 논의하는 거로 합시다.”

주몽은 자신의 이야기를 훔쳐 듣고 있던 일본 측 관료들에게 시선을 돌렸다.

귀를 쫑긋 세우고 있던 그들은 움찔한 표정으로 주몽의 눈치를 봤다.

“웃는 얼굴로 보고 싶으면 잘들 하세요.”

주몽은 나중에 보자는 듯 손을 흔들더니 컴퍼니 식구들이 있는 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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